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영역

목록보기

『독의 꽃』최수철 “독이 약으로 승화되는 순간, 독은 꽃이 될 수 있습니다”

  • 등록일2019.11.26
  • 조회 1800
트위터 페이스북
벌에 쏘이면 우리 몸은 벌침의 독에 대한 항체를 만든다. 이 항체를 잘 관리하면 인체의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잘못 다루면 벌침의 독에 몸 속의 항체가 즉각 반응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쇼크에 이를 수 있다. 독이 약이 되고, 약이 독이 되는 것이다.  
 
2019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최수철 작가의 『독의 꽃』은 몸 속에 독을 지니고 태어나 그 독을 점점 키우다 결국 독과 약을 동시에 품고 죽음에 이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과 약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 여기의 문제를 현실적인 인물과 이야기로 다루는 최근 한국 소설의 흐름 속에서,  가득한 상징과 비유를 통해서 인간 심리를 분석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독의 꽃』은 독창적이면서도 소설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5년 만에 신작 『독의 꽃』을 출간한 최수철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
 
 
소설 전체를 통해서 '' 가지는 의미와 상징을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탐구하고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 '' 되고 '' '' 되는 뫼비우스 같은 관계가 소설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소설로 쓰게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소설도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다양한 요소를 작품에 담아내는 ‘총체적 소설’ 쓰기를 목표로 삼아 왔습니다. 그러기 위해 소설을 구상할 가장 먼저 에너지가 강한 좋은 소재를 찾는 힘을 기울였지요. 제게서 좋은 소재란, 우리의 구체적인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고, 이야기성이 풍부하면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깊은 원광석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하여 리얼리티와 상징성을 동시에 가지는 소재가 선택되면, 소재가 제게 들려주는 갖가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지금까지 저는 ‘페스트’, ‘침대’, ‘의자’를 중심 소재로 하는 장편소설을 발표했고, 이번에는 ‘독’이 뒤를 잇게 되었습니다.
 
 
독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함께 독이 가지는 수많은 상징들이 풍부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관련한 자료 조사나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일단 중심소재가 결정되면, 다음 작업은 무엇보다도 자료조사를 치밀하게 하는 것이지요. 문헌과 인터넷 문서들을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독과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도 빠트리지 않았지요. 하지만 어려운 점은 자료 수집 자체가 아니라, 방대한 자료의 바다에서 어떤 것들을 선별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서로 엮는가 하는 것이지요. 과정에서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등장인물들 또한 다른 인물들에게 독이 되었다가 약이 되었다가, 오염시켰다 정화시켰다 하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관계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하게 되기에 사람 자체에 대해서 선악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물들의 설정에서 서로 간에 미치는 영향 관계들을 설계하면서 특별히 신경을 부분이 있다면요?
 
독이라는 중심소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독’ 자체입니다. ‘독’이라는 인물이 다시 여러 인물로 분화되는 거예요. 달리 말해서 소설 인물들은 독이 가지는 여러 가지 속성을 반영합니다.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서 다시 통합되면서 우리 삶에서 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의 메시지가 전해지는 것이지요.
 
 
소설 전체는 '' '조몽구' 이야기를 정리해서 다시 들려주는 액자구조의 형식입니다. ''라는 다른 화자가 등장하며 조몽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 것은 어떤 이유인가요?
 
이러한 방식은 이를테면 ‘낯설게 하기 기법’이라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소설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대신, 주체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거지요. 왜냐하면 이야기가 명의 화자에 의해 이중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에요. 아울러 그만큼 작가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나갈 있게 되지요.
 
 
소설을 읽으면서 독과 , 선과 , 성과 , 생과 , 그런 대립 관계들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인간 내면뿐만 아니라 사회의 문제도 독과 약의 관계로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사회에서 독과 약은 어떻게 나타날 있을까요?
 
소설 속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은 사랑을 만나면 약이 되고 원한을 만나면 독이 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것은 등장인물의 말일 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원한을 만나도 약으로 만들 있는 가능성을 잃으면 되겠지요. 아마 원한도 약으로 만드는 바로 진정한 사랑이겠지요. 점이 소설의 주제의식입니다. 처음 소설의 제목으로 떠올린 것은 ‘독은 없다’였습니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독은 없고 사랑만 있을 뿐인데, 때로 사랑 중에서 어떤 부분을 독으로 여길 따름이라는 뜻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작품은 인물들의 몸과 마음속에서 지상의 모든 독이 서서히 약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있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상징과 지식들이 빼곡하게 들어가 있는 소설이지만, 굉장히 읽히고, 소설적으로 '재미있다!' 생각을 계속 하면서 읽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소설이 담고 있는 여러 가지를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같습니다. 서술 방식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에서 중점을 것은, 독자들 스스로 우리 삶에서 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여 스스로 결론을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었지요. 소설 속에서 독과 관련된 상황이나 사건들이 모순과 반어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도 때문입니다.
 
 
제목인독의 보들레르의악의 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독의 이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은 악한 혹은 악마들의 꽃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반대로 구체적인 것이든 심리적인 것이든 우리 삶에서 ‘악’으로 규정되는 것들도 사실은 ‘세상’과 ‘인간’을 구성하는 중요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의미지요. 그렇듯 역설적인 의미를 가지는 표현이 제게 무척 닿았고, 곧바로 ‘독의 꽃’이라는 제목을 떠올리게 했어요. 사실 지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나름의 독을 품고 있어요. 생존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독이지요. 하지만 또한 그들은 서로 화해하고 공존하지요. 이때 독은 약으로 승화되고, 순간 ‘독’은 ‘꽃’이 있습니다.
 
 
문학이 가진 매력 하나인 풍부한 상징의 세계를 다시 발견한 기분입니다. 문학에서 리얼리티와 상징은 모두 중요한 요소인데 최근에는 '리얼리티' 쪽으로 너무 치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독자들도 '상징'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독자들에게 문학 '상징' 즐기면서 읽을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실 것이 있을까요?
 
무척 중요한 지적입니다. 우리의 삶은 개의 바퀴로 굴러가는데, 한쪽 바퀴가 리얼리티이고 다른 바퀴가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얼리티가 상징을 받쳐주고, 상징이 리얼리티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우리 각자는 나날의 일상에서 매 순간 살아감의 의미를 지향하게 되는데, 의미를 찾을 있는 열쇠가 바로 상징입니다. 말하자면 상징은 일상적 리얼리티 속에 들어 있는 숨겨진 영혼이라고 있지요. 수수께끼를 푸는 기분으로 ‘상징’을 읽으면 자기도 모르게 즐길 있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함께 웃는 기분으로 말씀드리지요. 이 책은 결코 우리에게 독이 아닙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약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진정한 제목은 ‘약의 꽃’입니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은 약이라는 이름의 꽃입니다. 감사합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독의 <!HS>꽃<!HE> [소설]  독의
최수철 | 작가정신
2019.05.14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작가와의 만남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