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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전홍진 교수 “예민함과 섬세함은 동전의 양면”

  •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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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걱정이 많고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예민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부딪치는 문제다. 하지만 이 예민함은 ‘섬세함’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예민성을 잘 조절하면 실력과 능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것이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10여 년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1만 명 이상의 환자를 상담, 치료해온 전홍진 교수가 펴낸 책이다. 서양인들과는 좀 다른, 한국인의 우울증에 대해서 오랫동안 깊이 연구해온 결과를 일반인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예민함’에서 오는 고통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 전홍진 교수에게 들어보자.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78쪽에 나온 ‘매우 예민한 정도의 평가’ 확인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20개쯤 해당됐습니다. 작가님이 보시기에 한국인의 평균 개수는 몇 개쯤 될 것 같아요? 진료하면서 체감하실 것 같습니다. 또 미국인과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평균은 3~4개 정도로 예상합니다. 예민한 분들 중 많은 이가 10개 이상 해당되기도 하는데, 20개라면 평균보다 아주 높은 편입니다. 일상에서 예민함 때문에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도 자주 있고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현재 연구 진행 단계라 이 표가 확정된 것은 아님을 말씀드리는데, 그래도 7개 이상이면 예민한 정도가 높다고 여겨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에게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신체 감각에 민감하기 때문에 미국인보다 더 많은 항목에 해당될 겁니다.
 
 
한국에선 예민하다는 말을 보통 부정적으로 쓰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예민하다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섬세하다’와 같습니다. 좋은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있는 것이지요. 예민함이 자기 일을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면이 많다고 봐서 저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 했습니다. 책에 나온 사례처럼, 남들에게 없는 통찰력을 발휘하게도 하고 창의력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요. 글 쓰는 작가나 음악 연주가나 의상 디자이너라면 예민함 없이 자기 일을 잘할 수 없을 겁니다.
 
 
내가 예민한 이유가 주변 환경 때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의 간섭이 심하고 저에 대한 기대치도 높습니다. 요구하는 것도 많고요. 그러니 갈등이나 다툼이 자주 일어나고 점점 예민해지는데요. 주변 환경이 그대로인데 자기 자신만이라도 바꾸면 좀 덜 예민해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건가요?
 
예민한 기질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환경에서 살아왔고 기질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예민하다고 느낀다면 다른 가족 구성원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부터라도 먼저 예민함을 조절해보겠다면 이것은 굉장히 좋은 태도입니다. 한 사람의 조절과 변화가 다른 가족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어머니가 간섭이 심하고 예민하다면, 어머니에게 예민함의 항목을 체크하게 해보세요. 그동안 몰랐던 어머니의 속마음, 가령 ‘항상 긴장 속에 사는 것 같다’ ‘가족이 늦게 들어오면 사고가 난 것 같아 불안하다’를 알게 된다면 상대가 왜 그런 태도와 말투를 보였는지 한결 더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삼십대 중 치열한 경쟁에 놓여 예민해진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경쟁에서 밀려 성취한 것이 많지 않기에 무기력하고 예민해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변 청년들 중 먼 미래의 일까지 걱정하고, 소심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데다 쉽게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는 이들의 예민함은 어떻게 다스리고 발전시켜야 할까요?
 
남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이룬 게 많지 않은 사람들은 성공해본 기억이 별로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항상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먼 미래의 일, 걱정해도 바뀌지 않는 일들을 걱정하면서 외부와 단절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지요. 이는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가능성의 영역들에 빗장을 지르는 것이니, 더 안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자신의 예민성을 다루는 방법을 작은 것이라도 하나 실천해보고 바뀌는 과정을 경험한다면 자신감이 붙을 겁니다. ‘성취’는 오랜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각하지도 못하게 기회가 주어져 이루게도 됩니다.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시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타인의 것을 앗아가는 ‘테이커taker’도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이 베푸는 ‘기버giver’도 있습니다. 선배들이든 동료들이든 ‘기버’를 만나서 예기치 못했던 기회들도 잡길 바랍니다.
 
 
직장 동료 중 예민한 사람이 있습니다. 업무상 수정 작업을 요구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려는 것인데, 그런 작업을 할 때면 표정이 딱딱히 굳어 있고 말도 붙이기 힘듭니다. 사실 조금 덜 예민하면 팀워크로 최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데 너무 예민하다보니 새로운 제안을 못하고 적당한 타협 안에서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예민한 직장 동료와 함께 잘 지내는 방법은 뭘까요?
 
책에 나오는 열네 번째 사례, 즉 “일을 잘 마무리하지 못하는 고집남”과 유사해 보입니다. ’최상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한번 생각해봅시다. 내가 생각하는 ‘최상’과 동료가 생각하는 ‘최상’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민한 분들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면 기분이 더 많이 상하기도 합니다. 그게 부지불식간에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이겠죠. 이 점에 대해서 소통할 기회를 가지려면 관계에 윤활유 같은 게 필요한데, 먼저 상대의 좋은 점을 칭찬하고 밥도 한 끼 먹으면서 한층 부드러운 관계를 시도해보세요. 까칠했던 동료가 어느덧 자신의 예민성을 알아차린다면, 그에게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한번 주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직장에서 인간관계만큼 힘든 것도 없는데, 원인이 무엇이든 해결의 열쇠는 보통 내가 쥐고 있게 마련입니다.
 
 
저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들 중 유독 예민한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면 지하철, 버스에서 사건사고도 많이 일어나고요. 막히는 출퇴근길에서 예민함을 다스리는 방법이 있을까요?
 
예민한 분들은 갇혀서 빠져나올 수 없는 곳, 예를 들면 만원버스, 지하철, 터널 등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답답해하고 숨이 막히고 이유 없이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예민해진다면 “긴장이완훈련”을 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자세한 내용은 책 참조). , 화를 내거나 흥분하면 답답함만 더해질 뿐이니 가능한 한 그러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청년 세대의 예민함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여야 할까요? 세대차를 느끼면 ‘꼰대’라는 말을 들을까봐 기성세대로서 무조건 수용하려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끔 어떤 말이나 행동이든 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무조건 거리두기’만이 답은 아닐 텐데 현명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의 청년세대는 지금 40~50대의 기성세대와는 자라온 환경 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형제 없이 혼자 자란 사람이 많고, 대학에서도 취업 준비를 하느라 혼자 지낸 데다, 사회에 나와서도 혼자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라이버시에 민감하고 어울리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지요. 이것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예전처럼 다그치거나 충고하는 식의 리더십으로는 청년세대와 소통하기 어렵습니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차이가 두드러져 팽팽히 맞서고 있다면, 아무래도 그 시절을 이미 지나와본 윗세대가 한발 물러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좋을 듯합니다. 속으로는 아랫세대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본인의 젊은 시절을 떠올려보면 윗세대의 아량이라든가 이해심이 떠오르기도 할 테고, 미숙했던 자신의 20대가 부끄러워지기도 할 겁니다. 즉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 것들이 있는 법입니다.
물론 반대편에서 청년들 스스로도 예민함을 관리하고 대인관계나 소통을 넓히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요. 저는 20대가 내면의 예민함 속에서 웅크리기보다 바깥으로 밀고 나와 예민함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썼으면 좋겠습니다. 청년 시기는 ‘성취’를 이룰 에너지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배우자가 예민하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막상 예민해지는 사람들은 가까운 이들에게 자신의 감정 기복을 너무 많이 드러내다보니 그게 성격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인격상의 문제인지 헷갈려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매우 예민한 정도의 평가’ 확인표와 마지막에 있는 ‘우울증 선별검사’를 해봤으면 합니다. 배우자가 감정 기복, 불안, 수면 등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예민함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도 합니다. 책의 사례 중 남편만 보면 화가 난다’ ‘예민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편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격, 인격 문제를 이 자리에서 논할 바는 아니지만, 성격의 특정한 날카로운 부분과 성정을 가족에게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을 옛사람들은 흔히 자기 수양이 덜 되었다고 보기도 했지요. 현대에는 이것이 사회적, 개인적 상황들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인격’ 문제로 직결시킬 수 없지만, 우리 선대들은 성격과 기질의 ‘틀’을 만드는 것을 기본적인 소양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예민한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덜 예민해지도록 노력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심하다고 판단되면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게 좋을지요? 어떤 게 일상적으로 유지 가능한 ‘예민함’이고 또 어느 선을 넘으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예민함을 방치했다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얼마나 많은지요?
 
예민성이 심하다고 판단되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예민한 것이 지속되면 직업적, 가정적,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저하가 옵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 출근하기 어려워지고, 밤에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며, 감정기복이 심해져 어지럽고 호흡이 갑자기 안 되는 순간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건강염려증이 생겨서 내 몸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이 끈질기게 달라부터 제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책에 실린 건강에 대한 염려도 병편을 참고하세요. 예민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소진되면 우울증이 올 수도 있습니다. 우울증이 있는 분들의 80퍼센트 이상은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결혼, 연봉, 자녀계획 등 어른들의 질문들을 미리 상상하며 벌써부터 예민해지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습니다. 명절 때 분위기를 심각하게 만들지 않고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결국 어른들의 말에 민감해지고 이것 때문에 부부싸움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숱합니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더 많이 상처받겠지요. 먼저 어른들 측에서 민감해질 만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사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런 이유로 요즘 아랫세대에서 ‘말투’나 ‘태도’에 관한 책을 많이 펴내는 것일 겁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이야기가 자신을 공격한다기보다는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궁금해하는 그들만의 인사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넘기는 건 어떨까요? 아마 명절 때는 가족 간에 정을 나눌 일도 많지만, 피차 다른 성격들이 마구 부딪칠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가 아직 이루지 못한 사람에게 조급함을 주지 않도록 부모 세대에서 노력하면 좋겠지만, 어른들은 태도에 경화(硬化)가 와서 그러기 쉽지 않다는 걸 자식 세대에서 이해했으면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요? 어떤 면에서 인상적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환자들 가운데 결국 잘된 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잘 안 되었던 분들은 중간에 상담을 중단했거나 치료를 그만두기도 했으므로 치료에 성공한 사람이 기억에 더 짙게 남습니다). 시험 볼 때마다 설사를 했다는 고시생은 치료받으면서 결국 고시에 합격했고, 또 이성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던 젊은이도 마침내 극복하고 결혼까지 했지요. 치료의 목적이 아무래도 그들의 기질과 능력이 삶에 가장 잘 발휘되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로서 두드러지게 호전을 보인 사람들이 기억에 남게 됩니다. 예민함을 잘 다룬 아홉 유형을 특별히 4부에 따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여러 해결책을 제시해주셨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작가님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지요?
 
책에서 나오는 해결책은 수많은 환자분들에게 적용해서 도움 된 것들입니다. 작은 변화가 모여서 큰 변화를 만들고 성공의 경험을 축적시키게 하지요. 저는 ‘완전히 쉬는 것’을 잘 못합니다. 매주 테니스를 정기적으로 치고 저녁에 1~2만 보 걷는 것으로 완전히 쉬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 기사 및 사진제공_글항아리
 
 
매우 <!HS>예민한<!HE> 사람들을 위한 책 [인문]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전홍진 | 글항아리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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