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꽤 괜찮은 해피엔딩』이지선

  • 2022.06.14
  • 조회 2462
  • 트위터 페이스북
스물 세 살에 교통사고로 전신 55퍼센트에 3도의 중화상을 입고 40번이 넘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겪고도 삶의 희망에 대해 말하던 사람. 『지선아, 사랑해』의 이지선 작가에게 다시 태어난 두 번째 생일이 생긴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사고가 있었고, 절망이 아닌 희망을 선택했고, 그 후에도 시간은 또 흘러 소소한 일상과 여러 감정들이 오가는 나날들이 이어진다. 이 삶이 한 편의 영화라면, 아직 엔딩 크레딧까지 보기엔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예감할 수 있다. 이 영화, 꽤 괜찮은 해피엔딩일 것 같다고.
『지선아, 사랑해』 이후 10년만에 다시 독자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책, 『꽤 괜찮은 해피엔딩』 이지선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를 전한다.
 

 
『지선아, 사랑해』와 『오늘도 행복합니다』 이후 정말 오랜만에 독자분들과 만나게 되었네요. 작가님이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을까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았을텐데, 그 동안의 근황을 잠시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미국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박사학위 과정을 하면서, 중간중간 수술도 받고, 강연도 하면서 살았고요. 학위 받고는 한동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가르치는 교수로 산 지 6년이 되어갑니다.
 
 
프롤로그에서 쓰셨던, '생존자에서 생활인으로' 넘어가는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문장을 계속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고의 피해자, 생존자 이지선과, 사고와 잘 헤어진, 생활인 이지선은 어떻게 다른가요?
 
책 전체를 아우르는 질문을 하신 것 같은데요. (답을 잘 해야겠네요 ㅎㅎ) 더이상 사고와 화상 상처가 저를 괴롭히지 않는, 요즘 드라마에서 나오는 표현처럼 상처와 흉터로부터 해방된 사람으로 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어려움과 짜증나는 일들도 있지만 또 그런 것들이 있는 것이 생활인 아닐까 싶습니다.
 
 
사고 이후 벌써 20년이 지났는데요. 작가님의 인생에서 많은 것을 바꾸어놓은 그 사고를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도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달라졌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예측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 반갑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일, 꿈에서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바라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이 불행한 일이 내 인생을 망치지 않았음을 발견했어요. 이 불행한 일과 헤어지는 과정 중에 선물처럼 찾아온 좋은 일들이 있었고요. 그렇다고 해서 그 사고가 좋은 일이 될 수는 없지만, 이 나쁜 일을 통해서도 좋은 것을 발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지요. 그래서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바라보게 된 것이고요.
 
 
가장 어두운 시기에 글쓰기가 힘이 되어주었다고요. 글쓰기는 작가님에게 어떻게 힘이 되었나요?
 
글을 쓰려면 생각을 해야 하고 또 과거의 나와 또 현재의 나를 직면해야 하잖아요.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에, 어쩌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상담을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다주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일어난 일과 지금 나의 감정과 생각을 돌아보고 재구성하게 해주었고, 그 과정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책을 쓰고 강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화상 경험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보이지 않던 화상 경험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들이 마냥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나랑 비슷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실감하게 되었거든요
그런 작가님을 보면서 응원을 받았다는 분들도 많지만 또 꼬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을 거예요. 100명 중 한 명이 그런 모습을 보여도 굉장히 속상하고 억울한 건 사실이거든요. 작가님은 그럴 때가 없으셨나요? 그렇다면 그런 속상한 마음을 어떻게 다독였나요?
 
분명 그런 비슷한 일들이 있긴 했던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이 안 나는 것 보면 저는 잊음의 전략을 사용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오해를 받는다는 것은 불쾌하고 싫은 일이지만, 또 너무 마음쓰고 힘들어할 필요도 없는 일 같아요. 저는 제가 가진 한정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쓸데없는 데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데 시간을 쓸래요.
 
 
행복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셨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어떤 도달해야 하는 최종 상태처럼 생각하고 행복하기 위해 애쓰다가 오히려 행복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행복에 대해서, 작가님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요?
 
이번 책에도 썼지만, 오늘은 행복의 조건이지만 내일은 불행의 조건이 될 수도 있는 것에서 행복을 찾지 않고,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과 자주 누릴 수 있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살이로 살아요. 과거에 살지 않고, 또 도달해야 할 어떤 미래를 바라보며 살지도 않고요.
 
 
유학을 결심하고, 또 재활상담을 거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된 이유는 어떤 것인가요?
 
이것도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이기도 하고 이야기가 길어서 책에 한 챕터로 써뒀는데요, 짧게 말씀드리자면 많은 사람의 응원과 도움으로 생존하고 회복하고 성장하면서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돕는 전문가가 되는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유학생활 이야기, 재미있었어요. 기사로만 접했을 때는 작가님이, 저는 도저히 쫓아가기 어려운, 목표를 위해 집중해서 노력하는 사람이겠구나 했는데, '엘에이 쭈구리' 에피소드들을 보면, 너무 제 얘긴데요(웃음).  무언가를 한 가지 해냈다고 그 다음에 모든 것이 자동으로 술술 풀리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유학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그리고 힘든 과정에서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마칠 수 있도록 힘을 주었던 것은 어떤 것들이었는지도 궁금해요
 
아무래도 우리말처럼 다 통하지 않는 답답함이 가장 컸어요. 그래서 왠지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해도 답답한 채로 넘어가야 하는 저 자신을 볼 때 더 쪼그라들더라고요. ㅎㅎ 포기하지 않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제가 뱉은 말과 글이었던 것 같아요. 그걸 기억하는 독자분들과 저를 응원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지금도 여전히내 말과 글이 거짓말이 되지 않는 삶을 살자하며 살아갑니다.
 
 
작가님이 입원 중일 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준 분들의 이야기, 마라톤에 응원나와주신 분에 대한 이야기도 읽으면서, 사람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도움의 기억을 갖게 하는 것이겠구나 싶었어요. 따뜻한 도움의 기억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지금 겪는 스트레스를 이길 힘을 준다고 생각해요. 다른 시선에서 내 상황을 보게 할 힘도 주고, 지금의 힘듦에 함몰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도 만들고요. 그런 다독임이 한 번 다시 일어나볼까하고 생각을 전환시킬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마라톤 완주 이야기 읽으면서, 저는 작가님이 결국 완주를 하실 줄을 몰랐어요! 마라톤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이것도 책에서 길게 이야기할 정도로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요. 한 문장으로 말하면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이 일어난다인 것 같습니다.
 
 
책 속에서 곳곳에서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어요. 개인의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애정과 도움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지지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이 노력해볼 힘조차 없을 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가 있어요. 주변 사람들의 애정과 도움 역시 사회적 지지에 포함되는데요. 그런 지원과 지지, 응원이 결국 개인이 다시 노력해볼 힘을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은 『꽤 괜찮은 해피엔딩』인데요. 아직 이야기는 계속 진행중이지만 작가님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사고를 만나기 전에, 혹은 그 일 이후에 제가 바랐던 해피엔딩의 모습은 아니지만, 인생을 내 뜻대로 흐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꽤 괜찮은 해피엔딩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선아 사랑해』 이후 오랫동안 작가님은 기억하고 기다려주셨던 독자분들에게, 그리고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통해서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독자분들에게 각각 인사 한 마디씩 부탁드려요.
 
오랜 시간동안 기억하고 기다려주시고 새 책 출간을 반가워해주신 독자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기억해주심과 응원이 제 삶의 큰 동력이 됩니다.
저를 처음 알게 된 독자분들, 아마 젊은 세대인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반갑습니다. 이 책이 지나온 시간의 성취담이나 불굴의 의지로 이겨낸 영웅담이 아니라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삶을 살아내는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로, 중간중간 피식-‘ 웃음이 지어지는 그런 이야기로 읽히길 바랍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제공_문학동네
 
 
 
꽤 <!HS>괜찮은<!HE> 해피엔딩 [시/에세이]  괜찮은 해피엔딩
이지선 | 문학동네
2022.04.27
지선아 <!HS>사랑해<!HE> (리커버) [시/에세이]  지선아 사랑해 (리커버)
이지선 | 문학동네
2010.07.07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