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전혜진 “별자리와 같은 여성 수학자들 이야기”

  • 2021.11.29
  • 조회 1153
  • 트위터 페이스북
디지털 사회, 빅데이터 분석, 통계, 컴퓨터, 프로그래밍, 우주탐사, 기타등등. 이미 우리의 일상과 사회, 그리고 미래와 깊이 연결된 수학이지만 어렵다, 복잡하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학의 역사를 잠시 돌아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수학의 개념과 원리가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 그로 이해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는 수학의 역사 속에서 자신만의 성취를 남긴 여성 수학자 29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은 고대 그리스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부터 전장의 통계학자이기도 했던 나이팅게일,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 영수합 서씨, 홍임식 등 한국 수학자까지, 그들이 어떤 꿈을 좇아 수학의 세계에 뛰어들었는지, 그들의 삶과 연구를 통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를 생생하고 흥미롭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의 저자 전혜진 작가와의 인터뷰.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수학자들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하며 수학 지식을 담은 교양서인데요. 수학을 다루는 교양서임에도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어서 마치 영화를 보듯이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을 취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 중에 셔트클리프라는 분이 쓴 『에피소드 과학사』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보다 어렸을 때 어린이 도서관에 갔다가 한 권 짜리로 나온 것을 먼저 읽었는데, 90년대에 네 권인가로 다시 나왔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생각해보면, 우선 그때는 TV의 어린이 방송에 김정흠, 조경철 박사님 같은 과학자들이 자주 나오셨고, SF 만화들도 많이 봤었던 것 같아요. 어린이 신문이나 잡지에도 과학 이야기와 오컬트가 뒤섞인 이야기들(외계인이나 UFO 같은)이 종종 나왔고요. 그런 것을 보다 보니 쉽게 나온 어린이 과학책들도 보게 되고,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읽거나 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관심을 갖게 되곤 했습니다. 다시 말해 과학자들이나 어떤 과학기술을 발명·발견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다룬 재미있는 책은, 흥밋거리에서 지식으로 넘어가는 첫 번째 책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간, SNS에서 종종 보았던 이야기로 “나이팅게일은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망치를 든 천사였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상냥하고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희생적인 간호사가 아니라, 때로는 군 장교들과 맞서 싸웠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는 말하자면 흥미로운 일화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간호사가 천대받던 시대에 그저 헌신적인 간호사가 크림반도에 가서 환자들을 구했다는 것만으로는, 나이팅게일이 지금까지 기억될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이야기를 조금 더 파고들면, 나이팅게일은 원래 상류층 출신으로, 당시의 총리며 장관 등이 아버지와 친구일 정도였어요. 그 아버지는 유럽 전역을 여행하는 ‘그랜드 투어’ 중에 두 딸을 낳았는데, 그래서 딸들이 태어난 지역의 이름을 따서 큰딸은 파시노프, 둘째는 플로렌스라고 이름을 붙였죠. 파시노프는 나폴리의 그리스식 이름이고, 플로렌스는 피렌체입니다.
 
당시 나름 개화된 지식인이었던 나이팅게일의 아버지는 딸들에게 고전과 수학 등 고등 교육을 가르쳤고,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수학이나 통계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그저 한 사람의 헌신적인 간호사가 아니라, 보건 전문가이자 통계학자로서 영국군의, 나아가 영국 전체의 보건행정을 개선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지요.
, 어떤 이유로 사람이 죽는지 통계를 정리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총리나 장관에게 보고해 병원을 짓거나 상수도의 오염을 막는 등 정책을 바꿔나갔습니다. 당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한 이러한 일들은 바로 지금 질병대책본부가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하는 일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이팅게일의 이야기처럼, 어떤 흥미로운 일화를 들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아나가는 과정 사이에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수학자만이 아니라 과학자 혹은 공학자라고 볼 수 있는 여성들도 소개하고 있는데요, 어떤 기준으로 29명의 여성 학자들을 선정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아이작 뉴턴 이전에는, 물리학이나 다른 자연과학들은 모두 수학이나 자연철학의 일부였습니다. 컴퓨터공학이 수학에서 독립되어 나간 것도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변화의 시대에, 여성들은 한발 앞서 그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마리아 아녜시가 뉴턴의 미적분학을 이탈리아에 소개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에서는 근대과학 최초의 여성 과학자이자, 볼테르의 연인으로 알려진 에밀리 뒤 샤틀레 후작 부인이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프랑스어로 번역했습니다. 뉴턴의 미적분이나 『프린키피아』를 번역하고 소개했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이론을 번역했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코페르니쿠스에서 시작하여 뉴턴으로 이어진 ‘과학 혁명’이 대륙으로 전파되었다는 이야기이고, 유럽의 역사가 근대로 완전히 접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변화의 시기에, 공식적으로는 공부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던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아마도 남성들이 그런 자리, 그런 분야에 제대로 이름을 붙이기 전, 그 틈을 비집고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낸 이들의 역사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이 책에서, 그 변화의 시기를 비집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한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역사에 자신만의 성취를 남긴 여성 수학자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읽으면서 참 놀라웠는데요. 작가님께서 소개한 여성 수학자들 중 작가님 마음에 특별히 남아 있는 수학자는 누구일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이야기를 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컴퓨터 분야의 과목도 많이 들었는데, 프로그래밍 언어론 과목을 듣던 중, 미 국방부에서 쓰이는 ‘에이다’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가, 에이다가 사람 이름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죠.
그 에이다가 최초의 프로그래머이고, 찰스 배비지가 만든 해석기관과 차분기관과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알았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교실 뒤에 『마이컴』 잡지가 있었는데, 그 잡지에서 ‘배비지’가 최초의 컴퓨터를 만든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에이다 러브레이스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과도 아는 사이였다거나, 그 아버지가 시인인 찰스 바이런이라거나, 그 바이런이 함께 방탕하게 지내며 친하게 지냈던 시인 퍼시 셸리의 부인이 최초의 SF소설로 꼽히는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이고, 그 메리 셸리의 어머니가 철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라는 이야기를 줄줄이 떠올리다 보면, 많은 이야기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죠.
이제는 에이다 러브레이스에 대한 책도 여러 종류 나와 있고, 심지어 저도 『우리 반 에이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습니다만, 에이다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좀 더 하고 싶어요.
 
 
대학 시절 수학과 기계공학, 컴퓨터과학을 전공하셨지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많은 여성 수학자들의 생애와 업적을 조사하고 정리해 흥미진진하게 집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집필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쓰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대학 때 수학을 공부했지만, 벌써 20년 전의 일입니다. 설령 그때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도, 학부 졸업생이 알고 있는 것은 수학이라는 드넓은 바다에 뛰어들기는커녕, 백사장에 돗자리만 막 깔아둔 상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에서 많은 분들의 업적과 일화를 소개하면서 바로 이 문제로 고생을 했습니다. “아, 이건 엄청나게 멋지고 훌륭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정도가 아니라 “아, 영어로 적혀 있는 내용을 번역은 할 수 있는데 이게 우리말로 써놓아도 이해가 안 가네” 같은 상황이어서요.
책의 내용을 감수해주신 이기정 교수님의 도움과, 청소년책을 여러 차례 편집했던 출판사 편집부의 역량이 없었다면 어려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 책이 제대로 꼴을 갖추고 세상에 나오는 데는,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책의 프롤로그에도 쓰셨지만, 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여성으로서 수학 하는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느꼈던 바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며 교정에서 목격하셨던 성별 격차의 현실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에 갔을 때, 저희 과에는 남녀 성비가 거의 반반에 가까웠습니다. 과에서 성적으로 선두를 달리는 친구들 중에는 여자 친구들이 많았고요. 하지만 남자 동기들이나 남자 선배들은 수학을 남학생의 학문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수학 하는 여자를 어디다 쓰냐”라거나, “학교 선생님이 되려는 거냐”라고, 목표나 진로를 축소해버리는 듯한 말을 수시로 들어야 했지요.
몇 년 전, 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배경으로 하는 웹툰 〈펌잇(PermIT!!!)〉의 스토리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에도 성적은 여학생이 좋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겪는 차별들이 있었습니다. 남학생이 수학이나 과학 과목을 잘할 때는 문제 삼지 않던 이들이 여학생이 수학이나 과학 과목을 더 잘하게 되자 마치 큰일이라도 난 듯 호들갑을 떨기도 하고, 몇 백 년간 여학생에게는 문호조차 열어주지 않던 ‘교실에서의 수업’ 자체가 여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방식이라는 생트집을 잡기도 합니다. 공부를 더 잘해도 취업에서는 선택받지 못하고, 같은 학년으로 수업을 받는 남자 선배들에게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받거나 모욕을 당하는 일들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다시금 웹툰으로 다루면서, 20년이 지나도 여전한 부분들에 대해 많이 한탄했어요. 옛날부터 자원이 부족한 나라여서 인적 자원이 귀하다고 말은 많이 하나, 사람 귀한 줄을 모르는 사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남학생들 자존심 세워준다며 짓눌러놓은 여성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끌어 썼다면,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에서는 수학과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수학 이야기를 복잡하게 다루는 책은 아닌데요. 다양한 이유로 수학과는 친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수학’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학이 낯설게만 느껴져서 이 책을 읽기를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방사능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마리 퀴리의 이야기에 감동하고, 학자로서의 그의 노력과 함께, 나라 잃은 소녀의 슬픔, 파리에서 약소국 출신의 외국인이자 여성으로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공감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최신 수학을 알지 못하더라도, 이란 혁명 직전에 태어나 그 나라에서 처음으로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간 여학생이 되었고, 다시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병마에 꺾이고 만 마리암 미르자하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때로는 안도하고, 때로는 슬퍼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이분들의 이야기가 마치 별자리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학과 과학의 역사에서 여러 빛나는 순간에, 한계를 딛고 원하는 것을 위해 손을 뻗었던 여성들의 흔적은 선명한 기적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것들은 죽 이어져 있지 않아도 여전히, 땅을 딛고 있는 사람에게 하늘의 이정표 노릇을 하고 있지요.
그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바로 그 별자리들이 필요한 사람에게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떤 책을 읽다가, 혹은 뭔가를 보고 듣다가, 그것이 어린 시절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보았던 것과 연결될 때 마음속으로 무척 기뻐하곤 합니다. 가끔은 그런 것들이 시간이 지나 다른 지식들과 연결되면서 이번처럼, 책으로 만들어지는 씨앗이 되기도 하고요. 익숙한 이름도, 또 낯선 이름도 가득한 이 책이, 독자님께도 시간이 지나서도 불쑥불쑥 기억 속에서 고개를 드는 그런 기쁨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기사 및 사진 제공_지상의책
 
 
 
우리가 <!HS>수학을<!HE> 사랑한 이유 [청소년]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전혜진 | 지상의책
2021.11.08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