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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수의 새빨간 거짓말

  • 2010.01.04
  • 조회 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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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영화배우 류승수에게 기대를 품고 싶었다. 최근에 낸 자기계발서 『나같은 배우 되지마』(라이프맵)를 봐도 알 수 있듯, 그는 무척 진지한 편이다. 가끔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했을 때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마트 매니저로 카메오 출연했던 그의 웃음기를 믿고 싶었다.

당최 뭔 소리냐면, 그 영화에서의 모습이 퍽 재미있었던 나머지 그에게 남모를 유머 DNA가 숨어있을 거라고 철썩 같이 믿어왔단 말이다. 그래서 인터뷰하던 날, 그 웃음의 뇌관을 건드려 보겠다는 참 건설적이지 않은 작당을 했다.
 
 아마도 평범한 우리가 행하는 배우에 대한 오해란 바로 이런 거 아닐까. 원하는 모습만 선택해 배우에게 그 모습을 바라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성을 내기도 하는. 류승수는 철부지 기자의 기대에웃음만큼 진지하고 어려운 것은 없다고 설파함으로써 주위를 환기시켰다.
 
 어쩌면 이다지도 고지식하고 쇼맨십을 부리지 않는 배우란 말인가. 류승수가 입은 새빨간 니트처럼 기자의 두 볼이 빨개졌다. 하지만 오랜 믿음 중 하나는 글쟁이는 본래 뻥쟁이고, 배우는 본디 거짓말쟁이라는 거다.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선,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불쑥 내밀던 그가 실은 진솔한 풍의 인터뷰 자세를 보인 것뿐이라고 스스로를 세뇌라도 시켜야 할 것 같다. 솔직한 그의 모습에 내 믿음을 내던지지 않으려면.


 
 
배우가 쓴 자기계발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럴 거다. 애를 하나 낳은 듯한 느낌이다. 무명 배우일 때, 10년 전에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올해에 시작하게 됐다. 그 과정이 이렇게 힘들고 고될 줄은 몰랐다. 막상 벌리고 보니까, 정말아차싶은데 마무리는 잘 해야 되니까.(웃음) 
 
그런 영화도 있지 않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라고. 이 책 만드는 게 내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이 책 쓰느라 그 동안 일을 못해서, 경제적으로 상당히 힘들었지만 마음은 풍성했다.(웃음)
 
 그럼 이 책을 10년 전에 기획한 거?
그렇게 됐다. 내가 대학 때 연기를 전공했지만, 배우가 되니까 막상 달랐다. 이론적인 거 말고 현장의 살아 있는 경험이 실린 서적을 읽고 싶더라. 근데 그런 책이 없었다. 그래서 촬영이 끝나고 돌아오면 직접 부딪혀서 느끼는 깨달음을 꼭꼭 메모해 두었다. 그게 쌓이다 보니 10년이 흘렀다. 지금 배우를 꿈꾸는 분들이 나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이 책을 썼다.
 
10년 간의 메모를 정리해서 엮는 데는 얼마나 걸렸나?
올해 4월부터 시작해서 한 7개월 정도 걸렸다. 다른 일은 전혀 못하고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면서 오로지 이 일에만 매진했다. 사실 책이라는 건 자기 만족이고, 책을 쓰면 오랫동안 남지 않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길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돈을 많이 벌면 뭐하나. 오랫동안 남는 게 아닌데. 하지만 예술가로서 작품들이 오랫동안 남는 게 보람인 것 같다.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여타의 연예인 책과 구별된다. 새로 찍은 이미지컷 대신 기존 스틸컷만 사용한 것, 그리고 직접, 꽤 두꺼운 책을 쓴 것.  
새로 찍은 사진은 없다. 내 매니저가 기록을 좋아한다.(웃음) 스틸 사진을 꼭꼭 찍는다. 원고는 추리고 추린 게 이만큼이다.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담다 보니.(웃음)
 
제목이 인상적이다. 『나같은 배우 되지 마』라니, 반어법인가?
반어법은 절대 아니다.(웃음) 컴퓨터로 글을 쓰다 보면 폴더 제목을 지어야 하지 않나. 아무 생각 없이 탁 떠오른 말이나 같은 배우 되지 마였다. 가제로 붙였는데, 어떻게 제목이 됐다. 모니터링 하면 사람들이 다들 제목이 이게 뭐냐고 했는데. 가장 솔직하게 와 닿는 제목이어서.
 
  
나 자신을 사랑하세요
 
 이제 배우 인생 10년 차다. 뭘 얻고, 뭘 잃은 거 같나?
많은 분들이 나를 알아 보는 수준의 인지도를 얻은 것 같고, 잃은 건 자유로움. 그 동안 난 조금 착각을 하며 살았다. 내가 한 작품 잘 해서 유명해지면 로또 당첨된 것처럼, 부자가 되겠지, 하면서. 인지도가 좀 생기니까 품위 유지비도 만만치 않게 든다. 밥집도, 옷집도 아무데나 못 간다.
 
이 책 정리하면서 일을 못했다.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다 보니까 현실이 보이더라. 연예계에도 화려한 사람은 몇 명뿐이다. 그 외에 수 만 명이 화려하지 않다. 최근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파산 신청하지 않았나. 착각 속에 살았기 때문일 거다. 연예인이란 직업이 착각하기 쉬운 직업인 것 같다. 절대 착각해선 안 된다. 그럼 힘들다 
 
웃음을 준 연기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의 감초 연기를 잊을 수 없다. 코믹한 연기, 정말 좋았다.
고맙다. 재미는 거 좋아하나 보다.(웃음) 나는 진지하게 나온 것도, 코믹하게 나온 것도 있어서 사람들이 날 재미난 배우다,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코믹 연기를 했다고 해서 사람도 코믹한 건 아니다.
 
배우가 웃음을 선사할 때는 어떤 누구보다도 진지해야 한다. 코믹 연기라는 건 사실 없다. 배우가 개인기로 영화에서 웃음을 주려고 하면 진정성이 없다. 사실 웃지도 않을 거다. 그런 연기는 두 번 보면 재미가 없다. 하지만 정말 우스꽝스럽고 코믹한 상황 속에서 배우가 그 상황에 빠져서 진지하게 연기를 할 때 진짜 웃음을 뽑을 수 있다. 웃기려고 하면 이미 그 수가 보이는 거다.
 
 
 

<종합병원 2> 이후에 이 책 쓰는 데 집중했다. 연기 안 할 땐 뭐하고 지내나?
 집에서? 그게 궁금하면 한번 나를 따라다녀 보시라.(웃음) 그러면 일상을 정말 재미없게 사는 구나, 싶을 거다. 술도 안 먹고. 한 오후 1시에 일어난다. 하루가 짧아야 돼. 재미없게 사는 사람들은.(웃음)
 
씼고 나가면 2, 밥을 먹는다. 점심 점 저녁. 차를 한 잔하고, 6시 된다. 친구랑 저녁 먹고 밤에 집에 들어 온다 TV를 좀 시청하고, 영화를 본다. 쭉 보면 새벽 1, 2시가 된다. 그리고 인터넷을 한다. 4시까지 기사와 뉴스를 보고 잔다. 잠이 안 오면 책도 보고, 6시까지? 다시 오후 1시에 일어나고.
 
취미 생활은 안 하나?
원래 바이크를 좋아한다. 또 음악 배우는 것도 좋아한다. 연습실 가서 연습하고. 요즘은 드럼 연습을 한다. 학원, 집에서 연습하고. 집에 드럼도 사놓았거든. 지난 12 21일에 방영한 MBC 놀러와에서 내가 드럼을 쳤다. 공연장 가면 기타 소리 웽 나거나 베이스 소리 두둥둥둥 해도, 드럼소리가 들리면 흥분하기 시작하더라고, 내가. 그 흥분을 느끼고 싶어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2009
년은 배우로서, 개인으로서 어떤 한 해였나?
나는 그 동안 나 자신을 되게 몰랐던 것 같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니까 초라해 보였다. 안쓰럽고. 그 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면서 지내온 것 같은 데 정작 나 자신을 사랑해 본 기억이 없는 거다. 그 동안 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행복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였다. 돈도 차도 행복이 되지 않는다. 행복은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 같다.
 
차기작 계획은?
책 쓰면서 잠깐 짬을 내서 영화 한 편을 찍었다. 단독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다. 그 영화가 봄쯤 소박하게 개봉할 예정이다. 제목은 가제고 신인 감독의 저예산 영화다. 다음 작품은 선별하고 있는 데 영화로 인사드릴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무릎팍 도사 버전으로 묻겠다. 배우 류승수의 꿈은 뭔가?
나는 아직 배우로서 인정 받는다는 생각을 많이 못해 봤다. 여태껏 시상식에 초대돼 상 받아 본 적이 없다. 물론 상을 받아야 꼭 인정받는 건 아니지만, 배우로서는 레드 카펫을 밟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이 책 내용처럼 열심히, 창조적으로 해야지.
 
_ 유지영 (교보문고 북뉴스) 영상_ 윤태진 (교보문고 북뉴스) 
 

[시/에세이] 나같은 배우 되지마
류승수 | 라이프맵
200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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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xkim84
  • 이 책을 읽고나서 이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류승수씨라는 배우,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깊이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일에 열정과 철학을 가지고 임하시는 모습이 많은 걸 느끼게 해주네요.^^
  • 2010/02/15 00:24
  • ol**esucks
  • 솔직함이 느껴지는 인터뷰네요 얼렁뚱땅흥신소에서 인상적이었는뎅
  • 2010/01/13 22:47
  • ds**jm
  • 정말 독특한 매력 개성적인 느낌의 책입니다.. 더욱더 많은 활약 부탁드립니다..
  • 2010/01/11 20:56
  • im**ky
  • 제목부터 특이한 책이네요^^ 스타들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TV에선 보여지지 않는 모습들이 책을 통해 보여주어서 흥미롭네요!
  • 2010/01/10 22:48
  • jc**86
  • 몇 년 전에 배우 류승수씨를 씨네 21에서 인터뷰 한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네요. 인상 깊게 읽었던 내용이 생계를 위해 배우 지망생들을 가르쳤고, 같이 작업한 배우들의 말들을 기록해서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인터뷰어가 그걸 묶어서 책으로 내지 않겠냐는 질문을 했었는데, 그 결과물을 드디어 보게 되는군요. 한결같다는 말이 어울리는 배우 류승수, 아니 작가 류승수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2010/01/10 19:24
  • ni**nina
  • 정말 특이한 책인데요. 예전에 영화에 관한 책을 찾아서 읽었는데 책도 별로 없었지만 내용이 전부 이론과 영화를 시대별로 나열하고 그렀는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별로 없었어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같아요. 전문분야에 관한 책이 별로 없고 너무 이론적이고 설명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책들이 많죠. 그런면에서 나같은 배우 되지마는 기대가 되네요. 영화나 연기를 하거나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쉽게 설명한 실용적인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2010/01/10 18:33
  • kn**15
  • 행복은 "나 지신을 사랑하는거"라고 말하는 배우 류승수의 삶의 철학이 많이 담겨져 있을것 같네요... 10년동안 준비하여 출간했다고 하니 배우생활 못지않게 작품활동도 틈틈히 하고 있었군요... 유명한 스타만이 최고는 아니라고 봅니다. 평소 웃음을 주는 진솔한 연기자라고 느꼈었는데 책까지 출간했다고 하니 다시한번 관심이 가네요... 이왕 책까지 펴냈으니 연기와 더불어 작품활동도 승승장구 하시길 바라며, 독자들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랍니다.
  • 2010/01/10 15:35
  • pr**ise61
  • 유승수씨의 진솔하고 진실한 삶의 이야기들이 벌써 부터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연기파 배우인 유승수씨를 참 좋아했었는데. 이렇게 에세이까지 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꼭 사서 읽어볼께요, 왠지 감동 받을 꺼 같네요
  • 2010/01/10 14:36
  • we**y
  • 책이 나온다는 소식은 매스컴을 통해서 듣었는데, 드디어 출간되었네요. 적지않은 시간동안 책을 만들어 낸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합니다.
  • 2010/01/10 11:43
  • ir**2010
  • 류승수 님의 도서 재미있겠네요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재미있게 잘 보았어요 곁에서 응원할게요 화이팅
  • 2010/01/0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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