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평화로움과 잔인함, 그 경계에 대해 『명상 살인』카르스텐 두세

  • 2021.07.16
  • 조회 1247
  • 트위터 페이스북
명상과 살인, 두 단어의 부조화에서 오는 불편함이 왠지 모르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소설은 대형 로펌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변호사 비요른이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명상 센터를 방문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명상이 인생을 어떻게 흔들어놓을지 모른 채로 말이다. 그는 워라밸을 지키기 위해 명상을 시작했지만 조직범죄 사건에 휘말리고 끝내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이 소설은 독일에서 출간 후 베스트셀러에 올라 2년 넘게 높은 순위를 지키고 있으며 총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돌파했다. 독일의 대형 제작사인 Constantin에서 영화 판권 계약을 마친 상태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사회 부조리를 냉소적이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블랙코미디, 잔혹한 살인 사건과 평온한 범죄자 심리의 모순 그리고 일상적 고민에 해답을 주는 마음챙김 테라피 요소를 모두 갖춘,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장르의 문학을 소개한다.
 

 
작가생활을 소설로 시작하신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명상 살인』이라는 소설을 집필하시게 됐나요?
 
모든 게 메모지 여섯 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반에는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아이디어들만 있었어요. 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모호한 구상이었죠.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좋아하는 단골 바에서 술을 한잔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글로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종업원에게 펜과 종이를 빌려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썼던 기념비적인 메모지는 지금도 제 서재 벽에 붙어 있습니다. 그날 나온 문장이 바로, 책의 첫 문장 나는 결코 난폭한 사람이 아니다였어요.
 
 
모호하지만 계속 생각하고 계셨다던 아이디어가 뭔가요? 이렇게 기발한 소설이 어떤 아이디어에서 나온 건지 궁금하네요.
 
소설을 쓰기 전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렸죠. 그 이후에 제게 물어봤습니다.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은가?’ 작가라면 늘 기발한 것을 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의 삶과 가깝게 쓰고 싶었습니다. 제 원래 직업은 변호사예요. 소설 주인공을 변호사로 설정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사전 조사를 최소한만 해도 현실적인 디테일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첫 아이디어는 변호사의 직업적 특징에서 출발했습니다. 변호사가 자신의 의뢰인을 죽인 후 위임권을 남용해서 범죄를 들키지 않고 잘 넘기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인공 비요른은 자기가 죽인 사람의 이름으로 행동하며 피해자가 아직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하죠. 변호사에 대해서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보통 변호사라면 준법 정신이 뛰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래서 변호사가 살인한다는 아이디어가 기발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방금 말씀하셨듯 원래 변호사이셨는데 동시에 방송 작가로 일하셨죠? 변호사와 방송 작가는 꽤 생소하고 신선한 조합이에요. 어떻게 변호사와 방송 작가, 거기에 소설가라는 직업까지 갖게 되셨나요?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직업은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TV에서 개최하는 경연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때 지중해 섬에서 일주일간 촬영하는 독일 TV 토크쇼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어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저는 변호사이자 작가가 되어 있었죠.
살인에 대한 소설을 썼다 보니 살인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가 아니냐는 질문도 종종 받지만 저는 아주 일상적인 케이스들을 맡습니다. 예를 들면 이웃과의 갈등, 유산 상속, 이혼 등이죠. 살인 사건은 없었습니다. 아직까지는요.
 
변호사, 방송 작가, 소설가 모두 매력적인 직업이죠. 변호사나 방송 작가의 경험 덕분에 소설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직업을 꼽자면 소설가를 고르겠습니다. 업무 환경이 이렇게 자유로웠던 적이 없거든요.
 
 
그로테스크함이나 잔인성이 짙은 기존의 장르소설과 다르게 『명상 살인』에서는 블랙코미디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친 교육열을 보여주는 유치원 입학시험이나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범죄 조직의 이야기 등 비단 소설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상들을 재치 있게 풍자하셨어요. 『명상 살인』 속 블랙코미디 요소들을 의도하신 건가요?
 
제게 유머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요소입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보다는 제가 가지고 있는 재료들로 요리하기 시작하니 그릇에 담긴 결과물이 블랙코미디가 되었죠. 저는 방송 작가 일을 할 때도 주로 코미디 프로그램을 썼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케치 코미디 쇼의 메인 작가로 일하면서 독일 텔레비전 상(Der Deutsche Fernsehpreis)독일 코미디 상(Der Deutsche Comedypreis)’ 등을 수상했습니다. (둘 다 독일에서 가장 주요한 상입니다. 이 상들이 중요한 이유는 독일 텔레비전 상이 둘뿐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또한 평소 블록버스터 책을 좋아해서 즐겨 읽습니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인 존 그리샴(John Grisham), 서스펜스 스릴러역사 소설의 전설인 켄 폴릿(Ken Follett), 장르 문학의 거장인 스티븐 킹(Steven King)의 책을 정말 좋아해요.
 

 
『명상 살인』이 독일에서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106주째(2021.07.13. 기준) 올라 있어요. 이렇게까지 좋은 결과를 얻게 되리라고 예상하셨나요?
 
당연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 목표는 단지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거였어요. 이후의 모든 일은 제 예상치를 한참 뛰어넘었죠. 이 책과 관련해 놀라운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속편 『명상 살인 2』도 큰 호응을 받으며 아마존 독일 1위를 차지했고 『명상 살인 3』 역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한국 독자들에게 읽힐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믿을 수가 없네요.
 
 
분명 소설인데 시간의 섬, 디지털 다이어트, 싱글태스킹등 자기계발 도서 같은 목차가 눈길을 끌었어요. 소설에 자기계발의 색깔을 가미한 이유가 있을까요?
 
자기계발은 제 소설에서 핵심 요소입니다. 명상의 자기계발적 요소가 표면적으로나마 이뤄내는 평화와 어떤 살인에도 수반될 수밖에 없는 잔인함이 대조되어 이야기에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갑자기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캐릭터가 아닌 현실적인 인물로 만들고 싶어서 긴장 완화 훈련을 시도해보는 설정이 좋겠다 싶었어요. 살인 이후 훈련이 효과를 발휘하죠. 살인자에게도, 저에게도 참 유용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명상을 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해요. 저도 명상 훈련을 합니다. 긴장 완화 요법을 처음 접했을 때는 원리가 잘 이해되지 않았어요. 제가 경험한 명상 과정을 되돌아보며 어떻게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고민했고 그 결과를 이 책에 담아냈습니다.
 
 
어떤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면 좋을까요? 이 책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한국 독자들에게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제 책으로 재미를 선사하고 싶어요. 처음 열 페이지가 마음에 든 독자라면 나머지도 모두 재미있게 읽으실 겁니다.
주인공 비요른이 그렇듯 현대인의 삶과 내면엔 풀어야 할 엉킨 실타래가 많잖아요. 독자 여러분도 명상을 통해 자유를 찾으시면 어떨까 싶어요. 물론 비요른과 같은 선택은 하지 마시고요. 제 소설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카르스텐 두세
카르스텐 두세는 독일 본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이며, 수년간 방송 작가로 일하고 있다. 그의 다양한 작품들은 독일 텔레비전 상독일 코미디 상을 여러 번 수상했으며 독일 TV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그림메 상후보에도 올랐다. 전공을 살려 법률 상식을 쉽게 풀어주는 법률가의 얄팍한 지식』 『권리 찾기 등을 펴내기도 했다. 2019년 첫 소설 명상 살인을 출간해 독일에서 1위를 기록한 후 2년 동안 베스트셀러 순위권을 유지했으며, 이후 발표한 속편 명상 살인 2 명상 살인 3』도 인기를 끌고 있다.
 
 
| 기사 및 사진 제공_세계사
 
 
명상 <!HS>살인<!HE> [소설]  명상 살인
카르스텐 두세 | 세계사
2021.07.05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