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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제3도시』 정명섭

  • 등록일2017.07.03
  • 조회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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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 잡지 기자의 입을 빌려 경성의 설렁탕 맛집을 논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개성공단의 밀실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소설가. 정명섭은 그동안 우리에게는 낯선 시간과 공간들을 오가면서, 독특한 결의 추리/역사소설들을 선보였다. 
동시에 그는 종이책과 eBook 그리고 연재 플랫폼을 넘나들면서, 소설이 독자에게 닿을 수 있는 영역들을 스스로 넓혀가는 작가이기도 하다. 장편소설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은행나무)으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수상 받는 등, 소설 원작의 영상화에서도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통한다.
여름 햇살이 넘실거리던 날, 종이책과 eBook으로 각각 새롭게 선보인 그의 소설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10권이 넘는 책에 저자, 공저자로 참여하셨습니다. 그동안 숨가쁘게 글을 써오셨을 것 같습니다.
글 쓰고 교정보고 답사하고 자료 정리하고, 사람 만나고 강의하고 글 쓰는 일의 반복입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강의가 좀 늘어나서 이래저래 준비 중입니다. 요즘은 한국기원 소속의 바둑 국가대표팀을 대상으로 역사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는 주로 도서관과 학교에서 강의를 많이 진행하고 있죠.
 
자칭, 타칭으로 출판계의 다이소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역사, 추리 분야에서는 소설과 인문서를 오가면서,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때부터 썼던 별명입니다. 당시 피칭 행사에서 관계자 분들의 반응이 워낙 폭발(?)적이어서 계속해서 밀고 있습니다. (웃음) 물론 여러 장르 중에서도, 역사와 추리 분야는 제가 특별히 애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글도 쓰고 있지만, 추리소설가로 시작했던 그때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구요. 역사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는데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공부하는 중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야기를 하셨으니, 출판의 영상화나 최근의 OSMU트렌드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작가가 글을 쓰고, 편집자가 책을 낸다는 것은 세상과 동떨어지게 살고 싶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관점에서 봤을 때, 출판의 영상화는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이죠.  특히 출판 시장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고, 거기에 대한 돌파구가 필요하죠. 저는 그 돌파구가 영상화와 웹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활자는 어쨌든 평면이고 영상은 입체적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쓴 활자 속의 인물들이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될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한국 OSMU 시장은 스릴러와 역사 관련 원작이 인기가 많은데, 유달리 ‘장르’적인 성격의 원작은 환영을 못 받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르소설은 한정된 성향의 독자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고, 영화는 수많은 대중들과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특히 SF 같이, 접근성이 높은 장르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죠.
가끔은 이곳에 있다 보면 유령이 되는 기분이야. 북한 사람들이 우리가 눈에 안 보이는 것처럼 대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북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없어야 되는 존재지.” _ 『제3도시』
 
지난 5, 교보문고 스토리업을 통해서 eBook으로 출간된 『제3도시』도 ‘개성공단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사일 도발 등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경색되고 있는 남북관계 속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작품을 쓰기 전, 우연찮게 개성공단을 만들었다고 주장하시는 분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까 개성공단에는 블랙박스와 CCTV를 설치할 수 없고, 휴대폰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사실 그 3가지 요소는 추리소설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거든요. (웃음) 거기다가 북한 땅이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서 일을 한다는 이중적이고도 경계적인 의미가 확 와닿았습니다. 어떤 곳보다 새로운 무대에서 써내려가고 싶었습니다.
 
『제3도시』는 북한을 다룬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나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일종의 ‘중립 지대’에서 벌어지는 남북 간의 긴장과 화해를 그린 스토리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자가 꿈 같은 환상성을, 후자가 지독한 현실성을 담고 있다면, 『제3도시』는 ‘가까운 환상이자, 멀고 먼 현실’인 개성공단의 양면성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 증후군이라는 증상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에만 들어가면 불면증과 두통, 호흡곤란 증세가 발생하는 건데, 그곳에서 벗어나면 증상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만큼 개성공단 내의 긴장감이 상당히 컸다는 얘기인데요. 반면에 북한 사람들과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게 되면서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는 기록도 있어요. 어찌되면 상반되는 양면의 기록을 보면서, 저 또한 미묘한 감정을 가졌습니다.
 
개성공단의 ‘치맥’ 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강민규에게 원종대 사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될 거야.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작품 속에서 종종  ‘보통 사람’ 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시는 편입니다. 『제3도시』에서도 국정원과 호위총국으로 대변되는 체제나 이념에 대한 일말의 거부감을 드러내셨습니다.
제 작품에서는 형사나 경찰, 혹은 군인이 주인공으로 잘 나오지 않습니다. 제복과 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구요. 무엇보다, 슈퍼맨이나 정의로운 능력자보다는 보통 사람들이 역경과 난관을 딛고 사건을 해결하는, 언더독의 이야기를 더 선호합니다.
 

“이 땅에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만 있는 줄 아십니까? 99퍼센트는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이란 말입니다._ 『별세계 사건부』 中
 
최근 근대 정탐소설 『별세계 사건부』(시공사)도 출간하셨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별세계 사건부』는 1926, 조선총독부 완공 직전 벌어진 의문의 토막 살인과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 정탐소설은 추리소설의 예전 명칭입니다. 최초의 추리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쌍옥적』이 정탐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죠. 이후에 탐정소설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추리소설로 정착되었습니다. 시대적 배경이 정탐소설이 나오던 때라서 이 용어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작가들이 근대사와 추리를 결합한 소설들을 내놓았습니다. 작가님 역시 근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많이 쓰셨는데,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점을 귀띔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별세계 사건부』를 비롯한 제 작품의 특징은, 그 시대를 직접 들여다 본 것 같은 현실감입니다. 사실 다른 부분보다, 그러한 디테일에 더 많은 역량을 기울였는데요.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옷을 입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별세계 사건부』의 주인공 류경호 기자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보면, 마치 당대 경성을 느릿하게 걷는 ‘모던 보이’가 된 것 같은 묘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제는 피맛골조차 사라진 종로이지만, YMCA건물이나 종로경찰서처럼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지명을 발견할 때는 반갑기도 했구요.
많은 분들이 마치 실제 경성을 걷는 것 같다고 하셨죠. 사실, 저는 작품 안에서의 동선을 짤 때 는 실제 지도를 가져다 놓고 씁니다. 어디에서부터 어디로 가면 어떤 길을 가고, 가다가 어떤 건물이나 장소와 마주칠지를 계속 고민하면서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정 장소를 소설 속에 다룰 때는, 실제로 그 곳을 꼭 걸어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길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SNS 상에서 동료 작가들의 신간을 탐독하실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피드백을 해주시는 편입니다.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으신 소설은 무엇이 있습니까?
교보문고 스토리를 통해서 함께 출간된 인호정 작가의 『혜윤군과 김 종사관의 탐문야사』 라는 소설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개인적으로 닥터링을 하느라 더 꼼꼼하게 본 것도 있지만, 젊은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깔끔하고 부드럽게 넘어가서 깜짝 놀랐죠. 다음 작품을 쓰고 있다는데 얼른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작품과 분투하고 있는 많은 예비 소설가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는 첫 번째 글을 엑셀에 썼습니다. 첫 책은 너무 안 팔려서 마지막 책이 될 뻔 했죠. 그 후에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죠.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당신에게도 기회가 올 겁니다. 포기하지 말고, 항상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이혁주 (교보문고 스토리사업팀)
이동규 (교보문고 스토리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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