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영역

목록보기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명랑한 신경숙의 발견

  • 등록일2013.03.29
  • 조회 5757
트위터 페이스북
 
밀리언셀러 작가에겐 어떤 고민이 있을까? 국내에서만 200만부 넘게 팔린 『엄마를 부탁해』로 독자들을 눈물 쏟게 했던 신경숙. 가끔 그녀는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쓸 생각은 없냐?”는 말을 들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고 나면 며칠은 마음이 침잠해 평상심을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즐거운 이야기를 쓸 계획은 없는지 묻는 이도 있었다. 처음에는 뜬금없는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질문이 잦으니 속이 상했다. 독자들이나 언론에선 발견해 주지 않았지만, 사실 신경숙은 자신의 소설에 쪽지처럼 유머를 숨겨두기 때문이다. 전작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이하 『어나벨』)에도 잠깐이라도 얼굴을 펴고 웃을 수 있는 부분들을 열심히 심어뒀는데 역시나 그런 쪽으론 알아봐 주는 이가 없는 거였다. “내가 유머 쪽으로는 좀 모자란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패러독스나 농담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또 섭섭하다는 게 신경숙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신경숙은 자신의 명랑함을 한껏 드러낸 아주 짧은 소설들을 썼다. 모두 스물여섯 편, 손바닥만한 이야기들(편당 길이 5~7 페이지 정도)을 모은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하 『달에게』’)는 그렇게 탄생했다. 제목을 그렇게 정한 이유에 대해 신경숙은 달에게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달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한창 장편 작업(『리진』 『엄마를 부탁해』『어나벨』)을 연속으로 할 때라 고민이 많던 어느날, 신경숙은 혼자 산책을 나섰다. 하늘엔 때마침 아주 둥근 달이 떠 있었다. “뭘 하다가 달을 보게 되면, 계속 쳐다보게 되지 않나. 달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마주침이 강렬했다고 그녀는 회고한다. 한참 올려다보는데, 달마저 그녀에게 글 좀 재밌게 쓸 수 없냐고 타박을 하는 듯 했다. 좋다. 그렇다면, “긴장된 삶을 이완시켜 주면서 달빛처럼 반짝이는 이야기를 써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 후 신경숙은 지금은 폐간된 서평지(북새통) 편집장과 인터뷰를 하다가 자유로운 형식의 손바닥만한 글을 써서 연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자유롭게손바닥만한 소설이란 표현에 끌린 그녀는 연재를 시작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년 조금 넘게 매달 1편씩 써서 원고를 넘겼다. 신경숙은 그 짧은 소설들을 쓰는 시간 자체가 좋았다. 그 순간들이 즐거웠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자신이 그랬듯, 독자들에게도 긴장되고 꽉 조여진 시간들을 풀어주는 의미로 다가가는글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다음은 지난 21, 서울 홍대입구 카페꼼마에서 신경숙이 기자들과 나눈 이야기들.
 
『달에게』를 북새통에 연재했던 글 말고 새로 쓴 건 없나?
새로 쓴 것은 없다. 본래 책 출간을 생각하며 썼던 글들이 아니었다. 낼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그때마다 다른 책을 내고 있어서 시기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오래 묵혀 있던 이야기들이다. 얼른 이 책을 펼치니까, 단편 <그를 위하여>를 쓸 때의 마음 같은 게 느껴져서 시간이 그냥 지나간 건 아니구나, 글이 불멸하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로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심각하지 않게,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썼던 작품이다. 글로 표현해 놓지 않으면 휙 지나가버릴 것 같은 순간들, 깊은 인간적 신뢰가 느껴졌던 순간들,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유머가 샘솟았던 순간들을 붙잡아 즐겁게 썼다. 허구지만 거의 내가 살아가며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만났던 사람, 시간, 메시지 등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내가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달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존 신경숙 소설의 울림과 깊이, 성찰을 걷어낸 유쾌함이 돋보인다. 혹시 안데르센의 『그림 없는 그림책』이나 브레히트의 콩트에서 영향을 받은 건지?
어떤 작품을 쓸 때 순간순간 내 마음을 흔드는 모든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나는 그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정도로 답해야겠다. 예를 들어 『엄마를 부탁해』를 쓸 때 브레히트의 시를 다시 읽었다. 그 소설엔 등장하지 않지만, 아마 브레히트의 시를 읽으며 생각했던 영향이 있었을 거다. 그리고『달에게』에 유쾌함과 명랑함이 담겨 있다고 해서 삶의 성찰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억지로 쓴 게 아니라, 정말 순간적으로 썼던 것들이다.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 밝고 유쾌하지만 깊이 있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번도 책상에서 일어나지 않고 빨려들 듯이 다 쓰고 나서야 일어났다.
 
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새로운 형식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완성도는 마음에 드나?
『달에게』가 단숨에 쓴 짧은 소설이라고 해서 그 밀도를 의심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기존의 작품들이 무겁다는 얘길 들을 때 가끔은 지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쉬어가는 의미로, 잠깐이라도 웃어보자는 의도로 썼다. 이건 내 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다. 그때 내 귓속에 들어온 이야기들이다. 소설가는 끊임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잠깐씩 찾아오는 웃음의 순간들을 썼다고 했는데, 그 순간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 사랑한담서?>는 목사가 스님에게 자꾸 교회에 나오라고 해서 생긴, 조용한 마을의 소란을 담았다. 읽는 사람들이 빙그레 웃게 되길 바란다. 어느 인간 속에서 재발견 되는 신뢰, ‘그래서 인간이야’ ‘나도 인간이어서 좋다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은 결국 인간이 주지 않나. 그런 웃음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등단했던 게 80년대다. 그땐 문학이 워낙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문학을 대하는 나의 태도나 기존 작품에서 받은 감동이 거기에 맞춰져 있다. 세월이 지나, 나 스스로도 우리를 긴장시키고, 무거운 순간에서 다른 순간으로 전환시켜 주는 페이소스, 명랑성 같은 걸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마 나 자신은 온전히 그런 쪽으로 넘어설 수는 없을 것 같다. 올해로 작가 생활 28년차이고, 쉰 살이 됐다. 이젠 후기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론 그 두 가지 것들(무거움과 명랑성)이 배척하지 말고 서로 거울처럼 소설에 등장하면 좋겠다.
 
에세이집을 자주 쓰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몇 편 있다. 첫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1995) 안에 내가 글을 쓰게 된 동기, 어릴 적 이야기 등이 많이 담겨 있다. 포토에세이 『자거라, 네 슬픔아』(2004)도 구본창 작가(화가)와 함께 냈고, 일본 작가 츠시마 유코와 같이 서울, 도쿄 왕복 서간집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2007)을 낸 적도 있다. 일부러 안 쓴 건 아니고, 소설을 쓰는 일만 해도 벅차서 산문집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하루키 산문집을 읽을 때면 느끼는 건데, 그는 언론에 잘 안 나타나는 대신에 끊임없이 산문집을 발표한다. 자기가 어떻게 사는지 글로 알려주는 건데, 작가에게 좋은 방식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빛나는 작가라고들 하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
물론 모든 이야기는 나로부터 출발한다. 『외딴방』과 『엄마를 부탁해』는 서로 거울 같은 작품이었다. 작가로서 자기 생각을 작품에서 말하기 위해서 잘 아는 캐릭터들을 등장시킬 순 있지만, 결단코 내 이야기를 그대로 하진 않는다. 독자들이 가장 내 이야기라고 짐작하는 이야길수록 더 그렇다.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 동시대 타인들, 작가의 눈에 비쳐 들어온 세상이 반영되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는 영역이 소설이다. 소설이라는 장르처럼 완전하게 내가 숨을 수 있는 장소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차기작 계획은?
두 가지 이야기가 계속 갈등을 일으키는 중이다. 곧 차기작을 시작할 거다. 얼마만큼 시작된 이야기는 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4개의 삶과 사랑 이야기가 연결되는 작품에 대한 생각이 가장 앞에 있긴 한데 모르겠다. 10년 전부터, 어느날 갑자기 눈이 먼 사람 이야기를 쓰겠다고 했는데 그걸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젠 새 장편소설에 집중하려고 한다.
 
해외 북투어 일정은 잡힌 게 있나?
며칠 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문학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그런 일들이 가끔 있다. 『어나벨』이 『I will be right there』란 제목으로 미국에서 내년 4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최근 러시아, 인도에서 출간됐다. 세르비아, 루미니아에서도 곧 출간된다고 전해 들었다. 갑자기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출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서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l _ 유지영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 제공_ 문학동네
 
 
 
[소설] s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경숙 | 문학동네
2013.03.18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작가와의 만남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