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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기』70년 전 엄마와 아들이 4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 속에는

  • 등록일2018.09.10
  • 조회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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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0년대 후반. 가족들은 공습을 피해 시골로 내려가게 되었지만 갓 중학생이 된 이치로는 도쿄에 남아 학업을 계속하기로 한다. 그것은 이치로 본인의 결정이었다. 난생 처음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된 불안과 외로움도 있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자유로움도 함께 느끼면서.
 
그리고 이치로는 어머니와 4년 넘게 편지를 주고 받는다. 시시콜콜한 일상부터 사춘기 청소년다운 고민들, 그리고 전쟁의 시대에 갖게 되는 여러 의문들까지 너무나 솔직하고 거리낌없이 적어내려간 편지는, 조금은 치기어리고 건방져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이치로의 편지에 어머니는 한결같이 차분하고 진지하게 답장을 써준다. 아들이라고,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는다. 어른들에 대한 불손한 반항심을 보이는, 때로는 어머니가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편지에도 어떤 편견이나 강요 없이 성의껏 설명을 한다.
 
이 편지들은 1950년 책으로 출간되었고, 출간 당시 23만부, 그리고 이후에도 20년 넘게 매년 1 5천부가 팔려나가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어머니인 하타노 이소코는 일본의 심리학자로, 날 것 그대로인 아들의 글을 통해서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가진 솔직한 생각, 그리고 고민을 어떻게 극복하며 성장하는지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한다.
 
어머니와 아들의 편지라고 해서 처음에는 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희생의 마음이 철철 흘러넘치는 어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잘 해드리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후회의 마음이 한가득인 아들의 이야기를 떠올렸는데, 그런 예상을 모두 보기좋게 배신하는 책이었다.
 
일단 1940년대 전쟁 중의 일본이라는 시대적, 사회적 상황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과 직업, 그리고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신선하다. 시대적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겠다는 각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치기 어린 반항을 하며 일본 제국주의와 국가에 대해 낭만적 소영웅주의를 갖고 있던 이치로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전쟁의 그림자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한결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말이다.
 
예전보다 부모와 자녀 사이가 격이 없어지고 친구 같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예전보다 소통이 더 잘 이루어지고 있다 말 할 수는 없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진정한 소통이란 서로를 부모 또는 자식의 자리에 묶어놓지 않고 동등한, 평등한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선의를 가지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무려 70년 전에 주고받은 편지들을 통해서 말이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소년기 [시/에세이]  소년기
하타노 이소코 | 우주소년
201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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