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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김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 읽어주리라는 믿음”

  • 2021.09.23
  • 조회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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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혼란과 방황의 이십대를 보내고 삼십대가 되면, 편안해질까? 요동치던 나침반이 한 곳을 향하게 될까? 더 이상 깨지고 부서지지 않아도 될까? 정말 그렇게 될까?
오늘의 작가상, 수림문학상 수상작가 김혜나의 신작 장편소설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은 헌신했던 관계가 무너진 후 인도로 요가 수행을 떠난 삼십대 여성 메이의 이야기다. 여전히 버거운 삶 속에서, 신도 구원하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구하기 위해 애쓰는 절절함이 깊숙이 박히는 소설,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의 김혜나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    
 

 
신작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독자분들께 선생님에 대한 소개와 이번 작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요가 수련하며 소설 쓰는 김혜나입니다. 장편소설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으로 독자 분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이 소설은 사랑하던 연인과 이별하고 인도로 떠나온 삼십대 여성 메이의 이야기와, 그녀가 쓰는 1인칭 편지 속 이야기가 교차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3인칭 서술에서는 인도에서 머무는 메이의 모습과 그곳에서 만난 여행 작가 케이의 일화가 이어지고, 1인칭 서간문에서는 메이의 과거 이야기가 드러나는 이중 구조의 소설입니다.
 
 
이 책은 소설집 『청귤』에 실렸던 단편소설 「차문디 언덕을 오르며」를 다시 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쓰시면서 애착이 가는 부분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단편소설 「차문디 언덕을 오르며」는 인도에서 머물 때 썼기에 배경을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면, 장편소설을 쓸 때는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내면을 묘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난치병 환자인 요한이 이 삶에 그저 감사할 뿐 조금도 억울하지 않다고 말하는 장면에 애착을 가지고 쓴 기억이 납니다. 저 또한 삼십대의 시간을 지나오며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해주었던 말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소설 속 인물인 요한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공간인 차문디 언덕이 인상 깊었습니다. 직접 다녀오신 곳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차문디 언덕은 실제로 제가 인도 마이소르에서 머물 때 자주 오르던 곳입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거나 마음이 힘겨울 때마다 차문디 언덕에 올라가 일몰을 바라보는 게 참 좋았습니다. 지는 해의 찬란한 빛이 구름 사이로 스며들 때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이라는 말이 떠오르며 이 삶을 긍정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 속에서의 차문디 언덕은 지상에 있으나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공간으로, 한 곳에만 머무는 병약한 요한과 세계 곳곳을 떠도는 여행 작가 케이 사이에 위치한 메이의 좌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소설에서도 요가가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는데요. 선생님은 요가를 직접 가르치시기도 하셨지요? 요가를 소재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저에게는 요가가 심신수련 너머 자신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메이는 항상 자신이 아닌 타인을 바라보며 살아가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게 외부로 향해 있던 메이의 시선이 자신의 내부로 향하기 시작하며 일어나는 변화와 갈등을 보여주기 위해 요가라는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소설의 또 한 특징은 서간문과 서술을 오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형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편지란 지금 내 곁에 없는 상대에게 보내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저에게는 소설 쓰기가 바로 이 편지 쓰기와 유사하게 다가옵니다. 지금 내가 쓰는 소설을 누가 언제 어디서 읽어줄 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 읽어주리라는 믿음을 가져야만 소설을 계속 써나갈 수 있는 까닭입니다. 그러한 믿음이 한 인간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편지를 써나가는 인물을 소설 속에 그리게 되었습니다.
3인칭 시점은 제가 요가를 수련해오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기면서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요가를 수련해오며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나’를 바라볼 수 있었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도 눈뜨게 됐습니다. 이 두 개의 ‘나’를 표현하기 위해 1인칭 서간문과 3인칭 서술을 오가는 구조로 소설을 썼습니다.
 
 
선생님의 청춘 3부작(『제리』 『정크』 『그랑주떼』)과 달리 이번엔 삼십대의 고민을 다루셨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에게 삼십대란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그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함께 부탁드립니다.
 
이십대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 수 없어 방황하는 시기였다면, 삼십대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면서도 나아가지 못해 좌절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시기를 지나는 게 어렵고 불안할 테지만, 그 과정을 외면하지 말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마주한 자기 내면의 모습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어느 날 그 과정에서 이미 벗어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작가에 말에 보면 요가와 글쓰기, 그리고 삶에 대해 언급해주셨어요. 선생님께 이 세 가지는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주세요.
 
저에게는 요가와 글쓰기가 매일 반복적으로 해나가는 동일한 수련입니다. 둘 다 매일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소설가들은 특별한 재능과 영감보다는 매일 꾸준히 문장을 써내려가는 성실함으로 그들의 작품을 완성합니다. 요가 또한 타고난 힘과 유연성에 기대기보다는 매일 꾸준하고 성실하게 수련해나가야 하는 체계이기에 저에게는 요가와 글쓰기, 그리고 매일 살아내야 하는 이 삶이 모두 동일한 카르마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 기사 및 사진제공_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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