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엄마로 태어난 여자는 없다』 송주연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행복”

  • 2020.05.28
  • 조회 661
  • 트위터 페이스북
엄마가 된 순간, 여자는 자신을 ‘상실’한다.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가졌는지는 ‘엄마’란 단어 앞에서 중요하지 않다. 『엄마로 태어난 여자는 없다』는 이처럼 자신을 잃은 채 ‘엄마’로만 살기를 강요받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송주연은 엄마이자 상담사로 살면서, ‘엄마다움’을 강요하는 한국의 가부장 문화 속에서 치열하게 버텼다. 그녀는 ‘엄마’에게 요구되는 환상과 굴레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자신을 느끼곤,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상에 스며있는 부당함을 폭로하고, 당당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낸다.
 
 
『엄마로 태어난 여자는 없다』란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를 통해서 작가님이 하시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제목의 ‘엄마’는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여성만은 아니에요. 사회에서 억압받는 모든 여성을 의미합니다. 다만 ‘엄마’라는 틀이 여성을 억압하는 대표적 수단이기에 상징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는 여성을 ‘재생산의 도구’로만 여기는 가부장적 시선이 팽배해 있어요. 예를 들어, 임신하는 순간 ‘엄마’라는 정체감은 여성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해져요. 이는 ‘아빠’가 아닌 다른 정체감도 존중받는 남성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에요. , 결혼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의 사회적 성취는 “독하다”며 폄하되곤 하죠. 저는 이러한 현실에 맞서, ‘여성도 가부장사회에서 규정하는 역할이 아닌, 다양한 정체감을 지닌 한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책을 살펴보면 출산, 육아, 직장, 이사, 남편이나 시댁과의 에피소드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와요. 결혼한 뒤에 다양한 경험을 하신 것 같은데, 그 중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슨 일이었을까요?
 
한창 육아를 하던 중에 심리검사를 받은 적이 있어요. 막연히 ‘이렇게 사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느껴온 것들을 객관적으로 확인했고 제 마음을 명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죠. 이 과정에서 제가 느끼던 불안과 우울이 ‘나 자신을 잃어가면서 겪는 심리적 현상’이란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똑같이 부모가 된 남편은 저와는 달리 매우 안정적인 심리지표를 보이는 거예요. 이때 크게 깨달았어요.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자와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요. 왜 함께 결혼하고, 똑같이 부모가 되었는데 여자와 남자의 삶이 이토록 달라지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고민하는 과정이 책 집필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여자들은 엄마가 된 순간, 그 이전의 자기 자신을 모두 상실한 채,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도대체 무엇이 여자의 온전한 삶을 가로막는 걸까요?
 
‘가부장적 사고방식’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있어요. 사실 요즘 사회는 ‘성평등’을 지지합니다. 정책도 ‘평등’을 추구하며 변하고 있고요. 하지만 개인은 이런 사회적 변화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여전히 가정은 ‘시가 중심 가부장제’의 강력한 지배를 받고 있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전통적인 성역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에 이런 말이 나와요.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일상의 가부장적 습관과 사고들이 바뀌지 않은 것. 그게 여전히 여성들이 ‘한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핵심적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들은 육아하면서 한 번쯤은 ‘이러고도 내가 엄마인가’하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엄마’라면 늘 아이와 함께하고 아이를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육아를 힘겨워하는 자신을 책망하죠. ,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온통 엄마인 자신 탓이라고 여겨요. 이런 엄마들에게 작가님만이 해줄 수 있는 따뜻한 말이 있을까요?
 
그럴 때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세요. “나는 충분히 좋은 엄마다!”라고요! 정신분석학자 도날드 위니캇은 ‘완벽한 엄마’보다 ‘충분히, 그러니까 적당히 좋은 엄마’가 아이에게 더 좋다고 말해요. 너무 완벽한 엄마를 둔 아이들은 실수나 좌절을 할 때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적당히 화내는 엄마를 보기도 하고, 엄마에게 짜증도 내며 관계 속에서 좌절에 견디는 힘을 갖추게 돼요. 그러니 아이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완벽한 엄마’가 되려 하지 마세요. 또한, 엄마가 자신의 삶을 돌보고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어준답니다. 이제 죄책감은 내려놓으세요. 우리는 모두 ‘충분히 좋은 엄마’니까요!
 
 
책의 에피소드를 살펴보면 ‘남편의 성공은 아내의 성공?, ‘착한 며느리 대신 솔직한 며느리’와 같이 남편과 시댁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어요. 민감한 주제였을 것 같은데요. 집필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글을 쓰기까지 참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한 달 넘게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한동안은 어떤 이야기를 썼는지 남편에게 일일이 말해주기도 했고, 남편의 반응이 걱정돼 눈치도 봤어요. 다행히 남편은 제 글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주었고, 글을 읽으면서 저를 더 이해하게 됐다고 말해줬어요. 시어머니께는 제가 이런 글들을 쓰고 있다고 종종 말씀드렸는데,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어요. 그래서 책을 쓰는 동안엔 크게 고민하진 않았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이 나오니 조금 두렵긴 하더라고요. 다행히 남편은 끝까지 저를 지지해줬어요. 시댁에는 아직 책을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하네요.
 
 
그럼 작가님이 생각하기에 여성들이 남편, 혹은 시댁과의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면서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변화에는 갈등이 필연적이에요. 그렇지만 불필요한 감정싸움은 줄이는 게 좋겠죠? 이땐 ‘채찍’보단 ‘당근’이 더 유용해요. 가사분담을 할 때, 상대가 못한 부분을 지적하기보단 잘하고 있을 때 “고맙다”고 표현하는 식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는 거죠. , 무언가 요구할 땐, 주어를 ‘나 자신’으로 해보세요. 행동을 직접 요구하기보다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거예요. 심리학에서는 ‘나 전달법(I message)’라고 부르는데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명확히 알 수 있고, 타인에게 불쾌감을 덜 주면서도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랍니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삶을 꿈꾸는 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저는 ‘행복한 삶’이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꿈만큼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여성이 현모양처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가정에서 아내와 며느리, 엄마라는 역할에 충실하면서 행복할 수 있어요. 반면, 기업의 임원이 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한다면, 사회적 성취를 추구해야겠죠. 제가 문제시하는 건,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가부장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역할’을 따르기를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속과 일상 곳곳에 스며든 가부장적 규범들이 개인의 가치나 꿈보다 우선시되기에, 많은 여성이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내가 나답지 못한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나의 모습이 ‘나답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딘지 공허하고 우울하고 불안하다면, 시간을 내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보세요. 어떤 때 가장 화나는지, 어떤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한지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그러다 보면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가 훼손될 때 분노가 느껴지고, 이런 가치를 실천할 때 즐겁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 가치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세요. 어디서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실천할 수 있다면, 그 삶이 가장 나답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 기사 및 사진제공_스몰빅에듀
 
 
 
엄마로 <!HS>태어난<!HE> 여자는 없다 [가정/육아]  엄마로 태어난 여자는 없다
송주연 | 스몰빅에듀
2020.06.01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