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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무용수라는, 성실하고 근면한 직업인『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정옥희

  • 2021.07.29
  • 조회 3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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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조명에 의상에 달린 장식들이 반짝이고, 우아한 몸짓으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존재. 발레리나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란 대개 이런 것이다.
하지만 무대 위에는 아름다운 독무를 추는 프리마 발레리나만 서는 것이 아니다. 무대를 채우는 퍼즐의 한 조각, 하지만 조금만 흐트러져도 눈에 띄기에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실수 없이 해내야 하는 군무의 존재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는 화려하고 우아한 이미지 뒤 성실하게 자신의 ''을 해나가는 발레 무용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전문 발레단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성균관대 무용학과 초빙 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는 정옥희 저자와의 인터뷰.  
 
 
'발레리나' 라고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이름들이 있어요. 그런 유명 무용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나 영화도 종종 눈에 띄고요. 하지만 프리마 발레리나 뒤의 군무 무용수 코르 드 발레(corp de ballet)의 이야기는 귀기울여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제 이야기를 써야겠다, 혹은 군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생각했던 것은 아니에요. 원래는 발레에 대한 사회적 시각, 동시대적인 이슈에 대한 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했는데, 그게 좀 딱딱하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제 이야기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처음 그 얘기를 듣고는 좀 당황했죠. 아니, 내가 뭐라고(웃음). 해외에서 유명한 발레리나들도 얼마나 많은데, 내가?(웃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들이 의미가 없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어떤 한 자리에서 조용히, 계속 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런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생각해서 쓰게 되었어요
 
 
저는 발레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꽤 오랫동안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써왔지만, 당연히 유명하지 않고요(웃음). 왜 아직도 이렇게 글을 못 쓸까 맨날 자신이 없고, 정말 글 잘 쓰시는 분들을 보면 나는 이제껏 뭐 했나 싶고요. 그런데 또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에 약간의 자부심도 있거든요(웃음). 
 
처음에는 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책을 쓰면서는 점점 발레 전공자가 아니라도 예체능 전공자라면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어느 분야든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발레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나 눈에 띄고 스타가 되는 사람은 극소수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점에서 발레에 대한 제 경험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는 아닌 거죠
 
 
발레를 전공하고, 전문 발레단에서 활동했지만 스스로를 '발레리나' 보다는 '발레 전공자'라 하고 싶다고요
 
'발레리나'는 이탈리아어인데요. 유럽 언어들은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잖아요. 그래서 여성은 발레리나, 남성은 발레리노라고 하고요.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기대되는 성역할 같은 것이 있어요. 거기에 우아하고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발레의 이미지들이 덧붙여지면서 과하게 여성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무용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내가 여성이구나, 그러니까 여성스러워야 해, 그런 것은 거의 없는데 말이죠
 
물론 요즘은 '발레리나'라는 말이 중립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젠더적인 의미가 너무 강해요. 지금 세상은 많이 바뀌어서 더 이상은 여성성, 남성성을 구분해서 강조하고 그럴 필요는 없거든요. 발레의 강한 성역할이 변화의 가능성을 막고 있는 것 같아요책에서는 '발레 전공자'로서 하나의 직업군이자 사회 현상으로 제가 관찰하고 경험한 것들을 나누고 싶었어요
 
 
책 속의 여러 글들은 확실히 '우아한 예술가'라는 세간의 이미지와 다른, 성실한 노동자로서의 발레 무용수의 모습들을 보여주던데요. 
 
발레뿐만 아니라 예술가라고 하면 노동과는 상관없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천재, 통제불가능한 괴짜 이런 이미지가 강할 거에요. 하지만 발레나 다른 예체능을 전공하려면 굉장히 성실해야 해요. 특히 사회에 나와서 그걸 직업으로 해서 먹고 살려면 더욱요
예술이라고 하면 먹고 사는 영역과는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예술도 나름의 노동이고, 정당한 평가와 대가도 받아야 해요. 특히 무용은 몸을 사용하는 것이니까, 성실하지 않으면 그 일을 유지할 수 없어요. 당연히 굉장히 성실한 노동자적인 태도가 중요하죠. 그런 모습들화장을 지운 맨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가님은 여덟 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했다고요. 어릴 때는 흥미롭고 매력적이어서 시작했지만, 발레를 전공 해야겠다, 무용 쪽으로 진로를 정해야겠다 생각했을 때는 어떤 전환점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발레를 시작할 때부터 발레를 취미로 한다, 전공으로 한다,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발레'라는 것은 나를 다른 사람과 차별화해주는, 나만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아요. 발레를 배우는 것은 서예 학원이나 주산 학원을 다니는 것과는 처음부터 대하는 마인드가 달랐던 거죠.  
 
요즘은 어릴 때부터 전공을 정해서 예중, 예고로 진학을 하고 레슨을 받고 그렇게 하는데요. 사실 저는 좀 다른 케이스긴 해요. 저는 지방에서 인문계 중고등학교를 나왔어요. 3때 까지는 학교 수업 다 하고 방과 후에 두 시간 정도 레슨받고 연습하는 것이 다 였죠. . 
발레가 정말 내 전공이라고 생각했던 건 고3때였어요. 저는 인문계였기 때문에 대학 입시 원서를 쓸 때 다른 과를 갈 수 있었고, 실제로 그런 생각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무용 전공으로 대학 진학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서 고민을 했어요. 그때, 친구들과 교실에서 전공으로서의 무용에 대해 뭔가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걸 해보고 싶더라고요. 무용 전공으로 대학에서 가고 나중에 박사까지 하게 된 것도 그런 마음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요즘 예체능 전공자는 굉장히 어릴 때부터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님은 확실히 다른 경우네요
 
요즘은 취미와 전공의 구분을 너무 일찍부터,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취미와 전공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고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발레를 전공으로 한다 정하면 그 다음부터는 전공모드, 입시모드로 돌입하더라고요. 그러다 너무 일찍 소진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있고,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 너무 닫아놓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요즘은 예술이 융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테크닉만 있다고 해서 예술가가 되기는 어려워요. 무용 쪽은 타고난 체형 같은 것이 많이 좌우하기도 하고 어려서부터 연습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또 요즘은 어느 날 갑자기 무용계로 와서 잘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안무나 연출 영역에서는 한 길만 가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그게 어렵죠.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인문학적 시각도 진짜 중요하고요.
 
 
발레뿐만 아니라 예체능 전공자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미래에 대한 불안들이 많을 거에요. 눈에 띄기 위해서는 경쟁이 치열하고, 사회에 나가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으니까요.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기도 한데, 무용 전공자의 미래에 대해 불안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어려서부터 큰 고민 없이 발레를 해왔는데, 서른 넘어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나니까 '이게 진짜 내 길이었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무용 말고 얼마든지 다른 걸 할 수 있을 때 그만두지 않은 것이 어리석은 일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전공으로 무용을 할 때는 친구들이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요. 중간에 다른 길로 가는 친구들을 보면, 나는 살아남았고 저들은 낙오되었구나,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어느 시점이 지나고나면, 내가 미련해서, 용기가 없어서 그냥 머물렀던 건 아닐까 그런 고민을 하게 돼요. 이 영역에 남아있다고 해서 내가 이겼다, 성공했다,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어쩌면 정해진 루트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남아있는 것보다 더 에너지가 많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어쩔 때는 더 많은 에너지가 들더라도 빠져나와야 할 때가 있거든요. 그게 더 용기있는 일일 수 있고요
 
그래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얼마든지 다른 길을 가도 된다고, 그렇다고 실패하거나 낙오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요. 어차피 무용 쪽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좋았던 적은 없다(웃음), 이걸로 대단한 성공을 하고 돈을 많이 벌고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러니 네가 정말 좋아하면 이 일을 계속 하는 거고, 아니라면 얼마든지 다른 길을 가도 된다고요
저는 지금도 저에게 물어요. 내가 무용을 하고 싶은 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걸 하면 뿌듯한가? 세상이 2년 후에 망한다고 할 때, 지금 내가 이걸 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일까? 뭔가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일까? 그게 아닌 것 같으면 얼마든지 그만둬도 된다고 생각하고요
  
무용 전공으로 대학에 왔다고 해서 꼭 무용 관련한 일을 해야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강조해요. 경영학과 나왔다고 꼭 경영자가 되어야 하고 외교학과 나왔다고 모두 외교관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무용이나 여러 예체능 전공자들은 오랫동안 그걸 목표로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벗어나는 것이 더 두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더 강조해요. 정해진 루트에서 얼마든지 벗어나도 된다고요. 내가 좋아서 남아있는 거라면 괜찮지만 관성 때문에 남아있는 거라면 어느 순간 한계가 오는 것 같아요
 
 
발레를 그만둔 후에도 가끔 떠오르는, 가장 좋았던 기억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직업 무용수로는 발레를 그만둔 후 지금은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사무직 노동자와 같은 몸 상태인데요(웃음). 그래도 몸에 남아있는 감각들이 있어요. 차가운 무용실의 공기, 일상적인 공간보다 훨씬 크고 천장도 높는 무용실의 공간감, 공기를 가르면서, 중력에 저항하면서 움직이는 그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것 같은 그런 감각들은 좀 그리운 것 같아요. 무용을 할 때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동시에 움직이는데, 그런 일은 평소에는 거의 경험하기 어렵잖아요. 무용을 할 때는 그런 것이 당연했는데 말이죠. 무용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런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 때문에 무용을 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무용처럼 몸을 사용하는 직업에서는 혹독한 자기 관리와 성실함이 필수던데요. 그런 혹독한 자기 관리와 꾸준한 훈련을 지속해낼 수 있는 것 역시 무용수가 갖춰야할 자질일 것 같아요. 그게 어쩌면 제일 어려운 것 같고요
 
열심히 훈련하고 다이어트 하는 것도 자기 관리지만 더 열심히 하고 싶을 때 한 발 떨어져서 나를 돌아보고, 더 하고 싶지만 참는 것도 자기 관리라고 생각해요. 윗몸 일으키기 50개를 하겠다, 그래서 50개를 채우는 것도 좋지만 그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하면 아닐 수도 있거든요. 그냥 자기 만족일 뿐인 경우도 있으니까요.
자기 관리라는 것은 신체적인 측면도 굉장히 크지만 정신적으로 나태해지거나 타성에 젖지 않게 자꾸 자꾸 자기를 리뉴얼하면서 성찰하는 그런 태도도 자기 관리인 것 같거든요
 
 
프로의 조건은 기복없이 꾸준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높은 수준을 성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복없이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거든요.
 
프로가 된다는 것은,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차이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부생 때는 과제가 있어도 이게 내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시키는 것만 그때그때 하잖아요. 대학원생이 된다고 지식이 갑자기 늘거나 공부를 갑자기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태도가 달라지죠. 이것은 나의 일이고, 내가 책임져야 하고, 어느 수준까지 내가 해내야한다 생각하는 사람은 과제를 해오는 자세, 사람이나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거든요. 그런 태도와 자세가 프로의 출발점인 것 같아요
 
 
발레의 고전적인 언어가 한편에서는 우아함으로,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형식적인 격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요
 
발레의 형식성에 반발해서 이사도라 덩컨이 맨발로 춤을 추는 현대무용을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거에요. 발레와 힙합을 대조해서 이분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들도 많고요. 물론 발레에 형식적인 측면이 있긴 해요. 하지만 그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하나의 언어거든요. 이런 발레의 언어는 역사도 길고, 강력하고, 의미와 가능성도 풍부해요. 이걸 단지 표면적인 것만 보고 옛날 것,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발레의 언어를 충분히 이해해서 그걸 활용하거나 자기 방식대로 해체할 수 있으니까요
 
 
발레, 발레리나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가 '여성스러움'인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과거의 '여성스러움'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잖아요. 고전 발레가 요구하는 '여성성'과 지금 시대의 '여성성'이 부딪치는 부분들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발레가 시작되어 발전되면서 만들어진 특성들은 사실 여성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귀족적인 것이었어요. 그런 발레의 귀족적 특성들은 사실 남성들이 더 많이 활용했고요. 발레는 처음에는 남성의 영역이었고 여성들은 소외되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특징들이 여성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죠우리는 지금 어떤 것을 여성스럽다고 보지만 과거에는 그걸 여성스럽다고 보지 않았고, 그렇다면 미래에도 '여성스러움'에 대한 인식은 바뀔 수 있다는 전제가 있는 거죠
 
물론 고전 발레 레퍼토리 중에는 여성 혐오나 폄하하는인 내용들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기존 작품들도 새롭게 해석하거나 수정해서 다르게 볼 수 있게 하려는 시도도 많이 해요
최근에 국립발레단에서 <해적>을 공연할 때는 원작에 있던 노예 제도나 여성혐오적인 내용들은 많이 없앴고 또 다른 최근 공연작품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도 여성혐오, 장애인 혐오적인 장면들을 바꿨고요
고전 역시도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시대의 변화에 발 맞춰 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발레라는 영역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다양한 모습들이 있죠. '발레는 이런 것이지' 라고 단정지으면 그 안의 많은 가능성을 차단하게 돼요.
 

 
발레에서는 고전 레퍼토리를 자주 공연하는데요. 『호두까기 인형』 같은 경우에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당연히 무대에 올라오고요. 매년 비슷한 공연을 할 때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나요? 그런 매너리즘을 극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프로 무용단에 속해 있으면 매너리즘이 오긴 해요. 내가 애쓰지 않아도 공연이 만들어지고, 관객에게 홍보가 되고, 표도 팔리고, 나는 내 역할만 하면 된다, 거기서 오는 매너리즘이죠. 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면 많은 것들이 너무 일상적이고 당연하게 생각될 때가 있어요. 내가 절실하게 만들어낸 공연이 아니고 내가 발품을 팔아서 진행되는 일들이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다 무용수들이 단체를 나와서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알게 되죠. , 내가 그동안 배부른 소리를 했구나(웃음). 모든 것을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거든요. 기획도 해야 하고, 섭외도 해야 하고, 광고도 하고 표도 팔아야 하고, 모든 것이 다 돈이 들고(웃음) 노력이 필요하구나 하는 걸요. 무대에 선다는 것이 특권이었는데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구나, 그걸 절감하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단체는 이끄는 분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그런 절실함을 깨워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일반인분들 중에도 발레 배우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발레도 좀 더 대중들에게 가까워진 것 같아요.  
 
많이 대중화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아니더라고요(웃음). 음악이나 미술에 비해서 무용은 진입 장벽이 높다 생각하세요. 무용 자체가 어렵다 보다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에 대한 가이드가 부족하다고 할까요
예전에 그리스의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드리트리스 파파이오아누가 한국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어요. 이 분은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 총연출을 맡았던 분이고 엄청 유명한 분이라서 당시 언론에서 크게 다루고 기대가 높았어요. 그래서 평소 무용을 안 보던 분들도 많이 보러 갔는데, 공연이 엄청 난해했던 거죠. 저도 공연을 보러 갔는데, 제 앞에 앉으셨던 노부부가 굉장히 당황해하셔서 제가 더 안타깝더라고요. 이분들은 시간과 돈과 다른 많은 기회와 바꿔서 무용 공연을 보러 오신 것이고, 어쩌면 처음으로 본 무용 공연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첫 경험에서 '무용은 어렵고 난해하구나' 인상을 받으면 무용과 가까워지기 어렵잖아요
 
무용을 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래도 스토리텔링이 있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고전 발레는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예측가능한 전개이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그러면서 발레의 문법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그러다 특정 작품이나 안무가, 무용수가 마음에 들면 그 안무가의 다른 작품들, 그 무용수의 다른 작품들을 하나씩 섭렵해보는 식으로 나아갈 수 있죠. 그러면서 조금씩 추상적인 작품, 현대적인 작품으로 감상 폭을 넓혀볼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책에 담긴 메시지는 약간 이중적이에요. 발레나 춤, 이 분야가 얼마나 흥미롭고 특별한지에 대해 소개하고 싶은 마음과, 또 발레도 결국은 여러분들의 삶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고 발레리나도 노동자고 누군가의 부모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같이 담겨있거든요
이 책이 무용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면서 동시에 무용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게 해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나는 <!HS>어쩌다<!HE> 그만두지 않았을까 [시/에세이]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정옥희 | 엘도라도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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