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누군가에게 꼭 듣고 싶었던, 꼭 하고 싶었던 말『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김민섭

  • 2021.08.11
  • 조회 2327
  • 트위터 페이스북
김민섭 작가는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후쿠오카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아들이 수술을 하게 되어 여행을 취소하게 되고, 싼 비행기표가 대개 그렇듯 환불은 받을 수 없었다. 대신 다른 사람에게 이 비행기표를 줄 수는 있었다. 영문 이름 표기가 같은 동명이인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기대 반 재미 반으로 시작된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는 작가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를 김민섭씨를 위해 작은 도움을 하나 둘 보태고 싶어한 것이다.  
 
그저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단순하고 작은 마음이, 다른 작은 마음들과 만나고 연결된다. 그렇게 연결된 마음들이 만들어가는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의 김민섭 작가에게 들어보았다.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는 정말 많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것만으로도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다른 이야기들과 함께 책으로 엮여져 나온 것이 재미있었어요.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와 이름이 같은 사람을 찾아 비행기 티켓을 양도한 이 일이, 제가 살아가는 데도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게 했으니까요. 그리고 인류애같은 가치도 믿게 되었다고 할까요.
책 제목을 『김민섭 씨 찾기』로 하고 그 이야기만 담으려고 보니, 다른 이들과 연결되었다고 할 만한 제 삶의 몇 가지 일들이 더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모아 보았어요.
 
 
대학원생 시절의 헌혈 경험과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 모욕을 준 사람에 대한 고소, 몰뛰작당 프로젝트라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부분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연결이었어요. 헌혈을 하면서는 내가 타인과 사회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회인이라는 감각을 하게 됐고, 모욕을 준 사람을 고소하면서는 나와 연결될 타인들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었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목요일마다 달리기를 한 몰뛰작당 프로젝트를 하면서는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지를 계속 고민하게 되었어요. 돌아보면 모두 연결되고 싶어했던 순간이었더라고요. 사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사회와, 이 세계와 연결되고 싶어 하잖아요. 물론 그건 귀찮고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누구라도 문득 그런 마음을 가져요. 무엇보다도 외롭고 싶지 않으니까요.  
 
 
제가 취업활동이 자신 없어서 도피성 대학원 진학을 했던 사람이거든요(웃음).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 그런 건 아닌데 제일 답답하던 때긴 했어요. 작가님에게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던 때는 어떤 의미에서 연약의 시절이었나요?
 
사실 모든 대학원생의 몸은 먼지가 아닌가 해요. 저도 그랬지만 대학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개 그런 연약의 시절을 보내고 있었어요. 단순히 공부가 힘들고 처우가 열악해서라기보다는 내가 공부를 계속해도 되는 사람인가하는 물음이 계속 따라다니니까요.
저도 공부하면서 모두들 나보다 똑똑한 것 같고 논문도 잘 쓰는 것 같고 외국어도 잘하는 것 같고, 계속 그런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하는 공부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물음에 답할 수 없는 게 슬펐어요. 어차피 논문은 지도교수, 심사위원, , 이렇게 세 명만 읽을 텐데, 이게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노동인가, 하는. 그러니까 연결될 수 없는 몸은 먼지처럼 된다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것은 남을 돕기 위한 행위 이전에 사회와 연결되었다는 감각 때문이었다고요.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작가님에게는 왜 중요했나요?
 
스스로를 사회적인 몸으로 규정할 수 없어서 슬펐어요. 내가 지금 하는 이 일이, 그러니까 문학을 연구하는 일이 어떻게 이 사회의 공공선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하고 물어도 답을 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헌혈을 하면서 제 몸에서 나온 피를 보는 순간, 아 저건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이겠구나, 나도 사회적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기뻤어요. 그래서 2주마다 한 번씩 헌혈을 다녔어요. 그건 저의 몸을 회복하는 정말로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에 반응을 하셨어요. 이 말이 여러 사람들에게 와닿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언젠가 작가로서 초청받은 자리에서 처음으로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몇몇 분들이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말을 하는 저도 사실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그래서 이 말이, 누군가에게 꼭 듣고 싶었던 그리고 하고 싶었던 말이었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무해하면서도 순수한 말들. 예를 들면 너를 보고 싶어, 사랑해, 나를 안아 줘와 같은 말들. 그러한 응원들을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조금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무례한 사람을 고소한 일은 어느 정도 작가님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데요. 하지만 자칫 '사이다썰'로 읽히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 이야기에서는 '고소를 해서 이겼다'가 아니라 어떤 부분을 좀 더 봐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이것이 사이다썰이 되지 않기를 바랐어요. 누군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가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인 거잖아요. 그런 마음은 위험해요. 쉽게 자기 자신을 정의롭다고 믿게 되는 것 같고, 또 거기에 동조하면서 한 사람을 혐오하거나 증오하게 되고요. 다만, 나를 모욕한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꼭 말해 주고 싶었어요. 제가 그와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저와 닮은 누군가가,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이 그와 만나게 될지도 몰라요. 그때 그가 당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 해요. 누군가를 모욕하고 감정을 쏟아내는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알고 있다면 조금은 더 조심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나의 몸과 마음을 소진시켜 가면서 그러면 안 돼요.” 하고 말하는 일은, 언젠가 나와 연결되어야 할 나와 닮은 누군가를 지키는 일이기도 해요.
 
그에 더해, 우리가 너무 사이다에 목말라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요. 너무 속시원한 얘깃거리에만 목말라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사이다 좋아하고 자주 마시지만 그래도 항상 사이다만 마실 수는 없잖아요. 시원한 물 한 잔, 아니면 시원한 맥주 한 잔 나누어 마시면서 서로의 잘됨을 바라는 일이 더 많아지면 해요. 물론 그러다가 사이다가 필요한 순간엔 함께 나서고요.
 
 
내가 볼 수 없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인식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요. '몰뛰작당 프로젝트'를 하면서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로 오는 분들만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달리는 분들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언제, 어떻게 느끼셨나요?
 
매일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면서 조금씩 잘 뛰게 됐어요. 처음에는 내 몸이 예쁘고 대견하고 했는데, 나중에는 정말 뛰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외롭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장소는 다르더라도 같은 시간에 어디에선가 뛰고 있고, 자신이 뛰었다는 티를 내고, 서로를 응원해 줄 수 있다면, 이건 정말 특별하고 멋진 연결이 아닌가 싶었어요. 굳이 규정하자면 정말로 느슨한 방식의 연결’. 모임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모임이 아닌 것도 아니잖아요. 작년 봄부터 여름까지는 목요일 저녁 7시에 한강 서울함공원으로 오는 분들과 함께 뛰었고, 지금은 집합금지 규정 때문에 우리 잠시 쉬어요.’하고 말씀드린 것이 1년 가까이 되었네요. 그래도 여전히 목요일 저녁마다 서로를 떠올리며 뛰고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저도 뛰어요.
 
 
'강한 연대' '느슨한 연결' 모두 필요한 것이겠지만 작가님이 생각하는 지금 여기에서 '느슨한 연결'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너무 강한 연대만을 강요해 오지 않았나 싶어요. 예를 들면, 제가 봐 온 연대라는 건 어느 깃발 아래 모두를 모이게 하고,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투쟁해야 할 대상으로 삼고, 끊임없이 그 바깥을 혐오하면서 안을 결속시키고, 하는 방식이 많았어요. 또 그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으면 바깥으로 밀어내고요. 그러나 저는 느슨한 방식의 연결이 더욱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책에서 모닥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요, 캠프파이어처럼 크게 불타오르는 것보다는 은은하게 오래 가는 모닥불들이 불씨를 타고 계속 여기저기에 점과 선이 되어 퍼져 나가는 것이 더욱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이 시대의 선함이란 '무해함'이라고 하셨는데요. '무해함'이라는 것이 소극적인 태도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무해함'이란 어떤 것인가요?
 
저는 자기 자신이 좋아하고 옳다고 믿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가는 사람들을 정말 좋아하고 응원해요. 저도 그러고자 노력하고요. 그런데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그 일은 무해한 것이어야 해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면 그건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이 세계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일은 절대로 소극적이지 않아요. 얼마나 적극적인 일인가요. 불편하더라도 일회용 포장용기를 덜 쓰는 일, 고기를 좋아하면서도 채식을 지향하는 일, 착한 개인과 기업을 찾아 돈쭐을 내 주는 일, 모두 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일이에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조신하게, 꾸준히 해 나가다 보면, 누군가가 당신에게 다가와 당신은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요. 당신이 잘되면 좋겠어요.” 하고 말해 줄 거예요.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들은 주변의 모두를 진심으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도 그런 사람으로, 그리고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사잔제공_창비
 
 
 
당신이 <!HS>잘되면<!HE> 좋겠습니다 [시/에세이]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 창비교육
2021.06.25
경계인의 시선 [정치/사회]  경계인의 시선
김민섭 | 인물과사상사
2019.10.14
훈의 <!HS>시대<!HE> [정치/사회]  훈의 시대
김민섭 | 와이즈베리
2018.12.03
고백  손짓  연결 [인문]  고백 손짓 연결
김민섭 | 요다
2018.07.25
대리사회 [정치/사회]  대리사회
김민섭 | 와이즈베리
2016.11.28
나는 <!HS>지방대<!HE> 시간강사다 [정치/사회]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309동1201호(김민섭) | 은행나무
2015.11.06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