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기자간담회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전달할 수 없는 생각들”

  • 2020.09.15
  • 조회 2199
  • 트위터 페이스북
 
뮤지션 장기하가 산문집을 출간했다. 사소한 일상을 비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범한 단어에 남다른 감성을 담은 노래를 만들었던 장기하가, 책을 통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 9일 장기하의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의 첫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기자간담회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작가 장기하로서 첫 책을 낸 소감이 어떤가요? 
 
너무 좋고 감사하죠.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너무 긴장되고 격앙되어 있습니다. 음반을 낸 지도 2년 정도 되었고, 책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오랜만에 너무 많은 분들이 반응해주시는 것 같아 감개무량합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이후 오랫동안 대외적인 활동이 없었고 이후 첫 활동으로 책을 쓴 것인데요.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년 초부터 별다른 활동 없이 쉬면서 주변 지인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면 좀 답답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어떤 생각이 있는데 그걸 말로 하면 자세히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이건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전달할 수 없는 생각들이다 싶은 것들이 있었어요
 
 
제목인 상관없는 거 아닌가?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내가 책을 잘 못 읽는데도 책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되나? 사실 책을 잘 읽나 못 읽냐는 그 책을 좋아하는 것과 상관없는게 아닐까?' 그런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그 글에서 쓴 것처럼,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 중에는 아무튼 상관없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도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써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죠. 결국 제목도 처음 떠올렸던 대로 쓰게 되었습니다
 
 
생각과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어렵거나 힘든 점 있었나요?
 
전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쓴 여행기에서 한 꼭지를 쓴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글을 쓴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 글쓰기라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힘들었어요. 첫 글을 쓸 때는 세 줄 써 놓고 그 다음날까지 그 다음을 못 쓰겠는 거에요. 책 쓴다고 작정을 했는데 세 줄 쓰고 못 쓰겠다니 과연 끝까지 쓸 수 있을까 걱정을 했죠. 조금 익숙해진 다음에도 한 문장 한 문장 써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수록된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은?
 
노래를 만들 때도 그런데, 책을 쓸 때도 가장 최근에 한 작업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가장 최근에 쓴 것이 「아무래도 뾰족한 수는」이라는 꼭지인데, 그 글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 것 같다는 느낌에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 글이 있음으로 해서 전체적으로 책이 완성된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노래들도 그렇지만 책도 일상적인 순간을 담담하게 담을 글들이 많습니다
 
사실 제가 만든 노래들은 주로 흔한 사물이나 순간에서 출발해서 만들어진 게 많아요. 그게 가장 쉽고 또 제 주변의 일상 외에 감히 내가 뭘 쓸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해서요. 어렵고 현학적이고 추상적이고 형이상작적인 이야기는 제가 범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엄두가 안 나요. 만만하면서 제가 아는 걸 쓰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쓰는 것 같습니다
 
 
가사쓰기와 산문쓰기의 차이가 있나요?
 
노래 만드는 것에는 어느 정도 익숙한데 글을 쓰려고 보니까 굉장히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사쓰기와 글쓰기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처음에는 받았는데, 쓰면 쓸수록 그렇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머리 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모아서 남들이 이해할 만한 형태로 다듬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글쓰는 일이나 음악을 만드는 일이나, 특히 가사가 있는 형식의 음악을 만드는 일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에는 아티스트로서의 고민들도 담겨 있는데요. 스트리밍 시대의 뮤지션이나 우리말 가사에 대한 고민 같이 책에서 쓴 이야기 외에 음악하는 동료들과 나누는 다른 고민들이 또 있나요?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요즘 음악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늘 하는 얘기는 당연히 코로나에 대한 거에요. 맨날 공연하던 사람들인데 이제 어떻게 할 거냐는. 뾰족한 수가 없어요.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획기적인 대안이라는 느낌도 안 들고요.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얘기도 많이 들리고 그렇다면 공연 문화도 바뀌어야 하는데 무언가 명쾌한 대안을 말하는 사람은 아직 없죠
 
 
에필로그에서 '곧 또 나름대로 재미있는 무언가를 들려드릴 수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계획 중인 것이 있는지?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를 좋아하는데, 그 책이 '언니네 이발관'의 음반 《가장 보통의 존재》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고 책과 음악의 결이 비슷해서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저도 음반과 책을 비슷한 결로 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책을 쓰면서 음악은 못 만들겠더라고요. 그리고 책을 쓰고 나니까 이 책과 같은 결의 음악을 만드는데 구애 받아서 작업을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들었고요. 그래서 책과 비슷한 결의 음악작업을 하는 것은 안 하게 되었어요. 대신 글을 쓰면서 다음 음악을 어떤 접근법으로 만들어야 할 것인지는 정리가 되었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솔로 1집 음악을 만들어야 할 텐데, 책을 쓰면서 제 생각들이 많이 정리가 된 것 같아요
 
 
'장기하와 얼굴들'이 해체된 지 1년이 넘었는데요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이후 '장얼' 10년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나를 나름대로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대외적인 커리어나 일적인 부분은 떠나서, 나에게 행복하고 좋은 시기였구나, 앞으로도 그리워하게 될 그런 10년이 아닌가 생각을 해요
 
 
앞으로 하게 될 장기하의 새로운 음악은 어떤 것일까요
 
저도 궁금해요. 아직 한 곡도 완성을 못 시켜서요. 어떤 접근법을 가져갈까 고민하는 것이 1년 반이었고, 이제 접근법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아요.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저의 핵심적인 정체성은 ''이라고 생각해요. 나의 말. 이건 고수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것에는 구애받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 생각입니다
 
 
작가 소개에, 21살 이후 음악 이외에는 하고 싶은 게 없었다고 하셨는데, 마흔을 앞둔 지금도 그런가요
 
21살 이후로 음악 외에는 하고 싶은 게 진짜 별로 없었는데, 작년에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게 신기했어요. 그리고 한 권을 쓰고 나니까, 책을 또 쓸 것 같아요. 바로 이어서 쓰지는 않겠지만 글쓰기가 뭔가 삶에서 하고 싶은 것 목록에 추가된 것 같아요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후에 베를린에 체류했다고 하셨는데, 베를린에 체류한 이유, 그리고 베를린에서의 경험이 이 산문집이나 앞으로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베를린은,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해서 갔어요. 베를린에 가면 문화적으로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이 많다고 해서요. 그리고 제가 예전부터 한 달 이상 다른 나라에 체류해보고 싶었는데 그때까지 그런 경험이 없어서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고요.
베를린에서의 경험은….베를린을 돌아다니다 책을 써봐야겠다 결심을 했으니까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 여행은 중요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음악적으로는, 제가 이제까지 밴드 형태의 음악만을 거의 20년 가까이 해왔는데, 베를린에서는 밴드 형식이 아닌 음악들을 즐겼거든요. 밴드 형태 외에도 다른 음악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뇌를 유연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던 그때의 경험이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가수 장기하와 작가 장기하의 자아는 어떻게 다른가요?
 
저는 두 자아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아요. 보기엔 다를지 모르지만 저는 달라야 한다는 의도를 갖지는 않거든요. 음악을 처음 할 때도, 생활인 장기하와 음악인 장기하가 별로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자아를 늘리는게 귀찮거든요. 품이 들고, 제 성격과 안 맞아서요. 결과적으로는 조금 달라지긴 하더라고요.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건 어느 정도 인정을 하지만 웬만하면 자아를 통일하고 싶어하는 편이죠.
직업에 있어서는 음악가든 작가든 창작자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다른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서,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2030 청년들이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일텐데,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솔직히내가 뭐라고 청년들에게 한 마디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굳이 해야한다면,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노래에도 담은 내용인데정답이란 것이 있고 세상에는 정해진 게 있다고 착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0명이 있으면 10가지 상황이 있고,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 상황이 있어요. 7~8명이 똑같은 길을 가는 것처럼 보여도 내가 가는 길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면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 책에도 그런 이야기를 썼고요.
 
 
평소 좋아하는 작가나 좋아하는 책이 있나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텐데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다면요?
 
최근에는 제 책 교정을 보느라 다른 책을 거의 못 읽었어요. 멀티태스킹 안 되는데다, 책을 잘 못 읽어서 여러가지로 신경이 가면 책에 손이 잘 안 가거든요. 좋아하는 작가는, 책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나도 모르게 하루키에 대한 언급을 참 많이 했더라고요. 책을 쓰기 전이나 쓰는 동안에 하루키의 에세이들이나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하루키의 에세이는….그렇게 하찮은 것을 소재로 이렇게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음악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를 위로하려고 음악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그 음악에 위로를 받았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저 자신에게는 책을 쓰는 것이 음악을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더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고민과 걱정을 글로 써놓고 들여다보면서, 이게 내 행복에 도움이 되나 안 되나 그런 생각도 해보고요. 누군가 읽을 수 있는 글을 쓴다는 체험이 아니고는 그런 자기 위로를 하기는 어려울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에서도 자연스러움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라면 역시 자연스러움인가요
 
책 제목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인데, 결국 사람이 뭘 많이 계획하고 많이 의도하기보다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되는대로 사는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하지만 생각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저도 계획하고 경직될 때가 있는데, 그걸 극복하고 자연스럽게 하려는 과정인 것 같아요
 
 
매주 성실하게 마감을 했다고 들었는데, 글쓰기를 위한 루틴 같은 것이 있었는지?
 
마감은 대체로 잘 지켰지만 한 번도 미룬 적 없다는 건 와전된 부분이고요. 대신 마감 일자를 못 지킬 것 같으면 미리 하루 이틀 전에 편집자분께 이번 주는 마감을 못하겠다고 미리 말씀을 드렸어요. 무단으로 마감을 넘긴 적은 없었죠. 일주일에 한 꼭지를 쓴다, 그게 원칙이었고 그걸 지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절반 이상은 성공을 했던 것 같고요.
 
글쓰기에 루틴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하루키 팬이다보니 하루키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오전에 책상 앞에 앉아서 글쓰기를 시도해본 적은 있는데, 성공률은 반반 정도? 지난 주에 오전에 잘 써졌다고 오늘도 오전에 잘 써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날 잘 써지지 않는다 싶으면 포기하고 딴청 피우는데 그러다보면 저녁 때쯤 써야할게 떠오르기도 해요. 그러면 저녁 때 쓰기도 하고 그랬죠
 
 
책에서 반복적으로 얘기한 삶의 원칙이,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다'인데요. 모두가 장기하처럼 살 수는 없지만 조언을 해준다면요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쨌든 하기 싫은 일은 점점 안 하는 방향으로 흘러왔어요. 그런 방향을 의도하기도 했지만, 제가 의도한다고 실제로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고, 운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해봤더니 잘 되더라, 그러니까 당신도 해봐라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고요. 그래도 말하고 싶었던 건, "이걸 안 하면 망할 것 같다!" 그래서 하게 되는 일이 많은데, 그것도 근거가 없어요. 망하는게 확실시 되는 것도 물론 있지만 그런 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앞으로의 계획은?
 
책이 나왔으니 이런저런 경로로 책을 알리고, 책을 매개로 여러분을 만날 기회를 가지려고 해요. 제가 멀티태스킹이 안 돼서 책을 쓰는 동안에는 음악 작업 시작을 못했거든요. 이제 책도 완성이 되었고 음악에 대해서도 추상적이나마 상이 섰으니 하반기에는 음악을 열심히 만들면서 지낼 것 같아요. 올해 초에 SNS에다 올해 목표를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는 거라고 쓰긴 했지만 올해가 벌써 얼마 안 남았더라고요. 최선을 다할 거긴 하지만 완성까지는 자신이...(웃음).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제공_문학동네



상관<!HS>없는<!HE> 거 <!HS>아닌가<!HE>? [시/에세이]  상관없는아닌가?
장기하 | 문학동네
2020.09.11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1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

  • jj**48
  • 응원합니다. 구매하여 읽어보겠습니다^^
  • 2020/10/01 13:2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