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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편』조용준 “용기를 북돋아준 것은 다름 아닌 도자기 작품들”

  •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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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들려주지 않았던 유럽 도자기의 신비롭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아 수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어낸 『유럽 도자기 여행』시리즈의 첫 책, 『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편』이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도판과 풍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도자문화를 들려주는 조용준 작가와의 인터뷰.
 

사진 출처 ㈜퍼시픽 도도 by 조용준
 
 
많은 사랑을 받은 『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 편』이 개정 증보되어 출간되는데 감회가 어떠신지? 더불어 처음 이 책을 집필할 때의 느낌과 개정증보판을 집필할 때의 느낌이 다를 수도 있을 텐데 어떠신가요?
 
『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 편』은 『유럽 도자기 여행』 시리즈의 첫 번째로, 2014 7월에 처음 출간했습니다. 6 7개월 만에 내용을 개정하고 사진을 보충해서 다시 나오게 된 거죠. 기존에 없던 챕터가 하나 새롭게 들어가 페이지 수도 기존 420페이지에서 460페이지로 무려 40페이지가 늘어났고, 군데군데 각 항목들의 내용과 사진들도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사실 『유럽 도자기 여행』 시리즈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유럽 도자기 역사와 전반에 대해 알려주는 국내 최초의 종합 개괄서였습니다. 이 작업을 도자 관련 학자나 교수, 장인들이 아닌 신문사 기자 출신이 맡게 된 운명의 아이러니는 그만큼 우리 문화 층위가 허약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일이었죠.
 
처음에 『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 편』취재를 위해 독일 동부와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 5개국의 15개 도시를 다닐 때만 해도 솔직히, 이 작업에 대한 확신 같은 것이 부족했습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도자기 마을은 교통이 편한 도심에 있지 않고, 대부분 땔감과 흙을 구하기 쉬운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이곳들을 찾아다니는 여정이 너무 힘들어서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이 작업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회의가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작업의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서 좌절감에 빠진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내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다시 활력을 얻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도자기 작품들이었습니다. 곳곳에서 찬연히 빛나는 예술성의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아, 세상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 수 있었을까’, ‘이 작품들을 모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구나’ 하는 등등의 자극을 받았고, 그로 인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동유럽 편 이후로도 북유럽 편(2015 4)과 서유럽 편(2016 2)이 순조롭게 출간돼, 지금은 도자학과 학생들이나 도예작가들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백자 작업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한 젊은 작가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그가 하는 말이 주변의 도예가들마다 『유럽 도자기 여행』이나 『일본 도자기 여행』 시리즈 책을 다 몇 권씩 구입해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며, 마치 바이블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이런 말들은 제 어깨를 그만큼 무겁게 하는 반응입니다. 처음에 이 작업을 시작할 때나 첫 책이 나왔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권위가 생겼기 때문에 당연히 이에 따른 책임감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자화자찬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세계와 국내 도자 역사와 문화 전반에 대한 제 저술 모두 국내 도자사의 지평을 넓히는 작업이 되어왔습니다. 걸음 하나하나가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지요. 그만큼의 무한한 책임감이 동반되는 것입니다.
 
 
이번 개정증보판에 ‘베를린 KPM’을 추가하셨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이번에 동유럽 편 개정증보판을 내게 돼서 밀려 있던 숙제 하나를 해결했습니다. 얹혀 있던 속이 확 풀리는 심정입니다. 바로 ‘베를린 KPM’ 때문입니다. 마이슨 도자기의 명성과 궤적이 워낙 뚜렷해서 ‘베를린 KPM’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해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서양 도자사에서도 ‘베를린 KPM’에 관한 내용은 잘 나오지 않죠. 제가 처음 동유럽 편을 쓸 때도 사실 이 회사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마이슨의 짝퉁 회사 정도로만 인식했죠. 그래서 초판 원고에는 베를린과 이 회사가 빠졌습니다.
 
그런데 책 출간 이후에 더 공부를 하다 보니, 이 회사에 얽힌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는 것이 많고, 이 회사가 빠져서는 독일 도자사의 한 부분이 휑하니 이가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이를 만든 프리드리히 2세와 나중 독일 황실 컬러로 현대 패션의 색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프러시안 블루’의 탄생 배경이 바로 KPM의 도자기 유약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이를 빠뜨려서는 곤란한 것이었죠. 그러나 책은 이미 출판됐고, 이를 다시 보충해야 한다는 마음만 부채로 남아 있던 터에 다행스럽게 이번 개정증보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유럽의 외교는 도자기의 발전과 함께 진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매우 공감이 갔습니다. 한국도 국빈이 오면 도자기를 선물하곤 했는데 도자기 발전과 자국 문화 증진과의 연관성에 한마디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7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도자기는 유럽 왕실과 귀족들 ‘사치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들은 매일 접하는 만찬의 음식들이 호화로운 도자 접시와 그릇들에 올려 있기를 원했고, 그런 문화를 즐겼습니다. 더 나아가 그런 도자기들을 자랑하는 것이 매우 커다란 기쁨이었으므로, 당연히 외교용 선물의 최고봉으로 대접받았죠. 유럽 대부분 국가의 도자기 회사들이 왕실 소유로 왕실 주도로 발전한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지금은 거의 민영화가 됐지만, 프랑스 세브르 도자기는 여전히 국영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장인들은 공무원으로 지금도 국가 외교에 필요한 선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조선시대에 왕실 도자기를 만들었던 사옹원(司饔院)의 백자 분원이 부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가 외교에 필요한 도자기도 직접 만들고, 청자나 분청 등에 대한 연구도 국가가 직접 나서서 책임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 시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은 이후 숙종 때 광주 분원의 종사자 39명이 굶어죽는 일이 발생했는데,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지금의 도자업계는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입만 열면 청자와 백자를 자랑하지만, 실상 그런 도자문화를 만들어낸 도자업계는 무관심 속에서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현실입니다. 일본이 자국의 공예품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엄청난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듯, 우리 역시 이에 대한 획기적인 국가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도자기는 ‘화이트 골드’라고 불렸을 정도로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에르메스의 ‘블뢰 다이외르’에 매료되었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떠십니까?
 
한 특정한 브랜드에 매료된 게 아니라 청화백자에 반한 것이라고 봐야죠. 저는 개인적으로 블루 컬러를 정말 사랑하는데, 당연히 하얀 바탕에 블루만이 있는 청화백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죠. 동양의 청화백자는 서양으로 건너가서 수많은 모방품과 변종을 만들었고, 그 역시 색다른 기쁨을 줍니다. 젊은 주부들이 좋아하는 로열코펜하겐의 경우 동양의 청화백자를 정말 잘 수용해서 자신들의 디자인으로 변용해 승화시킨 아주 좋은 예입니다. 요즘은 마이슨이 동양 시장을 겨냥해 청화백자를 모티브로 정말 좋은 디자인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기존 청화백자를 현대적으로 변용하는, 진취적이고 대담한 디자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역시 국가가 적극 장려해야 하는 대목입니다.
 

사진 출처 ㈜퍼시픽 도도 by 조용준
 
유럽 도자기에서 시작해 일본과 한국 도자문화에 관한 책을 출간했습니다. 도자문화에 관한 강의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도자에 관해 강의할 때 중요시하는 점은 무엇이며, 유럽 도자기와 동양 도자기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도자 강의에서 중요한 것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많은 도판, 즉 사진입니다. 단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줄 때가 많습니다. 저는 당연히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도자 관련 사진 자료를 갖고 있고, 유럽 도자기와 일본 도자기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자료를 갖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그러니 제 강의는 늘 눈이 부실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 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하나는 도자사를 횡으로 종으로 꿰뚫는 얼개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만큼의 지식과 통찰력이 있어야 이런 강의를 할 수 있죠. 이게 수반되지 않으면 강의가 딱딱해지고 어렵습니다. 어려운 강의는 그 내용을 강사가 잘 소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사가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면 강의도 쉬워집니다.
 
유럽 도자기와 동양 도자기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바로 ‘여백’입니다. 서양 도자기에서는 여백을 찾기 어렵습니다. 유럽인들은 전통적으로 ‘호러 바쿠이(horror vacui fear of empty spaces), 즉 빈 공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 철학 전통에서 빈 것은 곧 ‘없음’이고 실존(實存)의 부재(不在)라는 것이 그리스 시대부터 내려온 믿음이었습니다. 이는 플라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확고부동의 전제였습니다.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그렇습니다. 이 점에서 동양철학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유럽 전역의 왕실이나 종교 건물들을 보면 대부분 벽이나 천정을 그림이나 장식으로 온통 메우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말할 것도 없죠. 프레스코 벽화로 온통 채워 놓아서 빈틈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게 예술이나 종교적 신심의 표출만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들은 빈 공간을 두려워했던 겁니다. 왜냐? 비어 있는 것은 없는 것이니까.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동양은 다르죠. 동양에서는 빈 공간도 차 있다고 봅니다. 무념은 오히려 풍성과 성숙을 의미하죠. 도자기 역시 서양은 그림과 도형으로 꽉 채우는 경향이 크지만, 동양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로열코펜하겐이 동양에서도 인기가 많은 것은 동양의 ‘여백의 미’를 매우 잘 수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드레스든 박물관에 적힌 안내 문구가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울컥 올라왔습니다. ‘일본 도자는 조선 도공 이삼평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글을 읽고 처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혹시 그것이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의 7대 조선가마』 집필과도 연결되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유럽의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니면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던 것은 유럽 도자기들이 중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고, 중국 징떠전에서 만든 일본 이마리 짝퉁 제품들이 유럽으로 많이 수출됐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이슨에서 유럽 최초의 경질자기가 만들어진 직접적인 배경은 바로 일본 자기였죠. , 그러니 이를 보는 제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일본은 임진왜란으로 수많은 사기장을 납치해가지 못했으면 결코 오늘날의 도자강국이 될 수 없었는데, 침략전쟁을 통해 기술과 인력을 통째로 훔쳐가서 오늘날의 그 발전을 이루었고, 이를 통해 유럽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솔직히 원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더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우리가 그런 역사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으며, 또 그런 역사를 제대로 밝혀서 정리해놓은 책 하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문화 후진국으로서의 우리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었죠.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결심했죠. 아무리 힘들어도 일본 도자사 전체를 아우르는 작업을 꼭 해야겠다고. 그래서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의 7대 조선 가마』가 나왔고, 이후의 작업들 『일본 도자기 여행: 교토의 향기』와『일본 도자기 여행: 에도 산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럽 도자 여행』 시리즈 3(동유럽 편, 북유럽 편, 서유럽 편)과 『일본 도자기 여행』 시리즈 3(규슈의 7대 조선 가마, 교토의 향기, 에도 산책)을 통해 국내 최초로 유럽과 일본 도자 문화사를 완결 지었습니다. 혹시 그 외 구상 중인 다른 지역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원래 작년이나 올해쯤 『동남아 도자기 여행: 태국, 베트남, 대만, 오키나와』가 나왔을 겁니다. 베트남과 대만, 오키나와는 이미 다 취재를 마쳐 놓았고 사진도 다 찍어놓았던 상태였습니다. 태국 도자기 사진만 찍으면 됐는데, 방콕 비행기와 호텔을 다 마련해놓은 상황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코로나가 풀리면 제일 먼저 방콕에 가야 합니다.
그리고 역시 제 작업의 대단원은 중국 도자기 여행이죠.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워낙 지역이 넓고, 중국은 또 중국어를 못하면 택시 타기도 어려워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취재에 필요한 경비도 만만치 않을 거구요. 중국 취재는 기관이나 민간단체, 도자기를 좋아하는 분들의 후원이 절대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 기약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북유럽 편과 서유럽 편 역시 개정증보판을 내야 하니, 숙제가 여전히 쌓여 있는 셈입니다. 기존에 동유럽 편을 읽어보셨던 독자 분들도 이번에 새로 나온 개정증보판을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형편없이 쪼그라들기만 하는 국내 출판시장과 도자시장이 버틸 수 있도록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하기만 합니다. 이 책에 대한 메아리가 좀 울려줘야, 그나마 힘을 내서 북유럽과 서유럽의 개정증보판 작업에 들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진 출처 ㈜퍼시픽 도도
 
 
| 기사 및 사진 제공 | ㈜퍼시픽 도도 기획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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