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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펭수의 시대』김용섭

  • 등록일2020.04.03
  • 조회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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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월 추석 연휴가 지난 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EBS에서 제작한 <EBS 아이돌 육상대회 (이육대)> 영상이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직장인과 EBS? 이 다소 뜬금없는 조합의 중심에는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10 EBS 연습생 펭귄, 펭수가 있었다. 그리고 2019년 연말이 되자 펭수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뒤집어놓으셨다.  

『펭수의 시대』는 트렌드 분석가로 매년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는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 펭수와 펭수에 열광하는 한국 사회를 분석한 책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 펭귄에게 빠져들었다면, 혹은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펭수를 앓고 있는지 궁금했다면 책을 통해서 궁금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펭수 신드롬의 이면에 숨겨진 시대의 욕망과 트렌드의 흐름도 발견할 수 있고 말이다
 

 
펭수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정말 많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분석한 작업은 이 책이 처음입니다.
 
대중문화계에는 항상 여러가지 이슈들이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이슈들이 대중문화가 늘상 소비되는 방식의 변주 같은 것이라면, 펭수는 달랐어요. 이런 캐릭터를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이런 캐릭터를 등장시켜 비즈니스를 해 본 적도 없고, 또 그 캐릭터를 한국사회가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가 달랐거든요. 분석할 만한 대상이었죠
 
엄밀히 따지면 이 책의 주인공은 펭수가 아니에요. 펭수를 받아들인 사람들과 받아들인 한국사회가 주인공이죠. 그러니까, 펭수를 통해서 한국 사람과 한국 사회를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펭수는 이 책이 만들어지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준 존재이긴 하지만 펭수 자체를 분석한 건 아니라는 거죠. 펭수를 통해서 우리의 변화를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알아보려는 것이 책을 쓰게 된 목적입니다
 
 
펭수에게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고 주목했나요?
 
펭수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켜봤죠. 저하고 펭귄 하고 뭔가 운명 같은 게 있나 봐요(웃음). 제가 10년 전에 뽀로로의 기획자와 함께 뽀로로를 분석하는 작업을 했거든요. 그래서 EBS에서 펭귄 캐릭터로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는 콘텐츠를 만든다고 하니까 관심을 가지고 봤죠. 그런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봤어요. 그러다 추석 때 '이육대'를 보면서 흥미를 갖게 되었죠
 
 
사실 펭수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누구도 지금 같은 인기는 상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육대'가 화제가 되면서 갑자기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인데요
 
'이육대' 이전 9월까지, 5개월 동안 펭수가 모은 유튜브 구독자 수가 간신히 2만이었어요. 그런데 '이육대' 이후 한 달 만에 10만이 되었고 그 후 다시 5개월 만에 200만을 모았어요. 그렇다면 궁금해질 수 밖에 없죠.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 펭수는 계속 똑같았는데 소비자들이 달라졌을까? 아니면 소비자들을 타겟팅 하기 위해 펭수가 달라진 걸까? 그래서 들여다보니까, 펭수가 달라진 거였죠
 
처음 등장한 펭수 콘텐츠는 초등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노는 내용이었어요. 그런 모습을 계속 유지했다면 이렇게 우리가 좋아할 이유가 없었을 거에요. 그러다 9 '이육대'를 계기로 노선을 바꾼 거죠. 제작진이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이나 반응을 보면서 콘텐츠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이 당연한데, 어린이 대상이 아니라 2030 세대를 타겟으로 할 때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챈 거죠
 
 
펭수가 기존의 캐릭터들과 다른 점이라면가상의 캐릭터지만 현실 세계에서 활동한다는 건데요. 그래서 펭수의 인기 비결을 분석한 기사들을 보면 제작진의 기획, 연출과 함께 펭수 연기자의 개성을 언급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지금까지 모든 가상 캐릭터들은 애니메이션이나 책 속에서만 존재했어요. 그런데 펭수는 현실에 등장했단 말이죠. 애드립도 하고요. 하지만 오해하면 안되는 것이, 그 애드립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펭수의 세계관 안에서 허용되는 것만 공개된다는 거예요. 연기자에게 펭수 탈을 씌워놓고 마음대로 하게 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가 애드립을 할 수도 있지만 전체 스토리나 구성 안에서 어울려야 실제 작품 내에서 쓰는 거지 영 엉뚱하면 다 커트되잖아요. 마찬가지에요. 펭수도 펭수가 하는 모든 행동을 다 콘텐츠로 만드는 것은 아니거든요그 중에서 제작진의 연출 의도에 맞는 부분만을 편집해서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펭수 연기자도 학습이 되었을 거에요. 어디까지는 가도 되고 어느 선을 넘으면 안되는지요. 제작진도 마찬가지로 점차 가이드라인을 섬세하게 잡아가게 되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자와 제작진 모두 펭수에 녹아들면서 스스로 '펭수화'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지금은 펭수 연기자의 애드립과 제작진이 잡은 설정 사이의 오차가 굉장히 줄어든 상태까지 온 것이고요.  
펭수 연기자는 펭수라는 존재에 있어서 보조작용을 하는 역할이죠. 연기자의 애드립 때문에 펭수가 인기 있는게 아니에요. 펭수라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끌고 나가는데 있어서 그 사람의 애드립이 양념이 되어준 거죠
 
 
책에서는 펭수 세계관을 지금의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키워드로 정리해서 이야기 했는데요. 펭수 세계관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안티 꼰대' 정서인 것 같아요. 2019년 한국 사회에서 '안티 꼰대'가 중요한 키워드였고, 마침 펭수 캐릭터와 시의적절하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정확히 말하자면, 펭수 때문에 안티 꼰대 정서가 퍼진 것이 아니라, 펭수가 안티 꼰대의 흐름에 숟가락을 얹은 거죠(웃음).
나이로 권력과 서열을 정하는 문화에 대한 반발은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50년 전에도 있었어요.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한국 사회에서도 위계구조를 수평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고요. 그런데 이런 목소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선배들이 저항했거든요. 내가 이 조직에 있는 동안에는 그런 변화가 없으면 좋겠다, 변화는 나 말고, 나 다음에. 그렇게 20년이 지난 거죠. 20년 전부터 있었던,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우리 사회가 억눌러온 것이고 이제 더 이상은 그 목소리를 억누르지 못해 터져나온 것이 최근의 안티 꼰대 현상이고요
 
사실 초창기 펭수는 안티 꼰대 흐름과 크게 연결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이육대'에서 펭수가 선배 캐릭터들에게 당당하게 자기 할 말 하는 모습이 2030 직장인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펭수는 안티 꼰대의 수혜자이자 이 흐름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죠
이전까지는 안티 꼰대의 아이콘이 될 만한 누군가가 없었어요. 실제 인물이 나와서 안티 꼰대에 대해 직설적으로 말했다면? 바로 매장되었을 거예요. 그런데 펭귄 탈을 쓴 가상의 캐릭터가, 그것도 자신은 10살이라고 말하는 펭귄이 말하니까 웃으면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거죠. 아무튼 펭수가 받아들여지고 성공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티 꼰대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였고 또 그만큼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해요
 
 
펭수 세계관의 또 다른 중요한 키워드가 젠더 뉴트럴 (Gender Neutral: 남녀 구분 자체를 벗어나 성에 고정되지 않는 나 자체를 중시하는 경향)인데요. 펭수는 자신의 성별은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고 얘기하는데, 그것도 너무 신선했어요. 
 
제가 『2019 라이프 트렌드』 에서 잡은 트렌드 키워드가 '젠더 뉴트럴' 이었어요. 펭수는 그런 사회 변화의 영향력 속에서 기획되었을 것이고, 당연히 캐릭터 안에 그런 특성들이 녹아있는 거죠.  
왜 하필 수많은 동물 중에서 펭귄이었을까요? 세상에 귀여운 동물이 펭귄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EBS 제작진은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뽀로로라는 EBS의 중요한 캐릭터를 이어가기 위해 펭귄으로 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펭귄이 젠더 뉴트럴을 이야기하기 가장 좋은 동물이란 것이 우연은 아닐 거에요. 펭귄은 성별이 정해진 채 태어나지 않고, 성인이 되는 생후 2년까지는 무성으로 자란다고 해요. 외관상 암수 구별이 잘 안 되고, 육아는 암컷과 수컷이 분담해서 하고요. 게다가 이족보행을 하고 옷 입은 것처럼 털이 나 있어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투영시키기 좋은 대상이 펭귄이거든요
 
 
펭수는 자신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라는 것을 꾸준히 말하는데 다른 방송들에 게스트로 출연하면 펭수에게 꼭 여자친구 있냐, 아빠 직업은 뭐냐, 이런 식으로  '정상 4인 가족'의 틀에서 질문을 하더라고요
 
굉장히 못된 관성이에요. '정상'이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잘못된 말이잖아요. 그러면 4인 가족이 아니면, 편부모 가정이면 비정상인가요? 아니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그렇게 취급했거든요
이제는 어떤 것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더 많아졌어요. 펭수가 자신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고 한 얘기가 애드립이었다면, 그 부분을 편집했겠지만 그걸 그대로 살렸거든요. 그건 처음부터 젠더 뉴트럴이 의도된 설정이었다는 의미죠. 그리고 그런 펭수를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남성과 여성을 관성적으로 구분하고 차별하는 문화에 대해서 불편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요
안티 꼰대와 마찬가지로, 젠더 뉴트럴 이슈도 펭수가 만들고 한국 사회가 받아들인 것이 아니고, 한국 사회가 그 이슈들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무르익었을 때 펭수가 등장한 거예요. 펭수 제작진들이 타이밍을 굉장히 잘 잡은 거죠
 
 
저는 젠더 뉴트럴이나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태도) 같은 이슈들이 아직은 일부 선도적인 집단 내에서만 받아들여지는 가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팽수를 통해서 이런 이슈들이 대중적으로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걸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더 널리 퍼진 가치라는 걸 확인할 수도 있었어요
 
펭수를 가장 좋아하는 2030 세대에게는 아주 보편적인 이슈들이죠. 물론 이보다 좀 더 높은 연령대에서는 '낯선 이슈가 쉽게 받아들여졌네?' 그런 느낌일 수 있지만요.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40, 50, 60대에서도 이런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거에요. 함부로 외모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안된다, 함부로 위아래 나누면 안 된다, 어리다고 쉽게 반말하면 안된다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를 바라는 거죠
 
 
펭수의 나이는 10살인데요. 펭수가 10살 이라는 것이 펭수가 여러가지 이슈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방패가 되기도 했지만 언제까지나 10살에 머무르는 것도 캐릭터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펭수를 10살로 한 것은 초기 콘텐츠의 방향이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10살 펭수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이 생기겠죠. 펭수는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현실에 나와서 실시간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도 하는, 연예인 같은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그렇다면 펭수도 사람처럼 매년 나이를 먹어야겠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10살로 멈춘 것 같아요
 
하지만 펭수 나이를 10살로 멈췄다고 해서 계속해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수는 없어요. 가수가 계속 신곡을 내고 배우가 계속 새로운 작품을 찍는 것처럼 펭수도 새로운 메시지를 계속 만들어내야 해요
지금까지 펭수가 인기를 얻었던 것은 안티 꼰대, 젠더 뉴트럴, 보디 포지티브, 이런 트렌드 화두들을 소비했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 소비하던 트렌드 화두를 계속 다루면서 다음 트렌드 화두를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그런 것 없이 지금 이 상태에서 멈춘다면 인기가 오래 갈 수 없겠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책 제목인 『펭수의 시대』에서 '펭수'를 빼고 읽으시는 분 자신의 이름을 넣어도 좋아요. 펭수는 가상의 존재지만 실존의 세계, 실존의 트렌드를 살아가고 실존의 메시지를 말하잖아요? 그러니까 펭수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어요. 책 속의 펭수를 통해서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발견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이 책은 어떤 사회 현상, 문화 현상을 트렌드로 해석한 것인데요. 펭수에 대해서 ', 펭수가 인기가 많구나' 정도로 흘려보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걸 멈춰 놓고 뜯어보면서, 이 이슈 뒤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거죠. 펭수 말고도 각자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펭수의 시대』가 전개한 방식으로 더 깊이 파헤쳐보는 것도 좋고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펭수의 <!HS>시대<!HE> [경제/경영]  펭수의 시대
김용섭 | 비즈니스북스
20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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