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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위한 사전』이원 “시를 읽으면 현실에서 뛰어오르는 스프링이 생겨요”

  • 2020.12.17
  • 조회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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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눈에 들어온 시 한 구절이 이상하게 계속 마음에 남을 때가 있다. 잠깐 보고 지나친 문장 하나가 불현듯 떠올라 온기를 전해줄 때가 있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짧은 시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누군가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원 시인의 산문집 『시를 위한 사전』은 100편의 시를 고르고, 그 시에 대한 시인의 감상과 읽는 방법을 세심하게 말해주는 책이다. 재미있는 점은, 시인에게 글을 쓰게 한 시의 원문은 같이 싣지 않았다는 것.  『시를 위한 사전』를 읽다 그 시가 궁금해지면 원문 시를 찾아서 읽고 싶어지고, 시집을 읽다 느낀 내 감정을 어떻게든 설명해보고 싶을 때 이 책을 살짝 들춰보게 되니 이것은 정말 시를 위한 사전이다.
 
 
원래 연재 될 때는 시 한 편과 그 시에 대한 산문이 함께 실리는 형태였는데, 책으로 엮으면서는 '시 없이' 시와 만난 순간만을 담게 되었네요. 제목처럼 '사전' 같은 형식이 가지게 되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비유를 한다면, 미래를 먼저 만나는 방식인데요. 미래에서 과거로, 그러나 그것을 현재에서 만나는 방식이지요. 독자 분들께 어떻게 다가갈까 궁금했는데요. 책을 읽으신 분들이 시를 가늠해볼 수 있어, 시의 형상을 떠올려볼 수 있어 좋았다는 말씀들을 전해 주셨어요.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현재-미래로 시를 체험하게 되시는 것이니, 그것도 좋아요. 한 언어에는 많은 언어가 들어 있다는 것, 또 지금 시간에서 그 언어를 만나게 하는 것이 사전이 갖는 힘인데요. 제 책에도 그 힘이 깃들어 있기를 바라고 있지요.
 
 
'사전'이라고 하면 무언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찾아보고, 도움을 얻게 되는데요. 이 책의 산문들도, 시에 대한 감상만이 아니라 독자가 그 시를 읽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설명들도 담겨 있더라고요. 각각의 시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어떤 것들을 특히 신경 쓰셨나요?
 
좋은 사전은 겹겹이고, 광물 캐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가 진입이 어렵다고들 많이 하시는데요. 제가 잘 쓰는 표현으로, 시는 알집이라고 해요. 각자의 방식으로 압축 풀기를 해야 시와 만나게 된다고 말씀드려요. 경로가 있어야 풀리니까, 저도 제 방식의 경로 하나를 제시해 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말씀드린 경로가 읽으시는 분의 코드에 안 맞아도 압축을 풀게 되거든요. 누군가 풀었으니 나는 내 방식으로 풀어야겠다 이런 능동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그 시와 만나려고 했어요. 몰두하면 어느 순간 나는 없어지는 순간을 경험하잖아요, 그 황홀이 나타나는 지점까지 가려고 했어요.
 
 
골라주신 100편의 시들을 하나하나 다시 보니 무척 다양해요.
 
시간과 공간이 개입되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의 시간, 즉 사회, 계절, 등등. 이럴 때 어떤 시가 좋을까 이런 뒤척임이었어요. 시는 거두절미하고 벗어나는 비약, 거두절미하고 닿는 직관의 원리를 작동시키는 장르여서, 때로는 드론 같고 때로는 씨앗 같아요. 이런 감각이 동시에 깃든 시를 읽으신다면 힘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작가님의 목소리가 굉장히 다정하고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이야기하고 있는 시를 좋아하는 마음과, 이 시를 독자들이 더 잘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같이 합쳐져서 인 것 같네요. 독자들이 ''를 읽기를 바라는 마음, 시를 권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열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는 다빈치의 말을 자주 떠올려요. 온기가 있을 때 생물이라고 하잖아요. 유연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굳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단단해지기 위해 애쓰다 보면 딱딱해지기도 해요. 단단을 지나 담담해지면 유연해지는데요. 시를 읽으면 현실에서 뛰어오르는 스프링이 생겨요. 스프링을 달아보면 놀이하는 마음이 되어요. 시가 이 세상에 필요한 것은, 시를 더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하는 것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온기가 있는 곳이요. 굳지 않아야 소통이 되어요. 나도 보이고 당신도 보여요.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고 하는 독자들도 있을 거에요. 정보를 얻기 위한 책처럼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독서방법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시를 위한 사전』에서 시를 읽는 작가님의 방법은 시 속의 단어들, 시 속의 문장들, 그리고 시에서 느껴지는 시인들의 시선을 오래오래 유심히 바라보는 것 같아요. 작고 약한 것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하는 것이 시의 힘이기도 한 것 같네요.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방금 스프링 이란 단어를 말씀드렸는데요. 우리가 심장이 뛸 때, 의미를 알아서 뛰는 것은 아니잖아요. 안다, 모른다를 생각하기 이전 느낌이잖아요. 시는 느낌, 즉 감각이에요. 그냥 읽어나가시다 느낌이 다른 한 단어, 한 문장에 멈춰보시면 좋겠어요. 나와 닿은 부분이니까요. 멈춘 단어를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그 감각이 생생해지고요. 그러다보면 자신만의 통로가 생겨요. 또 그 단어에서 상반되는 속성을 발견해보신다면 먼 곳과 가까운 곳이 만나는 리듬이 생겨나요. 우리 모두에게는 시가 있어요. 생생해지는 순간이지요. 하루에 한두 번만 시의 순간을 꺼내실 수 있다면 오늘이라는 일생은 참 환해지지지요.
 
 
『시를 위한 사전』을 읽으니, 책에서 소개된 시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시를 위한 사전』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몇 가지 제안을 해주신다면요?
 
온라인 방식을 통해 몇몇이 둘러앉으실 수 있다면, 마음에 드는 구절을 돌아가며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그러다가 공통의 단어를 골라 각자의 사전적 의미를 적어 공유해보시면 좋을 듯해요. 함께 완성해나가는 위키백과처럼요. 그런 온라인 낭독 모임을 지속해보시면, 어려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 있지 않을까요.
또는 혼자 읽는 방식을 택하셨다면, 마음에 드는 구절을 읽어보시고, 그 구절에 덧붙여서 글을 써보시는 시도를 하시면 어떨까요? 또 시의 제목을 두고, 내 방식의 시 한 줄을 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한 줄이 또 한 줄을 불러오면 이어서 계속 쓰시고요. 그러다 보면 나만의 『시를 위한 사전』이 만들어져 있을 거예요.
 
 
2020년이 끝나가는데요. 이때쯤 마음에 담아두면 좋을 시, 혹은 문장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리고 싶어요.
 
지구인 모두에게 참 어려운 2020년이었는데요. 제가 『시를 위한 사전』에도 소개한 작품인데요. 피에르 르베르디의 「전망」이라는 시의 한 부분을 나누고 싶어요.
 
마지막 별이
정원에 떠 있다
처음별처럼
내일을 생각한다.
 
자정은 끝인 동시에 시작이잖아요. 처음별처럼 내일을 생각하는 동력을 인간은 갖고 있으니까, 함께 빛을 불러와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시는 시를 위해서 존재하는 동시에 삶을 향하고도 있다고 믿고 있어요. 우리 안에 시라는 불꽃이 들어 있음을 잊지 않기로 해요.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사진제공_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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