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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1)』 수상자 인터뷰 (2) 김혜진, 박서련, 서이제, 한정현

  •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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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십 년 이하의 작가들이 발표한 중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탁월한 성취를 이룬 일곱 편을 선정하는 젊은작가상이 올해로 12회 째를 맞았다.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자는 전하영, 김멜라, 김지연, 김혜진, 박서련, 서이제, 한정현. 일곱 명의 수상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목화맨션」 김혜진
 
Q.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를 미묘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었어요. 냉정한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부동산을 둘러싸고 인간적인 교류나 감정이 오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도 못해봤기 때문에 더 놀라웠고요흥미로운 이야기인 <목화맨션>의 시작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집은 한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가장 값비싼 것 중에 하나지만 여러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는 관계의 집약체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이지만 거기에 긴 시간이 더해진다면 두 사람 사이에도 관계라고 할 만한 게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Q. 따뜻한 감정 따위는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안도감과 온기를 느끼게 하네요. 차가운 계약 속에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관계를 만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흔히사람이 하는 일이라서혹은사람이 하는 일인데라는 말을 하잖아요. 맥락에 따라 그 의미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감정이 일어나고 관계가 시작되고 그래서 냉정하고 정확하게 계약의 조건들만을 따질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대체로 감정은 의지와 무관하게 생겨나고, 한번 감정이 생겨나면 모든 상황이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으니까요.
 
 
Q.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부탁드려요. 

독자 여러분, 항상 고맙습니다. 답답하고 힘든 시기이지만 건강 잘 챙기시고 일상 속의 작은 즐거움들을 많이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박서련
 
Q. '당신'이라는 호명이 재미있어요. '' ''가 아니라 '당신'으로 호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Be her’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제일 가까운 가족 구성원이면서도 가장 쉽게 타자화되는 지위가 어머니가 아닐까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가장 가깝기 때문에 동일시가 어렵다고도 생각하고요.
 
 
Q. '당신' '아이에게 올인하고 아이를 통해 자신의 성취를 대신 이루려고 하는 중산층 학부모'라는, 문학 작품에서 맘껏 호감을 갖기 어려운 인물이지만 약간의 얄미움과 재수없음(?) 속에서도 응원하게 되는 인물이더라고요. 인물의 설정에서 약간의 비호감 부분을 넣음으로써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원고 교정 단계에서 이런 메모를 남긴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어쩌면) 이 소설에서 가장 편견이 강한 인물”. 자기 아이가 얼마나 좋은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지에 확신을 갖고 싶어 늘 다른 가정, 다른 부모, 다른 여자들의 수준을 평가하고 있지요. 아이의 질문에 대답 못하는 엄마들이 한심하다는 둥 게임 선생님이 예쁘지 않아서 우리 애 첫사랑이 안 될 테니 다행이라는 둥.
 
그런데 그게... 우리의 일상적인 사고와 판단에서 그렇게 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편협한 부분이 있고 그건 잘 고쳐지지 않지요. 경험을 통해 얻은 편견일 경우에는 특히나 그렇고요. (김애란 선생님의 「영원한 화자」라는 단편소설에나는 나의 편견을 아끼는 사람, 나는 그 편견을 얻기까지 달려갔다 다치고 온 길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편견에 대해 말할 때마다 이 구절을 생각해요.)
 
이 소설의당신은 당신 자신이 오랫동안 내면화해온 편견들에 배신당합니다. 그 전까지의 이 인물이 비호감인 이유, 결정적인 순간 이 비호감스러운 인물에게 연민이 드는 이유는, 아마 모두의 마음에 조금씩은 있는 고약한 부분들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Q. 작가님의 게임 생활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주신다면?
 
제게는 일명작업 몰입기가 있고 따라서 휴지기도 있는데, 작업 몰입기에는 스팀 클라이언트와 배틀넷 클라이언트를 삭제하는 엄숙한 의식을 진행합니다. 이것을정신적 삭발이라고 부릅니다. 그냥 두면 하루 종일 게임만 하거든요. (그렇지만 모바일 게임은 삭제하지 않습니다... 삭발은 했는데 구레나룻을 남겨두는 느낌일까요?)
 
그건 그렇고 요즘 가장 기다리는 소식은 디아블로2:리저렉티드발매 뉴스예요. 작년 하반기에 클래식 디아블로2’를 다시 사서 플레이하고 있었는데 마침맞게 리뉴얼 소식이 떠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부탁드려요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을 읽어주신, 읽게 되실 독자님들께 반가움과 감사를 전합니다.
살아 있는 작가의 글을 읽는 일에는 여러 가지 기쁨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멋지고 이상한 기쁨은 언젠가 이 사람이 나에게 꼭 맞춤인, 내 이야기를 쓸지도 모른다는 묘한 희망일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열심히, 씩씩하게 쓰겠다는 다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계속해서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0%를 향하여」 서이제
 
Q. 독립영화와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읽게 되어서 기뻤어요. 독립영화에 대해 소설을 써야겠다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이십대를 마무리하며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 제 꿈은 지방에 독립예술영화관을 많이 만드는 것이었는데, 서른을 앞두고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그 꿈으로부터 멀어져 있더라고요. 여전히 독립예술영화를 보러 가는 길은 멀기만 했고요. 독립예술영화관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이 이뤄진 공간이었기 때문에 제 인생에서 중요한 작업을 해야 한다면 그건 반드시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이야기여야만 했어요. 그리고 화려한 빛을 받지 못하는 곳에서도 꾸준히 영화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들과 그들의 작품 덕분에 저 역시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더 열심히 사랑할 용기가 생겼고요. 그래서 작고 소중한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을 지켜준 분들에게, 그 공간을 사랑을 채워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는 서한으로서의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Q.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만나서 크고 빛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깊숙이 새겨지는 기쁨인 것처럼, 그때 꾸었던 꿈들이 바래지고 함께 꿈꾸던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은 말 할 수 없는 쓸쓸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 그 마음과 그 사람들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제 인생에서 영화를 공부할 수 있었던 걸 행운이라고 여겨요. 영화를 사랑하는 일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평생 함께하고 싶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제 곁에는 여전히 영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각자의 이유로 더이상 영화 작업을 하지 않게 된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들에게서 저는 여전히 사랑을 느껴요. 영화 이야기를 할 때 얼마나 활기찬지, 그 안에 얼마나 큰 기쁨과 슬픔이 있는지,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정작 그들은 모를 겁니다. 영화를 계속하든 아니든, 결국에는 계속해서 영화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기 위한 각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 마음은 절대로 쉽게 사라지지 않죠. 사라진 것처럼 보일지라도요.
 
 
Q.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부탁드려요.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자유롭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제 소설을 읽은 독자분들이 작은 극장과 그곳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건 저에게 큰 행운일 것 같습니다. 작은 극장, 작은 책방, 작은 공연장, 소극장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그곳에서 우리가 우연히 만나는 일이 벌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한정현
  
Q. 안나와 경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한 세기 전 식민지 조선의 모습은, 대중적으로 또 작품들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 새로웠어요. 참고문헌들이 많던데, 이 시기에 주목하게 된 이유, 혹은 이 시기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이 시기는 제 연구 시기(7,80년대)와 전혀 관련이 없어서 저도 잘 알지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소녀 연예인 이보나』작가의 말에 썼던 것처럼 키워주셨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재작년에 돌아가시면서 그리운 마음에 그들의 흔적을 찾아다녔는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대의 자료들을 찾아보았고요. 하나의 사건은 역시나 단일하게 존재하기 어려운 까닭에 그 시절에 일어난 일들은 다른 시대와 사건에 영향을 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가령 『조선의 퀴어』같은 경우도 이 소설과 상관없이, 출간이 되자마자 읽은 책인데요. 그러나 당시엔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7, 80년대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그 시기를 보니 시간이 흘렀다고 모든 게 없어지거나 변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지요. 그렇게 시대와 사건과 인물이 교차되어 확장된 것 같습니다.
 
 
Q.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에서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작은 징후들도 찾기 어렵지만 그들이 '낙관하자'고 말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누가 봐도 낙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낙관'을 이야기하면.... 저는 상처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낙관을 말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그들에게는 여성해방도 장애 해방도 동물권 보장도, 인종차별의 종식과 같은 문제들도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세상이 이제 공평하므로 낙관적이라고 느낄 테니까요.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이 더 가지지 못한 억울함만을 호소하기도 하겠지요. 역으로, 말씀하신 대로 제 소설 속 인물들에게는 조금도 낙관할 수 있는 현실이 없습니다. 혐오와 폭력과 차별은 전혀 사라지지 않고 끝없이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말 살고 싶었기에 조금이라도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낙관이 너무나도 간절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누군가 낙관을 말할 수 있다면, 말을 하는 것에도 자격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저는, 그렇다면 그것은 오히려 안나와 경준, 수성과 같은 사람들일 거라고, 그렇게 느꼈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부탁드려요

꽃과 바람과 물과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모든 것을 충분히 보고 듣고 즐기는 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사진 제공_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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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영 | 문학동네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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