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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나와 나를 이어주고 싶은 마음 『1차원이 되고 싶어』박상영

  • 2021.10.22
  • 조회 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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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공부공부공부공부공부만 있던 하루하루도 답답했지만 그때의 ''라는 인간을 떠올리면 너무 유치하고 너무 못났고 그러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자의식 과잉이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얼굴에서 불이 날 만큼 부끄럽고 창피한 거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 그 시절은 뚜껑을 덮어 저 구석에 치워두었다. '그런 게 있었어?' 싶을 만큼 저 멀리 말이다
 
박상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지방 도시 D시를 배경으로 십대 퀴어 ''가 또래 친구인 '윤도'와 나누는 사랑의 감정, 그리고 '무늬'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과 나누는 우정과 상처, 억압과 폭력의 학교 생활과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 '윤도' '무늬' 그리고 '태리'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동시에 나의 '그 시절'도 함께 겹쳐서 떠올랐다. 오랜만에 봉인해둔 뚜껑을 열어보니 그 시절의 나는 여전히 민망하고 유치하지만, 그런 유치함이 조금은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못난 모습이 밉기보다는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더라
 
너와 나의 그 시절을 지금 여기로 불러오는, 그래서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먼저 손 내밀고 싶단 마음을 갖게 하는,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작가와의 인터뷰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출간하셨습니다. 첫 장편소설인데다 400페이지 분량이더라고요. 진짜 쉽지 않은 작업이었겠다 싶어요. 첫 장편을 출간한 소감, 어떤가요?
 
원래는 450페이지도 넘었데 편집자님과 각혈을 하며 분량을 줄인 거랍니다(웃음). 이전에 책을 냈을 때는 더 잘 할 걸, 그런 후회나 아쉬움 같은 것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책은 진짜 할 만큼 했다(웃음)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후련해요. 내가 드디어 장편 소설을 써냈구나, 그런 성취감이 더 크게 남아 있고요
 
 
장편과 단편은 같은 소설이지만 작법과 독법이 다른 별개의 장르라고 생각해요. 장편을 쓰면서 어려웠던 점,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장편소설은 어느 정도 힘을 빼고 이야기가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둬야 하는 장르인데, 단편소설처럼 문장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에 힘을 주다보니까 금세 진이 빠지더라고요.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이 형식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더 큰 세계를 더 오랫동안 붙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힘을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어요.   
 
 
보통 첫 장편소설은 단편집을 여러 권 내고 시작하게 되는데요. 작가님은 장편 집필을 비교적 빠르게 시작하셨어요. 이 이야기는 반드시 장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써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중요한 이유가 되었을 것 같은데요
 
1차원이 되고 싶어』의 모태가 된 초고 100매 정도는 제가 습작생이었을 때 공모전에 내려고 써놨던 거였어요. 그때의 제 공력으로는 못 쓰겠다 싶어서 쓰다 내버려뒀던 거고요. 그 후에도 마음 속에서 이따금 생각했어요. 이것이 나의 첫 장편소설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빠른 속도로 쓸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죠. 그러다 이제 저의 기술이나 시기 같은 것들이 맞아떨어져서 완성하게 되었고요
이 소설 전까지는 현재의 저와 가까운 이야기들을 썼는데, 이제는 과거로 돌아가서 조금은 진부해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잘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이 소설을 쓸 수 있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죠
 
 
소설은 ''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2000년대 초반과 현재를 오가며 진행됩니다. 첫 시작에서는 범죄 미스터리의 느낌을 가미해서 몰입이 확 되던데요
 
제가 미스터리 추리 소설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독자를 서사에 몰입을 시키려면 큰 사건 하나가 등장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누구나 가슴 속에 수성못 하나쯤은 품고 있지 않나요? (웃음) 누구나의 삶에 과거가 찾아든다는 것은 좀 엄청난 사건이에요. 저는 저랑 나쁜 인연이 없던 친구라도 갑자기 연락이 온다거나 길에서 마주치거나 하면 조금은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사람이 갑자기 SNS 팔로우를 하면 괜히 흠칫 놀라죠(웃음). 
 
맞아요(웃음).
 
소설에서 과거 시기는 ''의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시절까지는 이야기에요. 한국에서 십대시절을 즐겁고 그리운 시간으로 기억할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가급적이면 뚜껑 덮어놓고 안 쳐다보는 시기인데, 이상하게도 그때 그 시절의 장면들만큼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때가 또 없거든요. 작가님에게 십대 시절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나요?
 
친구들 중에는, 나는 그때가 호시절이었어, 너무 돌아가고 싶어, 이런 얘기를 하는 친구들도 꽤 있지만 저는 진짜 단 하루도 돌아가고 싶지 않거든요. 제가 드라마틱하게 문제적인 학창시절을 보냈던 건 아니었어요. 평범하고 오히려 모범생 쪽에 가까운 삶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매일 밤 싸이월드에, '내일 학교 가기 싫다' '자살하고 싶다' 요 두 개를 거의 다잉 메시지처럼 올리는게 일과였거든요(웃음). 
소설 속의 사건들 중에서 실제로 일어난 것은 별로 없지만 그 때의 감정들, 내가 너무 싫고 내 삶의 조건들 모두가 너무 싫은 그런 마음들은 제가 느꼈던 것이었어요. 그 감정들은 되살려서 해소하는 마음으로 썼던 것 같아요. 일종의 트라우마 자극 소설이기도 하고(웃음) 그러면서 동시에, 어쨌든 여기까지 잘 왔구나, 그런 소설이기도 하고요
 
 
앞부분에서 십대인 등장인물들이 서로 취향을 나누고 전파하고 전도하는 과정들에서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도 소설 속에서 예전에 제가 너무 좋아했던 『호텔 아프리카』, 『나나』 같은 만화들, 왕가위 감독 영화를 만나니까 너무 반갑더라고요
 
당시 친구들이랑 뭐 했나 생각해 보니까, 매일 같이 만화 보러 다니고 만화 얘기하고 영화 얘기하고 음악 얘기하고, 그게 전부였더라고요. 그리고 진짜 마음을 나눴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은 다 그런 취향의 공통점이 있던 친구들이었고요. 그 나이 때는 다들 인생이 비슷하잖아요. 학교-학원-집만 오가고 선생님이나 친구들 뒷담화 말고는 특별히 나눌 이야기가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욱 취향공동체라는 것이 굉장히 절실했던 것 같아요. 특히 예술 계통에 대한 애호가 있는 아이들, '나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어' 그런 자의식을 가진 십대들을 서로 뭉치곤 했고요. 그때 좋아했던 것들을 생각하니까, 쓰면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싸이월드'도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합니다. 작가님도 예전에 싸이월드 많이 이용하셨나요? 싸이월드가 다시 오픈한다고 해서, 저는 걱정이 많습니다….
 
모두의 공포죠(웃음). 저도 싸이월드의 전성기와 제 인생에서 가장 이불킥하던 시절을 함께 해온건데, 그 안에 엄청난 흑역사들이 남아있어요. 말도 안 되는 하두리캠 사진이랑 감성글 같은 걸 맨날 썼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부끄러워할 것을 예견해서, 예전에 싸이월드 서버가 정지되기 전에 이미 싸이월드 모든 글들을 다 비공개로 돌려놓긴 했죠. 제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 중 하나입니다(웃음). 이번에 새로 오픈하면 계정 살려서 확실하게 폭파시키려고요 (웃음). 
 
 
십대를 다루는 여러 창작물들에서 보여주는 학생들의 모습은 사실 정형화된 것이 많아요. 성적 부담에 짓눌린 아이들 혹은 학교와 가정에서 이탈한 아이들, 이런 식으로요1차원이 되고 싶어』의 등장인물들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 뒤로 각자 그 이유와 사정이 다르다는 걸 보여줘요. 그래서 더 인물들이 생생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어떤 비행과 기행, 일탈의 전형으로 읽혀지는 그런 캐릭터들, 혹은 일상성을 가진 존재들의 전형성 같은 것을 좀 극복하고 싶어서 모든 인물들을 다면적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물론 그냥 나쁜 애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누구도 절대적 선인도 절대적 악인도 아니거든요. 그리고 비행을 저지르거나 누군가를 괴롭히지는 않지만 자기 안에서 막 들끓는 아이들도 있고요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라는 것은 좋거나 나쁘거나, 일탈하거나 모범생이거나 그런 모습이잖아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사이에 100, 1000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거든요. 그런 학창 시절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유치찬란하다'고 하는데, 나의 '그 시절'을 돌아보면 너무 유치한데 또 어떤 장면들은 그렇게 찬란할 수가 없거든요유치함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이유 같아요.  
 
예전에 초고를 쓰다 못 썼던 이유가, 20대 중후반의 저에게는 이 이야기가 너무 유치하게 느껴져서였어요. 이 이야기가 가치 없게 느껴져서 너무 괴로웠고요. 특히 작가의 초년 때는 뭔가 그럴듯한 것을 더 쓰고 싶어하니까요.  
그런데 소설 두 권하고 에세이까지, 세 권의 책을 내고 나니까, 그 유치함 속에 감정의 진실이 더 잘 담겨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는 30대 얘기를 쓰면서도 유치했다 생각을 하면서(웃음) 자아의 성찰에 도달했고요(웃음). 나는 원래 유치한 사람이니까, 이제 겁내지 말고 이 이야기와 정면 승부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연재를 하면서 편집자님께 제가 계속 여쭤봤어요. 유치하지 않냐, 이런 부분 어떠냐. 그런데 편집자님도 제 또래라 저와 같은 시대를 공유한데다 저 못지 않은 덕후여서 그 시대의 만화, 드라마, 영화 이런 걸 다 같이 봤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감성을 잘 이해해 주시고 독려를 많이 해주셔서 마음의 어떤 장벽을 뛰어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십대인 ''를 화자로 하기 때문에 그 나이의 감성을 화자의 시선과 목소리에 담아야 했을텐데요. 십대로부터 많이 멀어진 지금 그때의 감성을 가져오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화자인 ''가 일상을 서술할 때는 냉소적으로 보일만큼 최대한 담담하게 하려했고, 감성을 서술할 때는 오버스럽다 느껴질 만큼 진실하게 해서 그 낙차를 좀 많이 보여주려고 의도했어요. 그게 십대의 모습인 것 같거든요.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어서 멋있는 표현을 쓰려고 하는데, 끓어오르는 감정은 잘 컨트롤이 안 될 때니까요
 
저도 지금은 그만한 애가 있을 나이라(웃음) 십대 때의 감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 당시 제가 읽고 보고 듣고 했던 만화, 영화, 음악 같은 걸 다시 다 찾아서 보면서 ', 맞다. 내가 이걸 읽었을 때는 이런 느낌이었지' 그런 걸 다시 느끼고 그 감정들을 굉장히 열심히 기록했어요. 그때로 돌아가는 느낌도 들고, 그때 내가 했던 생각들도 떠오르고, 그런 기억의 복원 작업을 거친 셈이죠
 
 
십대의 감정이라는 게세상에 나를 감추고 싶으면서도 드러내고 싶고, 세상에 속해 있고 싶지만 또 혼자 있고 싶고 이런 양가적인 감정들로 굉장히 복잡한 것 같아요. '나의 본 모습을 감춰야 한다'는 인식은, 화자처럼 밝혀지면 위험한 정체성을 가진 경우뿐만 아니라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내가 괴물같다'는 생각을 하는 십대 시절에 많이들 갖게 되는 감정인 것 같고요
 
저도 그런 생각들을 너무너무 많이 했죠. 외모도 싫고 성적도 마음에 안 들고 내 조건들이 다 싫고. 당시에는 그게 저의 특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까 그 시기를 지나는 사람은 누구나 모든 것을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시기더라고요. 자기 부정과 자기 혐오 그리고 과잉된 자기 인식 이런 것들이 십대의 특성인 것 같아요. 그때는 세상 천지가 다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고, 여드름 하나 나면 친구들이랑 약속도 깨고 밖에 안 나가고 그러잖아요. 지금은 여드름 100개 나도 잘만 나가는데 말이죠(웃음).  
 
 
작가님 작품 속의 여성 인물들을 좋아해요. 태란 누나도 멋있고, 무늬는 현실에서라면 팬을 엄청 끌어모을 상이에요(웃음). 
 
무늬는 모든 캐릭터 중에서 만들기가 제일 쉬웠어요. 왜냐하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고 쓸 때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쓰고나서 보니까 재희(단편 재희」 등장인물)랑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무늬가 크면 재희처럼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한편으로는 제 주변에도 그런 여성들이 많았어요. 뭔가 자신의 문제를 자아실현을 위해 현실을 뚫고 나가는 계기로 삼았던, 그래서 사회적으로 높은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이요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에서도 엄마 캐릭터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책에서도 엄마의 존재감 너무 강력합니다(웃음). 그냥 겉으로 보면 극성 학부모, 억척스러운 잔소리꾼이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현되는 말과 행동 뒤에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또 다른 진실이 있거든요.
 
실제로 IMF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주부들이 경제 현장에 나섰어요. 주로 임금이 높지 않고 고용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은 그런 일들이라 통계상에는 잘 잡히지 않았지만요. 저희 어머니가 그랬고요
제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일을 하시면서도 가사 노동을 전담하셨어요. 지금은 아무도 가사노동을 여성이 전담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50년대생인 저희 어머니만 해도 현모양처에 대한 판타지 같은 것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본인이 돈 벌고 능력 있는 걸 자랑스러워 하지 않고 본인이 남편보다 잘 나가는 걸 부끄러워하시고, 집안 일에 소홀한 것에 죄책감을 가지시고요. 저는 전혀 상관없었는데 말이죠. 어릴 때부터 혼자 챙겨 먹는게 편하고 너무 좋았거든요. (웃음) 사회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해서 가치관의 변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 거죠
 
 
화자인 ''가 사랑을 느끼는 대상은 '윤도'인데요윤도의 마음은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윤도는 어떤 아이인지 끝내 알 수가 없더라고요. 어쩌면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를 더 알 수 없게 되는 지점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윤도에게 별 관심이 없는 다른 친구들에게 윤도는 그냥 시끄러운 애, 맨날 뛰어다니는 애일 거에요.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오랜 시간을 들여서 면밀히 관찰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시간을 들여서 관찰하다보면 그 사람의 여러가지 측면이 보이기 마련이고요. 그래서 더 알 수 없어지는 거죠. 완벽한 인간은 아무도 없잖아요. 누구나 다 존재의 모순을 가지고 있고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 존재의 모순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밝은 아이인 줄 알았는데 사실 어두운 면이 있고, 단순한 줄 알았는데 복잡한 면이 있고, 반대로 복잡한 이유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단순한 이유에서 한 행동이고 그런 것들이요. 사실 사람을 들여다보면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거죠
비단 윤도와 화자의 관계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다 그런 것 같아요화자가 그들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들의 다른 일면들을 보게 되죠
 
 
''는 한쪽으로는 윤도와, 다른 한쪽으로는 태리와 연결되는데요. 윤도와 태리라는 두 인물의 대비도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와 태리의 관계를 그리면서 중점을 뒀던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주인공의 윤도에 대한 감정은 100, 120 드러낼 수 있어서 편한 부분이 있다면, 태리에게는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있어서 그런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좀 어려웠어요. 화자는 계속 태리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내면을 서술할 때도 '나는 너 싫어'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절대로 싫은 게 아니고 굉장히 마음이 쓰이는 상태거든요. 그런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제목이 『1차원이 되고 싶어』인데요. '1차원'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1차원'은 중의적인 의미인데요. 수학적인 개념에서 점은 0차원이고 두 점을 잇는 선분은 1차원이 되는 거죠. 너와 나만이 남아있고, 그 둘을 연결함으로써 어떤 존재로 거듭나고 싶다는 주인공의 욕망을 담은 것이기도 해요.
그리고 단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기도 하죠. 우리가 복잡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을 4차원이다그렇게 얘기하잖아요. 그래서 단순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1차원이 되고 싶어'라는 말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요. 십대 때는 삶의 형태는 단순하지만 마음은 굉장히 복잡하잖아요. 그래서 그 시절에 가질 만한 마음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제가 갖고 있는 마음이기도 해요. 마음 복잡할 때가 많은데 단순해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의미 부여를 조금 더 해보자면, 현재의 ''가 과거의 ''라는 점을 만나서 이어지고 싶다는 것도 있어요. '그 시절의 나' ''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분명히 나인데 인정하기가 괴로운 거죠그래서 과거의 나와 화해하고 싶다는 마음도 담았죠.  
저는 이 소설을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썼는데, 과거와의 연결을 통한 어떤 성장의 서사로 보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것도 맞는 것 같아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잇는 선분을 그리고 싶다, 그래서 1차원이 되고 싶다는.
 
 
그 시절을 넘기고 어른이 된 ''는 남들이 보기엔 번듯한 어른이 되어있지만 내면에는 황폐함과 피로감이 남아 있어요. 그건 치유되지 못한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는 말이면서 동시에, 상처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는 말이기도 하잖아요저는 후자 쪽이 더 마음이 가요. 어쨌든 등장인물들은 그 시간들을 지나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고, 그게 너무 다행이라고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결국에는 그 삶을 버티고 견뎌내게 해서 무사히 생존하게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였거든요. 하지만 쓰면서 중간중간 ', 얘가 이쯤에서 죽어야 얘기가 될 것 같은데?' 이런 순간들이 있어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노력을 많이 했죠(웃음). 
 
 
그런데, 정말 사람 인생은 알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두 십대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미래를 지금 살고 있으니까요(웃음). 
 
현실에서도 그렇지 않나요? 건너 건너 동창 얘기 들어보면, 걔가 그렇게 산다고? 걔가 이혼했다고? 애를 그렇게 많이 낳았다고? 그런 것 많잖아요. 삶에는 진짜 별의별 형태가 다 있거든요. 그래서 재밌는 것 같고요. 친구들도 제가 이렇게 작가가 되어 살 줄은 몰랐겠죠(웃음). 
 
 
소설의 마지막에서, 그 시절의 감정과 진실들을 그 시절에 남겨놓고 오는데요
 
상처든 좋은 기억이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기억의 형태로 혹은 몸의 형태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더라도요. 그래서 그런 과거들을 다시 발견하는 것이 성인이 되어서 나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인 것 같고요. 책을 쓰고 나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책 많이 사주세요(웃음).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너무 고맙고 계속 함께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과 많이 안 친한 분들도 이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쓰면서도 많이 했어요. 이런 이야기가 세상에 자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물론 굉장히 과잉된 자의식이죠(웃음).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는 사회적으로 학폭 이슈 이런 것이 막 불거지지는 않았는데, 쓰는 동안 그런 일들이 연쇄적으로 계속 일어났고 아직까지도 계속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건 단순히 일부 연예인이나 유명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이 사회가 아주 오랫동안 앓아왔던 문제인 거거든요. 우리 모두가 어떤 시절에는 피해자이기도 했고 방관자이기도 했고 심지어는 반가해자인 때도 있었을 거에요. 그런 것들을 한번쯤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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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소설을 읽고 나서 여운이 가시질 않았는데 작가님 인터뷰를 읽고 나니 드디어 마침표를 찍은 듯한 느낌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 2021/11/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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