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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손원평 “당신의 작은 시도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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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작가의 『튜브』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를 추천해달라는, 지금 자신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너무나 필요하다는 글”(작가의 말)을 읽고 쓰기 시작한 소설이다. 소설에 담긴 이야기는. 그러나 일반적인 성공담, 재기담과는 방향이 다르다. 소설 속 남자,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사업을 벌이고 말아먹기를 반복해온 김성곤 안드레아가 다시 자신의 삶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한 번의 각성과 변신이 아닌 지난한 변화의 시도가, 한 번의 최종적인 성공이 아닌 계속적인 경계와 노력으로 꾸려가는 긴 시간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크던 작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를 변화시키는 일은 결국 나만이 해낼 수 있기에 외롭다. 하지만 주변에서 나의 변화를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다면 한 걸음이라도 더 가 볼 수 있다. 변화와 회복을 위해 달리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응원과 같은 책, 『튜브』 손원평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를 전한다.
 

 
책 뒤 '작가의 말'에 쓴, 튜브를 쓰기 시작한 이유가 흥미로웠어요.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고 한 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데,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가 어떤 것이 있지?' 생각해보니까 막상 떠오르는 이야기가 없더라고요.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라는 것이 작가님에게 기억에 남은 이유가 있었나요?
 
실패한 사람이 성공한 이야기보단,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나도 듣고 싶은 이야기이자, 내가 겪어서 잘 아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과거 한창 습작을 하고 시나리오를 쓸 때 정말 막막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어요.
그 실패의 경험이 반복되고 길어지면서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의심하게 되면서 점점 침잠되더라고요.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언젠가 이 터널의 끝에 뭔가 있다고 상상하고 다시 해보는 수밖에 없었어요. 솔직히 다시 떠올리기 싫을 만큼 끔찍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경험으로, 꼭 이런 이야기를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중심 인물인 김성곤 안드레아는, '중년의 실패한 가장' 그 자체인데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말아먹고 거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 사업을 벌이다 또 망하고, 자기연민에만 빠져서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은 가족과 멀어지고요. 전형적인 '중년의 실패한 가장'인 김성곤을 작가님은 어떤 마음으로 들여다봤는지 궁금하네요. 자칫하면 독자들에게도 비호감 적립이 될 인물인데, 김성곤 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면서 어떤 부분을 특별히 더 신경썼나요?
 
사실 저는 편안한 마음으로 썼는데, 따지고 보면 김성곤 안드레아의 존재 자체가 현재 한국문학에서 도전인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여성화자가 아닌데다 문학의 주 소비층인 여성 독자가 공감하기에는 소설 초반의 김성곤은 좀 난해한 지점이 있죠.
그런데 이 인물은 이 이야기를 처음 생각했던 순간 저절로 떠올랐어요. 『아몬드』의 윤재가 자연스럽게 16세의 소년이어야 했던 것처럼 이 이야기의 주인공도 50 전후의 남자였어야만 했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요. 특별히 독자가 성곤을 좋아하게끔 노력한 건 없어요. 그저 평범한 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싶었어요.
현실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사람일지라도 작품 속에서는 공감하고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게 문학이 가진 힘이라고 믿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올바른 인물만 소설에 들어간다면 그건 문학의 의미와 확장성을 너무 좁게 본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늘 하기 때문입니다.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제각기 다 매력과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문학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세상에 여러 가지 답이 있다는 걸 제시한다는 면에서 인간의 초상화를 그리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리는 여타 인물들과 똑같이, 김성곤도 결함과 단점, 매력과 의지를 지닌 평범한 다시 말하면 살아 있는 인물로 그리려고 했을 뿐입니다.
 
 
'변하고 싶다'는 마음은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김성곤은 아주 작고 단순한 변화, '좋은 자세를 갖겠다'만을 추구하는데요. 큰 목표나 체계적인 계획이 아닌, 이런 작고 단순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교훈에는, 혹시 작가님의 체험, 경험도 들어있을까요?
 
저는 긴 실패의 시간을 거치면서 점점 억울한 마음을 품게 됐는데, 그때 잔뜩 꼬인 마음으로 자주 생각했던 건 성공과 승패라는 게 너무 얄궂다는 거였어요.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도 달렸지만 힘을 가진 자의 취향에 맞아야성공의 열쇠를 거머쥘 수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나쁜 생각에 집중하고 있으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나니까 에너지를 얼른 전환시켜야겠다는 생각도 자주 했어요. 어차피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그렇다면 내가 해서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거라고 해봐야겠다, 라는 식으로 생각을 돌렸죠.
 
어쩌면 무너지지 않기 위한 작은 근육을 키웠던 것일 수도 있고요. 좀 웃긴 예인데, 그때 했던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1년 가까이, 하루에 5분씩 어학공부를 다섯 종류 한 적도 있어요. 제 집중력이 매우 짧고 또 오래 공부하긴 싫어서 딱 5분씩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 책을 읽었어요. 어학에 별 목적도 없고 쓰면서 공부하긴 또 귀찮아서 그냥 설렁설렁 5분씩 채운다는 생각으로 5개국어를 중얼거리듯 매일매일 도합 25분씩 읽었는데 놀랍게도 그 5분이 쌓이다보니 어느새 아주 기본적인 회화 정도는 알아들을 만한 수준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운동도 정말 싫어하는데,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정말 최소의 노력으로 다리 들기를 매일 했어요. 원래 제가 두 다리를 뻗으면 아주 약간 길이 차이가 났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다리를 뻗었더니 두 발이 딱 맞게 붙어 있는 거예요. 그때 정말 큰 교훈을 얻었던 것 같아요. 나 스스로 해서 이룰 수 있는 걸 이뤄보면 보람은 있겠구나, 하는……
 
근데 등단하고 전부 그만둬서 그 이후 허리랑 자세 다시 엉망 되고 언어도 뭐 다 까먹은 것 같아요. 하하. 그래도 그때 저를 지탱했던 작은 힘으로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뜻대로 안 되는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 그 자리에서 잠깐 주저앉아 운 후에, 자기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아주 작은 거라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누구나 하는 추천이지만 저도 운동과 공부. 그 두 가지를 가장 추천합니다. 몸과 머리에 뭐라도 쌓일 테니까요. 제가 경험으로 보증합니다!
 

 
소설에서 '변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변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저도 그런 마음이 있으니까요.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어차피 안 바뀔텐데 뭐' 이런 마음이요. 그런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힘이 되는 것이 타인의 '응원'이더라고요. '응원의 힘'을 작가님은 믿으시나요?
 
위로응원응원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해요. 개인적인 얘기지만, 괜찮다는 위로를 받으면 약간 더 푸념하게 되고 징징거리면서 시간이 지나면 더 가라앉게 되더라고요. 변한 게 없으니 또다시 타인에게서 위로를 바라고,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그러다 보면 오히려 더 나약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 스스로 하기로 한 일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서 응원한다라는 말을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 불끈 쥐게 되게 되지 않나요? 응원해주는 사람도 응원을 받는 사람도 조금 더 에너지가 쌓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응원은 아무나 받을 수 없어요. 가만히 멈춰 서서 토닥토닥 위로를 받은 다음 단계, 다시 나아가려 할 때 받아야 하는 게 응원이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응원 받을 거리가 없잖아요. 자기 힘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할 때만 받을 수 있는 게 응원이니까. 그런 면에서,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뭔가를 시도하거나 계획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다는 면에서 저는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응원합니다!라는 말을요.
 
 
김성곤의 변화 행보가, 순탄하지는 않아요.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도 어렵고, 지속적으로 변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쉽지 않고, 답도 안 보이고 자신감도 떨어지는데도 계속 노력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고요. 보통 '확신이 없는데도 계속 해야하나?'라는 의문을 갖게될 때 포기하기가 쉽고 흑화되기도 쉽잖아요.
그런데 저는 김성곤이 글렌 굴드를 만나기 전, 지푸라기 프로젝트로 소소하게 만족과 행복을 느낄 때, 계속 투자를 거절당할 때, 인간으로서 가장 호감이더라고요. 아직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던 때인데, 왜 이때의 김성곤은 단단하고 안정적이고 호감으로 느껴지는 걸까요?
 
그전보다 충만한 자기 자신으로 일어서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기 자신이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눈치채면, 내면에서부터 자신감이 차오를 것 같아요. 자기 안의 널뛰는 감정에만 집중했던 과거와 다르게, 오히려 실패의 한중간을 묵묵히 걷는 스스로를 관조하고 그 자체를 향해 박수쳐 주는 여유. 그런 걸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보통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것에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튜브에서는 다시 일어난 김성곤을 또 다시 바닥으로 떨어뜨려요.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요. 이런 두 번의 추락이 필요한 이유가 있었나요?
 
추락이 필요했다기보다는, 이 사람의 삶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너무 자명하고 뻔한 결과였어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난 것과, 감당할 수 없는 성공을 갑자기 거머쥔 건 다른 얘기죠. 사실, 갑작스러운 성공이 더 큰 추락으로 이어지는 건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훨씬 자주 보이는, 흔하다 못해 정답 같은 진행입니다.
그리고 작가로서 바라보기에도 이런 식의 커다란 성공을 이룬 김성곤은 반드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삶이 그런 것 같아요. 감당할 수 없는 걸 갑자기 받아들고 거기 취해서 여기저기 조명을 받는 사람치고, 구설에 오르지 않는 사람이 없죠. 구설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실패보증수표인 거고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엄청난 성찰과 겸손이 필요하죠.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누군가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매일같이 목격함에도 현실에서는 왜인지 성찰과 겸손을 겸비하면서 행운을 조심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성곤에게 일어난 일도 자연스러운 인생의 단계에 대해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조건들이 달라진다고 그 사람이 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외적인 조건들은 많이 달라졌지만 규팔은 어린 시절 빵과 포도주를 팔던 야곱과 정확히 같은 사람이었다면, 김성곤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박실영은, 아마 과거의 박실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일거에요. 박실영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들끓는 인생사를 겪은 후에 고요하고 단단한 내면을 가지게 된 사람을 묘사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현실에서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박실영도 애초에 그런 성정을 가졌기에 지금 그런 지혜로운 눈빛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아주 드물게 그런 사람도 어딘가엔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경험과 세월을 겪어내고 끝없는 자기성찰로 내면의 성숙한 평화를 이루어낸 사람들 말이에요.
김성곤은 이미 중년의 남자지만, 그 말은 달리하면 그가 인생의 한중간을 달리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아직은 미성숙한 태도를 보이는 성곤에게 그런 지혜를 나눠줄 멘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소설 속에서 김성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공한 사람'이 되지는 못합니다. 김성곤에게, 그리고 소설 튜브에서 말하는 '성공'이란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튜브』는 성공보다 변화 그 자체에 초점을 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성공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인 요소에 주목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성공이 행복이라는 마음의 성공을 보장해주진 못하죠. 성공의 반대는 실패지만 계속해서 무언가를 시도하는 한, 변화를 향한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이 과정이라고 했을 때 스스로 원하는 바대로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이루어가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의 삶에서 성공을 거둔 인간이 아닐까요.
제가 이 작품에서 그리고 싶었던 성공은, 성장하지 못할 거라 우리가 예단하는 나이대에 있는 한 인간의 성장, 그리고 내면의 성숙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작가로서 좀 더 마음이 가는 그런 인물이 있다면요?
 
글쎄요. 다 비슷하긴 한데 굳이 꼽자면 란희일까요? 란희는 희로애락을 겪고 풍파를 겪고도 기본적으로 시크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품고 있죠. 담담한 노력을 해나가며 인생이라는 파도를 타고 있다는 면에서 멋지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려요.
 
작품과 상관없이 작가로서 독자에게 하고픈 말은 거의 비슷해요. 책이라는 매체로 독자의 시간을 점유한 것이기 때문에, 만약 제 책을 읽은 분이 있다면, 책이 나름의 가치를 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의미든 재미든 독자의 시간을 점유한 값을 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그 바탕엔 감사하다는 마음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고요.
특별히 『튜브』를 보신 분께는, 당신의 작은 시도를 응원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작가의 말에도 쓰여 있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멀리서나마 비밀스럽게 외쳐봅니다. 무언가를 꿈꾸고 그걸 향해 애써보실 계획이시라면, 이왕 마음먹으신 거 힘내보시라고, 응원합니다!라고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제공_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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