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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한비야, 자기 힘으로 한 발자국 나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 2020.12.14
  • 조회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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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작가가 5년만에 새로운 책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를 출간했다. 5년동안 한비야 작가는 결혼을 했다. 남편은 네덜란드 인. 이름은 안톤. 아프가니스탄 구호 현장에서 보스와 팀원으로 만났고, 동료에서 친구로, 연인으로 관계가 변화해가다 이제 부부가 된 지 3년이 되었다고 한다. 60대에 결혼한 두 사람은 자발적 장거리 부부다. 일년에 3개월은 한국에서,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함께 보내고, 6개월은 각자의 시간을 살아간다. 전통적인 결혼 생활과는 좀 다르지만 누구보다 충실하고 만족한 삶을 살고 있고, 특이해 보이지만 보통의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에 공감하게 되는 삶의 이야기들이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는 비야-안톤의 결혼 생활을 편안하게 들려주는 책으로, 한비야 작가뿐만 아니라 안톤(안토니우스 반 주트펀)도 함께 글을 썼다. 같은 일상에 대해서 두 사람은 어떻게 다르게 보는지, 그리고 그 다름이 어떻게 서로를 보완해 충만함으로 만들어가는지 잘 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책이다
실험적이지만 보편적인 결혼 이야기를 담은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의 한비야 작가와의 인터뷰.
 

 
오랜만에 독자들과 만나네요. 5년만의 책이에요. 
 
5년 동안 뭐 했어요, 물어보면 할 말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웃음).  결혼을 했고, 박사 학위를 받았고, 책을 썼어요. 제가 쓰는 책은 소설이 아니다 보니 뭔가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책을 쓸 수 있거든요. 책마다 동어반복하지 않고 매번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계속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아요. 그래도 결혼 이야기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그러게요. 저도 작가님의 결혼 이야기를 읽게 될 거란 생각은 안 해 봤거든요(웃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굉장히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글이란 것은 일기장에 있어야 하는 것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것도 있거든요. 과연 이 이야기를 쓰는 게 가치있는 일일까에 대해서 1년 넘게 고민을 했어요
저와 안톤은 여러가지 조건들이 특이해요. 60대에 만나서 앞으로 30년 동안 재밌게 살기로 한 사람들이고, 국제부부고, 결혼 하자마자 같이 살지도 않고요. 그런데 사실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다 각각의 조건 하에서 각자 특이하게 살아가거든요. 우리의 경험도 다른 분들이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데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서 글을 쓰게 되었어요
 
 
이제까지의 책은 ', 한비야'의 이야기지만 이번 책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는 결혼 이야기다 보니 남편인 안톤의 이야기도 함께 할 수 밖에 없는데요. 남편인 안톤도 함께 이 책을 썼고요. 
 
내가 아무리 파란색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감이 잘 안 올 수 있지만 파란색 옆에 빨간색이 있으면 파란색이 더 잘 드러나잖아요. 다른 사람과 같이 생활하면서 내가 오히려 더 잘 보이더라고요. 저는 굉장히 목표지향적이고 항상 열심히 하는 편인데, 그게 보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아침에 서서 밥 먹는게 그렇게 신기한 일인 줄 몰랐어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싱글벙글 웃고 춤도 추는데, 남편은 저를 보면서 놀라더라고요. 저는 이게 놀랄 일이라는 걸 처음 알았죠(웃음).  
옆에서 같이 책을 쓰는 사람이 있어서 나의 고유성, 나의 존재감, 나의 특성이 더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나의 장점과 단점 모두가요. 그러면서 나를 더 자세히 보게 되고 서로가 닮아가는 것도 잘 보여지고요
 
 
오랜 기간 동안 비혼이었다 결혼을 했을 때 주변에서도 여러 반응이 있었을 것 같아요.  
 
59세까지 비혼이다 결혼을 했죠. 제가 결혼하니까, 평생 비혼일 것 같은 사람이 결혼했다, 배신이다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때도 결혼만이 선택지는 아니었어요. 동거만 해도 되고 연인으로만 살아도 되고요. 그냥 여러가지 선택지 중에서 결혼을 택한 것뿐이죠. 내가 생각했을 때 최대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 이렇게 하면 재밌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선택이에요.
사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건 본인이잖아요. 여러가지 조건들을 생각하고 장단점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선택이기 때문에 옆에서 간섭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해야할까요. 비혼이건 결혼을 하건 각자 여러가지를 감안해서 한 결정인 걸요
 
 
보통 '결혼'을 한다는 것은 '함께있기' 위한 것이 크다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결혼 후에도 336타임(1년에 3개월씩 한국과 네덜란드에서 함께, 6개월은 각자 지내기)으로 살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혼을 했다고 내가 한국에서 하는 일을 다 그만두고 네덜란드 가서 '서울댁'으로 살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안톤이 자기 일을 다 그만두고 서울에 와서 '안서방'으로 살 수도 없고요. 그건 당연한 선택이었어요. 그렇게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면서 사는 건요
그리고 우리는 연애할 때도, 여행을 가서도 하루종일 붙어있지는 않았어요. 하루에 얼마만이라도 각자 자기 시간이 있어야 했어요. 아무리 같이 있는게 좋아도 혼자서 뭔가를 해야할 때도 있는 거니까 그걸 서로 당연히 인정하는 거죠
 
대신 같이 있을 때는 휴대폰도 안 보고,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해요. 시간이 아깝잖아요.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 없는데. 336타임의 기본은, 같이 있는 시간과 공간의 확보에요. 여러가지 조건들 속에서 우리가 같이 있는 시간을 충분히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머리를 짜고 짜낸 게 336타임이거든요. 사실 그 비율이 336이든 442 66이든 중요한 건 아니에요. 같이 있는 시간과 공간을 최소한으로라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작가님 결혼 생활 이야기 중에서 저는 부부가 서로 상의하고 합의해서 생활방식을 정하는 것, 그리고 각자 삶의 영역을 갖는 것이 부러웠어요
 
우리의 관계는 2001년부터 같이 일을 하는 동료로 시작해서 친구로, 연인으로, 그리고 부부로 이동해온 건데요. 처음 만날 때부터 눈에서 불꽃이 튀는 관계가 아니라(웃음) 동지애와 우정에 기반한 관계라서 그럴 거에요
책에서 '과일 칵테일식 결혼 생활'이라고 표현했는데, 우리가 원하는 결혼 생활은 서로 다른 과일이 만나 완전히 새로운 음식이 되는게 아니라 각자의 고유한 맛은 간직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독립적인 개체와 독립적인 개체가 만나 서로의 말을 충분히 듣고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함께 좋은 쪽을 향해 간다는 원칙이 있는 거죠
 
 
현장에서 활동을 하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공부를 하셨는데요. 현장과 공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잖아요
 
공부를 하는 건 주위 사람의 지지가 없으면 정말 힘든 일이에요. 저도 5년 걸렸는데, 안톤이 없었으면 아직도 논문 쓰고 있었을 거에요. 그나마 나는 다른데 신경 안쓰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일 하면서, 특히 육아 하면서 공부하시는 분들은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는 현장 근육이 있고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 근육이 있는 것 같아요. 김연아 선수와 강호동 씨가 같은 운동선수라도 완전히 다른 근육, 다른 기술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죠. 지도교수님도 그러셨어요. 스케이트 잘 탄다고 씨름 잘 하는 건 아니니까 잘 되지 않는다고 절대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요. 맞는 말씀이지만 그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현장에 오래 있던 사람으로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논문으로 쓰면서 왜 이렇게 힘들어 할까, 자괴감도 들었고요
그래도 힘들었지만 학위를 받음으로써 나에게 연구라는 기능이 생긴 거잖아요.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이 세워지는 거니까, 이 기능이 현장에서 사람들을 돕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생각을 했어요
 
 
책에서 보면 같은 일에 대해서 남편인 안톤이 쓴 글과 작가님이 쓴 글의 톤이 많이 달라요. 두 분은 지향점은 같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른 것 같은데요
 
우리는 안단테와 비바체, 불과 물이에요. 그래서 보완적이에요. 안톤은 맨날, 저처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웃고 춤추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고, 저도 저 정도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이 이렇게 남의 말 잘 들어주는 건 처음 본다고 하거든요. 굉장히 신기했어요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 만나서 더 나은 것 같아요. 젊었을 때 만났으면 불과 물이 부딪쳤을 것 같은데 60이 넘어서 만나다 보니 서로 고칠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하거든요. 각자 살아온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변할 수 없다는 건 아니고요. 남이 고치라고 한다고 고쳐지지 않는다는 거죠. 자기가 고쳐야겠다 생각하고 고치려고 스스로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는 일인 거죠
 
안톤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배울 게 있고 부러운 점이 있어요. 안톤은 뭐든 미리미리 해요. 일정도 항상 여유를 두고 짜고요. 그런데 저는 일정을 10분 단위로 빽빽하게 채워넣고, 뭐든 슬라이딩 세이프거든요.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았지만 안톤을 보니까, 미리미리 하는게 나쁘지 않거든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기차 시간에 슬라이딩 세이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웃음). 우리는 한국에 있을 때는 내 방식으로, 네덜란드에는 안톤의 방식으로 생활하기로 정했어요. 그래서 네덜란드에 있을 때는 안톤의 방식대로 미리미리 일찍 나가고 했는데, 처음에는 답답하다 조금 일찍 나가서 서두르지 않고 여유있게 사람을 만나는게 편하다는 걸 내가 알고 느끼게 되니까 바꾸고 싶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많이 생겨요.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내가 따라하고 싶고, 안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점에서 부부란 디딤돌이나 버팀목이 아니라 성장족진제인 것 같아요. 나를 성장시키는
 
 
나이가 들면 사람이 잘 안 변한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네요. 나이가 들면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것도 있고, 의지도 더 강해지니까, 변하겠다 마음을 먹으면 더 굳건하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나이가 들면 변하지 않는다는 말, 그 말을 의심해야 해요. 나이가 들면 변하지 않는다는 건, 자기가 변하고 싶지 않은 것이거나, 그냥 '나이 들면 안 변해'라고 단정해서 생각해서 그런 거에요. 우리는 유기체에요. 봄여름가을겨울이 바뀌든 계속 변하거든요. 같은 가을이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니잖아요. 매일이 다른 걸요.
 
책을 읽고 매일 생각을 하는 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잖아요. 좋지 않은 버릇을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서 부러운 점을 따라해보고요.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정신력도 약해질 수 있지만 그런 부족한 것은 다른 것으로 커버하면서 죽기 직전까지 좀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력해도 변하기 어려운 것은 있어요. 하지만 노력을 하면 조금씩이라도 우리는 어제보다는 변해 있을 걸요? 다른 사람은 몰라봐도 나 자신은 알 수있어요. 내가 어제는 양보를 할 줄 몰랐는데 오늘은 저절로 양보가 되는 걸 보니 내가 좀 좋은 사람이 되었어. 어제의 나라면 분명 이 상황에서 화를 냈을 텐데 오늘은 그냥 넘어갔어. 점점 나아지고 있는 거죠
 
저는 아직 받은 선물 중에 못 풀어본 것이 많아요. 아직 풀지 못한 선물 중에 조금 더 많은 포용력, 조금 더 많은 인내심이 들어있을 지 모르죠. 그렇게 하나하나 선물을 풀어가면서 나이가 들면, 70살 때는 어떤 인간이 될까? 조금 더 인내하고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게 너무 궁금해요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답게 살고 있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데요
 
사람은 각자 자신이 쓸 수 있는 자원이 제한적이에요. 그 중에서 내가 무엇을 제일 하고 싶은지 우선순위가 있어야 해요. 내가 배도 고프고 옷도 사 입어야 하고 책도 읽고 싶어요. 그런데 돈이 만 원 밖에 없다면 그 중에서 자신이 제일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야 해요. 나는 책을 선택했다, 그러면 배 고프고 추운 건 참겠다는 거잖아요. 그런 선택에 대해서 다른 선택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요
 
저도 살면서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선택을 했지만,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거나 아까워한 적은 없어요. 내가 가진 게 많아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많겠어요. 모두 자신이 가진 자원과 시간, 네트워크를 생각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거죠나는 배 부르면서 책 안 읽는 나는 싫었어요. 따뜻한데 책 안 읽는 나도 싫고요. 춥고 배고프지만 책 읽는 내가 더 좋았던 거요.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살아온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뒤에는 그런 선택의 과정들이 다 있었죠.
 
 
나답게 산다는 것은, 결국 내가 한 선택들을 믿는다는 말 같아요. 그 선택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드는 거잖아요
 
마음에 안 드는 나, 단점이 있는 나지만, 그래도 내 인생의 발자국 하나 하나를 생각하면 언제나 내 앞의 선택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해온 거잖아요. 그 선택들 중에는 잘못된 것도 있고, 지금 생각하면 완전 꽝인 것도 있지만 어쨌든 그때의 나에게는 최선이었는 걸요
 
대신 이런 건 있어요. 지금 내가 나에게 만족해야 내 과거의 잘못된 선택도 받아들일 수 있어요. 과거의 팩트는 변할 수 없지만 그 팩트에 대한 해석은 변할 수 있거든요예를 들어서, 제가 대학입시에서 떨어졌을 때, 그때는 하늘이 무너졌지만 지금 돌아보면 입시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처럼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거거든요. 그때 합격했으면 다른 무언가가 될 수는 있었겠지만 지금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겠죠. 과거를 바꿀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 과거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만족하는 삶을 사는 거죠
 
 
요즘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질문을 달리해서 '그러하면 나다운 게 뭐야?'하고 묻는다면 막막해지기도 하거든요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라는 건 있어요. 저는 약간 불의 기운이라서(웃음) 먼저 나서고 사람들 돕는 걸 좋아해요. 즐겁고 자유롭게, 기왕이면 남을 도우면서. 이게 저의 가치에요. 그리고 이 세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일이 긴급구호였고요. 제 단점 중에 하나가 말이 너무 빠른 거에요. 그런데 긴급구호에서는 말 빠른 것도 장점이 되었어요. 현장에서 말을 빨리하면 '저 사람이 정말 급한가 보다' 생각해서 더 잘 도와주거든요(웃음). 제가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면 아나운서가 된다 해도 가장 못하는 아나운서였겠죠. 나의 기질과 관심사, 나의 단점까지도 쓸 수 있는 것, 그게 나다운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보기엔 대단치 않아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무척 만족스러운 삶이고요
 
내 단점이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고치고 싶을 때도 있어요. 어떤 건 노력해서 고치기도 하지만 또 어떤 건 그냥 그 단점을 인정하면서 살기도 해요. 솔직히, 말 빠른 건 못 고쳐요(웃음). 대신 발음을 더 정확하게 하려고 한다거나 해서 단점을 보완하는 거죠. 그게 나답게 사는 거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어쩌면 작가님도 다른 사람, 남편과 부딪히면서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자기를 알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사람들하고도 부딪쳐봐야 해요. 그래야 내가 이럴 땐 이런 사람이고 저럴 때는 저런 사람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되니까요. .
그런데 역시 혼자 있는 힘을 키워야 해요. 결혼하니까 그게 훨씬 더 잘 보이더라고요. 혼자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같이 있는 힘도 있어요. 혼자 있는 힘이 없다면 타협하거나 흡수되거나 포기하거나 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고요
 
 
한동안 박사 학위 공부 때문에,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예전처럼 활동을 하기 어려운데요많이 움직일 수 없는 지금 상황이 답답하진 않으신가요
 
현장에 대한 목마름은 당연히 있죠. 박사논문 연구 케이스였던 필리핀을 2년 째 못가고 있는 것도 아쉽고, 원래 계획이라면 지금 방글라데시의 로힝냐 족 난민들에게 가 있어야 하는데 할 수 없어서 아쉽고요.
 
그런데 어쩔 수 없죠. 코로나 때문에 현장에 갈 수 없지만 대신 이 책을 충실하게 쓸 수 있었어요. 네덜란드에서 돌아와서 2주 동안 자가격리 하면서 책 마무리 작업을 할 수 있었거든요. 자가격리 아니었으면 원고 마무리 안 하고 산으로 들로 돌아다녔겠죠(웃음). 코로나로 여러 가지 활동들이 취소되고 연기되었지만, 그래도 이 책을 낼 수 있어서 저에게는 2020년이 중요한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그래도 독자들과 만날 기회가 없는 것은 아쉬울 것 같아요
 
독자들이 너무 그립죠. 책을 내는 즐거움 중 하나가 사인회에서 독자들 만나는 일이거든요. 반갑게 이름 물어보고, 책에 이름 써주고 사진 찍고 하면서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으면,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안 힘들어요. 그런 걸 못해서 섭섭하죠. 하지만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책 읽는 사람들이 희귀종처럼 보이는 시대지만, 괜찮아요. 우리 희귀종끼리 재밌게 놀면 되죠(웃음).  책을 읽으면,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그런 레퍼런스가 하나 더 생기는 거잖아요. 그렇게 참고문헌을 하나씩 쌓아가면서 그걸 참고로 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자신의 발로 걸어가는게 책 읽는 사람들이고요. 그렇게 한 발자국씩 걸어갈 때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꼭 말해주고 싶어요
 
2020년은 모두가 힘든 시기였어요. 아무도 살아본 적 없는 시기를 살고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해온 것도 너무 대단한 거에요. 우리는 지금 너무 잘 하고 있어요지금 이 마음으로 내년에도 한 발자국 나아가면 돼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자기 힘으로 한 발 나아가려고 하면 꼭 옆에서 말리고 간섭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이솝 우화』에서 나귀를 팔러 가는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가 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나귀를 팔러 장에 가요. 처음에 나귀 등에 아무 것도 안 싣고 가니까 사람들이 수근거려요. 아깝게 왜 아무것도 안 싣고 가냐고.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을 나귀 등에 태웠어요. 그랬더니 늙은 아버지는 걸어가는데 젊은 아들은 나귀 타고 간다고 욕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버지를 나귀 등에 태웠더니, 어린 아이를 걸어가게 한다고 뭐라 해요. 그래서 둘이 탔어요. 그러니까 저 불쌍한 나귀에 사람이 둘이나 타고 간다고 또 욕하고요. 그래서 결국에는 나귀를 아버지와 아들이 메고 가다가 개울가에 빠뜨린다는 얘기에요.
 
세상 사람들은 앞으로 가도 뭐라고 하고 뒤로 가도 뭐라고 하고 옆으로 가도 뭐라고 해요. 가만히 있어도 뭐라고 하고요. 그럴 때일수록 자기 심지를 가지고 가고 싶은 길로 가야 해요아들이 발목을 다쳤으면 아들을 나귀 등에 태우고 가는 거에요. 아버지가 무릎이 아프면 아버지가 타고 가고요집에서 일만 하다 팔려가는 당나귀가 안타까우니 갈 때만이라도 편하게 가라고 하고 싶으면 당나귀 등에 아무것도 안 싣고 가는 거에요. 내 마음이에요. 나귀를 팔러 갈 때, 내 생각대로 가자. 적어도 개울에 나귀를 빠뜨리지는 말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자기 뿌리가 없으면 이 말에 흔들리고 저 말에 흔들리고 해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 책을 읽는 거에요. 저는 자기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기장과 책일기장에는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어디에 있나를 보는 거에요.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미 너무나 잘 하고 있는 거에요. 이미 책을 읽고 있으니까요(웃음). 
 
책을 놓지 않고앞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있는 여러분의 그 발걸음을 열렬히 응원해요. 함께 손 붙잡고 같이 걷는 것은 아니지만 걸어가는 그 길을 옆에서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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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em
  • 허허 참... 한비야가 다시 나오네..
  • 2021/01/09 01:2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