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결코 해서는 안 될 선택『사랑이 스테이크라니』고요한

  • 2020.09.24
  • 조회 868
  • 트위터 페이스북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과학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값이 나온다. 블랙홀 안에 들어가서 봐야 비로소 그 지점을 가늠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것은 현실 세계에서도 어느 정도 들어맞는 얘기다. 적어도 남녀 관계의 불가해한 속성에 비추어본다면 말이다. 블랙홀 같은 미래로 일단 들어가 봐야 할 일이다.
이 책의 표제작인 단편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는 그런 면에서 무척 당혹스러운 작품이다. 설정 자체가 한국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금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설정 값 자체가 없는 소재다. 남녀의 역할 설정이 기존의 전통소설과 뒤바뀌어 있기 때문. 대리모가 아닌 대리부의 등장 탓이다. 하지만 흡입력 있는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주인공의 입장에 직면하고 눈을 부릅뜬 채로 그 상황을 직시하게 된다. 그야말로 소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독자는 분노하거나 잠시라도 책을 덮고 싶을 정도로 우울해져 허탈감을 느끼는 순간이 올 것이다.
소설의 마법이다. 집필실에서 홀로 마법사의 주문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쳤을지도 모를 소설가 고요한 씨를 만났다.
 
 
 
사랑의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많습니다. 혹 사랑에 대한 어떤 부정관 같은 것을 갖고 계신 건가요?
 
어릴 적부터 사랑에 관한 소설을 읽으면 이상하게 아픈 사랑이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또 주변에서 깨진 사랑 이야기를 들을 때도 오래도록 그 파국의 잔상이 남았죠. 아마 그런 아픔들 때문에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쓴 것 같아요. 영화를 보더라도 그런 사랑이 오래 기억 되잖아요. 하지만 앞으로 쓸 작품에는 이와 다른 진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볼 생각이에요.
 
 
유독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작가의 말부터「몽중방황夢中彷徨」이라는 단편소설에서도요.
 
아무래도 제가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일 거예요. 아버지는 성품이 온화하신 분이셨는데 살아 계시는 동안 화를 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제게 뭘 하라고 요구 한 적도 없으셨죠. 심지어 공부하라는 잔소리 한번 안 했으니까요. 제가 하는 걸 묵묵히 지켜봤을 뿐이에요. 그런 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 때문인지 아버지와 절에 갔던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 「몽중방황」이란 단편을 썼죠.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의 말>에서 썼는데, 정말이지 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아요.
 
 
‘몽중방황’은 꿈속에서 헤맨다는 말이죠.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는 대리부에 관한 소재를 다뤘고, 그 외에도 동거나 교통사고 등 소재가 특이하던데, 그런 이야기의 소재는 어디서 구하나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주로 소재를 얻는 편입니다. 상대는 무심코 말을 하는데 이상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실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도 회사 후배와 대화를 하다가 이런 것도 있더라는 걸 듣고 쓴 거죠. 후배들과 이야기할 때 가끔은 뭐 좋은 소재 없냐? 하고 묻기도 해요. 오래 직장생활을 했던 까닭에 결국 사람이 저의 재산으로 남은 것이기도 하고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소설가로 살기에 이번 생이 너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여행은 자주 하세요? 작가들은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글도 쓰고 분위기 전환도 하는 것 같은데요?
 
여름휴가 때면 해외로 나가곤 했어요. 멀리는 못 가고 동남아나 일본, 중국에요. 저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동남아가 끌려요. 어쩌면 그건 따뜻한 나라이기 때문인지 몰라요. 실은 추위를 엄청 타거든요. 오죽하면 겨울에는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아요. 여름휴가를 갈 때는 늘 노트북을 들고 가서 단편을 쓰죠.
 
 
「도마뱀과 라오커피」같은 작품도 여행을 다녀와 탄생한 작품인가요? 루앙프라방이며 푸씨산 같은 지명들과 섬세한 묘사들이 돋보이던데요.
 
루앙프라방에 갔다가 그곳 게스트하우스에서 썼어요. 자유여행이라 시간이 많이 있었거든요. 이 작품을 쓰면서 묘사를 많이 했어요. 이상하게 해외에 나가면 모든 풍경들이 섬세하게 포착돼요. 낯선 것을 보면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 게스트하우스에서 쉬면서 메콩강을 보고 있으면 문장이 떠오르거든요. 푸씨산에 올라가서도 루앙프라방을 내려다보며 무슨 이야기를 쓸까 생각했으니까요. 그 순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어김없이 되돌아오는 여행. 루앙프라방을 다시 가면 또 다른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이번 단편집에 실리지 않았지만 오키나와를 가서 쓴 소설도 있어요. 그 작품은 이번 것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작품이죠.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소재로 남겨둔 인상적인 여행지가 있나요?
 
제 마음속의 여행지는 스페인과 영국입니다. 실제로 그곳으로 여행을 가면 단편 두 편쯤을 써서 돌아올 거예요. 조용히 거리를 걸어 다니거나 카페에 앉아 이제껏 구상해온 걸 쓸 작정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번 작품집과 달리 진한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사랑이 스테이크라니가 아닌, 사랑이 진짜 스테이크 같은 소설, 초콜릿 같은 소설을 말이에요. 아무래도 내년쯤이면 이 두 곳을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코로나가 끝나는 것을 전제로요. 그리고 또 한 곳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그린란드. 겨울의 나라인 그곳에 가서 아주 추운 소설, 내 몸을 얼리고 상대의 몸까지 얼려버리는 차가운 드라이아이스 같은 단편을 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곳은 중앙아시아에요. 비밀의 대지인 중앙아시아. 아직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는 곳이죠. 어쩌면 제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중앙아시아일 거예요. 허무하게 펼쳐져 있는 그 광야를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하거든요. 이런 허무한 공간에서 아주 죽여주는 사랑 이야기도 쓰고 싶어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사랑을요.(웃음)
 
 
이번에 낸 첫 소설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주인공이 있다면요?
 
가장 애정이 가는 건「종이비행기」에요. 그 작품을 쓰고 나서 처음으로 만족감을 느꼈거든요. 그래서인지 종이비행기에서 나오는 남자 주인공도 애착이 가요.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내에게 버림받고, 그리고 나중에 새로 사귄 여자에게조차 버림받은 불쌍한 남자. 아무래도 제가 이런 비운의 주인공을 좋아하나 봅니다.(웃음) 실제로 이 남자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종이비행기를 날렸는지 몰라요. 그리고 또 한 주인공은 「몽중방황」 속의 주인공일 겁니다. 그 소설을 쓰고 나서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 때문인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담겼죠. 게다가 작품 속의 계절도 겨울이고요. 아버지도 겨울에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몽중방황」 속의 주인공이 마음이 가죠. 마치 그게 저 같아서요.
 
 
모든 작가에게는 그 작가를 성숙시켜 준 어떤 문학적 스승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익히 모두가 아는 세계적인 문호일 수도 있고 또 가까이에 있는 문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내 마음의 옥탑방」을 쓴 박상우 선생님요. 스승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찾아간 게 박상우 선생님이었어요. 선생님에게 소설을 배우면서 제 한계를 넘을 수 있었어요. 선생님은 늘 그러셨어요. 하나의 단편을 쓸 때는 그 작품이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라고. 주인공을 극에 달하게 해서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내라고. 또 한 작품을 쓰고 나면 잊고 다음 번에는 전혀 새로운 작품을 쓰라고 했죠. 그 때문에 저는 제가 갈 수 있는 상상력의 극한까지 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또 좋아하는 작가는 일본의 소설가인 엔도 슈사쿠입니다. 앞으로는 그가 쓴 「침묵」과 「바다와 독약」같은 작품을 쓰고 싶어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여자가 혼자 레스토랑에 앉아 스테이크를 먹고 있죠. 테이블 위에 와인잔은 엎질러져 있고 맞은 편 의자에는 누군가 앉아있다 간 흔적이 있고. 아마도 막 연인과 결별한 후의 고통스런 식사일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어떠셨어요?
 
책을 내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표지였어요. 책을 내면서 무척 많이 긴장했는데 표지를 보면서 다 풀어졌죠. 오죽 좋았으면 소리를 질렀을까요. 바로 저거다. 책 표지가 제 마음을 대변해 놓았더라고요. 미치도록, 좋았어요. 소설에서 다 보여주지 않았던 이 세 사람의 파국을 한 장면으로 보여줬으니까요. 책이 나온 후에는 표지가 너무 좋아서 책장에 쭉 나열해 놓았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흥이 도는 표지죠. 이만한 책표지는 없을 정도로요. (웃음). 친구들에게 선물할 때도 기분 좋게 주고요. 표지를 디자인한 디자이너와 그림을 그려준 화가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물론 제 책에 온 정성을 담아준 편집자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소설은 주로 언제 쓰나요? 보통 작가들은 생활 소음이 사라진 깊은 밤이나 새벽에 글이 잘 써진다고 하던데요.
 
초고를 쓸 때는 주로 낮에 씁니다. 그것도 점심을 먹고 난 오후 두 시경. 이상하게 그때가 에너지가 넘쳐요. 그것도 햇빛이 좋은 시간대에요. 햇빛이 비치는 시간에 글을 쓰죠. 그때가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뭔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쓰지 않아요. 더불어 밤에도 절대 쓰지 않죠. 초고가 어느 정도 끝났다 싶으면 카페에 가서 고쳐요. 가끔은 뒷산에 올라가서 고치기도 해요. 뭔가 깊이 생각할 때는 종이에 출력한 단편을 뽑아들고 산으로 올라가죠.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특히 다음에는 흥미로운 장편소설로 만나 뵙고 싶습니다. 언제쯤 뵐 수 있을까요?
 
현재 퇴고를 하는 중인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번 장편은 등단을 한 후인 재작년부터 쓴 거죠. 이번 단편집과는 조금 다른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암튼 연말까지 퇴고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다시 소설 속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그들에게 돌아가야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첫 책을 출간한 후 페이스 북을 하면서 많이 소통을 했어요. 실시간으로 생각을 주고받은 걸 보면서 ‘아, 이것이 독자들과의 소통이구나’ 생각했죠. 앞으로 북콘서트 같은 것도 하게 되겠지만 저는 페북을 통해 독자들과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이미 그들은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으니까요.
 
| 기사 및 사진제공_&(앤드) 출판사
 
 
 
사랑이 <!HS>스테이크라니<!HE> [소설]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고요한 | &(앤드)
2020.09.10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1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

  • un**1999
  • 예전 모임 할 때 봤던 작가님이시군요. 그때도 글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런곳에서 볼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나마 응원드려요~^^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멋진 제목이네요^^ 저도 한권 사겠습니다!!
  • 2020/09/25 15:2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