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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에밀리 정민 윤 “우리의 아픔은 다 연결되어 있어요”

  •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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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지나간 과거의 일들이지만 우리는 그 과거의 시간을 실시간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시간을 초월해 과거의 사람들과, 과거의 아픔들과 연결될 때 말이다. 미국 문단에서 주목받으면 데뷔한 에밀리 정민 윤의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 고통을 현재의 '' 그리고 보이지 않게 연결된 다른 여성들과 손 잡는 힘으로 변화시킨다
 
열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 줄곧 영미 문화권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에밀리 정민 윤 작가는 대학 시절 논문을 작성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역사를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이민자 여성으로 자신이 경험한 아픔들도 공유하는 시 35편을 담은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을 펴낸 에밀리 정민 윤 작가가 한국을 찾았다. 코로나19며 태풍이며 그런 여러 가지 상황으로 만남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작가, 함께 나눌 의미가 있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꼭 만나야 했다. 우리는.  
 
 
미국에서 오신 후 2주간 자가격리 하고, 그 후에 태풍도 오고, 인터뷰 일정을 잡았더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2.5 단계로 격상이 되고, 아무튼 인터뷰를 하기까지 굉장히 험난한 과정이 필요했습니다(웃음).  우여곡절이 많아서 그런지 오늘 만나뵙게 되어 더 반갑습니다. 
 
원래 서점에서 낭독회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사회분위기도 그렇고 태풍도 오고 있어서 취소하게 되었어요.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상황이 좋아지면 나중에라도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낭독회를 좋아하거든요. 낭독하는 것도 좋아하고, 들으러 가는 것도 좋아하고요. 글자에 목소리가 실리면 글자에 몸이 생기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좀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많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고, 언젠가는 번역을 해주신 한유주 작가님과 함께 낭독회를 진행하고 싶어요
 
 
첫 시집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주제를 다루었는데, 첫 시집으로 이 주제를 다루는 것이 쉽지는 않은 선택인데요.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집에 수록된 시들을 처음 썼을 때가 20대 초반이었어요. 그때는 당돌했고, 일단 써 보자, 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쓰라고 하면 이 문제를 어떻게 건드려야 하나, 하는 두려움이 앞서서 쓰지 못할 것 같네요
처음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시집을 내겠다는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시를 쓰다보니 관련된 시들이 많아져 있었어요. 그래서 이분들에 대한 시를 책의 중심에 배치시키고 나머지 시들이 감싸는 식으로 구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한국인 이민자 여성이라는 위치는 여성으로서, 소수자로서, 약자로서 존재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역사를 마주할 때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식민지배 시절과 지금은 물론 상황이 매우 다르지만,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식민적 현실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맥락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다른 형태로 재생산되고 있다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다 연결되어 있어요. 지금의 미국도, 지금의 한국도 마찬가지로요. 그런 큰 틀에서 독자들도 공감하는 바가 있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 살면서 지배적 언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고, 한국인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어떤 스테레오 타입으로 받아들여지는가,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시를 쓴 것 같아요.
 
 
시집은 「고발」,「증언」,「고백」,「사후」4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이 느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일상의 고통들 (「고발」), 역사 속에서 만난 다른 여성들의 목소리 (「증언」,「고백」), 그리고 과거의 역사, 과거의 여성들과 간접적으로 만나고 연대한 이후 세상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더 넓은 시선을 갖게 된 작가님의 모습(「사후」)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문학의 가장 큰 목표는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 전혀 다른 언어를 말하는 사람이 글을 통해서 '나도 이런 감정을 느꼈어' '나는 혼자가 아니야' 그런 느낌을 갖게 해주는 것이 문학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책을 쓰면서 구성을 많이 생각했어요. 각각의 시들은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하나의 내러티브를 가질 수 있도록 배치를 하면 스토리가 보일 것이고, 사람들이 역사를 좀 더 가깝게 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여러 책들이 출간되었지만 ''라는 형식은 독특합니다. ''라는 형식으로 역사를 다루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시는 모든 팩트들을 포함할 수는 없는 형태의 글이에요. 시 안에서 제가 하고싶은 말을 다 할 수 없고요.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고 싶고, 이 시를 통해서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서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앞서도 그럴 수 없는 거죠. 그러면 시가 아닌 것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제가 이 역사를 시로 옮겨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감정적 참여를 돕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시가 가진 굉장히 큰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감정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부분들을 추출해서 시로 만들려고 했어요

 
연작시 「증언들」은 실제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증언을 시라는 형태로 변형시킨 것인데요. 이런 형식을 'found poetry', '찾은 시'라고 한다고 하는데, 사실 좀 낯선 형식이거든요. 설명을 해주신다면?
 
'found poetry'는 존재하는 텍스트를 부분적으로 이용해서 새로운 형태나 내용의 시로 만드는, '콜라주'와 비슷한 방식이에요. 'found poetry' 안에도 굉장히 많은 유형이 있어요. 이미 존재하는 텍스트를 수정액으로 지워서 남은 글자들로 시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제가 한 것처럼 존재하는 텍스트에서 글자들을 추출해서 재배열하는 것도 있고요. 연작시 「증언들」에서 저는 일부러 여백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 시가 found poetry 형식으로 쓰였고, 그래서 시인이 텍스트를 많이 만졌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증언 텍스트를 변형하고 재배열하면서, 염려되는 점도 많았을텐데요
 
엄청 부담스러웠죠.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분들의 증언에 손을 대나,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하지만 시로써 이분들의 증언을 새롭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증언들을 접하게 하고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읽는 분들이 제 시를 읽는데서 멈추는게 아니라, 다음 단계로 실제 증언 텍스트를 찾아보면 좋겠거든요.. 
 
「증언들」의 여백과 공백들은, 실제 증언을 시로 옮겼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제가 느꼈던 불편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어요. 글자 사이의 공백들이 더듬거리는 효과를 내줄 수도 있고, 시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무엇이 지워졌는지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또 이분들이 증언을 하실 때가 시간이 많이 지난 후이기 때문에 기억 속에서 지워졌거나 흐릿해진 부분들도 있을 거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동시에 나타내고 싶기도 했고요.


열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대학생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은 영어로 쓰여졌고,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는데요.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과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은 차이가 있나요
 
저는 영어권 문화에서 교육을 받아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훨씬 편하긴 해요. 특히 산문 같은 경우, 영어는 형태가 정해져 있어서 훨씬 쓰기 편하거든요. 제가 한국어를 하기는 하지만, 한국어로 시를 써보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더 막연하게 두려움이 있는 것 같고요. 한국어로 시를 아름답게 쓰려면 훨씬 더 많이 써봐야 시다운 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시는 영어로 쓰여졌지만 중간 중간 한국어가 등장하고, 그런 한국어 단어들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요한국어는 작가님에게 어떤 언어인가요?
 
이 책을 쓰면서 한국어와 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왜 한국어로 글을 쓰지 않느냐인데, 제가 스스로에게 많이 하는 질문이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저는 항상 나 자신을 번역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문화를 메인스트림 미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한국어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고요
그리고 번역과정에서도 시가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시란 원래 일상의 일들, 일상의 언어를 조금 이상하게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잖아요. 우리가 사물을 늘 정면에서 보며 살았다면, 시는 그 사물을 옆에서, 아래에서 보면 어떨까를 생각하게 하고 그걸 보여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또 영어시에 한국어를 섞어서 조금 더 이상하게 만들고 싶었고,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그 시를 읽으면서 스스로의 언어적 위치를 자각하게 만들고 싶기도 했어요. 영어가 세계의 중심적 언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부러 번역하지 않은 한국어를 보여줌으로써 영어가 반드시 세계의 중심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기도 했어요
 
 
다음 작품으로 쓰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지금은 논문 준비를 하고 있어서 시보다는 논문에 더 공을 들이고 있기 하지만(웃음), 다음 시집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돌봄의 시를 쓰고 싶어요. 특히 요즘은 전세계적으로 너무 힘들고, 외면하고 싶은 사회 부조리와 아픔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것들을 직면해 똑바로 바라봐야 하는 것도 있지만 그 사이에서 나 자신을 돌본다는 것, 그 안에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런 성찰을 담은 시들을 모아보고 싶어요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에 담긴 시들도, 아픈 이야기들이지만 어둡고 절망적인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아픔이 공감으로 변하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 농담으로, 내 책은 분노와 슬픔의 뷔페라서 행복한 시를 읽고 싶은 분들께는 죄송하다고 말하긴 하는데, 그래도 책의 마지막에는 다음 시집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보여주는 제스처를 가진 시들을 넣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을 봐 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이 시집을 대하는 미국 독자와 한국 독자는 반응이 다를텐데요
 
한국의 독자들은, 아픈 역사들이지만 우리가 계속 생각하고 직면해야 하는 문제들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시더라고요., 미국의 한국계 분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쓴 시집이 없었는데 반갑다는 말씀도 해 주시지만 대부분은 잘 모르던 사실이거든요. 이 시를 통해서 역사를 좀 더 알게 되었고 그게 고맙다는 분들도 계셔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목소리를 좀 더 들으셨으면 좋겠고, 이 책이 그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아픔은 다 연결되어 있어요. 한국인, 한국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 많긴 하지만 한국 밖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 억압, 폭력들도 연결지어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페미니즘 담론을 담은 다른 나라의 문학들도 읽어보시면 좋겠고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제공_열림원

 
우리 <!HS>종족의<!HE> 특별한 잔인함 [시/에세이]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에밀리 정민 윤 | 열림원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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