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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생활』송지현 “일단은 우왕좌왕하며 살아 보렵니다!”

  •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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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가자.
뭔가 일이 잘 안 풀리고 답답할 때 훌쩍 떠나는 여행의 목적지로 동해 바다만큼 잘 어울리는 곳도 없으니 말이다.
『동해 생활』은 2019년 첫 소설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를 출간한 송지현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다. 녹록하지 않는 작가 생활, 이십 대와 삼십 대 어딘가에서 서성이는 시기,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과 이미 글렀어라는 마음이 혼란스럽게 오가는 속에서 문득 떠오른 동쪽 바다로, 작가는 떠난다. 그리고 동해에 잠시 한 숨 돌리는 여행이 아닌 2년 여를 머무는 생활이 되었고, 혼자가 아닌 동생과 (곧 두 마리 고양이도) 함께 한 시간이 되었고 말이다.
서울로 돌아와 이를 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동해 생활을 기록한 송지현 작가와 서면으로 나눈 이야기들.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지만, 제가 너무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입니다(웃음). 제목인 『동해 생활』은 강원도 '동해시'에서의 생활인가요, 아니면 동쪽 바다, '동해'에서의 생활인가요? 저는 당연히 후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불현듯 '동해'가 동쪽바다가 아니라 동해시인가? 하는 생각이 드니까 꼭 확인하고 싶어졌거든요.
 
동해에 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물었어요. “그래서 동해 어딘데?”라고요. 친구들은 제가 그냥 동쪽에 있는 아무 바다나 간 줄 알았던 거예요. 그래서 ‘동해시’라는 곳이 있다고 말해 주었더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동해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데요. 나중에야 오히려 친구들이 동해 생활을 더 즐기긴 했지만요. 하지만 동해 생활은 ‘동쪽 바다에서의 생활’이라는 뜻으로 썼습니다.
 
 
『동해 생활』을 읽으면서 느꼈던 어떤 감정들이 있었어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들이라는 것이 너무나 분명해서 느껴지는 슬픔이 있었고, 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날들을 떠올리면 괜히 웃음이 나오게 되는 행복이, 두 가지 감정이 같이 오더라고요. 글을 동해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서 쓰셨는데, 글을 쓰면서 다시 돌아보는 동해 생활은 작가님께 어떤 감정을 불러왔는지 궁금해요
 
사실 동해 생활 이전의 글쓰기는 저에게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어요. 남들에게 어디까지, 얼마만큼을 보여 주어야 하는지, 거리 조절이 참 어려웠죠. 그런데 동해 생활을 쓰면서는 웃기고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니까, 글 쓰는 것도 덩달아 즐겁더라고요. 어디까지, 얼마만큼 보여 줄지 생각 안 하고 자유롭게 썼어요. 돌아오지 않을 날들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어요. 글을 쓰는 동안에는 얼마든지 그 순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사실 우울할 때는 무언가 새로운 걸 결심하기도, 결심한 일을 실행에 옮기기는 것도 정말 힘들거든요. 동해에 가야겠다, 생각하고 나서도 실행에 옮길 때까지 주저하거나 그만둘까 생각하진 않으셨나요?
 
제가 끈기가 없거든요. 우울해하는 것도 어느 날엔 진이 빠져서 포기하니 말 다했죠. 하지만 끈기가 없는 대신에 즉흥적이에요. 동해에 간 것도 정말 즉흥적인 선택이었고 계획이라고 할 게 없으니 주저할 일도 없었어요. 그래선지 동해로 떠났을 때는 다들 그러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있으니 오히려 놀라더라고요.
 
 
'동해 생활'이라고 하면 바다, 해변, 서핑, 여유로움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작가님은 동해에 가고도 한참 동안이나 바다 근처에도 안 가셔 제가 다 조급했어요(웃음). 동해에 살면서 '바다가 가까워서 좋다'고 생각한 때는 언제인가요
 
조급하셨다니, 제가 다 죄송해요(웃음). 집 베란다로 바다가 보여서 사실 매일 바다를 보긴 했어요. 나중에는 그냥 집 앞 건물이나 다름없이 느껴질 정도……였지요. 하지만 집 옆에 있는 언덕을 내려갈 때마다 늘 바다에 압도당하곤 했어요. 건물들에 가려져 있던 바다가 한순간에 ‘와!’ 하고 튀어나오거든요. 그 순간은 매일 보아도 매 순간 벅찼어요.
 
 
반대로, 바닷가 마을에서의 생활에 로망을 갖고 있는 분들의 로망을 깨뜨려줄 이야기가 있다면요?
 
태풍 불면 정말 무서워요. 마을 스피커로 경보음과 안내 방송이 나오고, 방충망이 이리저리 흔들리면, 정말 위협적이에요. 바닷가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장님도 저도 다 처음이라 태풍이 오면 파라솔을 들여놔야 하는 걸 몰랐던 거예요. 아침에 출근해서 해변에 굴러다니는 파라솔 주워 오고 그랬어요.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고양이들이 곳곳에 생선을 숨겨 놔서 자주 썩어 있곤 했어요. 잘 찾아내서 벌레 꼬임을 방지해야 합니다! 이 얘기엔 오히려 로망이 생기시려나…….
 
 
2년 여의 동해 생활에서, 가장 '동해 생활'다운 경험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아무래도 처음 맞이한 여름이겠죠. 눈 뜨면 속옷 대신 수영복을 입고, 위에는 대충 롱 원피스 같은 걸 걸친 채, 바다로 직행한 뒤, 해가 질 때까지 수영하는 거예요. 그땐 바다까지 걷는 시간이 아까워서 집이랑 바다가 더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답니다. 나중에 풍랑주의보가 내렸을 때 생각이 바뀌긴 했지만요.
 


언젠가 인터뷰를 하면 '친구가 많다'고 얘기하고 싶으셨다고 하셨는데, 진짜 그렇게 얘기해도 될 것 같은데요(웃음). 동해 생활이 작가님의 우정 생활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동해 생활』을 읽고 친구가 긴 편지를 써 줬어요. 동해에 있는 동안 자주 못 보던 친구였는데, 동해 생활을 마무리할 즈음에 무리해서 휴가를 내고 와 주었죠. 친구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결국은 해가 다 진 어두운 바다를 보았던 기억이 나요. 어쨌든 친구는 편지에 이렇게 적어 주었어요. “그곳에 간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어. 근데 그건, 거기가 동해여서가 아니라, 네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야.”라고요. 삼십 대 중반, 이제야 간신히 삶의 모양을 찾아가는 때인 것 같아요. 각자의 삶을 살아 내느라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그런 모습의 우정으로 변해 가는 것 같아요.
 
 
동해 생활을 함께 한 동생분은 『동해 생활』의 두 번째 저자 같기도 해요. 9살 터울인데 나이 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신기했고, 서로의 일상과 관계가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것도 신기했어요. 동생분이 없었다면 동해 생활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정말 심심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 몇 주 못 지내고 서울로 돌아오지 않았을까요. 사실 동해 생활 중간에 저는 몇 번이나 본가로 돌아가려고 했거든요. 그때마다 동생이 더 있겠다고 해서 따라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동해 생활』은 동생이 만들어 준 책이나 다름없어요. 편집자분과 ‘동해 생활’을 줄이면 ‘동생……’이라는 농담도 자주 나눴어요.
 
 
미래에 대해서 답답해 하고친구들과 술 마시고 떠들며 불안을 잊어보려고 하고, 말도 안 되는 꿈을 꾸었다가, 다시 아르바이트 하는 현실로 돌아오는 일상은 이십대라면 많이들 경험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아직 '젊음이 지나가지 않아서' 힘든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사실 저도 아직 과정에 있어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어요. 프리랜서라서 아무래도 더 불안한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도 월세 내는 날이 다가올 때마다 정말 무섭거든요. 젊음이라는 거, 영원히 통과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느 날 뒤돌아보면 아, 통과해 왔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일까요? 저도 정말 알고 싶습니다. 일단은 우왕좌왕하며 살아 보렵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분들이 많았잖아요. 그런 분들께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저도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어디에도 못 가는 이 상황이 참 답답해요. 예전에 여행 가서 찍었던 사진도 자주 들춰 보고요. 그래서 나는 왜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어요. 그렇게 생각해 보니 결국 저는 여행지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과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사랑했던 거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올해에만 해볼 수 있었던 일들을,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씩 정리해 보곤 합니다. 그럼 올 한 해 자체가 여행처럼 느껴지더라고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사진제공_민음사
 
 
 
동해 <!HS>생활<!HE> [시/에세이]  동해 생활
송지현 | 민음사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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