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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를 가진 사람이 보는 책” 유홍준『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3: 교토의 역사』

  • 등록일2014.05.20
  • 조회 6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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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그 세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규슈, 아스카와 나라에 이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3권에서 찾아간 곳은 일본의 천년 고도 교토다.
 
사실 교토는 한국인들도 여행지로 자주 찾는 곳이라 크게 낯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교토 여행 경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으니, “! 이 책 읽고 갈 걸!” 교토를 여행하며 수많은 박물관과 사찰을 방문했지만 이런 역사, 이런 의미, 이런 이야기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는 거다. 알고 봤다면 훨씬 더 잘 보고 더 잘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교토의 역사와 문화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낸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3: 교토의 역사』의 저자 유홍준 석좌교수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이 벌써 3권째인데요. 사실 제가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무언가를 읽은 것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이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그 만큼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우리가 정말 무지했던 것 같네요.
우리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거죠. 중국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 같지만 큰 줄거리 이외에는 잘 몰라요. 중국 문화의 특성, 그것이 우리에게 준 것들을 섬세하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하고,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받았던 과거 때문에 일본을 무시하고 일본의 문화는 우리가 예전에 다 만들어준 것이다라고 하고 싶어하는데요.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중국은 우리에게 뭐라고 하겠어요. 우리가 문화 교류를 통해 일본에 가르쳐 준 것은 가르쳐 준 것이고 또 그걸 받아서 만든 문화는 그들의 것인 거죠. 일본 문화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서 우리보다 무조건 뒤떨어졌다고 얘기하기 힘든 부분도 많아요.
결국,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몽고, 티베트 등이 만들어낸 것이 아시아의 문화죠. 이제는 편협하게 우리 것의 울타리를 치고 살지 말고 동아시아의 지평 속에서 우리의 좌표를 잡으려면, 일본에 대해서도 좀 더 알 필요가 있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3권 교토의 역사는 시대순으로 유물들을 설명해주고 계신데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도 감을 잡고 갈 수 있었어요.
역사순으로 서술하지 않고는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예를 들면,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우리 나라에 와서 어느 절을 보는데 그게 몇 백 년 전, 몇 천년 전 유물인지도 모른 채 본다면, 또 조선시대 유물을 보다가 통일 신라 유물 보다가 고려시대 유물 보면 그게 그 사람 머리 속에 제대로 개념이 잡히겠어요. 교토가 1천년 역사라고 하는데, 역사가 형성되어 오는 과정을 보여주는 순으로 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1권 규슈, 2권 아스카와 나라에 이어 교토에 대해서는 3, 4권 두 권으로 다룰 예정인데요. 교토라는 곳이 특별히 두 권의 책으로 낼 만큼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교토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17개예요. 그리고 일본 문화가 세계사 속에서 갖고 있는 위상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박물관에 가 보면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것 같죠. 일본 중에서도 일본 역사에서 1천 년 동안 수도의 역할을 한 교토를 실제 가서 보면, 일본이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교토의 중요한 곳을 다 다루다 보니까 두 권이 되었죠.
 
교토는 한국 사람들도 여행지로 자주 찾는데요. 교수님의 교토 답사와 일반적인 교토 여행과는 코스나 일정이 어떻게 다른가요?
나만 아는 특별한 곳이 별다르게 있겠어요. 교토에서 유명한 곳들을 다룬 것이죠. 다만 그 중에서 도래인과 연관된 문화유적을 좀 더 부각시켰어요. 마쓰오 신사, 후시미 이나리 신사, 고려사 터 이런 곳들은 일반 여행서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 곳이긴 하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재미있고, 의미가 있으니까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1권과 2권이 도래인들이 끼친 문화적 영향 위주로 보였다면 3권 교토 편에서는 그것이 어떻게 일본의 독자적인 문화로 발전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교토의 여러 문화유산들은, 확실히 일본의 문화였거든요,
일본은 한반도의 영향을 받은 후에 곧바로 중국과 교류하기를 희망했어요. 그래서 견당사를 보내는데, 바닷길이 험하다 보니 4척의 배가 가면 한 척은 침몰했다고 해요. 그런데도 거의 스무 차례 가까이 견당사를 보내어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인 거죠. 그런 중국풍의 문화를 그들은 솔직하게 당풍문화라고 해요. 그러다 9세기 들어서 당나라가 몰락하고 일본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이제는 견당사를 보낼 필요가 없다고 하여 폐지되었죠.
그렇게 일본 독자적으로 피워낸 문화를 국풍문화라고 해요. 국풍문화의 대표적인 문화유물이라고 하면 우지 평등원의 봉황당이고요. 그리고 헤이안 시대에 일본 문자인 가나가 발명되어 여류작가 무라사키 시키부가 『겐지 이야기』같은 대작 소설을 썼고, 또 와카라고 하는 일본 전통 시도 생겨나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중국풍이 아닌 일본풍이 된 것이죠. 그 당시는 일본하고 통일신라하고 불편한 관계였기 때문에 우리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도 어려워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3권에서는 비슷한 테마의 예술작품이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에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고 표현되었는지가 보여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런 차이를 만든 것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정신적 구조의 차이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한국인들인 복을 구하기 위해서 신을 찾지만 일본인들은 원령의 다타리(원한, 재앙)를 막기 위해 신을 찾는다고 하셨는데요.
그게 참 신기해요. 우리는 비가 안 오면 천지신명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비는데, 일본인들은 비가 안 오는 것은 원한에 사무쳐 죽은 사람의 저주 때문이니 저주를 그쳐주기를 빌거든요. 이건 어쩌면 일본인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래서 일본의 불상들을 보면 귀신같이 무섭게 생긴 것들이 많아요. 부동명왕도 그렇고 풍신, 뇌신 등의 모습도 무시무시하게 생겼거든요. 그런 차이도 한 번 연구해 볼만 한 것 같아요.
 
책에는 일본 불교의 전개 과정도 설명을 해 놓으셨는데 쉽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일본 역사를 몰랐다면 문화유산들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 같고요.
우리의 불교문화는 조선 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퇴보하고 대신에 선비문화라고 하는 유교문화가 근대로 이어져 왔는데, 일본의 불교는 신도와 합쳐져서 지금까지 1천 년 넘게 계속되고 있어요. 지금 남아있는 유산들은 신사 아니면 사찰이니까, 사찰이 갖고 있는 의미, 불교가 당시 어떤 형태였는지를 모르면 안되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재미로 읽으면 안돼요.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깊이있게 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보는 책이죠. 일본 역사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랑 이토 히로부미 밖에 모르고, 또 가마쿠라 시대가 몇 세기인지, 가마쿠라 시대 다음에는 어떤 시대인지 모르고 일본 문화를 보는 것은 고려 다음에 조선이 세워졌는지도 모르고 한국 유물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이 책에서 일본 역사를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무시하고 갈 수도 없어서, 책을 읽어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익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고려사 터처럼 아무 것도 남지 않은 폐허라고 꼭 찾아가서 보고 오시던데요. 아무 것도 없는 곳이라도 직접 찾아가고 눈으로 보는 답사의 원칙을 중시하시는 것 같아요.
누구든지 그래요. 자기가 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답사기를 쓴다는 것은 여행을 가지도 않고 여행기 쓰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유물에 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답사를 가는 것은 필수라고 할 수 있죠. 더군다나 답사기를 쓰는 사람이 현장을 안 보고 어떻게 쓰겠습니까.
 
국내 답사는 글을 쓰다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찾아가 볼 수 있지만, 일본 답사는 그게 좀 어렵지 않으셨나요?
가면 되죠(웃음). 처음에 갈 때는 기본 자료만 읽고 가는데, 가서 보니 새로운 자료가 나오게 되면 그 자료를 소화하고 다시 가 봐야 해요.  남에게 지식을 전달하려고 할 때는 적어도 내가 가진 지식이 정확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간 곳도 또 가게 되는 거죠.
 
일본에게 배울 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문화유산을 대하고 보존하는 자세는 말이죠. 1000년도 넘은 사찰들이 꾸준히 보수되어 유지되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기요미즈 자카처럼 역사가 현재 속에서 함께 살아 숨쉬는 모습도 부럽고요.
일본의 저력이죠. 전통을 옛날 것으로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일본이 갖고 있는 힘이죠.
 
우리가 문화유산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책에서 잘 지적해 주셨어요. 우리가 보통 역사를 전쟁, 권력 다툼 등 큰 사건 사고로만 생각하는데, 그 시대의 문화적 상황을 먼저 그려 보이고, 그런 문화가 쇠퇴하게 된 원인으로 사건 사고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는 교수님 말씀에 정말 공감했습니다.
정치사하고 사회사하고 문화사가 별도로 떨어져서 언급되는 게 아니고, 유물과 함께 정치와 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그 역사가 문화사가 되는 거죠. 유럽의 경우, 르네상스 시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 거예요. 어쩌면 자명한 건데 우리는 너무 정치적인 상황, 전쟁 이런 것들 위주로 역사를 이야기하고 뒷부분에서 미술품 이야기를 하니까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이상을 갖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볼 수가 없어요. 앞으로 문화사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는 방법을 사람들이 찾아갔으면 좋겠다, 그런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의 이후 일정이 궁금한 독자들도 많은데요.
금년 안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4권을 내려고 해요. 지금 쓰고 있는데, 빨리 쓰고 나서 일본에서 벗어나야죠(웃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교토에서 마무리됩니다. 오사카나 동경에 대해서도 쓰려고 하면 쓸 수야 있지만 이곳들은 미술사보다는 정치사나 다른 분야의 지식이 더 필요해요. 저는 미술사 전공자고 정치사나 그런 지식은 정확하지 않으니까요. 그 부분은 그 분야의 전공자가 또 쓰면 되겠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를 출간하면서, 한국과 일본 양편에서 날아올 독화살을 장풍으로 날려버리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어떠신가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인 한국과 일본 사이의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보시나요?
일본의 유명 일간지인 <아사히 신문>에서 저를 인물란에 큰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한 적이 있어요. 한일관계가 이처럼 엉켜 있는데, 일본 문화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내용이었죠.
 
한일관계는 어쨌든 풀어야 해요. 같이 공생하기 위해서는요. 고노 담화나 천황의 사과 등이 이어지면서 한일문제가 잘 풀릴 것 같아 보였는데 어느 날 아베라고 하는 사람이 등장해서 일본이 우경화되고 있는 걸 보면 참 불쾌하죠. 자기네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인정하기는커녕, 앞에 사람이 했던 사과까지 부정하고 나온다는 건 우리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고요.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가 막 나간다고 우리도 막 나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일본이 저렇게 우경화 해갈 때,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 좀 더 바르게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들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하고요. , 그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너희 문화는 전부 우리가 만들어준 것이다하고 무시하면 그들과 대화가 안되겠죠.
 
도래인이 일본에 가서 새로운 문화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사람들과 섞여 100, 200, 천년을 살아간 사람은 일본인이지 한국인일 수 없죠. 그러면 존 F. 케네디는 아일랜드 사람이고 카네기는 스코틀랜드 사람이게요? 그들의 조상이 아일랜드인, 스코틀랜드인이지 그들은 미국인이거든요.
그러니까, 도래인들이 일본 사회에 정착해서 성공한 것에 대해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일본은 그러한 문명을 가져다 준 것에 대해서 고마워해야 하고요. 또 이후에 일본이 발전시킨 문화에 대해서는 그들의 문화로 인정하고 편견 없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역사에서 응어리진 것도 풀어갈 수 있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 긴밀하게 문화를 교류하던 행복했던 시절을 되찾을 수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일본사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일본 답사기를 쓴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동아시아 문화 속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길 원하기 때문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과 중국을 보다 깊이 알아야겠죠. 우리는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이루어진 것들만 우리의 역사라고 생각하는데, 동아시아의 어떤 역사적 환경 속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본다면 우리 역사를 보는 시각도 넓어지고 이해도 깊어질 거라고 봐요.
어찌되었든 많은 분들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을 다시 생각하기를 바라면서 필자로서의 사명감 같은 것으로 성실하게 쓴 책입니다. 책이 아마 조금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교토를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익할 겁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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