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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문지혁 “자신만의 다리를 건너고 있는, 당신을 위한 책”

  • 2022.05.04
  • 조회 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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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같은 이름의 인물이 등장하는 자전적 세계관을 건너, SF를 건너, 이민자 소설을 건너, 그렇게 계속 새로운 방향으로 향한다. 그렇게 계속 새로운 다리를 놓고 그 다리를 건너는 경험을 주는 소설가 문지혁이 11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을 펴냈다.
 

 
신간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11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입니다. 그간 소설의 톤이나 방향에 조금씩 변화가 있었어요. 이번 소설집은 그간의 변화를 잘 채워 담았을 것 같은데요. 먼저 소설집 소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1년이라니, 정말 오랜만이네요. 데뷔한 이듬해에 바로 소설집을 묶고 그동안 쭉 장편만 써 와서 그런지 두 번째 소설집이 너무 늦어졌습니다. 소설집 뒤에 덧붙인 창작노트에도 적었지만 처음에는 11년 동안 쓴 모든 소설을 묶었다가, 300매 가량을 덜어내고 여덟 편만 추려 모았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과거에 제가 했던 작업을 기계적으로 모은 것이 아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 책은 SF로 시작해서 이민자 소설로 끝납니다. 물론 그 경계에 있는 이야기들도 있고요. 제목처럼 저 역시 지난 11년간 어떤 종류의 ‘다리’를 건너왔고, 이 책은 바로 그런 다리 위의 기록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죠. 각각의 단편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상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특히 섬세한 서사가 단순히 SF소설로만 포장되기 아쉬울 정도였는데요. 그래서인지 아 이 단편은 장편으로 만나보고 싶다, 긴 호흡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여덟 편의 단편 중, 서사를 덧붙여서 호흡이 긴 장편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글이 있을까요?
 
소설집에 실린 소설 중 「서재」의 경우는 이미 2018년 『비블리온』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로 확장하여 출간되었습니다. 소설집 발간 시점이 늦다보니 결과적으로 책으로 묶인 순서가 뒤바뀐 셈인데요. 「서재」와 『비블리온』 세계관을 공유하는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라는 단편 역시 장편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선 이야기들이 종이책이 금지된 시대에 맞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면,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는 10대의 손녀이자 딸이 여전히 이어지는 디스토피아 속에서 새로운 투쟁과 성장을 경험하는 이야기입니다.
 
 
『초급 한국어』의 등장인물인 ‘나(문지혁)’와 ‘아야’가 소설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에도 다시 등장해요. 「서재」와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는 장편소설 『비블리온』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요. 여러 소설에 존재하는 인물들이지만, 작가님의 또 다른 자아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혹시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을 계획 중이신지, 이 인물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앞으로 제가 발표할 소설들의 한 축을 담당할 오토픽션 세계관이 있습니다. 유학생이자 한국어 강사, 소설가 지망생인 ‘문지혁’을 중심으로 한 이민자 소설들인데요, 『초급 한국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앞으로 계속 인물과 세계를 넓히면서 써나갈 계획입니다. 저와 이름이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소설 밖 실제의 저와 혼동하실 수도 있는데, 어쩌면 그 혼동까지도 이 세계관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는 「서재」, 『비블리온』,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등에서 이어지는 통합세기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 묶지 못한 다른 SF 소설에도 동일하게 적용 중인데요, 이 세계관 역시 계속해서 탐구해볼 생각입니다. 이 인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냐는 질문에는 밀란 쿤데라의 말을 빌려 대답하겠습니다.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은 나 자신의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이다.
 

 
작가님의 소설에는 뜻밖의 재난이나 사건을 겪고 일정한 삶의 궤도에서 튕겨 나간 사람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비슷한 고난을 맞이한 사람들이 이 소설을 어떻게 읽었으면 하시나요?
 
소설이란 행복한 사람의 행복한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필요한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의 우리는 그렇게 살기를 원하지만, 소설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비윤리를 통해 윤리를 발견하고 비극을 통해 희망을 찾는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패턴이 깨지는 순간 우리에게 찾아오는 불행에 관심이 있는데요, 불행이나 재난은 단단해 보이는 우리의 일상이 실은 얼마나 얇고 허약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고난을 당한 사람, 고난을 견디는 사람, 스스로 고난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통해 제 이야기가 각자의 비극을 견디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한 줌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작가님은 SF 소설가인 동시에 이민자 소설을 쓰시고 계시지요. 이 소설집에 담긴 소설들도 두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데요. 이렇게 모아 놓은 여덟 편의 작품 중 특히 마음이 가는 소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경계를 자유롭게 오간다기보다는 경계 근처에 그저 애매하게 서 있는 것 같지만...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애틀랜틱 엔딩」입니다. 창작노트에도 적었듯 여러 번 고친 소설이고, 다 쓴 다음에 소설을 그만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을 고치면서 저는 소설을 쓰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화해하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독자 분들이 「애틀랜틱 엔딩」의 엔딩을 좋아해주신다면 저로서는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독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계신데, 시작하신 계기와 어떻게 영상을 찍고 올리시는 지 일련의 과정들이 궁금해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시는데 그 범위와 깊이가 너무 인상 깊더라고요.
 
유튜브를 시작한지 벌써 햇수로 5년 차인데요, 아직은 구독자가 2,000명이 조금 넘는 작고 귀여운 채널입니다. 21세기의 작가는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문학적 경험을 불특정 다수와 나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시작했고, 친구가 선물해 준 컴팩트 카메라 한 대만 들고 무작정 영상을 찍고 만들었습니다. 그사이 편집 기술이 조금 늘었는데 그래서인지 초기에 찍은 영상들을 보면 너무 부끄러워요. 작년부터는 <먼슬리클래스>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한번 무료 온라인 문학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제한된 정원 탓에 수강 신청을 하지 못해 수업에 들어오지 못하는 학생들과, 시공간의 제약으로 오프라인 강의를 듣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시작한 강의인데 벌써 2년째 하고 있네요. 강의와 원고 때문에 영상을 자주 찍어 올리지 못해 구독자 분들께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남은 올해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차기작도 궁금합니다.
 
『초급 한국어』의 다음 이야기인 『중급 한국어』가 올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초고를 다 썼고 여름에 열심히 고쳐서 가을 즈음에 내려고 합니다. 그밖에 몇 개의 단편을 써야 하고, 유튜브 <보기드문책> 채널도 잘 운영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태어난 둘째를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한 임무입니다.
 
 
교보문고 독자분들에게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를 읽어야하는 이유를 단 한 문장으로 소개하면서 마지막 인사 함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다리를 건너고 있고, 이 책은 바로 그런 당신을 위해 쓰였습니다.
서로를 잇는 다리가 무너진 이 시대에 모두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Stay in peace!
 
 
| 기사 및 사진 제공_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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