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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오디세이』차현진 “경제학은 돈 버는 법을 가르치는 학문이 아닌, 인간의 물질생활에 대한 철학”

  •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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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모든 경제 활동 중심에는 ‘돈’이 있었다. 돈과 은행은 때로는 거칠게 우리의 삶을 쥐고 흔들 만큼 위력적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는 이런 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처음 은행은 어디서, 어떤 이유로 생겨나고, 돈을 발행하게 됐을까? 『금융 오디세이』는 금융이 다루는 돈의 정체와 가치에 관한 논쟁의 역사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책에는 돈과 은행, 금융과 관련된 용어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읽는 데도 시간이 제법 걸린다. 언뜻 어려울 것 같지만, 일단 한 번 책을 잡으면 술술 읽히는 마법이 있다. 이 책을 쓴 현직 베테랑 뱅커이자 금융 에세이스트인 차현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금융의 역사라고 하면 뭔가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쉽고 재밌게 읽히더라고요. 오랜 기간 중앙은행에서 일하고 계신 뱅커이시면서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출간하셨는데, 언제부터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한국은행 직원이 책을 쓰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혹시 쓰게 되더라도 주로 경제이론에 관한 학술서를 씁니다. 저도 2007년 처음 썼던 책(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이 그랬습니다. 그 책이 우수 학술서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좀 공허했어요. 모름지기 돈과 금융은 인간의 욕망과 상상을 담은 도구이자 제도인데, 그것을 이론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진실을 감추는 게 아닌가 하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진짜 알아야 할 게 뭘까 연구하고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여덟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10여 년 만에 『금융 오디세이』를 개정하여 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전 책과 어떤 내용이 달라졌는지요?
 
이 책은 처음에 고등학생과 대학 신입생들에게 경제교육용 읽을거리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집필했던 걸 정리한 겁니다. 2012년에 처음 나왔다가 절판되었는데, 지난해 유튜브 채널 같은 데에서 경제 필독서로 뒤늦게 입소문이 나면서 중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고, 여기저기 찾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코로나19 위기라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 내용을 수정했고, 그 중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나락으로 떨어진 독일을 부흥시키기 위해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심정으로 나치와 손을 잡은 햘마르 샤흐트라는 금융인을 조명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은 인물이라서 독자들이 무척 흥미로우시리라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경제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경제학 교과서를 공부하기에 앞서 철학이나 문학, 역사 등 문명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는데요. 어느 분야에나 적용되는 이야기겠지만, 특히 금융이나 경제를 공부하는 데 있어 인문학적인 관심과 지식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경제나 금융 시스템은 어느 날 사람들이 자고 일어나서 갑자기 만든 게 아닙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의 토론과 투쟁의 산물이고,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이었어요. 모든 경제이론이나 제도에는 치열한 논쟁과 반목이 담겨 있고, 수많은 사람의 희망과 절망이 버무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금융이나 경제를 제대로 알려면, 수학공식 외우듯 경제이론을 암기하는 접근 방식으로는 안 됩니다. 이 책에서 금융의 역사, 그리고 사건에 관계된 사람, 그 사람의 철학에 조명을 비춘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문사철(文史哲)’의 측면을 살피다 보면 자연히 금융에 대한 통찰력이 생길 거라 봅니다.
 
 
말씀하신 대로 『금융 오디세이』를 보면 돈과 은행에 얽힌 굵직한 사건들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쓰여 있는데요, 이 책에서 말하는 돈과 은행의 존재 이유랄까, 금융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한국은행이라는 직장을 37년째 다니면서 내린 결론이 있어요. “돈과 은행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새 옷을 갈아입고 우리를 찾아와서 늘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는 것입니다. 돈이 생겨난지 2천 년이 훨씬 넘었는데, 우리는 지금 비트코인이 돈인지 아닌지를 두고 입씨름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때 상업은행을 외국에 팔았지만,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시티은행에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서 살렸어요.
이처럼 돈과 은행에 관해 인간이 품었던 상식과 결론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힙니다. 그래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것이고, 하나의 가치관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은행가의 이미지인데요, 작가님께서도 언급하셨듯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은행가가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직 뱅커로서 은행이나 은행가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거나 특히 바로잡고 싶은 이미지가 있으시다면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과 금융인들이 ‘서민의 적’이라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찾아왔던 ‘월가 점령 운동(Occupy Wall Street)’이 좋은 예입니다. 요즘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탈중앙화 금융(DeFi)’ 운동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것도 금융기관이 없는 세상을 유토피아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은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뱅커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금융업은 의료·보건과 마찬가지로 정부 규제를 상당히 많이 받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의료·보건 분야에서는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면 금융업에서는 당국의 규제를 핑계로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데 뱅커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랍니다.
 
 
현실의 경제 이야기로 돌아와서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가 출현하면서 세계적으로도 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고, 다양한 핀테크의 등장으로 은행의 역할에 도전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은행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이 책에서는 그 문제에 관해서 일부러 언급하지 않고, 독자들의 해석에 맡겨 두었어요. 은행의 미래는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15세기 유럽의 은행은 권력에 의지했고, 17세기 일본의 은행은 정경유착의 화신이었습니다. 21세기의 은행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우리 모두의 노력과 합의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금융사와 관련된 인물 이야기 중에 제1차 세계대전으로 위기를 맞이한 독일 경제를 되살린 은행가 햘마르 샤흐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당시 독일 경제가 현재 코로나19 등으로 위기를 맞은 현재의 경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샤흐트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셨나요?
 
지금도 독일에서는 샤흐트가 여전히 수수께끼의 인물입니다.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품고 히틀러와 협력했는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중요한 점은 제1, 2차 세계대전의 과도기에 샤흐트가 독일과 세계를 쥐고 흔들었다는 사실입니다. 한 뱅커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지금도 불가사의죠. 이 책에서 그를 소개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금융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샤흐트 같은 창의력과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설득하는 사람이었어요. “이 봐, 해 봤어?”라고 말했던 고 정주영 회장 식의 기업가적 추진력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던 아이디어를 기막히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사람들을 움직였습니다. 그런 창의력과 추진력을 가진 뱅커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금융 오디세이』를 읽었거나 읽게 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이 책에 이어 또 다른 경제서인 『숫자 없는 경제학』도 곧 개정 출간될 예정입니다. 『금융 오디세이』와 『숫자 없는 경제학』은 “재미없다면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쓴 책이었어요. 다만 『금융 오디세이』가 동영상이라면, 『숫자 없는 경제학』은 사진과 같습니다.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니까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나면 “경제학은 ‘돈 버는 법’을 가르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이 육신을 가진 동안 겪어야 하는 물질생활에 관한 철학”이라는 점을 느끼실 겁니다. 제가 항상 강조하는 점입니다.
 
 
| 기사 및 사진 제공_메디치미디어
 
 
 
금융 <!HS>오디세이<!HE> [경제/경영]  금융 오디세이
차현진 | 메디치미디어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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