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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열전 9]『신과 함께』주호민, ‘계속 그리는 수 밖에‘

  • 등록일2013.01.07
  • 조회 13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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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는 알아도 한국신화는 낯설었다.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한국신화를 본격적으로 차용한 주호민의 웹툰 <신과 함께> 네이버 연재가 시작된 건 3년 전. 평균 평점 9.9를 기록하며 사랑 받았고, 얼마 전 3년 여정의 종지부를 찍었다. 군대 시절 에피소드를 다룬 <>, 꿈꿀 권리조차 박탈당한 요즘 청춘의 현실을 그린 <무한동력>등으로 주목 받던 주호민은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웹툰 <신과 함께>로 날개를 달았다.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부문 대상(대통령상)을 받았고, <가족의 탄생> <만추>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화도 진행 중이다. 『신과 함께』 단행본도 모두 출간됐다. 게다가 그는 곧 아빠가 된다.
 
 
윤태호 작가랑 인터뷰할 때 라이벌이 누구냐고 물었어요. 누구 한 사람 지목하기엔 만만한 세상이 아니라면서도, ‘강풀이며 주호민이며 방심할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윤태호 작가님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데 절 언급해 주셨다니 영광이네요. 제가 빠심을 드러내는 걸 쑥스러워해서 표현은 잘 못하지만요. 윤태호, 강풀 작가님은 저랑 같은 회사(누룩미디어) 소속이세요. 물론 두 분은 이사님이고, 전 노예계약 같은 입장이지만.(웃음) 가끔 이렇게 칭찬을 전해 들어요. 평소 저한텐 아직 은퇴 안 했냐고 농담만 하시는데.
 
『신과 함께』 3년 연재 끝에 잠시 쉬는 시간인데 어떻게 보내세요?
연재 끝나곤 단행본 작업을 계속했어요. 집 근처 교하도서관에서 강연도 하고, 중학교 네 군데에서 만화로 풀어낸 한국신화란 제목으로 특강도 했어요. 강당에 한 학년 다 모아놓고 했는데,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재미있더라고요. 중학생들, 귀엽기도 하고. 그런데 공통적으로 첫 질문이 만화가는 얼마나 버냐는 거였어요. , 그렇게 돌직구로 물어볼 줄은 몰랐어요.(웃음)
 
보통 쉴 때는 게임을 해요. 웹툰 연재 마치고 제일 먼저 한 게 컴퓨터 바꾸고, 디아블로3를 산 거예요. 연재 힘들어질까 봐 구입을 참았거든요. 그리고 그간 책을 못 봐서, 자기 전에 꼭 읽고 있어요. 요즘에는 천명관 작가의 『고래』를 봐요. 최규석 작가님이 적극 추천해주셨는데, 역시나 이상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신화편이 끝나면서 <신과 함께>가 완결됐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충분히 확장성이 있는 이야기라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지금은 모든 에너지가 소진이 됐기 때문에 일단 끝냈어요. 하지만 '바리데기 이야기'라던지 미처 다루지 못한 한국신화가 많아요. 언젠가 다시 그리고 싶어지면, 기존 이야기와 세계관을 공유할 수도 있고요. 아예 새롭게 그릴수도 있고요.
 
<신과 함께> TV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무당이 된 전직 연예인 편을 보고 구상하게 되셨다고요?
. 하루아침에 누군가의 삶이 변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극적이고, 그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비극적인 면도 있고요. 그런 것들을 다루고 싶었는데 막상 취재를 해보니까 어렵더라고요. 일단 내용 자체가 보편적이지 않고, 재미있게 그릴 자신이 없어졌어요. 무속신앙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한국신화 쪽으로 옮기게 됐죠. 처음부터 3부작으로 저승편은 저승신들, ‘이승편은 가택신들, ‘신화편은 프리퀄로 기획을 했어요.
 
 
 
■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재미도, 의미도 없어
 
이 웹툰을 통해서 한국신화의 존재를 새삼 인식하게 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자료가 많이 있던가요?
저도 <신과 함께> 준비 전엔 한국신화의 존재를 잘 몰랐어요. 2009년도에 취재하면서 알게 돼서 급하게 공부하고, 급하게 그렸죠.(웃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자료는 많아요. 조선시대 유교 영향으로 육지의 신화, 귀신 이야기는 자취를 감췄지만, 제주도 신화들은 많이 남았어요. 신화 관련 서적들은 2차 창작을 통해서 계속 읽히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신화는 그런 게 전무하다 보니까 거의 기억에서 사라진 것 같아요.
 
한국신화에 대한 지식은 거의 100% 책에서 얻었고요. ‘신화편연재할 때는 중간쯤 제주민속촌에 가서 해설사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 분 이야기를 더 빨리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늦게 접해서 재미있는 걸 많이 반영 못했어요. 저승 가는 지하철을 장식한 탱화도 사진 찍으러 사찰에 갔었는데 불상 뒤에 가려져 있어서 카메라에 다 안 담기는 거예요. 도판이 더 깔끔하고 좋더라고요.(웃음)
 
독자들에게 한국신화도 낯선데 그걸 재해석해 공감 가는 만화로 구현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신화편그릴 때 그 지점에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신화를 그대로 그릴 것인가, 재해석을 할 것인가. 원전도 모르는데 재해석까지 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래도 재해석하는 걸로 결정을 했어요. 원전을 그대로 그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신과 함께>가 아니고 만화 한국신화’, 학습만화처럼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금 세상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들, 가치들을 넣어야겠다 생각해서 원전에 손을 많이 댔죠.
 
가령, ‘대별소별전원래 신화에선 대별왕이 혼자 태양 두 개 중 하나를 떨어뜨려요. 그건 고대 사람들의 자연을 정복하려는 진취성이나, 아니면 강력한 통치자에 대한 열망이 들어있는 은유인데 2012년의 우리에게는 별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전을 각색했죠. 대별왕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한날 한시에 해를 떨어뜨리는 걸로. 그건 사회참여에 대한 은유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상징이기도 해요. 특히 창세기 신화 같은 경우는 권력관계가 빈번히 등장해서 현대사를 은유하기에 좋은 소재가 많아요. 저는 가령 판타지를 다루더라도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재미도 의미도 없다고 생각해요.
 
민감한 사회 이슈,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방식에서 강풀, 윤태호 작가가 직설법이라면, 주호민 작가는 은유법에 가깝죠?
전 욕먹는 걸 싫어하거든요.(웃음) 알아 볼 사람만 알아보라는 식으로 그리고 있죠. 때론 너무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연재 끝에 제가 사실은 이거라고 해설도 하고요. 그래도 이승편은 제 기준에선 굉장히 직구였어요. 용산참사라는 소재가 워낙 강하니까. ‘저승편’, ‘신화편의 은유는 굉장히 얕게 묻어놓은 경우고요.
 
그러고 보니, ‘이승편에 등장하는 용역깡패 중에 대사는 거의 없지만, 본인과 똑 닮은 캐릭터가 나오잖아요?
 저 맞아요. 캐릭터명도 제 이름 뒤집어서 민호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용산 철거민들이 용역깡패들한테 강제철거 당할 때 제가 한 게 아무 것도 없거든요. 뉴스 보면서 욕한 거 외엔. 어쨌든 방관자고 그건 곧 암묵적인 동의가 아닌가, 그런 생각에서 절 넣은 거죠.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군요. ‘신화편에도 본인의 캐릭터가 있다면서요?
있죠. 아주 잠깐 나와요. ‘할락궁이전천년장자 생일잔치에서 재주 넘다가 재미없다고 손 잘리는 광대가 있거든요. 재미없는 만화를 그리는 작가의 손을 자른다는 의미에요.(웃음) 제가 한참 자괴감에 빠져 있었을 때라 아휴, 더 재미있게 그려야 하는데’, 그런 느낌으로 넣은 거예요.
 
염라대왕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는 무시무시한 지옥의 황제인데 여기선 굉장히 멋지고 합리적인 캐릭터, 좋은 지도자상으로 나오더라고요. 헤드헌터 마냥 좋은 부하들을 발굴하고.
염라대왕은 불교 쪽 이야긴데, 우리나라 저승관은 불교 관련 이야기가 많이 혼합돼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염라대왕과 지장보살의 라이벌 관계는 그대로 만화에 넣었죠. 원전에서도 염라대왕이 정 많고 좋은 사람으로 나와요. 10명의 신이 10개의 지옥을 지키는데, 원래 염라가 첫 번째 지옥을 담당했대요. 근데 너무 사람들을 살려주고 돌려보내서, 다섯 번째 지옥으로 좌천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어쨌든 저승 최고의 신이고 10명의 신들 중에서도 수장이기 때문에 무서운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았을까요?
 
10개의 지옥 중, 죄를 많이 짓지 않은 보통 사람이 죽으면 7번째 지옥에서 심판이 마무리된다는 걸 저승편에서 보여주는 데요. 특히 한국인의 보편적인 죄책감을 담으셨다고요?
지옥이라는 구성 자체가 끊임없이 죄를 묻는 구조거든요. 일곱 개의 구역을 돌면서 한국인에게 특화된 죄책감을 다룰 수 있다고 봤어요. 예를 들면 불효 같은 것. 토크쇼에 나와서 부모님 얘기하면서 우는 연예인들은 한국에서 밖에 볼 수 없거든요. 가족간의 유대감이 끈끈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부채의식이 굉장해요. 그런 것들을 건드려 보려고 했죠. 그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죄를 짓게 만드는 사회의 구조라는 것에 대해서요.
 
 
■ <신과 함께>는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는 동력
 
군대 이야기를 다룬 <>으로 작가 데뷔하셨고, <신과 함께> ‘저승편에서도 군대 의문사를 다루셨어요. 군대생활에서 영감을 많이 얻으셨나 봐요.
<>에서 군대를 훈훈하게 그려서 그런 줄 알고 갔다가 피를 본 사람이 많대요.(웃음) 군대 의문사 같은 경우도, 시작 자체는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죽음이 뭘까라는 생각부터였어요. 만약 말년휴가 직전에 죽으면 진짜 억울하겠다고 처음엔 장난스럽게 시작했죠. 이 사건은 실제 있었던 일이에요. 부대원이 사망하고, 그걸 부대장이 은폐하는 등의 사건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뤄보고 싶었죠.
 
<신과 함께> 일본판은 다른 작가가 리메이크를 했더라고요. 내용은 같은데 그림은 완전 다르고요.
만화를 왜 만화로 리메이크를 했냐 하면, 연재되는 잡지가 <영 간간>이라는 만화잡지인데, 20대 남성이 타깃이에요. 그런 잡지는 선호하는 그림체가 명확하게 있대요. 근데 <신과 함께>는 일본에서 인기가 없어요.(웃음) ‘저승편같은 경우는 특히 한국 특유의 정서적인 측면이 강한데, 리메이크되면서 문화적 차이 때문에 그런 것들이 많이 없어졌어요. 예를 들어, 저승행 지하철에서 잡상인이 내복 파는 장면이 있는데 그 내복이라는 게 따뜻한 의미도 있고, 또 첫 월급 타면 주는 선물이란 의미도 있잖아요. 근데 그게 PPL, 유니클로 히트텍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한국판에선 할머니가 내복 보니까 남겨두고 온 영감이 생각난다고 우는 장면인데, 일본판에서는 영감도 히트텍을 좋아했지라면서 울어요. 그런 게 좀 아쉬워요 
 
영화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건 김태용 감독님의 작품이고, 딱히 저는 제 목소릴 내고 싶지 않거든요. 제 작품이 어떻게 변할지 기다리는 게 굉장히 설레고 궁금해요.
 
온가족이 미술하는 집안(아버지는 민중미술 화가 주재환, 어머니도 화가, 외삼촌은 미술평론가 성완경, 결혼한 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 한수자)인데, 어떤 장단점이 있었나요?
장점은 그림을 그릴 때 누가 뭐라고 안 하죠. 다른 만화가들을 보면 부모님의 반대가 심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복을 받은 거고, 안 좋은 점은 돈을 잘 못 번다는 거랑, 가족들 기질이 예민하다는 거?(웃음) 어렸을 때 TV를 거의 못 봤어요. 시끄러워 하시니까 조심스러웠죠.
 
그리고 집에 책이 엄청 많았어요. 저는 취향이 되게 확고해서 7, 80%가 만화예요. 아버지는 굉장한 독서광이신데 잡식성이세요. 미술 관련한 것부터 정말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있어서 어렸을 때 그 책들 꺼내보는 게 소일거리였거든요. 그때 읽었던 책들이 지금까지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요즘도 부모님 댁에 가서 다음에 이런 걸 그릴까 생각 중이라고 하면, 아버지가 바로 관련서들을 꺼내 주세요. 한국신화 관련 만화를 그린다고 하니까 불교, 도교 서적들을 보라고 많이 주셨어요.
 
매 작품마다 같은 캐릭터가 상황만 바뀐 채 등장해서 캐릭터 재활용이란 표현도 있던데요.
, 그거 스타 시스템이라고 해주세요.(웃음) 원래 있는 말이에요. <아톰>을 그린 데즈카 오사무가 시작한 거고요. 이현세 선생님의 모든 만화에 오혜성, 백두산이 나오잖아요. 캐릭터들을 배우로 생각을 해서 작품마다 배역이 바뀌는 거예요. 그래서 독자들한테 약간 기대하게 하는 면도 있어요. 주성치 영화 볼 때, 오맹달이 이번엔 무슨 역으로 나올까 기대하는 것처럼요.
 
그렇군요. 주성치 영화 좋아하시나 봐요?
, 엄청 좋아하죠. 저랑 같은 주씨에요. 아내가 임신 중인데, 아들 낳으면 이름을 주성치로 지으려고 했어요.(웃음) 그런데 주위에서 반대해서 포기했어요.
 
곧 아드님이 태어나는 군요. 축하드립니다. <신과 함께>가 작가님에게 남긴 게 참 많네요.
감사합니다. <신과 함께>가 다행히 잘 돼서 앞으로도 작품을 계속 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점이 제일 좋은 거죠. 돈이나 명예 같은 건 그 후에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작품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내가 연재하고 싶다고 하면 연재할 수 있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된 이상 계속 그리는 수 밖에 없죠.
 
다음 작품 구상은 끝내셨어요?
지금은 사람들한테 붙어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그리는데 제가 진짜 좋아하는 얘기는 미스터리물이에요. 귀신 이야기, 괴담도 좋아하고. 장르를 넓혀서 언젠가는 기담도 그려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웃음
 
l _ 유지영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_  이일영 (포토마인드 스튜디오)
 
 
 
[만화] 신과 함께 신화편 세트
주호민 | 애니북스
2012.11.15
[만화] 신과 함께 저승편 세트
주호민 | 애니북스
2010.12.27
[만화] 신과 함께: 이승편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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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1
[만화] 신과 함께 박스 세트
주호민 | 애니북스
2012.11.16
 

사람과 책 2013년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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