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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이데올로기』토마 피케티 “이데올로기 전환을 시도해볼 때”

  •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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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불평등에 대한 참신한 시각과 대담한 대안을 제시한 『21세기 자본』. 이 책으로 전세계적에 '피케티 열풍'을 일으킨 파리경제대학교 토마 피케티 교수가 새로운 책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출간했다

지난 6 8일에는 『자본과 이데올로기』 토마 피케티 교수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당초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독자들과 만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방한이 성사되지 못했고, 이날 기자간담회는 화상회의 앱을 이용해 프랑스와 한국을 연결해 진행되었다

 
피케티는 이번에 출간된 『자본과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경제서라기 보다는 불평등의 역사그리고 그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역사서라고 말한다. 역사서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불평등의 문제가 경제적이거나 기술적인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의해 먼저 규정된다는 것을 또렷이 그려낼 수 있었다고
 
"대부분의 사회에서 지배세력은, 지금과 다른 방식의 사회구조는 가능하지 않고 불평등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살펴보면 비슷한 수준의 경제개발이나 기술수준에 있는 사회일지라도 경제와 불평등을 다루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정치적 지배구조에 대한 분석이다. 피케티는 현재 사회의 지배구조는 브라만 좌파(교육 엘리트)와 상인 우파(자본 엘리트)의 담합 또는 이들이 번갈아 집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정당구조가 흔들리고 있는데, 과거 서민계층의 지지를 받았던 미국의 민주당이나 유럽의 좌파 정당들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사실은 자본과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서민계층의 신뢰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우파 정당들 또한 과도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극우진영의 준동에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
 
"기존 정당들이 배타적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 정당에 맞설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고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는, 떠나간 서민 계층을 만족시키고 불평들을 재조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보편적 자원 지원 dotation universelle en capital 을 제시한다. 피케티는 간담회에서,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기본소득'이란 생존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기초생활비를 의미할 뿐, 이것만으로는 불평등을 시정할 수 없습니다. 기본소득보다는 '최저소득'의 수혜자 범위를 더 넓게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며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감춰진 교육의 차별, 그리고 임금 체계 조정을 통한 노동자 권리 강화의 문제도 해결되어야 합니다. 임금이 인상되는 속도가 자본소득이 늘어나는 속도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임금 체계를 가만히 둔 채 기본소득을 통해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곤란합니다. " 
 
피케티가 제안하는 보편적 자원 지원은, 모든 사람에게 기본자산을 제공하자는 것. 부자들은 자녀들이 미래를 구상할 수 있도록 종잣돈을 주는데, 이것은 이후 불평등 확산과 고정의 배경이 된다. 그렇다면 부자들에게만 이런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모든 가정의 아이들에게 만 25세에 이르면 주거를 마련하거나 창업을 구상할 수 있는 종잣돈을 사회가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부유세와도 연결된다. 피케티는 누진소득제 뿐만 아니라 누진소유세 도입도 주장한다
 
"세금이나 사업상의 이유로 소득은 매우 낮지만 막대한 부를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워렌 버핏이 자신의 비서보다 더 낮은 소득세를 내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누진소유세와 누진소득세 모두가 필요합니다."
 
 
피케티는 현대사회의 불평등을 유발하는 이데올로기 중 하나인 능력주의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오늘날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덜 성공한 사람에 비하여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런 능력주의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합니다.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대체로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 후 대학 교육에 있어서는 소위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갈라놓은 교육의 질 차이가 엄청납니다. 그리고 실제로 누가 좋은 대학에 접근하는지를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이 부모의 소득과 자원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경제시스템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부는, 기원상 사회적이고 집단적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피케티 교수는 "제 책이 전세계적으로 200만 부가 팔리는 경험을 하였지만 그 책을 쓰기 위해서는 공공교육제도, 수십 명의 동료, 전 세계 연구자 수백명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의존하고, 능력은 개인의 성공을 결정짓는 수많은 프로세스 중 그저 하나일 뿐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소득과 부(자산)에 대한 높은 누진과세가 필요합니다" 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의 변화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대규모 위기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변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앞에는 여러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19는 공공의료서비스 강화나 기본소득, 최저소득 같은 복지체계 신설에 대한 논의를 이끌고 있고,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평등, 더 많은 연대의 실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경계 강화와 국가중심주의, 이방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키울 수 있어 일정한 사회적 퇴행도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저는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편인데, 코로나19가 가져온 절망감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노포비아적 광기에 미래를 맡기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불안정한 시기에 지나치게 선동적이고 비합리적인 사람을 지도자로 삼는 것에 사람들은 큰 불안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논의의 초점은 다시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돌아온다
 
"재앙이나 위기가 어떤 하나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그것은 결국 그 경험을 겪어내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이데올로기, 그리고 그에 따른 공동 행동들이 이후 이어질 삶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시민들이 이데올로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피케티 교수는, 역사적으로 불평등을 크게 시정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들은 다음 세 가지 조건이 만날 때 가능했다고 말한다. 시민들의 움직임, 정당이나 노조 같은 조직된 집단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그리고 이들을 한데 묶는 이데올로기가 그것이다. 그리고 현재 지나치게 커져가는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가장 부족한 점은 바로 '지배 이데올로기의 전환'이라고 지적한다.
 
"1990년대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후, 사람들은 감히 이데올로기 문제를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30년이 흘렀고,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쳐 달려온 세월이 또 다른 방향으로 인류를 몰아가며 모순을 쌓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회주의 몰락이 가져온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불평등 감소를 위한 이데올로기 전환을 시도해볼 때가 왔습니다."
 
 
프랑스() 한국(아래)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번역 및 사진 제공_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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