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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 한 남자』저자 알랭 드 보통 : 사랑, 그 쓸쓸하지만 위대한 일상

  • 등록일2012.07.23
  • 조회 1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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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이 공동작업으로 소설을 썼다고 했을 때, 솔직히 냉정과 열정 사이』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책 속 정이현 작가와의 대담에서 알랭 드 보통이 예리하게 짚었듯전형적인 로맨스서사의 남자 버전과 여자 버전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달랐다. 정이현의 작품 사랑의 기초: 연인들연애의 초라한 이면을 보여주었고, 보통의 작품『사랑의 기초 : 한 남자』무섭고 서늘한 결혼의 진실을 담았으니까 말이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은 낭만이나 이상이 아니라 현실과 일상이고, 좋은 결혼생활이란 완벽한 짝을 찾아 영원불멸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연습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라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일깨운다. 알랭 드 보통과 이메일을 통해 만났다.

 
Q|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작가님의 광팬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팬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알랭 드 보통| 그냥 안부 인사가 아니라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 독자들은 저에게 단순한 믿음 이상의 관대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더욱이 제게 큰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저 또한 한국을 발견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정말 감사합니다.
 
Q|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알랭 드 보통|한국 사람들이 지혜롭고 좋은 분들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은 내면에 아주 관심이 많고 철학적입니다. 자아에 대한 지식과 정서적 건강에 관심이 많죠. 저처럼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어하고, 그런 점에서 서로 친밀감을 느끼는 듯합니다.
 
Q| 『사랑의 기초 : 한 남자』는 한국의 정이현 소설가와 공동으로 기획하여 내놓은 소설입니다. 정이현 작가와의 공동작업을 택한 이유는?
알랭 드 보통| 정이현 작가가 재능 있는 분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독창적인 협업을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사실 그간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오는 한국 독자들의 반응이 남달랐기 때문에 한국 작가와의 작업을 받아들인 부분도 큽니다 『사랑의 기초 : 한 남자』를 쓰면서 한국을 보다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전보다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Q| 정이현 작가와 공동작업을 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알랭 드 보통| 다른 작가와의 협업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즐거웠습니다. 통상적인 글쓰기 과정보다 외로운 마음이 훨씬 덜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누군가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작업하고, 서서히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서 그 사람의 지성과 지혜를 존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가장 힘든 점은 이제 다 끝났다는 아쉬움입니다.
 
Q| 『사랑의 기초 : 한 남자』는 작가님이『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1995) 이후 17년 만에 쓴 소설로 알고 있습니다. 소설로 데뷔한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소설을 쓰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알랭 드 보통| 제게는 모든 것이 무엇을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건축이나 정치, 능력주의(메리토크라시, Meritocracy) 등에 관한 글을 쓴다면 에세이의 형식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나 감정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소설만큼 적합한 형식이 없지요. 그러니 이번에 소설을 쓰게 된 것은 전적으로 주제의 영향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알랭 드 보통| 삶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라는 걸,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관대해야 하고 배우자와 친구들에게 다정해야 한다는 걸,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아주 일상적인 고통일지라도 고통이란 건 보편적인 것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Q| 작가님은 소설에서현대의 결혼은 섹스·사랑·가족이라는 세 가지 욕구를 조화시킬 수 있는 무대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다른 것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를 설명해 주신다면?
알랭 드 보통| 우리가 결혼에서 원하는 세 가지, 즉 사랑과 섹스와 가족은 굉장히 안 좋은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과 해를 끼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혹은 그녀와 섹스하는 능력을 위태롭게 하고, 특별히 사랑하진 않지만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누군가와 섹스하는 것은 사랑하지만 더 이상 흥분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합니다. 아이를 갖는 것은 사랑과 섹스 모두를 위태롭게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과 섹스에만 몰두하는 것은 다음 세대의 육체와 정신의 안녕을 위태롭게 합니다. 침대 시트가 말끔히 정돈되지 않듯이, 우리의 결혼생활 역시 어느 한 가지를 완벽하게 만들거나 개선하려 들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한 귀퉁이의 구김살을 펴려 하면 다른 귀퉁이들이 헝클어지게 되어 있는 거죠.
 
Q|  결혼의 일상성과 그 그늘 속에서 대부분의 사랑은 퇴색하게 마련입니다. 사랑의 퇴색을 막기 위해 혹은 사랑을 잘 유지하기 위해 부부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한 가지만 꼽아주신다면?
알랭 드 보통| 역설적이게도 결혼이란 게 일종의 소유인데 소유가 사랑을 죽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사랑하지는 않는 법이니까요. 그러니까 한 가지 해법은 배우자가 자기만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결혼이 한 순간에 깨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런 사태를 막아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 생각에, 연애의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이고, 결혼생활의 가장 큰 슬픔(혹은 고통)은 무엇인가요? 반대로 연애의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이고, 결혼의 가장 큰 기쁨은 무엇입니까?
알랭 드 보통| 연애의 가장 큰 즐거움은 낯선 사람이 점점 친밀해질 때 느끼게 되는 기쁨이나, 첫 키스를 나누며 휩싸이는 열정의 감정 같은 것이겠죠. 결혼생활의 가장 큰 슬픔은 속박일 테고요. 나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결혼했고, 그래서 불행하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런데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무리 괜찮은 사람과 결혼했다고 해도, 누구나 때때로 그런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거든요. 한편 연애의 가장 큰 고통은 거부당했을 때 오는 고독감일 겁니다. 결혼의 가장 큰 기쁨이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안전한 항구가 있다는 점인 데 반해서 말이에요. 다시 말하면, 우리 마음속에선 끊임없이 자유에 대한 욕구와 안정에 대한 욕구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겁니다.
 
Q| 작가님은 철학적 연애소설 『우리는 사랑일까와『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여행에 관한 에세이『여행의 기술, 독특한 문학평론서 『프루스트 선생에게 물어보세요, 불안에 관한 인간의 상념을 고찰한 에세이 『불안, 다양한 건축물을 조명한 『행복의 건축 등 다양한 책을 썼습니다. 이 책들을 보면 작가님의 폭넓은 관심사와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에 놀라게 되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통찰력을 섭렵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알랭 드 보통|  저는 우리 모두가 여러 방면에 해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기 다른 많은 분야의 전문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글을 쓰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누구에게나 새로운 분야를 탐색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혹시 작가님처럼 되고 싶다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작가님 앞에 서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알랭 드 보통| 저처럼 되고 싶다니, 진짜 말리고 싶네요! 다들 많이 배우시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요즘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또 특별히 존경하거나 사랑하는 작가는?
알랭 드 보통| 마르셀 프루스트의 책을 다시 읽고 있어요. 진심으로 그를 존경합니다.
 
Q| 작가님에게독서혹은은 어떤 의미입니까?
알랭 드 보통| 조그만 개인 수도원 같은, 사적인 안식처이죠. 슬프거나 혼란스러울 때 찾는 장소 말입니다. 완벽한 친구라고나 할까요.
 
Q| 현재 쓰고 있거나 구상 중이신 책이 있나요? 어떤 책인가요?
알랭 드 보통| 현재 저는 예술에 대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림이 우리의 영혼을 위로하는 방식, 예술의 치유의 힘에 대해 탐색하는 책입니다.
 
                                                                                 
                                                                                                                      ㅣ정리_심재학(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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