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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당신이 원하는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번역자 배명자

  • 등록일2014.07.14
  • 조회 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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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더 빠르게. 속도의 강조는 이동통신사 광고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조기교육, 선행학습은 기본이요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움직여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가득하다. 하지만 빨리 빨리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라는 말을 하는 책이 있다. 베스트셀러 『디지털 보헤미안』의 저자인 독일의 젊은 경제학자 홀름 프리베의 『당신이 원하는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빨리하는 것보다 완벽한 타이밍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런 완벽한 타이밍을 찾기 위해서는 현명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당신이 원하는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의 번역자로, 현재 독일에서 가족과 거주하고 있는 배명자 번역가에게 책에 대한 소개, 그리고 이 책이 탄생한 독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독일에서 보내온 편지를 읽어보자.
 
 
『당신이 원하는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를 번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흔히 ‘자기계발서’라고 부르는 책들은 대체로 ‘뭔가를 하라’고 용기와 의지를 북돋는 내용이 일반적이지 않나요? 그런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전략’이라고 해서 처음엔 그저 재밌는 발상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게 정말 중요할 수 있겠다 싶은 게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이 되더라고요. 성급하게 행동해서 낭패를 보거나 더 나아가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사실 많잖아요.
또한, 외국에 나와 있으면서 가끔은 내가 여기서 혼자 도태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할 때도 있거든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도 들고요.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아직 때가 오지 않은 것이다’라고 생각하니 위안도 되고 힘도 나고 그랬어요.
‘빨리빨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을 정도로 모두가 바쁘게 뭔가를 하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을 때 이런 책이 나서서 ‘그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죠.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 더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이 책의 매력, 특징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원하는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맹목적인 행동주의를 부추기는 요즘 세태를 비판하며, 최고의 기회, 결정적 순간이 올 때까지 전략적으로 기다리라고 말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적 때를 기다려서 성공한 온갖 사례들을, 정말이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찾아내 소개합니다. 독일에서 나온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바위 전략 Die Stein Strategie’이었어요. 바위처럼 꿋꿋하게 기다리라고 말하면서 거기서 도출된 ‘바위 전략’이라는 것을 설파하죠. 어떻게 보면 좀 뜬금없는 제목인데, 그래서인지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제목이 바뀌었어요. 오히려 저는 그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저자는 바위 전략이 활용된 예로 단순한 개인의 사례, 기업 경영의 사례를 넘어 예술, 환경 분야까지 다룹니다. ‘바위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가 어찌나 많은지 성공하려면 꼭 ‘바위 전략’을 따라야 할 것 같아요. 많은 사례를 읽다 보면 여러 분야의 상식도 덤으로 얻게 되고요.
 
 
요즘은 어느 분야에서나 신속한 판단과 실천력을 강조하는데 반대로 ‘적당한 때’를 위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주제의 이 책이 독일에서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독일도 사람 사는 나라인데,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내용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요? 실패하기 싫고, 낙오되기 싫고, 저 사람보다 더 잘 나가고 싶고……. 그래서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는데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절망하죠. 대개는 불교나 명상에서 답을 찾으려 하고, 실제로 독일에서도 느림, 휴식, 고요, 명상 등을 다루는 책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런 것들은 ‘내려놓아라’ 혹은 ‘다 버려라’를 요구해요. 사실 종교인이 아닌 이상 그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극단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도 없을 거고요. 정신없이 뭔가를 하는 것도 싫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버리고 도를 닦기에는 현실성이나 실천력이 떨어지고……. 그때 이 책이 기가 막힌 답을 주는 거예요. 아직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라! 전략적인 기다림에는 느림, 고요, 명상이 다 있으면서 동시에 성공에 대한 희망도 있으니까요.
 
이 책의 저자인 홀름 프리베는 독일에서 몇 권의 책을 내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매우 낯선 저자인데요, 작가에 대해 소개를 좀 해주신다면?
1972년생이고 동안에 제법 훈남 스타일의 저자랍니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독일 MTV 채널에서 트렌드 연구자로 일했어요. 그 후 여러 잡지에 글도 기고하면서 저널리스트와 작가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그때 알게 된 사람들과 의기투합하여, 미디어 분야나 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ZIA(Zentralen Intelligenz Agentur)를 설립했어요. ZIA는 ‘지성인들이 모이는 곳’ 쯤으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 독일 내에서는 젊은 기업인, 저널리스트로 여러 방송에 많이 출연하며 인지도를 꽤 얻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영미권에 비해 독일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제한적이다 보니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저서 중에는 베스트셀러가 된 『디지털 보헤미안』이 있는데, 이 책은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소개된 적이 있어요.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계신데 독일에서는 현재 어떤 분야의 어떤 책이 이슈가 되고 있나요? 선생님이 느끼시기에 한국과 독일의 독서 문화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한국은 독서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독일에서는 어떠한지?
최근 이슈가 된 책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Darm mit Charme, One day, Baby』인데, 둘 다 미모의 20대 여성이 쓴 책이고 유튜브에 올린 짧은 동영상이 히트를 치면서 그걸 확대하여 책으로 낸 경우에요. 유튜브나 블로그로 인기를 얻은 젊은 작가들의 책이 늘어나는 추세죠. 한국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파워블로거라든가,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얻은 작가라든가 하는 것이요.
 
독서문화라고 하니까 좀 거창해 보이는데…… 그냥 경험적으로 말씀드리면 기차나 지하철에서 확실히 책 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행 때 챙겨야 할 필수 준비물에 책이 빠지지 않기도 하고요. 책을 선물하는 경우도 많아서 홍보 문구에 ‘선물로 좋아요’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에서의 독서는 아직도 ‘공부’의 느낌이 약간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독일 사람들은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데, 드라마도 온통 범죄수사물인 걸 보면 추리 장르가 독일 대중문화의 중심이라고 봐도 되지 싶어요. 실제로 출간되는 추리소설의 수도 엄청납니다. 독일어권 작가도 많지만 세계 각국의 추리소설들이 번역 출판되고 있죠.
 
도서정가제 덕분인지는 몰라도 서점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온라인 서점보다 오프라인 서점이 3배는 크고 2013년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온라인 서점 매출이 감소하고 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증가했다고 해요. 독서 인구가 조금 줄었다고는 하는데 크게 걱정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2013년에는 3년 만에 신간발행부수도 늘어났고 출판시장 전체 매출액도 약간 늘었다고 해요.
 
 
영문과를 졸업하시고 편집자로 일하다가 독일어 번역가가 되셨어요. 이력이 매우 특이하신데 어떻게 번역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셨나요?
독일 유학 중에 생활비를 벌 요량으로 리뷰어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1년 정도 독일 책을 소개하다보니 어느 날 출판사로부터 번역을 해보겠냐는 제안이 오더군요.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 ‘진짜 기회’가 바로 그때서야 온 것 같더군요. 사실 출판사에 다니던 시절부터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터라 일이 이렇게 풀리고 나니 운명인가 싶어요.
 
두 개의 언어를 하는 사람으로서 독자의 입장과 번역가의 입장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번역을 할 때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나요?
번역하면서 애로사항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고유명사를 그대로 옮기면서 아쉬움이 많아요. 고유명사에는 그 안에 담긴 이미지가 분명 있는데 그걸 전달할 수 없는 거죠. 생각해 보세요. ‘광주’라고 하면 우리 뇌리를 스치는 여러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걸 외국어로 옮기면 그냥 ‘광주’에요. 어느 외국인은 한국전쟁 중 한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겠죠. 반대로 독일의 ‘브란덴부르크 문’ 하면 독일인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는데 번역서에는 그냥 ‘브란덴부르크 문’이잖아요. 번역서의 맹점이죠. (브란덴부르크 문은 베를린에 위치한 건축물로, 독일 분단 시절 동·서 베를린의 경계였으며 독일 통일과 함께 독일과 베를린의 상징이 됐다. - 편집자주)
 
번역은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외국 문화를 한국 문화로 옮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경지식을 중시하고 행간까지 읽어 표현하려고 애쓰죠. 먼저 독일인 독자 입장에서 책을 읽으면서 전체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를 잡아요. 그 다음 한국인 독자 입장에서 번역을 하면서 처음 책을 읽을 때와 똑같은 기분과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생각하죠. 그 다음엔 한국어다운 한국어에 신경 쓰고 가능하면 쉬운 어휘를 쓰려고 해요. 예를 들면 한자말을 줄이는 거예요. 독일어 단어는 길거리 언어처럼 쉬운데 그걸 옮길 수 있는 한국어 단어는 한자말뿐인 경우가 많아서, 안 써도 되는 한자말까지 쓰면 글이 아주 딱딱해지기 십상이거든요. 당장 ‘번역’이라는 말만 해도 그래요, 독일어로는 Übersetzung으로 굳이 풀자면 ‘자리를 옮겨 앉히기’라는 뜻이에요. 그걸 우리는 ‘번역’이라고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한자말을 안 써도 되는 경우는 최대한 안 쓰려고 해요. 예를 들면 ‘독서가 취미에요’라고 하는 대신 ‘책 읽는 걸 좋아해요’라고 옮기는 거죠.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번역은 자기가 좋아서 해야 해요. 안정된 수입도 보장되지 않고,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따르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번역 자체를 즐기셔야 할 겁니다. 번역하는 나라의 문화를 평소 꾸준히 접하는 것이 좋아요. 인터넷 세상이니 어려운 일도 아니죠. 그리고 번역은 외국어 실력보다 한국어 실력이 관건이니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셔야 해요.
 
 
| 기사 및 사진제공_비즈니스북스
 
 
 
[자기계발]  당신이 원하는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홀름 프리베 | 비즈니스북스
201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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