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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호기심을 잃은 게 아니라 잊은 것뿐입니다” 사물궁이 잡학지식

  •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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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어른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쉴새 없이 질문을 던져서 곤란하게 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장차 과학자가 될 만한 훌륭한 자질을 갖춘 아이였음이 틀림없다. 나이가 들면서 더 다급한 문제들에 치여서 그 왕성했던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것이 슬프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궁금증과 마주친다. 아침마다 그토록 눈을 뜨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왜 몸에 좋은 자세는 불편하고 안 좋은 자세는 편하지? 공원의 날벌레들은 왜 굳이 떼를 지어 나한테 달려들까? 이런 질문들은 너무 사소해서 어디에 물어보기도 민망하고, 또 몰라도 사는 데 크게 지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잠깐 호기심을 느꼈다가도 금세 잊어버린다.
그런데 이런 별것 아닌 듯 보이는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영상으로 1년 만에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은 유튜버가 있다. ‘사물궁이 잡학지식’은 유튜브계의 ‘호기심 해결사’로 불린다. 궁금한 주제에 대한 답을 알려 주고 그 안에 담긴 과학적 원리까지 찬찬히 설명해 주니,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은근히 다음 영상을 기다리게 만든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기 과학 유튜버 사물궁이가 최근에 책을 냈다. 얼굴은 물론 실명도 공개하지 않는 신비주의자인 그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던졌다.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사물궁이)’라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이 이름을 지으셨어요?
이름을 정할 때 제가 다루고자 하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적었습니다. 써 놓고 보니 너무 길어서 ‘사물궁이’라고 줄여서 부르고 있습니다.
 
 
살면서 해결해야 할 크고 중대한 문제들도 많은데, 굳이 ‘사소한’ 질문들에 매달리시는 이유가 있나요?
2015년에 처음 활동을 시작했는데, 뉴스를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그때는 ‘스피드 웨건’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사흘 만에 4 3천 명의 팔로워가 모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시사나 생활 정보와 관련한 글을 올렸는데, 하다 보니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기에는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깊이 있게 다뤄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사소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당시 다뤘던 여러 콘텐츠 중 사물궁이 시리즈의 반응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연재했습니다.
 
 
원래 과학 콘텐츠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긴 했어도 과학 콘텐츠를 제작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각 주제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려다 보니 과학적인 근거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일상이 과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뜻이겠지요. 사실 사물궁이 콘텐츠는 과학을 넘어 전 분야에 걸쳐 사소한 궁금증들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안 궁금했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갑자기 궁금해졌다’는 반응이 무척 많아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고르는 비결이 있나요?
초기에는 재밌는 주제를 발굴하기 위해 혼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세상의 당연한 일들을 당연하지 않게 보려고 노력했지요. 그런데 계속 혼자 이렇게 하다 보면 소재가 고갈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팔로워들에게 제보를 받았습니다. 같은 질문이 반복해서 오면 이 질문을 가지고 반응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했고, 이런 점이야말로 소셜미디어의 순기능인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도 제보를 받고 있는데, 제보의 양이 급증해서 현재 11만 개 이상의 질문이 쌓여 있습니다.
 
 
원래 호기심이 많은 성격인가요? 아니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호기심을 가지려고 노력하시나요?
어렸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사색에 잠길 때가 많습니다. ‘이건 왜 이럴까, 저건 왜 저럴까’ 하는 비평을 많이 하고 삽니다. 호기심이 누군가에게만 특별히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들 마음속에 품고 살 텐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잊은 것뿐이겠지요. 그래서 많은 분이 ‘잊고 살았던 궁금증을 해결해 줬다’는 의견을 주시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를 꼽는다면?
모든 주제가 흥미로우나 출간한 책에 실린 것 중에서는 ‘선풍기 날개에 어떻게 먼지가 쌓일까?’라는 주제를 꼽고 싶습니다. 늘 마주치면서도 굳이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았던 문제인데, 깊게 파고드니 그 원인이 되는 경계층 이론이 일상 속 다양한 현상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글을 쓰면서 정말 재밌었습니다.
 
 
질문 하나를 가지고 자료 조사부터 시작해 몇 달간 씨름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질문을 해결하는 방법과 과정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주제 하나를 해결하려고 모든 시간을 그 주제에 쏟는 것은 아닙니다.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여러 주제를 동시에 조사합니다. 당장은 답을 찾지 못했어도 우연한 기회에 답을 찾을 수 있고, 다른 주제와 결합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내용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므로 그 근거가 나올 때까지 계속 찾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엄청나게 많은 주제가 작업 대기 중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합리적인 근거는 전문가의 의견이나 논문 자료입니다. 이런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미리 이 점을 언급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처럼 목을 쳐서 기절시키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주제는 관련된 학술 연구 자료를 찾을 수 없었으므로 의학적해부학적 관점에서 ‘가능성’을 다룬다고 밝혔습니다.
 
 
답을 찾는 데 실패한 주제도 있나요?
답을 못 찾은 주제가 훨씬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얼굴 아래 신체 부위에 나는 털들은 왜 곱슬인가?’라는 질문입니다. 머리카락이 어떻게 직모나 곱슬이 되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고, 관련 논문도 없어서 막막한 상황입니다.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있지만, 근거가 빈약해서 지금도 계속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영상으로 볼 때는 ‘아 그런 거였어?’ 하면서 술술 넘어갔던 내용인데, 책으로 다시 읽으니 생각보다 다양한 과학적 개념과 용어 들이 등장하네요. 어려운 과학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작가님의 노하우는 뭘까요?
제가 만든 콘텐츠를 누가 보게 될지 알 수 없으므로,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끔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종종 서론이 길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지만 그 내용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만들어서 매주 업로드하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과 노동(!)이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제작 과정을 어떻게 소화하시나요?
앞에서 말씀드린 자료 조사 과정을 거쳐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이것을 애니메이터에게 전달해서 그림 대본(콘티)으로 만든 후,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논의합니다. 논의가 끝나면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작업에 들어가고, 저는 대사를 녹음합니다. 영상이 완성되면 효과음을 넣는 최종 작업을 거쳐 발행합니다. 스크립트 작성을 제외하고 콘티 구성에 1, 녹음에 1, 애니메이션에 3~5, 효과음 작업에 1일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렇게 한 편의 영상을 만드는 데 일주일 내외의 시간이 걸리고, 네 명의 애니메이터가 여러 영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작업합니다.
 
 
‘궁이’ 캐릭터가 무척 귀여워요. 생김새는 단순하지만 다양한 변장(?)을 하고 일종의 멀티맨처럼 활약하더라고요. 궁이의 성별과 나이를 물어봐도 될까요?
성별과 나이, 인종은 설정값에 없습니다.
 
 
영상 하나에 댓글이 수천 개씩 달리곤 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틀어 줬어요!”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댓글이 생각보다 자주 보이는 걸 보면, 그만큼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많이 보여 주시는 것 같습니다. 처음 콘텐츠를 만들 때부터 언어 표현이나 행동 묘사 등에서 어린 친구들이 봐도 문제없게끔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어린 친구들도 많이 봐 준다고 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요? 혹시 팬들이 기대만큼 귀엽지 않다고 실망할까 봐 그러시는 건 아니겠죠?
너무 귀여워서 콘텐츠가 아닌 제 귀여움이 부각될까 봐 그렇습니다.
 
 
구독자 115, 누적 조회 수 1.4억이라는 기록을 보면 이미 웬만한 유튜버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신 것 같아요. 다음 계획 혹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 외국어 채널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만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을지 궁금하네요.
 
 
이번 책에 실린 40편 외에도 많은 콘텐츠가 쌓여 있는데, 2권을 기대해 봐도 될까요?
독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2권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상보다 책으로 먼저 사물궁이를 만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유튜브 영상과 달리 책은 정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며 사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책을 읽어 주신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로 만나 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기사 및 사진제공_아르테(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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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궁이 잡학지식 | 아르테(arte)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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