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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경욱, “사랑을 위해서는 성장을 해야 하죠”

  • 등록일2010.10.04
  • 조회 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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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누구나 동화 같은 해피 엔딩을 꿈꾸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동화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하는 현실은, 해피 엔딩이기보다는 때로는 비루하고 때로는 잔인하다.
 
『위험한 독서』, 장국영이 죽었다고?,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등 감각적이면서도 지적인 소설들로 평론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경욱 작가의 신작 제목이 『동화처럼』이라니 어딘지 어색했다. 지금까지 동화해피 엔딩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소설들을 써온 작가가 이런 달달한 제목의 소설을 내다니.
 
너무나 평범한 두 남녀가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현대적인동화 『동화처럼』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소설가 김경욱 씨를 만났다.


 
 
 
소설의 제목이 『동화처럼』인데, 과연 프롤로그로 눈물의 여왕침묵의 왕에 대한 동화가 나옵니다. 직접 쓰셨죠?
『동화처럼』은 인터넷으로 연재를 한 작품인데,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 이야기를 함축하는 동화를 쓰면 좋을 것 같았어요. 특히 이번 소설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시선이 교대로 보여지면서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르게 풀어가는 구성이라 소설 전체의 구성을 독자들에게 미리 맛 보여드리는 의미에서 눈물의 여왕침묵의 왕에 대한 동화가 나왔어요. 영화로 치자면 남자 주인공의 테마송, 여자 주인공의 테마송인거죠.
 
동화에서는 왕과 여왕이었지만, 실제 소설 속 주인공인 명제와 장미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던데요? 성격이나 외모, 직업까지, 지금까지 읽어본 소설 중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들이었던 것 같네요(웃음).
이제까지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은 참 많이 나왔잖아요. 그래서 저만이 쓸 수 있는 사랑 이야기는 뭘까 생각했어요. 드라마틱하고 극적이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만나고 헤어지고 상처받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 의미를 좀 따져보고 싶었죠. 이야기 자체가 극적이고 격렬하면 정작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사람은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요. 그걸 피하고 싶어서 일부러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의 인물들, 혹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렸죠. 사실 제목은 『동화처럼』이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거든요,
 
보통 동화들은 결혼해서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소설 속에서는 결혼이 어찌 보면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이에요. 결혼 이후에 2번 이혼하고 3번 만나게 되니까요.
사람들에게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치게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동화인 것 같아요. 결혼식 자체가 굉장히 동화적인 컨셉이잖아요. 왕자, 공주처럼 차려 입고, 성 같은 예식장에서 식을 올리고, 꽃마차 같은 웨딩카를 타고 말이죠. 그런데 신혼여행 다녀오면 동화는 거기서 끝나요. 동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죠. 동화가 들려주지 않는 그 뒤의 이야기들을 써보고 싶었어요. 왜냐면 사랑은 결혼으로 끝나지 않거든요. 그래서 진짜 사랑의 의미가 뭘까를 따져보기 위해서 이 친구들의 결혼 이후의 삶까지 그려보게 되었죠
 
보통 동화 속에서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되잖아요.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소설 속에서처럼 오해와 우연이 겹치면서 운명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에는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을 해요.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을 하거든요. 연애 시절에는 연애가 잘 되는 쪽으로 해석을 한다면, 결혼 후에는 오해가 싸움을 부른다는 점이 다르죠(웃음).
 
그런 오해를 풀고 서로 이해하게 되면서 결혼 생활의 한 고비를 넘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죠. 그것이 진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인 거죠. 연애를 할 때는 사실 상대에게 연출된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고. 그래서 연애를 아무리 오래 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그 사람을 정말 몇 퍼센트나 알고 있는 걸까 의심스러워요.
 
결혼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알고 인정을 해야 서로에게 편해져요. 그렇지 않고 자꾸 옛날 모습, 옛날에 자기가 그렸던 모습만 찾고 현재와 비교하게 되면 자꾸 갈등이 생기는 거죠.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변했다, 사랑이 식었냐는 등.
 
한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결혼 생활이 아닐까, 그리고 다 이해하고 나서도 그 사람이 좋아지는 것, 믿을 수 있는 것 이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요.
 
소설 속에서 장미와 명제는 결혼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서로의 본 모습을 전혀 모른 채 살아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는 결혼이 긍정적인 제도로 보이던데요.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가 아니더라도 어떤 한 사람을 100퍼센트 알고 나서도 좋아진다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 굉장히 소중한 선물 같아요. 마음이 맞는 친구 한 명 사귀는 것도 쉽지가 않잖아요. 그렇게 서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공유하면서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소설 속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남자의 시각과 여자의 시각, 교대로 그려지는 점이 재미있어요. 구성의 의도가 있었나요?
사랑자체가 아니라 사랑이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런 것을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한 사람의 시선으로만 쓰면 일방적인 이야기가 되잖아요. 사랑이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하는 건데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의 참 의미를 밝히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두 사람의 시선을 같이 보여줘야 할 것 같았어요. 사실 시선이라는 것이 서로 엇갈리기 마련인데, 진짜 본질이란 그 엇갈린 시선의 한 가운데에 감춰져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런 구성을 취했죠.
 
남자의 시각은 작가님이 남자니 잘 알았겠지만, 여자의 시각은 어떻게 그리셨나요? 상당히 실감나던데요(웃음).
연재하면서 후회 많이 했어요. 내가 왜 이런 어려운 일을 시작했나(웃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아내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얘기를 많이 해주더라고요. 그런데 아직도 여성분들의 심리를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렇게 조언을 많이 받고 남성과 여성의 심리 차이 같은 책도 나름대로 많이 찾아봤는데 말이죠. 어려워요(웃음).
 
작가님 소설치고는 드물고 낯설게도… 해피엔딩입니다.
처음으로 쓴 해피엔딩인 것 같아요. 이렇게 뭔가 훈훈한 결말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웃음). 이번에는 뭔가 훈훈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그전까지는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써왔거든요. 또 제목을 『동화처럼』이라고 지어 놓으니까 훈훈해질 수 밖에 없더라고요(웃음).
 
이전 작품인 『장국영이 죽었다고?』에서는 영화가,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에서는 록음악, 그리고 『위험한 독서』에서는 독서가 주요한 소재였는데, 이번 책은 동화네요. 동화에도 평소에 관심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관심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소설에 들어가는 같아요. 이번에는 영화를 하고, 이번에는 음악을 하고, 그 다음에는 책을 해야지 하고 계획을 한 건 아니고 그냥 제가 살아가는 삶의 패턴 같은 것이 소설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거죠.
 
언제부턴가 뭔가 상상력의 영감을 얻기 위해 동화를 다시 읽어보게 되었어요. 다시 읽어보니 어렸을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많은 의미가 숨어있는 것 같고, 이야기 자체에 강렬한, 상상력의 원형 같은 것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관심 깊게 동화를 보다 보니 동화가 소설에 들어가게 되었죠.
 
어떤 분들은 제가 소설 속에서 제 자신의 이야기를 별로 안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제 소설을 읽으면 제가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너무 빤히 보이죠(웃음).
 
여러 동화 중에서 개구리 왕자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데요. 개구리 왕자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개구리 왕자의 하인 하인리히의 존재는 좀 낯서네요.
동화에서는 아주 잠깐 등장하지만, 저는 하인히리의 존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동화의 원제목은 개구리 왕자 또는 쇳대를 두른 하인리히예요. 하인리히라는 인물이 제목에까지 등장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하다가, 혹시 이 개구리 왕자와 하인리히는 동일 인물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인리히는 어른이고 개구리 왕자는 하인리히 마음 속에 있는 아이인거죠. 그래서 동화 자체가 개구리 왕자가 성장을 해서 어른이 되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그런 성장 스토리로 읽어 봤죠.
 
일반적인 동화에서 마법이 풀리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뭔가 착한 일을 하거나 아니면 진정한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개구리 왕자 이야기는 좀 다르죠. 공주가 징그럽다고 개구리를 벽에다 패대기 쳐버리자 마법이 풀렸잖아요? 그건 일종의 성장통이죠.
 
그런 점에서 소설은 사랑 이야기이지만 성장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아요.
누구나 하는 연애를 거쳐서 낭만적 사랑이라는 열병에 눈이 멀어서 결혼을 하게 되는데, 결혼을 해서 상대방의 진면목을 알아가면서 갈등도 하고 우여곡절을 겪어 나가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기 안의 그릇을 넓혀간다는 얘기거든요. 자기 그릇이 작으면 상대방을 내 맘에 품을 여지도 작은 거죠. 그만큼 상대방을 이해를 못하게 되는 거고.
 
결국 사랑을 위해서는 성장을 해야죠. 그리고 사랑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도 한 사람만 해서는 안 되요. 두 사람이 같이 성장을 해야 사랑이 튼튼해질 수 있겠죠.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트위터 @lastwaltz77
[소설] 동화처럼
김경욱 | 민음사
201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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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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