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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과 나 사이에 존중을 넣는 것”『당신과 나 사이』김혜남

  • 등록일2018.03.23
  • 조회 3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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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모든 문제의 90%는 인간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당신과 나 사이'가 때로는 너무 멀어서 외롭고 때로는 너무 가까워서 숨막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 관계 다 필요 없어!'하며 혼자 살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인간 관계의  거리다.
최근 10년 만에 인간관계 심리학을 다룬 『당신과 나 사이』를 출간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 정신분석의 김혜남에게 적절한 인간 관계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세이가 아닌 심리학 교양서로는 정말 오랜만에 나온 책입니다.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이시라 집필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투병중이기에 쓸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전에는 주위에 사람이 늘 많았는데 병원 문을 닫고 치료에 전념한 뒤로 나를 찾아오거나 연락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병으로 인해 걷는 것조차 불편해서 남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일들이 늘었죠. 그제야 늘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내가 건성으로 대했거나 의례적으로 대했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그 중에는 스쳐 지나갈 인연들도 있었지만 붙잡았어야 할 소중한 인연들도 있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나는 그것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했던 실수들을 사람들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들로 고민을 합니다. 인간관계란 게 항상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라는 건 그 어떤 것보다 더 깊고 치유가 어렵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아예 혼자 있는 게 더 좋다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인간관계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상처가 왜 생길까요? 상처는 우리가 그만큼 무언가를 절실히 원하기 때문에 받는 것입니다. 즉 상대방에게 원하는 게 없고, 기대하는 게 없으면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만큼 친밀한 관계를 그리워하고 기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인간관계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것이죠. 관계를 단절하면 일시적으로는 신경을 쓰지 않아 좋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곧 관계에서 얻어지는 행복 또한 포기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은 서로 부딪치며 살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무인도에 가는 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 한 관계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이죠. 그렇게 본다면 관계를 단절하고 싶어하는 것은 결국 문제를 회피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제를 풀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죠.
 
책에서는 '거리 두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인간관계에서 '거리를 둔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정 없다, 냉정하다, 무시한다, 이런 반응이 많은데요. 책에서 이야기한, 인간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를 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말하는 거리는 상대방과 나 사이에 존중을 넣는 것입니다. 이때 존중은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를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고치려고 들지 않는 것입니다. 즉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지 않고 그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죠. 그처럼 내가 상대방을 함부로 휘두르려고 하지 않듯 상대방도 나에게 그럴 권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것도 거리를 두는 것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서로 덜 상처 주면서 살고 싶다면, 관계로 인해 더 이상 괴롭지 않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반드시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둘 사이에 간격이 있다는 것은 결코 서운해할 일이 아닙니다. 그것이 얼마나 서로를 자유롭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지는 경험해보면 바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거리가 없는' '끈끈한' 그래서 '일심동체'인 상태를 이상적인 인간관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결국 ''는 혼자이고 상대도 '혼자'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혼자인 나와 혼자인 다른 사람이 함께 살아가야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만 합니다. 결혼을 해도 외롭고 결혼을 안 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랑해도 그와 내가 하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때에 따라서는 내가 서운하고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이 서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인간의 한계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기대고 싶어하는 의존 욕구만큼이나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은 독립 욕구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인간관계를 통해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며 그로 인해 행복해지고 싶어하지만 그렇다고 관계 때문에 남과 다른 나의 정체성이나 독립성이 침해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죠. 그러므로 너무 가까워서 서로 상처 주지 않고, 너무 멀어서 외롭지 않은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한국사회에서는 ''를 독립적인 개인으로 보는 게 익숙하지 않고 항상 자식, 부모, 직장에서의 직위, 그런 관계 속의 '역할'로 자신을 규정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의 관계에 더 집착하고 더 의존적이 되는 것 같고요. 독립적인 개인으로 나를 규정하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들이 필요할까요?
한국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공유하고 집단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아들, 우리 사위, 우리 선생님, 우리 남편이라고 말하지 내 아들, 내 남편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요. 그래서 누군가 집단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못 견뎌 하거나 두려워하고, 독립적인 사람들을 배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단이 모든 걸 결정해준다고 생각하면 개인의 삶은 무기력하고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독립적인 개인으로 당당하게 서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그 어떤 관계든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은 없으며,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무리 부모가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서로 만나는 것이지 아이가 부모의 것은 될 수 없습니다. 상사와 부하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상사라도 부하를 함부로 할 권리는 없습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역할이 주어집니다. 회사에서 주어진 역할 말고도 딸 노릇, 엄마 노릇, 아내 노릇, 선배 노릇, 사람 노릇 등 해야 할 일이 많죠. 그런데 어느 누구도 그 역할을 모두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다고 자책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역할을 다 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나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존중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SNS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쉽게 관계를 맺을 수가 있지만 그렇게 맺은 인간관계의 그림자도 짙습니다. 팔로워 수가 많다고 그 사람들과 모두 소통하는 것도 아니고, SNS 상에서의 대화가 다소 피상적이기도 하고요. SNS시대의 인간 관계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SNS의 진실한 만남이 이루어지기 힘든 장소입니다. 그곳에선 내 진짜 모습을 감출 수도 있고, 상대방 또한 그럴 수 있죠. ‘셀카를 찍어 올리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진 중에 아주 잘 나온 사진만 골라서 SNS에 올리잖아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최대한 포장해서 올린 다음 그들의 관심을 기다리는 것이죠. 그리고 SNS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언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20%밖에 안 되는데 SNS에는 그 20%인 언어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의 진심과 상관없이 내가 읽고 싶은 대로 읽게 되는 것이죠. 반대로 내 진심 또한 상대방이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한계들을 먼저 이해하고 SNS에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모든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입니다. 스쳐가는 만남이든, 오랫동안 이어지는 만남이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팔로워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진정성 있게 대화를 나누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 SNS에서의 인간관계도 훨씬 풍요로워지고 인간 본연의 외로움도 달랠 수 있습니다.
 
관계의 유형에 따라서 적절한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가족이나 연인, 친구, 그리고 직장 동료와는 각각 적절한 거리가 있다고요. 그런 각 인간관계 마다의 적절한 거리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면 무엇일까요?
직장에서 가족이나 친구 같은 아주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직장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 들어간 곳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들어간 곳입니다.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친근감이나 유대감, 협동심 등이 싹트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쟁 체제라는 기본적인 현실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둉료나 선후배와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결국은 서로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또 평가하고 평가당하는 사이입니다. 그러므로 직장에서 가족이나 친구 같은 가까운 관계를 기대하면 안 되죠.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 사이에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며 모든 비밀을 털어놓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친구 관계는 물론 가까운 관계이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어야 옳습니다. 이렇든 모든 관계에는 한계가 있고 그 특성에 따라 지켜야 할 거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이해하고 서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면 관계 때문에 덜 힘들 수 있고, 오히려 관계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모든 관계의 목표를 가족처럼 아주 가깝고 친밀해지는 것으로 잡아선 안 되며, 오히려 적절한 거리를 파악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가장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잖아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관계에 대한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요?
서로 잘 알고 있으면 오히려 서로의 약점을 잘 알기 때문에 상처를 더 많이 줄 수 있습니다. 관계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안 좋을 때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독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죠.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말이나 행동으로 가까운 사람의 가슴에 비수를 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물론 모든 관계에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죠.
 
 
최근에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조언 간단히 부탁드려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완벽해서 자신을 사랑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세상에 완벽한 람은 없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여도 누구나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뭔가를 잘해야만, 더 노력해서 성공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홉 가지를 잘하고도 한 가지가 부족하면 그 한 가지를 떠올리면서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라며 자책합니다. 그들은 남들에게 너그럽듯 자신에게도 조금만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있는 그대로의 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나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아무리 초라하고 보잘것없다 해도 그래, 그게 바로 나다. 어쩔래(so, it’s me)”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약점을 들켜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보잘것없는 삶이라도 자기 인생을 소중히 여기기에 낯설고 험한 길이라도 마다 않고 당당하게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 챕터에서, 지금까지 작가님께 영향을 주었던 인간관계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하셨는데, 긍정적 영향을 준 사람뿐만 아니라 괴롭혔던 직장 상사, 갈등을 일으켰던 사람들도 함께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그런 부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과 인간관계들도 작가님에게 소중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마흔 살까지만 해도 내가 잘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된 것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까짓것 세상 사람들의 도움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나는 그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착각한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돌이켜보니 내 곁에는 늘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단지 늘 그들에게 주기만 하고 받은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들을 쓸모 없다고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알고 보니 나는 받은 게 더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도 어찌 보면 고마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사람처럼 살기 싫어서, 혹은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나를 채찍질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느 순간 이 정도면 됐지 뭐하며 게을러지거나 타협하며 중도에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나는 누군가의 사랑과 믿음을 먹고 자랐고, 누군가의 질투와 시기 혹은 모욕을 받으며 강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사람이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나에게 해 준 것도 없는 그들이 자꾸만 무엇을 바랄 때는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기적으로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을 볼 때는 인간관계 자체가 신물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지긋지긋한 인간관계가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고, 지금의 당신이 되었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염려 덕분에 오늘도 살아갈 힘을 냅니다. 당신 곁에도 힘들 때 말없이 어깨를 빌려 주는 사람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당신도 나처럼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에게 투정을 좀 부리면 어떤가요. 어차피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게 인생입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사진제공_메이븐 출판사
 
 
당신과 <!HS>나<!HE> 사이 [인문]  당신과 사이
김혜남 | 메이븐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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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viana
  • 아주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 멀어질수 있다. 정말 공감 합니다~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
  • 2018/03/2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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