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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이은선 “이 책에 나온 영화가 보고 싶고, 그 음식을 먹고 싶어졌으면”

  • 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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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있는 모든 곳에서 영화인과 관객을, 영화와 사람을 이어주는 영화 전문기자 이은선의 첫 번째 에세이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는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을 담은 책이다. 이은선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 영화를 창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기록했다. 그는 자신의 직업적 역할을 ‘가교(架橋)’로 인식한다고 말한다. 영화와 대중을, 영화인과 관객을, 때론 영화와 세상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질문하고 기록하며 전달하는 게 본인의 역할이라고. 영화 속 세계와 자신이 딛고 선 세계의 경계에서 질문과 답으로 접점을 만드는 그의 첫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첫 책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를 통해 저자가 되셨어요. 출간 소감이 궁금합니다.
 
서점에 가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는데, 한창 원고를 마감할 때는 좀 달랐어요. 갈 때마다 ‘이 많고 멋진 책들 가운데 내 책이 과연…’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쪼그라들더라고요. 아직도 많이 떨리지만,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 책을 읽어주신 여러 독자님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면서 뭉클해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책을 쓰게 되더라도 첫 작업이라는 점에서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는 내내 애틋하고 소중할 것 같아요.
 
 
영화 전문기자의 책이지만 ‘영화’와 ‘요리’가 동등한 비율로 책을 채우고 있다는 게 신기하게 다가왔어요. 작가님께 ‘영화’란, ‘요리’란 각각 어떤 존재인가요?
 
제 일상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두 영역이죠. 머릿속으로 떠올리거나 그 안에 속해 있을 때 분명하게 편안한 것들이에요. 하지만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기에 양가감정이 들기도 해요. 사랑하지만 밉고, 곁에 있고 싶어서 달려들었다가도 멀어지고 싶은 때가 있어요. 영화와 요리가 가진 차이가 있다면 영화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고, 요리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라는 점.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에는 총 28편의 영화 작품이 글의 주제로 다뤄집니다. 책에 실릴 영화를 선정하기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선정하셨나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담지 못한 영화나 요리 이야기가 있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특정 음식이 등장했거나 주인공이 요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영화들을 수시로 생각해보고 메모해뒀어요. 본격 요리영화도 다뤘지만, 그보다 누구나 기억에 남았을 법한 영화나 혹은 정반대로 ‘그 영화에 이런 음식도 나왔어?’라고 생각할 만한 작품들을 우선으로 골랐어요. 책 안에 공감 포인트와 의외성이 함께 있었으면 했거든요. 독자들이 모두 영화와 요리를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 만일 둘 다 좋아하더라도 수록 영화를 모두 본 상태가 아닐 거라는 점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게 목표였습니다. 독자들이 책을 덮으면서 여기에 언급된 영화를 보고 싶어지거나, 해당 영화와 음식에 대한 저마다의 기억을 풍성하게 떠올리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자주 상상했어요.
책에 커피에 대한 챕터를 하나 따로 만들어볼까 생각했다가 포기한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글에서 따로 언급을 못 했다는 점도 아쉬워요. 음식과 주류를 페어링하는 재미라는 게 있을 텐데 말이죠.
 
 
제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이 책을 마주한 다음부터 어떤 ‘기분’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제목처럼 말하게 되더라고요. ‘배고픈 기분이 들어’ ‘봄이 와서 좋은 기분이 들어’ 처럼요. 작가님께 ‘착해지는 기분’이란 어떤 순간에 문득 생겨나는 것인가요?
 
이 책에 지금의 제목이 붙은 뒤에 처음으로 ‘착해지는 기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리곤 좋은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올 때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나눠 먹을 때의 기분이 ‘착해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런 순간들은 좋은 영화를 더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더 아껴줄 수 있도록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거든요. 책을 접하신 분들에게 이 제목이 각자의 사정에 맞게 패러디되어 유행어처럼 쓰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는 요즘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한 기분이 들어’라는 말을 일종의 밈처럼 쓰곤 한답니다. 지금은, 이 인터뷰 답변이 재미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본문에 언급되는 것처럼 2020년의 영화계는 정말 악화일로였죠. ‘영화가 의식주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는 무력감이 나를 휘감았다. 더군다나 나는 그걸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만들어진 결과물을 둘러싼 해석과 입장을 전달하고 질문하는 위치가 아닌가’ 라고 쓰신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직업을 가지셨기에 작년의 상황이 더 크게 와닿으셨을 것 같은데,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2020년은 모두가 힘들었던 한 해죠.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영화산업 전반도 크게 휘청였습니다. 언젠가는 아무도 영화관을 찾지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하기만 했던 불안한 상상이 눈앞의 실체로 확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책에 언급된 것처럼 저 역시 쉽지 않은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제 마음과 기억을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게 책 작업에 자연스럽게 투영된 것 같아요. 영화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저만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게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오히려 힘든 시기였기에 훨씬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0년은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훨씬 더 깊게 사유하게 됐던 한 해 같아요. 상황이 어렵다 보니 저 역시 어느 순간 저 개인만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좁아지고 작아지는 스스로가 밉고 한심해지는 순간 역시 맞이하게 됐어요. 일을 포함해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시야와 마음의 크기를 넓혀가는 노력을 지속하고 싶어요.
 
 
존경하는 연출가이자 친한 친구인 윤가은 감독이 작가님에게 ‘성실한 우정’이라는 병명(이자 별명)을 붙여 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작가님 또한 본문에서 영화 <우리들>, <우리집>에 나오는 여자 아이들이 친구의 감정을 살피고 애쓰는 모습이 꼭 본인처럼 느껴졌다고 하셨는데요. 작가님께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고 시간을 들이는 일(또한 ‘먹이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행동이에요.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과 시간을 쓰는 일은 전혀 귀찮지 않아요. 다만 이런 마음과 행동을 받는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종종 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괜한 오지랖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MBTI 성향이 ESFJ인데, 풀이를 찾아보니 ‘남을 도와주지 않고는 못 산다’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 경우 ‘뭐 필요하세요?’라고 묻는 유형이다’ ‘주변 사람이 불행하면 앓아눕는다’ 같은 내용이 있더라고요. 친구들은 박장대소하지만, 저는 이런 저 자신을 지긋지긋해한답니다.
 
 
책을 읽다 보니 꼭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 생겼습니다. 본인이 차린 최고의 밥상과 남이 차려줘서 먹었던 최고의 밥상은 무엇이었나요? 꼭 책에 나온 에피소드나 음식이 아니어도 좋아요.
 
「홀로 선 사람이 동료를 만드는 방법」에 나오는, FM 영화음악 동료들을 초대해 차렸던 밥상을 베스트로 꼽고 싶어요. 음식이 훌륭했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많은 인원을 위해 요리했던 기록으로 남아 있거든요. 남이 차려줬던 밥상은 기억에 남는 게 정말 많은데, ‘제주 친정’이라고 부르는 친한 언니네 집에서 먹은 밥은 언제나 베스트였어요. 맛도 맛이지만 언니는 제게 요리하는 기쁨을 더 크게 알려준 사람이기도 해요. 도쿄에서 요리 학교에 다니고 있던 친구가 만들어준 야키소바도 잊을 수 없어요. 종일 공부하고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출출하다는 제 말 한마디에 벌떡 일어나 요리해준 것이었거든요. 지금껏 많은 야키소바를 먹어봤지만, 늘 그날의 맛을 최고로 꼽곤 합니다.
 
 
끝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독자들이 어떤 ‘기분’을 느끼길 바라시나요?
 
‘이 책에 나온 영화가 보고 싶고, 그 음식을 먹고 싶어’라고 생각하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그건 제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행복하게 상상했던 풍경이기도 합니다.
 
 
| 기사 및 사진제공_아르테(arte)
 
 
 
착해지는 <!HS>기분이<!HE> 들어 [시/에세이]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이은선 | 아르테(arte)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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