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세계를 움직인 돌』윤성원 “보석, 인류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서려있는 존재”

  • 2020.06.16
  • 조회 3625
  • 트위터 페이스북
손바닥 위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돌이,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반짝인다? 판타지 소설 속 설정이 아니다. 실제 역사 속에서 보석의 존재가 그랬다
 
클레오파트라가 식초에 타서 마셔버린 진주, 대항해 시대 스페인과 영국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던 신대륙의 진주와 에메랄드,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을 지켜본 파베르제의 부활절 달걀, 그리고 그 밖에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오팔, 터키석 등의 보석이 담고 있는 역사의 순간들. 『세계를 움직인 돌』은 고대 이집트부터 러시아 혁명까지 약 2천 년간 역사의 전환점에서 인간과 보석이 거쳐간 행보를 통해 세계문화사를 살펴보는 흥미로운 책이다
 
주얼리 전문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보석에 대한 스토리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있는 『세계를 움직인 돌』 윤성원 저자에게 보석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연과 교육, 칼럼 기고와 컨설팅 등 주얼리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처음 주얼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꾸미는 걸 좋아했어요. 엄마의 액세서리를 가지고 놀기도 많이 했죠. 20대 후반쯤 되었을 때가 우리나라에 한창 명품 주얼리 브랜드들이 들어오던 때였어요. 그때 결혼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예물 고르러 갈 때 같이 다니면서 저도 주얼리를 많이 착용해봤는데(웃음), 작은 주얼리 하나로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주인공이 된 기분도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주얼리에 빠져들게 되었고, 궁금증도 많아졌어요. 원래 광고회사를 거쳐서 이동통신사 마케터로 일하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주얼리를 공부해보고 싶어서 미국으로 유학을 갔죠
 
 
주얼리와 보석에 대한 책도 여러 권 쓰셨고 또 강의도 하고 계신데, 주얼리에 대한 스토리텔링 활동을 계속 하는 이유 혹은 목적이 있으신가요?
 
뉴욕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겁도 없이 소매업을 시작했어요.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서 디자인부터 제조, 판매까지 다 하는 사업을 해 본 거죠그러면서 직접 고객들을 접해보니까, 보석과 주얼리에 대해서 갖고 있는 편견들이 보이더라고요.
 
일단, 보석과 주얼리를 재산 가치로만 보세요. 디자인이나 제조 과정은 생각하지 않고 재료 가격만 따지거나, 나중에 다시 팔면 얼마를 받을 수 있나, 이런 걸 주로 물어보시죠. 선택하는 보석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했던 것, 안전한 것 위주로 구매하는 경향이 높고요
 
보석에 대한 이런 접근이 아쉬웠어요. 보석을 사치품이 아닌 가치품으로 접근을 하면 좋겠다, 그리고 보석의 가치는 그 보석을 소유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쉽게 알려주고 싶었죠. 그래서 하던 사업을 접고 보석에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에 도전하게 되었어요. 꼭 보석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보석에 담긴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또 배울 수 있는 것도 많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세계를 움직인 돌』은 보석을 통해서 역사를 본다는 주제가 참 흥미로웠습니다. 보석과 역사를 연결해서 책을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제가 두번째로 썼던 책인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에서는 주얼리의 역사, 유명인들의 보석 이야기, 영화 속의 보석, 그런 다양한 이야기를 다뤘어요. 그 책을 낸 후에 뭔가 목마름을 느꼈죠. 보석에 대해서 좀더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다뤄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더 하고, 해외 세미나, 유료 세미나도 많이 찾아다녔어요. 해외 경매도 열심히 다니고 전문가들에게 의견과 정보도 많이 얻었고요. 그러면서 제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았죠.
 
처음에는 혁명, 전쟁, 종교, 이렇게 테마별로 엮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출판사에서 시간 순서대로 쓰는 것을 제안했어요. 책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부터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 시기 까지를 순서대로 담고 있는데, 문화사니까 이런 구성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보석과 관련된 역사라고 하면 사치와 허영으로 국운이 기우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책 속에서 보석은 권력자가 자신이 가진 힘을 과시하는 방편으로 더 많이 이용되었더라고요
 
과거의 보석은 왕이나 황제 같은 최고의 권력을 가진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었어요. 단순한 사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당연하죠.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클레오파트라는 진주와 에메랄드를 자주 착용했어요. 당시 이집트를 노리던 강대국들이 많았는데, 그들에게 '우리 이집트는 이토록 풍요롭고 전쟁을 치를 자금이 풍부하니 함부로 덤비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죠.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많은 보석 중에서 진주를 선호했는데요. 영국을 지키기 위해 결혼하지 않고 희생하는 처녀왕의 이미지를 진주에 투영해서 이미지 메이킹을 한 거죠.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를 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석을 걸쳤는데, 그걸 볼 때 마다 목디스크 걸리지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하고(웃음) 왕으로서의 권위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참 수고를 많이 했구나, 그런 생각도 들죠
 
프랑스 루이 14세의 경우, 다이아몬드를 통해 '태양왕'의 이미지를 만들었어요. 루이 14세 시대에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연마하는 '브릴리언트 컷'이 등장한 것도 우연이 아니죠. 다이아몬드가 반짝거릴수록 태양의 이미지와 가까워지잖아요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는 남편을 강제로 폐위시키고 본인이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군주인데, 쿠데타로 집권한데다 러시아 출신이 아니라 독일 출신이라는 약점이 있었죠. 그런 콤플렉스를 넘어서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있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을 정당화할 필요가 있었어요. 예카테리나 2세의 화려한 다이아몬드와 주얼리는, 자신이 통치하는 동안 러시아가 이만큼이나 번영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방편이었고요
 
작자 미상, 『엘리자베스 1세』 (일면 아르마다 초상화), 1588년 경 
- 『세계를 움직인 돌』 131p
 
가만히 보면 그런 왕이나 황제들은, 사치를 즐겼다기 보다 사치를 하기 위해 엄청 노력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웃음).
 
그렇죠. 물론 다 잘했다고 할 수는 없는 없지만,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애쓴 흔적이기도 하니까요
나폴레옹 1세는 평민 출신으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군주로서의 정통성을 보여주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어요. 그래서 고대 로마의 황금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보석에 집착했죠. 나폴레옹은 자신도 최대한 화려하게 치장해 위대한 통치자의 환상을 심으려고 노력했고, 주변인에게도 열심히 주얼리를 착용하게 했어요. 한번은 황후인 마리 루이즈가 중요한 자리에서 다이아몬드는 착용하지 않자 나폴레옹이 시녀장을 호되게 야단치기도 했다고 해요
앞에서 엘리자베스 1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엄청난 무게의 보석을 걸쳤다는 얘기를 했죠? 말 그대로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특정 보석이나 주얼리가 국가나 왕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게 된 예들이 재미있던데, 몇 가지 이야기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영국 왕실의 제국관에 세팅된 '흑태자 루비'는 과거 14세기부터 승리를 가져오는 행운의 보석으로 자리매김했어요. 지금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머리 위에서 종종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퀸 마더(엘리자베스 2세의 어머니)의 왕관에 박혀 있는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도 대영제국을 상징하는 보석 중 하나에요. 빅토리아 여왕이 인도로부터 넘겨받은 다이아몬드인데, 그 아름다움과 함께 식민시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고요.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내려오던 '비텔스바흐 블루' 다이아몬드도 흥미로워요. 이 다이아몬드는 스페인 왕실이 합스부르크 왕가와 결혼 동맹을 맺기 위해 지참금으로 보낸 것인데, 왕실의 핏줄을 따라 오랜 세월 동안 국경을 넘나들며 소유자가 바뀌다 결국은 독일의 비텔스바흐 가문으로 넘어왔어요. 3백 여 년 간 스페인, 오스트리아, 독일 왕실과 인연을 맺어왔던 비텔스바흐 블루는 20세기에 들어오자 자금난에 처한 비텔스바흐 가문의 후손이 결국은 처분을 하게 되었죠

 
영국 왕실의 제국관에 세팅된 '흑태자 루비
- 『세계를 움직인 돌』 56p
 
유명한 보석들은 유럽 여러 왕실들 사이의 얽히고 설킨 결혼 동맹 속에서 결혼 지참금이나 선물로 여기저기 이동하던데요. 어떤 보석이 누구누구의 손을 거쳤는지를 통해서 권력의 이동 방향도 볼 수 있겠더라고요.  
 
유명한 보석들은 계속 주인이 바뀌면서 전해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인 것이 엘리자베스 1세가 정말 탐냈던, 하지만 결국 갖지 못했던 라 페레그리나 진주인데요. 자연산 진주 중에 이렇게 크고 완벽하게 대칭이면서 아름다운 진주가 없었거든요. 이 진주는 원래 엘리자베스 1세와 동시대를 살았던 스페인 펠리페 2세가 소유하던 것인데, 이후 스페인 왕실에서 내려오다 조지프 보나파르트가 잠시 스페인 왕위를 차지했을 때 프랑스로 가지고 갔어요. 이후에 다시 소유자가 바뀌어 영국으로 갔다, 20세기 들어서 미국으로 건너오고, 영화배우 리처드 버튼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선물하면서 다시 유명해졌죠
 
2011년 크리스티 경매에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주얼리 270 품목이 나왔는데, 그 중 최고가를 차지한 게 이 진주였어요. 이 진주는 지금은 중국으로 넘어간 걸로 알고 있어요. 이 진주는 보석학적 측면에사도 완벽하지만 1500년대에 아메리카 대륙에서 채취되어 스페인 왕실에서 내려오다 프랑스로, 영국으로, 그리고 미국으로 와서 한 영화배우를 통해 세기의 러브 스토리의 상징이 되었다, 다시 최근에는 급부상한 중국의 재력가의 소유가 된 역사 자체도 흥미롭죠
 
1972년 카르티에가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위해 제작한 라 페레그리나 진주 목걸이 디자인 도안, 맨 아래에 달린 물방울 모양의 진주가 라 페레그리나다. Cartier Archives, New York ©️Cartier
- 『세계를 움직인 돌』 129p
 
보석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가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해체되고, 재가공되고, 때로는 사라져 버리기도 하네요.  
 
보석은 재연마를 통해 모양이 바뀌기도 하고, 옷이라고 할 수 있는 세팅을 분해해서 다시 만들 수도 있고, 주인도 계속 바뀌죠. 이런 점은 보석만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모습을 계속 바꿔 가면서 인간보다 더 오래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가끔 아예 자취를 감춰버리는 보석도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 존재가 영원히 사라진 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사라진 보석도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요. 그리고 보석을 직접 볼 수는 없어도 그 보석에 담긴 스토리는 남아서 생명력을 유지하고요. 가장 작은 부피에서 가장 큰 가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보석 아닐까요.  
 
 
사라져버린 전설의 보석 중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워하는 그런 보석이 있다면요?
 
영국 왕실의 '삼형제 루비'라는 것이 있어요. 엘리자베스 1세가 착용했고 후에 스튜어드 왕조로 바뀌면서 제임스 1세가 착용한 것까지는 그림에 남아 있는데, 그 후에는 모습을 감췄거든요. 제임스 1세의 아들 찰스 1세때 청교도 혁명이 일어나고 올리버 크롬웰이 권력을 잡은 후 왕실 보석을 죄다 처분했는데, 그때 어딘가로 사라진 걸로 알고 있어요. 저는 이 보석이 상당히 아쉬워요. 중요한 의미가 있는 보석이거든요
 
러시아 로마노프 왕실을 상징하는 파베르제의 부활절 달걀도 아쉬운 보석이에요. 이건 정확히 말하면 보석은 아니고 보석으로 장식된 오브제인데요. 모두 총 50점이 제작되었는데 공식적으로 지금은 43점만 남아있어요. 나머지 7점은 어디로 갔는지가 너무 궁금해요. 누군가가 조용히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러시아 혁명의 와중에 부서져서 버려졌을 수도 있죠. 누군가 갖고 있는데 이게 파베르제의 부활절 달걀인 줄 모를 수도 있고요. 물론 이 오브제는 경매에 등장하면 몇 백 억에 거래가 될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그런 속세의 가치 말고도 이 오브제가 갖고 있는 스토리가 너무 강렬하거든요. 전세계의 보석인이라면 한번쯤 실제로 보고 싶어하는 그런 것이죠.  
 
마리 앙투아네트의 4대 저주 보석 중에 '피렌체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옐로 다이아몬드도 궁금해요. 4대 저주 보석 중에 나머지 3개는 현재 남아있는데, 이 다이아몬드는 자취를 감췄거든요. 132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인데, 인도에서 채굴되어 유럽으로 건너와 메디치 가문의 소유가 되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머니인 오스트리아 마리아 테레지아의 소장품이 돼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결혼할 때 지참금으로 프랑스로 보낸 것이 대혁명을 거치면서 나폴레옹의 두 번째 부인인 마리 루이즈 손에 들어갔죠. 하지만 나폴레옹이 몰락하자 마리 루이즈는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오스트리아로 돌아가고, 이후 오스트리아 엘리자베트 황후의 소유가 되었다 엘리자베트 황후가 암살된 후 사라져버리죠.
한때 시중에 크기가 약간 작지만 색이 비슷한 옐로 다이아몬드가 나타나서 피렌체 다이아몬드가 몰래 재연마되어 모습을 바꿔 나타난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적이 있어요. 검사 결과는 피렌체 다이아몬드가 아닌 것 같다고 나와서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죠
 
 
앞에서 잠깐 얘기했던 '비텔스바흐 블루' 다이아몬드는 2008년에 영국의 주얼리 브랜드 그라프의 회장 로렌스 그라프가 새로운 주인이 되면서 미세한 흠을 제거하고 푸른색을 증진시키기 위한 재연마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보석들을 재가공해서 가치를 높이는 것에 대해서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고요
 
요즘 채굴해서 유통하는 보석이라면 상업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재연마 하거나 처리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해요. 문제는 역사적인 보석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 인데요. 역사학자들은 보석 안에 내포물이 크게 들어가고 표면에 흠이 좀 있더라도 이것은 이 보석이 가진 정체성이기 때문에 그런 역사의 흔적을 지우면 안된다고 말해요.
반면 세월의 흔적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복원하는 작업일 뿐이다, 그리고 보석이란 원래 소유자가 바뀌면 조금씩 바뀌어 왔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더 아름다운 상태로 유통시키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는 입장도 있죠저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쪽이 맞다 명확히 이야기 드리기는 어려워요. 더 많이 생각해봐야 할 화두가 아닌가 싶어요
비텔스바흐-그라프 블루 ©️Graff
- 『세계를 움직인 돌』 207p
 
다이아몬드를 이야기할 때는 컷팅 기술의 발전도 함께 이야기하는데요. 다이아몬드는 컷팅 방법에 따라서 가치가 확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다이아몬드의 생명이 광채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몰랐어요. 17세기에 브릴리언트 컷이 발명되면서 다이아몬드는 크기보다 광채가 잘 나도록 얼마나 잘 껶였느냐가 매우 중요해졌죠. 아무리 큰 다이아몬드라도 덜 반짝거린다든지 흠이 있어서 빛의 반사를 방해하면 과감하게 캐럿을 줄여서라도 반짝임을 높이죠. 하지만 중량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연마사들은 최소한으로 깎으면서 가장 광채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찾으려고 고민하죠.  
 
주얼리들이 주로 오고갔던 곳은 유럽이지만 원석들은 주로 아시아나 남미, 호주 같은 곳에서 많이 생산되는데요. 원석이 채굴되는 곳에서는 화려한 주얼리의 세계와는 정반대의 고통스러운 현실이 있다는 것을 많이 잊게 돼요. 책에서는 그런 채굴 잔혹사도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 다이아몬드와 유색보석의 주된 산지들은 보면 이것이 자원의 축복인지 저주인지 헷갈릴 정도로 내전이나 부정부패, 마약카르텔과 연계되어 고통받는 곳이 많아요. 수익이 힘들게 보석을 채굴한 사람에게 돌아가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 경우도 많고요
화려한 보석의 뒷면에는 분명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하고 있어요. 지나간 과거일 수도 있고 나와 관계 없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짝이는 보석을 위해 희생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이용한 특정 집단의 이기심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쓴 챕터에요.
최근에는 원산지와 채굴 과정이 공개된 보석 위주로 구매를 하자는 움직임도 있어요. 물론 모든 과정이 100% 공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브랜드들이 채굴이나 연마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착취하지 않은 보석을 구매하려고 하고, 소비자들도 자신이 구매하는 보석이 어떻게 채굴되어 가공되었는지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보통 보석하면 다이아몬드가 먼저 떠오르는데, 책을 통해서 에메랄드나 사파이어, 루비, 오팔, 터키석 같은 유색보석의 아름다움울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유색 보석이 가지는 매력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자연의 색을 닮은 유색 보석에 주술적 의미를 담아서 그 의미를 담아서 보석을 착용했던 것 같아요
루비의 붉은 색은 사람의 피를 상징하고, 푸른 보석은 하늘, 천국을 상징하기 때문에 성실하고 진실된 약속의 징표로 이용되었어요. 녹색에는 재생과 부활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녹색 보석에는 영생을 기원하는 의미를 부여했고요. 그런 식으로 자연과 닮은 보석을 선택해 그것을 몸에 지님으로써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간절하게 기원했죠.  
 
 
보석이라고 하면 '나와는 거리가 멀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보석과 주얼리를 일상에서 좀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과거에는 군주들이 보석을 통해 자신의 권력과 부를 과시했다면, 21세기에는 주얼리를 통해서 취향과 안목을 보여줄 수 있어요. 보석이라고 하면 무조건 비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가격대의 보석들이 많이 거래되고 있거든요. 이왕이면 나만의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가볍게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탄생석 같은 것이라도요. , 좋아하는 색이 있다면 그 색상의 유색보석을 선택하는 것도 좋고요
 
주얼리는 생각보다 많은 가치가 있어요. 나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데다 24시간 착용할 수 있잖아요. 재산으로서의 가치도 있고요. 오래되어서 올드해 보이면 세팅을 바꿔서 새로운 모습으로 즐길 수도 있어요. 그리고 내가 잘 착용하고 즐기다가 가족에게 물려줄 수도 있죠. 그러면서 가족 내에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 수도 있고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보석을 사치품이라 몰아세우기 보다는, 하나의 가치품으로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보석에는 이렇게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 있고, 역사 속에서 수많은 주인들을 거치면서 인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존재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한 번씩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보석이란 인류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서려있는 존재에요. 보석을 통해서 시대적 배경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인간의 내면까지 파헤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제공_모요사 출판사
 
 
 
세계를 <!HS>움직인<!HE> 돌 [역사/문화]  세계를 움직인
윤성원 | 모요사
2020.05.15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