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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사샤 세이건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세요”

  •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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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는 서로를 밀어내고 대립하는 영역, 인간의 이성으로 우주의 비밀을 풀어가는 것은 영적인 세계를 축소시키는 일로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코스모스』를 쓴 천문학자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이 딸에게 이야기해준 것은 정반대의 것이었다. 과학을 통해 밝혀진 자연의 신비야말로 가슴 벅찬 기쁨의 원천이며, 논리, 증거, 증명이 초월적인 감정을 약화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경탄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딸 사샤 세이건의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는 과학자인 부모님의 과학적 태도를 통해 알게 된, 우리가 살아있다는 놀라운 신비와 아찔한 기쁨을 아름다운 문체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사샤 세이건과 나눈 서면 인터뷰를 통해 궁금한 내용들에 대해 더 들어보았다.
 

아름답고, 반짝이는 책이었습니다. 과학적 사유의 즐거움과 영적인 기쁨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책이었어요. 과학적 사고와 삶의 경이가 함께 어우러진 글에 대한 착상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요?
 
먼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과학과 역사, 미술과 수학, 문학과 종교 등의 주제가 서로 얽혀 있다는 생각은 전부 부모님이 가르쳐주셨어요. 학교에서는 각 분야를 구분하지만, 서로 깊은 연관이 있죠. 무엇이든 하나를 이해하면 다른 것도 이해하기 쉬워지는 법이니까요. 저는 기념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지구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기념할 일이 아주 많은 것 같아요. 초현실적이거나 종교적인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고도 말이에요. 종교적, 문화적 기념일이나 기념식에 대해 조사하면서, 이런 전통의 바탕에 과학적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랐어요. 하지나 동지, 분점, 달의 위상, 출생, 성장과 죽음 등 우리는 천문학과 생물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념하고 있더군요. 모두 상호연관이 있는 개념이죠. 제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말 말해주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예요.
 
 
작가님의 부모님이 쓰신 『코스모스』는 한국에서 거의 10년이 넘도록 과학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는 책인데요. 성장하면서 과학자 부모님께 받은 영향, 배운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부모님은 저에게 (그리고 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외심으로 가득한 과학적 시선을 일종의 철학으로 가르쳐주셨어요. 저는 과학자가 아니지만,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방법, 제가 삶을 이해하는 방식은 과학이에요. 문학과 역사는 저에게 열정의 불씨를 일으켰고, 학교에서 제일 잘했던 과목이기도 해서 진로를 그렇게 정했지만, 과학은 저를 이끄는 빛이에요. 부모님이 저에게 가르쳐주신 것과 제 여정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것들을 연결할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저 나름대로 부모님의 작업과 유산을 기리고 싶어서요.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과학적 사고와 함께 여러 세대를 거쳐 이어온 유대교 전통들 역시 작가님에게는 익숙하고 또 소중한 것인데요. 과학과 종교, 이성과 영성이라는 두 영역의 조화는 어떻게 가능한가요?
 
유대교 전통은 저와 제 조상들을 연결해주기 때문에 소속감을 느껴요. 몇 세대만 거슬러올라가도 조상들의 이름도 모르고, 동유럽 어느 마을 출신인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유대인이라는 건 아니까요. 제 세계관이나 인생 철학이 그분들과 똑같지는 않지만, 그분들의 유전자가 제 혈관 속에 흘러요. 그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여기에 있고요. 현대적인 방법으로 그분들의 전통 중 일부를 따르면서 존경을 표하려고 해요. 하지만 상상 너머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선 과학적 방법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유대교는 제가 가진 문화의 일부이지만, 과학은 제 종교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여러 종교적 의식과 전통들은 '계속 그렇게 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한다'는 당위 차원에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그런데 작가님이 하신 것처럼 그 의식과 전통의 기원을 생각하고 의미를 새긴다면 충분히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종교가 없어도, 혹은 다른 종교를 가지더라도요.  종교적 의식과 전통에 대한 작가님 생각이 궁금합니다
 
맞아요, 인류는 오래도록 자연을 신성시했고, 행성들의 움직임과 규칙을 깊이 이해할수록 신이나 신성한 존재들과 가까워진다고 생각했죠. 최근 들어서야 과학과 종교를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옛날 생각들이 틀렸음을 과학이 증명했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저처럼 비종교적인 사람들은 계속 삶을 기념해야 해요. 계절이 바뀌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사람들이 결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흔히 종교가 사용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죠.
 
 
'의식(ritual)'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한 것이 많아요. 과거에는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하고 해가 지면 일과를 끝내잖아요.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종교활동을 하고, 특정한 날에는 특정한 음식을 먹고 하는 식으로요. 이런 의식들을 억지로 지켜야하는, 하기 싫은데 해치워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삶을 돌아보게 하는 전환이자 삶의 기쁨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 우주는 끊임없이 변화해요. 이 작은 행성에서도 계절이 바뀌고, 해가 뜨고 지고,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고,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죠. 멈춰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 모든 변화를 수용하기가 어려울 거예요. 변화를 수용하는 것, 그게 바로 의식이라고 생각해요. 종교적인 의식이든 아니든, 다들 작은 의식 하나씩은 가지고 있잖아요. 의식을 통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느끼기도 하고, 때론 주도권이 없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도 하죠. 제 생각에 최고의 의식은 이 짧은 순간 동안 살아 있음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는 의식이에요.
 
 
라는 존재는 이 넓은 우주 속에서 먼지보다 작은 존재고, 기나긴 시간 속에서 찰나의 순간조차 점유하지 못하는 존재에요. 그런 작고 미미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허무함이나 공허함이 아니라 기쁨과 경이로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책에서 이야기하는데요. 이런 사고의 전환은 어떻게 가능한가요?
 
가끔 우리는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두려워하죠. 우리가 우주와 동떨어진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자연은 장엄하고 아름다워요. 우리가 펼치는 상상의 나래보다 더 놀랍다고 생각해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세요. 인간은 죽음에 집착하기도 하죠. 죽음은 무서워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으면 가슴이 찢어지죠. 하지만 삶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그게 그리 특별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래서 저에게는 과학으로 발견한 자연을 받아들이는 게 큰 기쁨이에요. 지구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매 순간이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들의 친구를 한 달에 한 번씩 한데 불러모아 서로 소개하는 '레이디스 다이닝 소사이어티'를 만들었고, 그 모임이 작가님이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거의 5년 동안 꼬박꼬박 계속되었다는 얘기도 흥미로웠어요.   레이디스 다이닝 소사이어티처럼 우리가 직접 의식을 만들고, 그걸 전통으로 이어지게 하는 행동들도 의미있고 또 즐거운 것 같아요. 직접 의식을 만들고 전통을 만들고 싶은 분들께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요?
 
책에서 설명한 의식 중 대다수를 저는 지금도 전통으로 지키고 있어요. 남편과 딸과 함께 새로운 의식을 만들어보려고 하기도 해요. 어떤 의식은 오래가고, 어떤 의식은 까맣게 잊어요. 그래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의식을 만드는 일은 그 자체로 정말 재미있어요. ‘레이디스 다이닝 소사이어티처럼 여러 사람의 일정을 짜고 조정하는 건 조금 복잡하기도 해요. 하지만 일이 잘 풀리면 환상적인데다 삶의 리듬을 느낄 수 있고, 나아가 공동체를 형성할 수도 있어요.
 
 
작년부터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자연과 만날 기회도 적어지고 집에서 고립되어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분들께 일상을 좀 더 의미있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제안해 주신다면요?
 
여기 미국에서만 해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보건 안전을 염려해 장례식과 같은 애도하는 의식을 위해 모이지 못했어요. 마음이 정말 아파요. 그러나 마법 같은 (과학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방법을 찾았죠. 우리 인간은 옛 방식을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잘 찾아내는 것 같아요. 이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전통이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할지 정말 궁금해요. 각자 그리고 가족마다 어떤 의식과 기념일을 즐겁게 지킬지, 이를 적절하게 이어가기 위해서 어떻게 바꿔야 할지, 이제 어떤 의식을 과거로 묻어둘지 결정해야 하겠죠. 역설적으로, 정상적 생활방식에서 벗어난 이 시기 덕분에 우리가 어떻게 기념을 하고, 시간을 보내고, 슬퍼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자유를 얻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책이 한국에 출간되었다니 정말 기쁘고, 또 영광입니다. 한국 독자분들 여럿이 저에게 인스타그램이나 이메일로 연락을 주셨어요. 그 중엔 사랑스럽고 호기심 많은 열 두 살짜리 작가 지망생도 있었죠. 언젠가 꼭 한국에 가보고 싶어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사진제공_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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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세이건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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