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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탕 꺾어져 붕괴 직전에 놓인 사람들에게 ”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손아람 작가

  • 등록일2018.08.14
  • 조회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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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의 꿈을 향해 달리다 한 바탕 꺾어져 붕괴 직전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작가 손아람이 그랬다. 그는 1998년 한국 힙합의 태동기에 친구들과 그룹 '진실의 말소된 페이지'를 결성했다. 이후 속사포 랩을 구사하는 래퍼' 손전도사'로 이름을 꽤 날리며 국내 힙합 1세대인 조PD, Ra. D, 태완, UMC, MC 메타 등과 대중음악의 격동기를 보냈다. 그래, 말 그대로 격동기였다. 특유의 랩으로 많은 호응을 얻으며 힙한 신에서 주목받은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는 결성한지 5년만에 해체된다. 20대 청춘들이 이루고자 했던 꿈은 또 다른이에겐 돈벌이고 성공을 위한 더러운 발판이었다.
 
음악을 그만둘 때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고백하는 손아람 작가는 그 처절한 경험담을 기록으로 담아냈고,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를 출간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책의 개정판이 나왔다. 그의 청춘과 다시 마주하게 된 기분은 어떨까? 작가 손아람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10년만에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의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소감이 어떤지요.

 
영광스러운 일이죠. 10년 전에 나온 책이 절판되지 않은 것도 고마운 일인데, 새로 개정판이 나오게 됐으니까요.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는 제가 습작을 해서 쓰게 된 첫 번째 소설인데요. 이 소설을 쓰게 된 시점이 2005년이에요. 그때 썼던 이야기가 10년을 넘게 살아남고, 개정판까지 나와 인터뷰를 하게 되다니 참 놀라운 일이에요. 특히 이 소설은 그동안 제가 썼던 다른 글과는 많이 달라요. 그래서 더 부끄럽네요.

 

다른 글과 많이 달라 부끄럽다는 건,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서 그렇다는 건가요?

 

네 그렇죠(웃음). 제 스스로가 ‘내가 작가다’라고 인식하고 썼다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했을 글쓰기를 한 작품이에요. 예를 들면 소설 속에 실명으로 ‘나’를 등장시킨 것이 그렇죠. 그 인물이 실제로 저와 완전히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많은 혼동을 줬어요.  보통 작가들은 자기 자신을 소설에 등장시키지 않거든요. 자기의 사생활이나 배경들을 소설의 장치로 쓰지 않아요. 그래서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가 글을 쓰게 된다면 실명의 사람을 등장시켜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견이나 오해가 생기게 글을 쓰진 않을 거에요. 그게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신 이게 장단점이 있더라고요. 오히려 내가 작가라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걸 시도해볼 수 있었달까요. 그래서 이 글을 보면 자꾸 부끄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이렇게 자유롭게 순수하고 재미있게 쓸 때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는 약간 애증이 있는 작품이에요.


 

책 속의 주인공 손아람의 상황이 작가님과 다를지라도 그 당시 느꼈던 감정들은 진실되게 다가오던데요.  

 

그럼요. 저에 대한 사실 관계가 틀릴 뿐이지 그 당시 제가 느꼈던 좌절, 아픔, 경험은 그대로 녹아있죠. 그걸 기록하기 위해 쓴 책이니까요.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가 해체되면서 제일 억울했던 게 뭐였냐면요. 단지 음악을 그만두게 되는 게 아니었어요. 내가 지금까지 생생하게 겪었던 경험, 느낌이 한순간에 단절되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 순간을 나중에라도 추억할 수 있게 기록하고 싶었어요. 그 당시에 내가 뭘 했고, 무엇을 봤는지를. 나 혼자만 기억하는 일들, 신기하고 재미있고 흥분했던 감정들이 사라지는 게 너무 억울하더라고요. 그럼 내가 잊지 않게 기록해야겠다. 그게 동기였죠.

 

작가님은 부끄러운 작품이라고 하셨지만, 개정판까지 나오게 된 데에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끄는 작품이기에 가능했던 것 아닐까요?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게 무슨 문학적 가치가 있어서 이 책이 개정판까지 나왔다고 생각하진 않고요. 여러 가지가 있겠죠. 초창기 힙합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가치도 있을 거고요. 지금은 힙합이 전성기지만 제가 처음에 시작했을  때만 해도 대한민국 전체에 총 20팀 정도가 있을까 말까 한 정도였으니까. 독자층도 다른 소설과 이 소설은 좀 달라요. 청소년 분들이 많이 봐주더라고요.

 

개정판을 내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실 책을 볼 때 제가 보기에 너무 부끄러운 부분이 많았는데요. 주변에 평론가나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해보면, 자기 첫 책이 부끄럽지 않은 작가는 없다 그러시더라고요. 근데 그렇다고 너무 다 뜯어고치는 건 싫었어요. 그렇게 개정판을 내는 건 의미가 없는 거고, 제가 지금 와서 보기에 도저히 눈뜨고 못 보겠다 싶은 부분만 고쳤어요. 그리고 제가 처음에 이 책을 쓰면서 들었던 생각이 ‘화장실에 갈때 가볍게 들고 가서 읽을 수 있는 글을 쓰자.’ 였는데요. 이게 본능적인 배변의 쾌감과 이어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편안한 곳에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자는 마음으로 썼어요. 제가 화장실을 갈 때 항상 책을 들고 가는데 그때 즐거운 소설을 골라 들고 가게 되더라고요. 나도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고, 이 책을 그렇게 되었으면 해요.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던데 대본 작업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너무 저의 이야기라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해도 미련 없고요. 저도 각본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이 소설이 다른 매체로 넘어갔을 때 그 매체에 맞는 방식의 가공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저는 지금 주로 정치, 사회적인 주제를 담은 글을 많이 쓰는데요. 이 소설만큼은 제가 쓴 글 중 유일하게 그런 부담이 없었던 책이에요. 사람들이 이 글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으니 그 즐거움을 최대화할 수 있는 작가가 썼으면 좋겠어요.

 

래퍼 손아람에서 작가 손아람으로 서기까지 어떤 것이 가장 큰 동력이 됐나요?

 

랩의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작가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랩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빨려 들어가기 좋은 장르거든요.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니까. 저도 그래서 빨려 들어갔고, 그게 매력이었어요. 비트 위에 내 목소리로 내 생각을 입히는 일.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죠. 그래서 랩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작가가 될 자질을 가진 친구들이 많이 보여요. 사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힙합이란 문화를 경험하지 않고 처음부터 작가가 됐다면 어땠을지요. 처음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덤벼들었다면 저도 등단하기 위해, 문학상을 타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겠죠. 작가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정통한 길을 가는 것. 근데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건 문학에 대한 태도가 진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이제 막 꿈이 좌절되어 지친 친구들이 보면 와 닿을 책일거 같아요.

 

저는 다른 분야에서 한바탕 꺾이고 붕괴 직전의 있는 사람들을 보면 늘 이 이야기를 해줘요. 그 좋아하던 랩을 못 하게 됐을 때 세상이 무너진 줄 알았어요. 내 세상은 끝났구나, 생각했죠. 랩을 비록 4~5년밖에 하진 않았지만 20대 초반이면 인생의 4분의 1 정도를 쏟아부은 시간이잖아요. 내가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우려했던 어른들의 말들이 막 떠올랐어요. 그들이 정말 맞았던 걸까? 내 꿈이 부정당한 거니까요. 사실은 아닌데. 그게 아닌데. 오히려 회복이 안될 거 같고 모든 것이 끝날 것 같던 그 시기에 처절하게 느꼈던 그 좌절감과 아픔이 오히려 다른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원동력이 되어줬어요. 다시 시작할 자산이 된 거죠. 제가 꼭 작가가 안되었더라도 그건 꼭 필요한 경험이었을 거예요. 일단 내가 무언가를 하면서 희열을 느낀 순간을 되짚어봤어요. 전 제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 가장 희열을 느꼈어요.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요?

 

전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대해 항상 갈증이 있는데요. 제가 주로 쓰는 글들은 사회적인 글쓰기, 정치 사회를 담은 이야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그 두 가지를 적절하게 녹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봐요. 제가 판타지나 SF소설을 쓰더라도 내가 본 우리 세계의 구조가 유기적으로 숨어있는 문제들을 잘 풀어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저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부끄러운 부분,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 작품은 거의 다 읽으셨는데 이 책을 읽지 않으신 분이 계신다면 그 분은 저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셨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를 완전하게 아시려면 이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웃음)

 

 

 

┃ 김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sujin2017@kyobobook.co.kr

 
진실이 <!HS>말소된<!HE> 페이지 [소설]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손아람 | 들녘
2018.05.31 (초판 2008년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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