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나의 먹이』들개이빨 “조만간 꿔보의 시대가 오게 되어 있어요”

  • 2022.05.13
  • 조회 1143
  • 트위터 페이스북
주말이면 맛집 탐방을 하고 집에서는 유튜브 먹방과 밥친구를 하고 있나요? 집에서 요리를 직접 해 먹는 것을 즐기나요소울 푸드를 먹으며 방울방울 떠오르는 추억들에 잠긴 적이 있나요? 나에게 그리고 지구에게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나요?
 
먹는 것에 대한 인간의 관심과 욕망은 이토록 다채롭다. 하지만 '먹는 것' 위에 덮여진 화려한 치장과 과장된 욕망을 걷어내면 결국 살기 위한 먹기, '먹이'로서의 음식이 있다
위로가 되지 않아도, 쾌락이 되지 않아도, 사회생활의 수단이 되지 않아도 되는, 먹이로서의 음식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꿔보'로 살아갈 수 있다. '꿔보', 그러니까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산다는 것은 이런 거다. 남에게 신경 끄고, 나 자신에게도 신경 끄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되 힘들면 때려치고, 비교하고 돋보이려 애쓰지 않고 그냥 나로서 그 자리에 있기
 
만화 『먹는 존재』 시리즈를 그린 들개이빨의 첫 에세이 『나의 먹이』는 오늘도 최선의 꿔보 라이프를 위해 좋은 먹이를 싸게 확보하기 위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간소한 먹거리 속에서 자기만의 꿔보 라이프를 꾸려나가며 독자를 아주 많이 웃게 만드는 책, 『나의 먹이』 들개이빨 작가와의 인터뷰
  

 
『먹는 존재』 시리즈를 비롯해서 여러 만화를 그려왔고, 『나의 먹이』는 첫 에세이입니다. 만화를 그리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성격이 많이 다른 일인데요
 
예전부터 늘 글을 잘 쓰고 싶었어요. 그 중에서도 에세이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했고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일기도 계속 썼고, 블로그에도 10년 이상 이런저런 잡문들을 계속 올리고 있었어요
글이라는 건 예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 중에서 소위 말해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쟎아요. 적은 공간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고,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내가 쓴 글을 대중에게 확산시킬 수 있고요. 그런 점들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특히 '꿔보'로서는 놓칠 수 없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웃음). 
블로그에 계속 일기를 써온 것은 출판사에게 연락 오기를 기다리며 일종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것인데, 계속 연락이 없다 어떻게 연이 닿아 책을 쓰게 되었네요
 
 
에세이의 주제는 어떻게 정한 건가요
 
출판사 담당자분과 계속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열등감에 대해서 쓰면 어떨까, 그런 얘기를 했어요. 하지만 열등감만 주제로 하면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먹는 존재』도 그렸으니까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제가 가졌던 열등감에 대해 엮어서 이야기하면 좋겠다 생각했죠.
 
 
『나의 먹이』는 '꿔보'의 삶을 살기 위한 전제 조건인 '싸고 좋은 먹이 확보'를 위한 작가님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러면 먼저 '꿔보'란 무엇인가를 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꿔보'란 무엇이며, 어찌하여 꿔보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나요?
 
살면서 여러가지 고통이 오지만 피치 못할 고통, 예를 들면 절대적인 빈곤이나 전쟁, 사고 같은 것을 제외하면 대개의 고통은 내 욕망이 빚어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욕망은 굉장히 큰데 그 충족되지 못한 욕망들이 고통으로 전환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욕망을 최대한 줄이는 것, 더 나가면 그냥 욕망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거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꿔보'는 그렇게 욕망의 스위치를 끌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거기에 적합한 사람이었고요(웃음).
 
저는 음식을 좋아해서 뭔가를 많이 먹는 공상 같은 걸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런 공상을 할 때도 음식이 많아지는 걸 상상하는게 아니라 음식은 그대로 있고 내 몸이 개미만큼 작아져서 음식을 실컷 먹는 상상을 하는 거죠. 상상하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상상을 하는 건지(웃음). 제가 늘 그래요. 가성비를 중시하고 돈을 최대한 안 들이는 쪽으로 생각을 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꿔보'가 나온 것 같아요
 
 
'꿔보'를 캐릭터로 그리기도 했는데요. 꿔보 캐릭터의 탄생 비화 혹은 그리면서 '이 부분이 포인트!'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나요?
 
제 필명도 들개이빨이고, 평소에 개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이런 하얀 개를 낙서처럼 그리다가 '꿔보'의 원안이 나왔어요. 그리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의 유래를 찾아보니까, 연산군에 대한 역모를 꾸미려고 누군가의 집에 모인 신하들이 방구석에서 말없이 듣고 있는 낯선 이를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는데, 그게 알고 보니까 집주인이 옆집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에 누가 갓과 도포를 얹어놓았던 거라는 얘기더라고요.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흰 개에게 갓을 씌웠어요. 갓을 씌워 놓으니까 순두부 같은 애한테 김이 합쳐진 것 같아서 조금 더 마음에 들었어요(웃음). 
 
 
음식에 대한 컨텐츠들은 많지만 요즘 주로 많이 다루는 주제들이라면 미식, 추억의 맛, 혹은 비건이나 건강한 먹거리 같은 것들인데요. 그에 비해서 작가님이 음식을 보는 태도는 좀 결이 달라요. 음식을 '먹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얘기하신 그런 테마들, 그러니까 비건이나 추억의 맛, 건강식, 이런 것들에 저도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제가 워낙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라 '나는 이런 사람이다'하고 말로든 글로든 선언을 하면 그걸 오래 유지 못하고 반대되는 행동을 반드시 하거든요. 그렇지만 음식을 먹이로 보는 시각은 유일하게 평생 유지해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일단 '먹이'라는 말에 들어있는 뉘앙스가, 앞에서 말한 비건이나 건강식 이런 말에 들어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싹 걷혀진, 야생의 그리고 짐승 같은 느낌이거든요. 저는 그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어떤 생명체의 생로병사랑 핏줄로 연결돼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단어라고 할까요. 먹이라는 말이요
 
또 먹이감을 선별하는 그 과정이 너무 재밌다는 생각을 해요. 어떤 음식은 굉장히 맛이 없지만 건강에 좋고 또 어떤 음식은 진짜 맛있는데 건강에는 무지 나쁘고 그렇잖아요. 음식을 이렇게 저렇게 골라 먹으면서 그 사이의 밸런스를 맞춰가는게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해요그래서 이걸 골라서 먹고 저걸 피하고 이걸 먹고 후회하고 그런 일을 평생 질리지 않고 했던 것 같아요(웃음).  
 
 
미식이나 건강식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해서 배만 채우면 되는,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정크푸드를 먹는 것은 또 아니더라고요.  
 
요즘은 정크푸드라고 해도 비싸요. 뭐라도 사 먹으면 그냥 7천원, 8천원이잖아요. 먹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제가 볼 때는 정크푸드 사 먹는 것보다는 콩 한 무더기를 사는게 훨씬 싸요. 콩 한 무더기를 사서 그걸 찌거나 삶아서 먹는게 건강에도 좋고 경제적이기까지 한 걸요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또 신나게 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먹는 것'에 대한 거잖아요. 어디가 맛집이다, 가봤냐, 거기 가면 뭘 어떻게 먹어야 한다, 그런 얘기들이 중요한 대화 소재인지라 음식을 '먹이'로 대하고 음식에 대해서 뭔가 욕망을 추구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많이 먹는 사람이었을 때는 충돌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적게 먹는 사람이 되니까 일차적으로 어르신들의 태클이 엄청나요. 그분들에게는 무조건 많이 먹는게 좋은 거라서 적게 먹는다는 건 있을 수가 없거든요. 특히나 밥하고 김치를 잘 안 먹는다, 그러면 거의 벼락 떨어질 것처럼 얘기하시는게 있죠
 
제 또래 친구들하고 있을 때는 그래도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라서 직접적으로 뭐라고 하지는 않아요. 모든 음식에 소스를 안 뿌린다든지 과자를 전혀 안 먹는다든지 그러면 삶의 재미가 뭐냐는 식으로 핀잔을 주는 정도죠. 다만 굉장히 마음에 걸렸던 건, 제가 적게 먹기 시작하니까 저보다 큰 식욕을 가진 친구가 자기 식욕을 굉장히 수치스러워한 거였어요. 역시 저렇게 먹으니까 살이 빠지지 나는 완전 돼지같구나,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 저도 마음이 좀 그래서, 아니 나는 스트레스 때문에 위장이 안 좋아졌거든, 이런 식으로 변명을 하게 되더라고요. 여자들의 또래 집단 안에서 식욕 많은 게 약간 수치스러운 걸로 여겨지는 그런 것이 읽혀서 마음에 걸렸어요
 
 
꿔보 라이프를 위한 좋은 먹이 찾기는 채소부터 시작을 합니다. 물론 뒤로 가면 피와 기름과 알콜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래도 육식보다는 채식이 꿔보 라이프에 더 적합해 보이네요
 
채식은 여러 가지로 굉장히 편한데 일단 첫 번째가 가격이죠. 그 어떤 고기도 웬만하면 채소보다 비싸잖아요채소는 싸고 칼로리도 낮으니까 마음껏 먹을 수 있고요. 또 편의성이 엄청나요. 고기 요리를 하면 준비부터 설거지까지 여러가지가 굉장히 복잡해지는데 채소는 처리가 굉장히 쉽고요
그리고 책의 다른 주제인 열등감과도 연결이 돼요. 비틀린 비건 같은 사고방식인데, 내가 뭐라고 살아있는 걸 죽여서 먹어야 하나, 그럴 자격이 있나 그런 생각도 하거든요
 
 
유지방에 대한 폭주기관차 같은 사랑(웃음), 이제는 제어가 가능하세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 맛있고 좋아하는 음식을 자제하는 게 사실 쉽지는 않잖아요.  
 
저는 제 욕구를 100% 채우는 것에 대해서…. 좀 수치심이 있는 것 같아요. 욕구를 다 채우면서 살면 안된다는 그런 마음이 있어서 늘 약간 절제하는 쪽으로 갔거든요
유지방은 지금도 엄청 좋아하긴 하는데,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확실히 마흔 넘어서 남의 젖에 집착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이건 아이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은 유지방에 대한 욕구는 덜한데 빵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웃음).  최근에는 맘모스 빵에 미쳐서 엄청나게 사먹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채소, , 계란, 우유, 고구마 같은 식재료들 사이에서 아보카도는 유난히 튀는 존재인데요 (웃음). 아보카도를 왜 사서 모으시는 건가요
 
제가 새로운 식재료에 되게 관심이 많거든요. 언젠가 무슨 외국 드라마를 보는데, 거기서 초록색의 기름진 열매를 사람들이 엄청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저건 뭐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그러다 그게 아보카도인걸 알게 되었고 국내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단 말이죠. 그래서 아보카도를 보는 족족 궁금해서 사 보곤 했죠
 
이 아보카도라는 과일은 익는 과정이 굉장히 극적이에요. 계속 안 익은 상태였다 갑자기 확 익고, 그 다음날에는 못 먹을 만큼 상하고 그렇거든요. 그래서 아보카도 가격은 단기간에 극적으로 올랐다가 뚝 떨어져요. 가격이 뚝 떨어질 때 운이 좋으면 상태가 괜찮은 아보카도를 싸고 많이 먹을 수 있죠(웃음). 그런 짜릿한 스릴과 세일에 집착하는 특성이 맞물려서 아보카도에 집착하고 잔뜩 사게 되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과일 가게에서 아보카도 12개를 3천원에 파는 걸 봤어요. 그럼 한 개당 250원인데, 가격부터가 불길하잖아요?(웃음) 그건 사는게 아니었는데 그걸 또 제가 사 버렸어요. 역시나 그날 집에 가서 아보카도를 까 보니까 100% 다 썩어 있더라고요. 저는 음식쓰레기를 3천원 주고 산 사람이 된 거죠
 
아보카도에 대한 집착을 계속 못 놓을 것 같긴 한데, 아보카도 농사에는 물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서 농장 주변의 주민들이 식수 부족을 겪는다고 하더라고요그렇다면 윤리적 소비를 위해서는 아보카도를 먹으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이미 국내에 수입된 건 먹어야 하지 않을까, 안 먹으면 다 까매져셔 버려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또 얼렁뚱땅 먹고 그러네요
 
 
작가님의 먹이 중에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요?
 
책에서 쓴 거의 모든 음식들을 다 좋아하긴 한데, 그 중에서도 고구마는 진짜 거의 한달 동안 밥 대신 먹었는데도 전혀 안 질리더라고요. 그리고 견과류. 캐슈넛은 진짜 평생 먹을 수 있을 것 같고요
 
 
똑같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좀 질리지 않을까요?
 
가공식을 먹으면 칼로리가 높다보니 확실히 배가 안 꺼지는데, 저처럼 먹으면 늘 굉장히 배가 고프거든요. 그래서 다음 끼니에는 뭐든 다 맛있어요(웃음). 그래서 다 꾸준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만화가 아닌 책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해요
 
진짜 너무 기뻐요. 책을 좋아하는 독자분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고, 자주 만나고 싶고요. 문제는 독자님들도 그렇게 생각해주실지…. (웃음) 가급적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독자 리뷰 중에 '나는 이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하신 분도 있었는데, 그것도 아주 감사했어요(웃음). 
 
 
마지막으로, 꿔보 라이프에 공감하는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감해 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꿔보 라이프가 참 쉽지 않은 삶이에요. 그렇지만 그 삶을 유지하다보면 조만간 우리의 시대가 오게 되어 있어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식량난이라든지 환경문제 때문에 꿔보로 살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냥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시길 기원할게요. 건강하게!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나의 <!HS>먹이<!HE> [시/에세이]  나의 먹이
들개이빨 | 콜라주
2022.03.24
먹는 <!HS>존재<!HE> 1 [만화]  먹는 존재 1
들개이빨 | 애니북스
2014.05.30
먹는 <!HS>존재<!HE> 2 [만화]  먹는 존재 2
들개이빨 | 애니북스
2014.10.16
먹는 <!HS>존재<!HE> 3 [만화]  먹는 존재 3
들개이빨 | 애니북스
2015.07.31
먹는 <!HS>존재<!HE> Season 2 1 [만화]  먹는 존재 Season 2 1
들개이빨 | 애니북스
2017.02.15
먹는 <!HS>존재<!HE> Season 2 2 [만화]  먹는 존재 Season 2 2
들개이빨 | 애니북스
2017.02.15
먹는 <!HS>존재<!HE> Season 2 3 [만화]  먹는 존재 Season 2 3
들개이빨 | 애니북스
2017.11.30
먹는 <!HS>존재<!HE> Season 2 4(완결) [만화]  먹는 존재 Season 2 4(완결)
들개이빨 | 애니북스
2017.11.30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