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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한 현실에서도 ‘새로운 세계’를 꿈꿀 힘이 있는가?『마르크스의 귀환』제이슨 바커

  • 2020.08.05
  • 조회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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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가 이야기한 자본주의의 파괴적이고 무자비한 속성을 무시하면 위험에 빠진다.
 
이 인터뷰는 이택광 문화비평가가 서면으로 진행했다.
 
2011년 『마르크스의 귀환』의 작가인 제이슨 바커를 처음 만났다. 그는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마르크스 재장전〉으로 파주에서 열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초청받아 방한했다. 작품 상영 후에 이루어진 토론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바커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이다. 영화제에서 나눈 대화가 인연으로 발전해 내가 재직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교수로 부임했다. 유망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만나 공통 관심사를 나누는 동료로 관계가 바뀐 것이다.
바커의 창작 생산력은 어마어마하다. 논문 외에도 〈가디언〉, 〈뉴욕타임스〉 같은 유력 언론에 정기적으로 칼럼과 서평을 기고한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에 출연해 패널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전방위적인 작가인 그의 작업량은 매번 나의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그의 문장력은 추상적인 개념을 누구보다 구체적으로 다듬는다. 바커가 이 소설의 원고를 내게 건넸을 때, 전혀 놀라지 않았던 이유다. 창작자로서 능력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소설 탈고는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 『마르크스의 귀환』 〈책머리에〉, 이택광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마르크스의 삶에 공명한 부분이 있기 때문인가?
 
12년 전 이 책을 쓰기 시작했기에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마르크스의 글은 영국 대학에 재학 중이던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 마르크스의 삶을 소설로 쓰려고 한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나는 영국 서리에 있는 예술 디자인 대학에서 공부했는데, 동기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처음엔 마르크스의 삶이 시각적이고 영화적인 언어로 그려져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었다. 배우가 나오지 않아 전기 영화가 되는 걸 피할 수 있고, 사진 대신 그림으로 인물과 풍경을 만들어서 창조적 자유가 커졌다. 어쨌든 2010년 이 작업을 포기했다. 서랍 속에 각본을 넣어둔 채 6년간 쳐다보지 않았다. 다시 서랍을 열었을 때 이 이야기를 할 유일한 방법은 소설이었다.
 
마르크스에게 공감이 가는 이유는 뭘까? 그의 성격에서 나 자신을 많이 발견했다. 가장 매력적으로 느낀 자질은 고집스러운 광신이다. 우리 모두가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은 마르크스처럼 사상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을까? 내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독자들은) 마르크스의 상황이 나빠질 낌새를 알아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완고한 고집스러움 때문에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비극에는 이상한 호소력이 있는데 이게 그 일부다. 재난이 막상 닥치면 외면하기 어렵다. 기차 사고를 지켜보게 되는 것과 같달까.
 
 
『마르크스의 귀환』에는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참고한 작가가 있는가?
 
작업을 대비해 여러 다양한 소설을 읽었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아메리칸 사이코(American Psycho)』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마르크스의 캐릭터에 적용하려고 했던 황당하고 미덥지 못한 소설 속 화자도 있다. 조지 엘리엇의 『사일러스 마너(Silas Marner))』다. 영화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존 슐레진저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Far From The Madding Crowd)〉는 물론이고 하디 소설도 있었다. 멋진 이야기다. 19세기 신문 자료 〈1849년 런던의 콜레라 유행(Londons cholera epidemic of 1849)〉도 2장 ‘무한에서 0까지’ 부분을 쓰는 데 도움이 됐다. 제임스 조이스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지인이 내 소설 속 예니(마르크스의 아내)가 『율리시스』의 몰리 블룸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의도한 건 아니다.
 
 
21세기에 마르크스의 삶을 다룬 소설과 『자본』을 읽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자본』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미친 책이고, 엄청나게 흥분되는 책이다. 그러나 미완성이다.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30년이 지나도록 노력 중이다), 중독성이 있다. 좋은 소설처럼 때로는 그 안에서 길을 잃게 된다. 정글에 있다고 상상해 보라. 표지판도 없고, 시야도 트이지 않고 움직이기도 어렵다. 피곤할 수도 있다. 『자본』을 읽은 내 경험이고 큰 도전이다. 21세기의 삶은 큰 도전을 수반할 것이다.
 
 
패배자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존적인 조건이 마르크스에게 오히려 비범한 삶을 추구하게 한다. 그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소설 속의 마르크스는 ‘루저’라 할 수 있다. 좋은 지적이다. 마르크스가 1849년 런던에 도착했을 때 프랑스의 박해를 피해 떠나온 가난한 독일인 망명자였다는 걸 사람들은 자주 잊는다. 독일 망명 공동체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 마르크스는 누구라도 될 수 있었다. 아주 소규모의 친구들에 둘러싸여 살았고, 경쟁자들이 있었지만 보통 신통치 않았다. 마르크스의 정치에는 그다지 ‘위대한’ 것이 없었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후에 이야기한 위대한 정치 같은 것 말이다. 마르크스는 실패자였을까? 소설에서도 부분적으로 이 질문을 다룬다.
 
역사적으로 마르크스의 실패를 말하는 건 아직 이르다. 그의 성공 여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세계는 지금 생태 위기의 대재앙에 직면해 있다. 기후 변화는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력하며 전적으로 경제의 지배 아래에 있어 이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우리는 환경을 구할 수 없다. 터무니없지만 생태 위기를 불러오는 형태의 일들로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부동산, 도로 건설 또는 섬유산업을 생각해 보자. 이것들은 우리 전부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천연자원을 대량으로 파괴하고 있다. 티셔츠 한 장 만드는 데 물(담수) 2,700ℓ가 필요하다는 걸 아는가? 노동이 이제 인간에게 금전적인 것 말고 다른 가치가 없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일은 더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고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다. 또 집단행동의 모든 힘을 앗아간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이러한 세상을 상상해 보라고 요구한다. 우리 삶이 돈과 무관하고, 기업이 아닌 사람들이 세계의 주인이며, 공동의 부를 모든 이의 상호 이익을 위해 관리하는 세상 말이다. 그것이 마르크스의 성공 여부에 대한 테스트다. 노동자들이 그 꿈을 현실이 되게 하자.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마르크스와 오늘날 학생들, 한국 청년들이 지닌 연결고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거시적 질문이다. 나는 ‘서구 마르크스주의자’인 학자다. 한국 내 마르크스 전문가가 아니고, 지식도 다분히 일화적이라 확신할 정도로 많이 알지는 못한다. 다만, 가르치는 동안에 학생들을 위해 낙천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자신감을 주려고 대게 노력한다. 즐기지 않는다면 공부해도 소용없다는 걸 말해 주려고 한다. 학생들을 위한 가르침이 마르크스에게 있지만, 그걸 설교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마르크스에는 상당히 어려운 가르침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가 설계된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청년들의 독립을 빼앗는다. 다수의 교수가 이를 인정한다. 대학의 누구도 진지하게 학위가 경제적 기회를 늘릴 거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를 이해하는 것이 첫 단계다. 교육받은 데 보상이 생기는 정의로운 세상에서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말이다. 마르크스를 읽으면 학생들은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상황을 변화시키고,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갈 어떤 대안이 존재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오늘날 청년들이 맞닥뜨린 ‘선택’이다.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자본주의의 파괴적이고 무자비한 속성을 무시하면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미 다큐멘터리 〈마르크스 재장전(Marx Reloaded)〉을 찍었고, 애니메이션화도 계획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대신 『마르크스의 귀환』을 썼다. 이 이야기를 선보일 장르로 소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선택이 아니다. ‘마르크스의 귀환’을 작업하던 2009년이었다. 독일 공영방송인 ZDF에서 다큐멘터리 각본을 쓰고 감독할 기회가 생겼다. ‘마르크스 재장전’으로 얻은 기회다. ‘마르크스의 귀환’을 작업하러 돌아왔을 때 영화를 다시 찍을 힘은 없었다. 소설은 ‘마르크스의 귀환’에 남은 유일한 선택이었다.
 
 
다음 계획이 있다면?
 
봉준호 감독에게 송강호 주연의 〈마르크스의 귀환〉 연출을 제안해 보려 한다. 8월에는 독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소규모 북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터뷰어: 이택광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교수. 저서로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마녀 프레임』 등이 있다.
 
 
| 기사 및 사진제공_경희대학교츨판문화원
 
 
 
 
마르크스의 <!HS>귀환<!HE> [인문]  마르크스의 귀환
제이슨 바커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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