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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경제를 위해 버린 정의를 살려라

  • 등록일2010.09.08
  • 조회 6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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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내한했다. 인문학 서적으로는 경이적인 32만여 부의 판매를 기록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독자들을 위한 강연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이마누엘 칸트·존 롤스 등 철학자들의 사상을 일상의 문제에 적용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인터뷰 내용은 지난 8 19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의 기자간담회와 같은 달 20일 경희대에서 열린 강연회의 질의와 응답을 취합한 것이다. 질의하는 이는 독자로 통칭해 표기한다.
 
 
독자ㅣ 교수님 책이 32만여 부나 판매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많은 책이 판매되었다고 생각하나요?
 
마이클 샌델ㅣ 많은 한국인들이 내 책을 읽었다는 사실에 저도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 민주사회에선 경제 논의가 정치를 지배해 왔죠. 우리 모두 국민총생산(GDP)의 증가와 부를 원했고, 분배의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광의의 정치가 경제적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이 사람들은 점점 ‘공허함(emptiness)’을 느낀 것 같아요. 왜 ‘정치인과 정당은 좋은 삶의 조건과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가’ 하는 정서죠. 공동의 선()·윤리·정신적인 가치…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다 함께 다뤄보길 바랐던 것 아닐까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이 같은 국민의 열망을 간파해서 캠페인에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논의가 부족하고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물론 미국에서조차 이런 논의는 아직 부족하지만요.
 
독자ㅣ 천안함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에 비추어 현대 국제사회에서도 정의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마이클 샌델ㅣ 국제적으로 부각되는 ‘정의’의 문제와 특정 사회에서 제기되는 정의는 다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안정된 정치제도가 있어 법치주의 안에서 정의가 가능하지만 국제관계에서는 완벽하게 정의가 구현되기 어렵습니다. 불가피하게 타협에 의해 이뤄지죠. 유엔 안보리나 국제인권법은 모두 국가 간의 관계에 정의를 적용하려는 시도들인데 이는 사실 불안정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국가 간 분쟁은 협상과 타협에 의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보리 결의안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독립국가 사이의 타협으로 도출된 것이지요.
 
독자ㅣ 지금 같은 다원주의 사회에선 정의의 의미가 변하기 마련인데 교수님이 생각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요.
 
마이클 샌델ㅣ 정의,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이상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다른 윤리적·정신적 이상을 갖고 있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공동의 이상을 합의하고 사람들의 권리를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제 대답은 서로 다른 도덕적 가치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이런 가치들이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덕적 불일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첫 번째 단계인 것이죠. 건전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도덕적 논쟁, 공공의 논의를 통해 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독자ㅣ 정의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담론을 해야 된다고 하셨는데요. 왜 사람들은 정의를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까? 왜 사람은 정의를 따라야 하는 것입니까?
 
마이클 샌델ㅣ 철학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소크라테스에게 도전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정의를 단순하게 “강자가 약자에게 발휘하는 힘. 이것이 전부 아닌가”라고 얘기했습니다. 강자가 하려는 대로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왜 잘못된 것일까요? 그 이유는 힘이나 권력만으로 강자가 자기 마음대로 했을 때 이것은 그냥 힘이고 권력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으로 강자의 행위가 옳은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정당화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도덕적인 일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모습은 국가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강대국이 전쟁을 벌인다고 했을 때 전쟁을 벌이는 것 자체만으로 해서 전쟁이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요. 강대국은 힘 그 이상이 아닙니다. 정의도 아니고 그것이 옳은 일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누가 가장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힘 혹은 권력을 도덕적으로 발휘하고 행사하는가, 정의롭게 행사하는가” 하는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이것은 철학적이자 도덕적인 질문이죠. 또 영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 정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왜냐하면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는 유일한 대안은 힘이 곧 옳은 것이라는 대답밖에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는 정말 도덕적으로 빈약한 상태로 전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자ㅣ 정치철학자로서 한국의 정치적인 불신과 무관심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대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이클 샌델ㅣ 전 세계에 있는 국가들이 경제를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가 밀려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료적인 정치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도덕적인 정치와 점점 멀어지고 있지요. 이러한 결과로 어떤 현실적인 논쟁이라든가 공론에서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질문들, 윤리적인 문제들, 정의 그리고 공동선의 의의 등의 질문들이 이제는 정치판에서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공동 토론이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것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치인들, 정치적 지도자들, 정당 그리고 언론들이 새로운 공공토론을 이끌어 나가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독자ㅣ 종교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진리의 추구인데요, 도덕적인 이슈에 대해서 혹은 윤리적인 논쟁을 할 때 정의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진리와 정의는 어떤 관계입니까?
   
마이클 샌델 ㅣ 도덕적인 것과 종교적 신념 또 정치의 관계를 생각할 때 역사적으로 굉장히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영적인 질문을 정치에서 배제를 한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좀 더 왕성한, 또 도덕에 관한 어떤 공적인 담론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적인 논의를 반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적인 신념, 즉 비종교적인 것에서 오는 부분적인 이야기도 해야 하고요. 또 종교와 관련된 도덕적인 신념에 대한 논의도 동시에 해야 합니다.
 
독자ㅣ 오늘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부자를 더욱더 부자로 만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점점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 사회 경제와 정치구조 자체가 정의로울 수 있습니까? 그 근본적 구조와 시스템 자체에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요?
 
마이클 샌델ㅣ 사실 시장경제는 악과 선이 공존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러한 경제성장은 사실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 있어서 저희가 정의를 반영할 수 있지요. 부의 재분배 논쟁 그리고 빈부차 논쟁이 매일 진행이 되는데, 이럴 때는 항상 상반되는 도덕적인 의견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단순히 경제학자에게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 시민들이 직접 이러한 문제에 참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상반되는 개념과 원칙과 정의와 관련된 의견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에서는 시장경제의 혜택을 파악하는 동시에 시장을 그 자리에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자ㅣ 공동선에 대한 말씀을 가장 감명깊게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 인간이 우리가 인간이고 세계적인 글로벌한 인간이고 어차피 우리가 지구상에서 같이 살기 때문에 저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공동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인간이 가치 있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마이클 샌델ㅣ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은 여러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글로벌한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국가·지역·가정 단위로도 여러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공동선의 정치에 있어서 공통점이 있다면 시민으로서 토론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진지한 도덕적인 이슈에 대해서 대화하고, 또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다른 도덕적인 신념에 대해서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서로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실천해야겠지요. 비판적인 성찰을 통해 내가 가진 도덕적 신념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문하고, 묻고, 들음으로써 이상적인 민주사회가 지향했던 공적인 영역을 혹은 공적인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 이성수(시인, 전 출판저널 기자)
 
[인문]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 김영사
2010.05.24
[인문]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마이클 샌델 | 동녘
2010.08.20

사람과 책 2011년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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