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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더글라스 케네디 “다른 것은 멋진 것”

  • 등록일2020.03.18
  • 조회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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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은 강렬하고 뜨겁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치밀한 구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토리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더글러스 케네디의 신작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는 좀 다르다. 기존 작품들이 강렬한 원색으로 그려진 그림이라면, 이번 소설은 수채화 같은 느낌이다.  따스한 색감의 투명한 색들이 겹쳐지고 번져서 만들어낸 새로운 이미지 같다.

11살 소녀 오로르를 사람들은 자폐아 혹은 장애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로르는 그저 조금 다를 뿐이다. 아니 ‘특별하다’고 해야할까. 오로르는 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신비한 힘을 가진 오로르 캐릭터에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개인적인 경험이 들어가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아들 맥스가 다섯 살 때 자폐 스펙트럼 안에 있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맥스가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했지만, 스물 여섯이 된 맥스는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외부의 도움 없이 혼자 살아가며 공연 사진가로 멋지게 활동하고 있다고. 그런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더글러스 케네디는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멋진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소설,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에 대해서 더글라스 케네디와 이메일을 통해 나눈 이야기.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들이 강렬하고 뜨거운 어른의 세계를 그렸다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11살 소녀의 세계를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소설인데,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 사이에 있는 11세 소녀의 시선을 통해 성인과 청소년의 세계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 소녀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자신이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죠. 나는 늘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데, ‘아이들은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적은 적이 있어요. 이 소설은 그 메모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오로르는 모든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마주하는 두려움과 고민들을 다 볼 수 있죠.
 
 
주인공인 오로르는 '특별한' 아이인데요누군가는 오로르를 자폐아나 장애인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오로르의 주변 사람들도, 그리고 작가님도 오로르를 '자폐아'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던데요. 자폐아에 대한 일반적인 묘사와는 상당히 다른 방법으로 오로르의 특별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로르는 말을 하지 않는 자폐증을 앓고 있습니다. 말은 못 하지만 항상 태블릿을 가지고 다니며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써서 전달하죠. 게다가 글도 빨리 써요! 태블릿으로 유창하게 대화합니다. 오로르는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죠. 게다가 마법 같은 능력이 있어요. 눈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요! 세상 사람 모두가 각자의 문제와 싸우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오로르는 잘 알고 있어요. 이런 면에서 보면 오로르는 소설가와 비슷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면에 있는 사연들에 매혹되고, 11살 소녀의 방식으로 인간 조건에 대해서 깊이 걱정합니다. 나는 무릇 소설가란 약간 자폐적이라고 자주 말해 왔습니다. 오로르는 제 자신이죠!
 
 
오로르의 마법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건데요.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마법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눈을 정말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오로르의 이런 특별한 능력을 설정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아주 좋은 질문이네요! 제 심리치료사가 저한테 이런 말을 한 적 있어요. 타인에게 공감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은 큰 고민에 놓인 사람을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요. 저는 소설 속에서 인물의 성격을 구축할 때 늘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이 인물의 병적인 측면은 무엇일까? 왜 이 인물은 겁을 먹고 있으며, 왜 잠을 못 이루는가? 타인들의 문제에 공감하는 것이 소설가한테는 가장 중요한 작업 도구죠. 제 아들 맥스가 타인들 한테 아주 비판적일 때 제가 이런 말을 들려줬어요. “판단하지 마라. 이해해라.”

Illustration  2019 by Joann Sfar 
 
오로르의 가족은 남들이 보면 불행한 가족이에요. 부모님들은 이혼해서 떨어져 살고, 언니와 엄마는 사소한 일로 매일 투닥거리고, 오로르는 남들과 다르고요. 하지만 실제 오로르 가족들을 보면, 불행하지 않아요. 서로 미워하지도 않고요. 좀 다른 형태의 가족이지만 그 안에는 서로 사랑이 있고요. 오로르의 가족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현대적인 가족의 모습이라면 어떤 것이었나요?
 
제 아버지와 어머니는 늘 심하게 싸웠습니다. 제 첫 결혼이 깨졌을 때에는 끔찍하고 볼썽사나운 이혼 과정을 겪었어요. 그래서 오로르의 부모는 이혼을 했고, 이로 인해 상처받고 약해지긴 했어도 서로에게 화내거나 적대적이지는 않게 그리고 싶었어요. 오로르의 부모는 서로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한때 사랑하고 아이들을 낳은 사람들인 만큼 결혼 생활이 깨어진 것에 조용히 후회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 다 각자의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삶의 문제에 당황하고 있죠.
이건 저한테도 중요했어요. 부모와 형제자매가 각자 자신의 문제로 힘들 때도 있으며, 그건 절대로 아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고 싶었죠. 저는 성장기 때 부모가 심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며 자랐어요. 그리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저한테 제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말했죠. (지금 돌아보면 아주 미성숙한 태도였어요.) 그런 경험이 저한테는 나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제 소설 어디에나 있는 죄책감의 씨가 됐죠. (그렇지만 죄책감을 제 소설들에서 잘 이용할 수 있었죠!) 그래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제가 아버지로서 제 아이들을 키울 때 아주 확실하게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었어요. 다른 사람의 불행은 네 잘못이 아니라고. 이건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확고하게 전달하고 싶은 말이죠.
 
 
오로르 뿐만 아니라 수학을 잘하지만 몸이 큰 루시, 괴물 나라의  정원사 마무드, 거인 팡타그뤼엘 같은 인물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남들과는 다른 존재들이에요. 소설 속에서 이런 '다른' 존재들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학교와 사회는 집단에 잘 어울리고 인기 많고 규율을 잘 따르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항상 그래 왔죠. 저는 학교에서 괴짜로 통했습니다. 급우들한테 괴롭힘을 당했어요. 제 아이들도 그랬죠. 제가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다른 것은 멋지다. 왜 우리 사회는 평범한 것에 목을 매지?
평범한 삶? 집어치워.
 
 
놀이공원 괴물나라에 대한 묘사가 재미있었는데요. 팡타그뤼엘이나 콰지모토 같은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이 등장하는 놀이공원이라니 굉장히 신선하고 유쾌했어요. 괴물나라에 이런 유명한 문학작품들을 등장시킨 이유가 있나요?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일러스트레이터인 조안 스파르한테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의 아이디어를 설명할 때였어요. 오로르가 어머니와 언니와 놀이동산에 가는 상황을 설명하는데, 조안 스파르가 이러더군요. ‘괴물들을 그리고 싶어요.’ 그때 ‘괴물나라’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런데 저는 문학을 하는 사람이니까 ‘괴물나라’를 문학 속의 괴물들로 채우고 싶었죠! 호머, 라블레, 빅토르 위고 등등의 작가들 작품 속 괴물들요! 문학 작품 속 괴물들을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교육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되죠. 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이야기에 주요한 문학 작품들을 넣는 것은 저도 아주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였어요!
 

Illustration  2019 by Joann Sfar

오로르가 현실(힘든 세상)과 참깨 세상을 오갈 수 있는 설정도 좋았어요. 참깨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누구나 머릿속에 다른 세상을 품고 있지 않나요? 지금 살고 있는 현실보다 훨씬 살기 편한 다른 세상요. 아무 문제도 없고 하늘은 늘 푸르고 모든 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평행우주의 삶을 꿈꾸지 않나요? 그런 생각으로 오로르의 참깨 세상을 만들었어요. 부모는 이혼하지 않았고, 다 함께 파리에 살고 있고, 오로르는 말도 할 수 있으며 친한 친구 오브가 있는 세상이죠. 누구나 자신만의 참깨 세상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참깨 세상은 힘든 세상보다 훨씬 밝고 즐겁고 편안하지만 오로르는 참깨 세상에만 머무르는 것을 선택하지 않아요. 힘든 세상에서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고, 또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더 편하고 즐거운 세상이 있지만 힘든 세상을 선택한다는 것이 오로르의 진짜 용기인 것 같아요. '용기'에 대한 이야기도 작품 속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았어요. 오로르의 용기, 사실을 말한 수잔의 용기, 친구들을 용서한 루시의 용기, 이런 용기의 이야기요
 
삶은 마법 같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죠. 누구나 각자의 문제로 힘겹게 싸우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끔찍할 수도 있죠. 그래도 우리는 주위에서 멋진 일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게 이 소설의 기본 주제입니다. 네, 용서도 중요하죠. ‘용서’는 제가 독자들에게 은근히 전달하고자 한 교훈이기도 해요. 자신한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면, 계속 독이 쌓인 상태로 살아가게 됩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용서는 공감이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좋은 인생을 살아가려면 용서하는 연습이 꼭 필요합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일러스트레이터 조안 스파르와의 협업 때문인데요. 조안 스파르와는 어떻게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작업 과정에서 즐거웠던 점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조안 스파르는 천재입니다. 아주 재미있고 독창적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파리에 있는 카페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저한테 이러더군요. “자, 줄거리를 들려주세요.” 제가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조안 스파르는 스케치를 시작했어요. 이 멋진 협동 작업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정한 규칙은 단순합니다. 제가 글을 쓰고, 조안 스파르가 그림을 그린다. 그게 우리 작업 방법이죠! 처음부터 서로 신뢰가 있었어요. 조안이 저한테 요청한 게 있어요. 인물이나 장소를 저의 시각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건 피해 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 제안을 존중했어요. 그리고 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조안이 만들어 낸 세상의 모습에 감탄하고 깊이 매혹됐습니다. 조안이 오로르를 그리기 전까지는 저도 오로르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을 못 했어요. 조안이 그린 오로르를 보자마자 저는 ‘바로 이 아이야!’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뛰어나고 휴머니즘에 입각한 세계관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작업할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어린 친구들부터 성인까지 거의 전 연령대의 독자들이 읽어도 좋을 책인데요. 그래도 특별히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작품을 처음 읽게 될지 모를 어린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살아가는 것은 커다란 모험이에요. 그런 한편,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힘든 일이 계속 생기죠. 살면서 겪을 어려운 일들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리고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이 나 혼자라는 잘못된 생각에 빠지지 마세요. 모두가, 모두가 어려운 일을 겪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매일 경이로운 일과 아름다운 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한국의 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도 여러분의 팬입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제공_밝은세상
 
 
 
 
마음을 <!HS>읽는<!HE> 아이 오로르 [소설]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더글라스 케네디 | 밝은세상
20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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