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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권의 힘』이현아 “반짝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가는 순간”

  • 2020.05.27
  • 조회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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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눈물이 무슨 맛이게요? 제가 매일 먹어봐서 아는데요, 로션 맛이에요."
"실과 시간에 '솎아내기' 배울 때 솔직히 겁났어요. 경쟁에서 밀리면 나도 저렇게 뽑힐까 봐요."
 
11년 차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이현아 선생님은 '아이는 가슴속에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어린이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무려 200여 권에 이른다.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 이현아 선생님을 만나보자.
 
 
초등학교 선생님이신데, 처음 그림책으로 수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림책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던 감정이나 생각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습니다. 흐릿했던 감정이나 생각을 나의 언어로 표현하다 보면 또렷한 윤곽이 생기고 선명해지는 거죠. 평소에 좀처럼 자기를 표현하지 않던 아이가 그림책 속의 인물에 기대어 슬쩍 마음을 털어놓거나 그림책 수업 활동을 통해서 자기 마음을 쏟아낼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면 순간 교실에 '반짝'하고 빛이 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1교시부터 6교시까지 반복되는 교실의 일상 가운데 그렇게 반짝이는 순간들을 차곡차곡 모아나갈 때 가장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그림책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가는 순간이니까요. 
 
그렇게 교실에서 아이들과 조금 더 깊게 소통하고 싶다는 갈증이 생길 때마다 그림책을 붙잡기 시작했어요. 그림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매력적인 예술품이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나눌 땐 훌륭한 소통의 매개가 되어줄 수 있다는 걸 경험했죠. 그림책을 통로로 아이들과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꺼내어 이야기할 때, 창문 틈으로 신선한 바람이 드나들고 교실의 공기가 순환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림책을 아이들과 같이 읽는 것도 좋지만, 그림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더 좋았어요. 제가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은 가르침이 아닌 대화, 조언이 아닌 교감이었기 때문이에요.
 
 
아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진행하면서 책 제목처럼 '그림책 한 권의 힘'을 몸소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한 번쯤 끌어안고 고민하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나는 왜 사는 걸까?’,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거지?’, ‘슬픔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 찾아오지요. 그런데 이런 질문은 삶의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는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잘 설명해주지 않고 교과서에도 명쾌하게 나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이런 문제들을 바로 그림책을 통해서 깊게 나눌 수 있어요.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주고받은 호흡 가운데 상징과 은유를 통해 삶의 철학적인 고민을 건드리는 장르니까요. 그림책을 수신기처럼 가슴에 품고서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면서 그림책 한 권이 가진 따뜻하고 단단한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경험이 고스란히 책의 제목으로 이어졌고요.
 
 
학교 수업에서 멈추지 않고, 비영리 독립출판사 '교육미술관 통로'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쓰고 그린 흔적을 하나의 어엿한 작품으로 인정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아이들 곁에서 그림책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쓰고 그린 것, 거기엔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어요.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떨어뜨려 놓은 빵 조각을 따라가보는 것처럼, 아이들이 쓰고 그린 흔적을 더듬더듬 짚어보면 아이의 진짜 마음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이의 글과 그림 안에는 현재의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어떤 힌트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은 자신이 쓴 글, 자신이 그린 그림을 하찮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주눅 들어서 본인이 그린 그림을 '망쳤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많고요. 아이들뿐인가요. 남들이 써놓은 글은 부러워하면서 정작 본인의 글은 보잘것없는 글로 여기는 어른들도 많지요. '네가 쓰고 그린 흔적을 소중히 여겨주는 첫 번째 독자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실감하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를 온전히 인정받아본 경험은 아이의 마음에 단단한 힘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그 온기에 기대어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삶을 살아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큼 귀한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교육미술관 통로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들의 그림책
 
하고 싶었던 일이라도 직업이 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지치지 않고 다양한 활동으로 뻗어 나가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시큰둥하지 않고 감격하는 마음'이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림책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무심코 던지는 질문이나 표현이 너무나 신선하고 사랑스럽다고 느껴지거든요. 그럴 때 가슴 저 아래에서부터 감격하는 마음이 충만하게 샘 솟아오르는 것을 느껴요. 정말 창문을 활짝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여주면서 '우리 아이들이 글쎄 이런 표현을 한다니까요! 너무 대단하지 않나요? 지금 이거 저만 이렇게 감격스럽나요?' 외치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감격하는 마음이 혼자서만 느끼기에는 감당이 안 될 만큼 차올라서 흘러넘치고 있기에, 그것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꾸역꾸역 쥐어 짜내거나 억지로 했다면 벌써 지쳐서 쓰러졌을 거예요. 시큰둥하지 않은 마음으로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 감격하는 마음으로 나의 내면이 충만하게 차오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귀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마음이 살아있기 때문에 지금도 지치지 않고 그 다음 고민, 또 그 다음 고민을 향해 묵묵히 걸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가 쓴 문장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다면 하나만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그림책을 완성하고 나서 한 아이가 저에게 들려줬던 말이 기억나요. 제가 그림책 창작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에 대해 질문했거든요. 아이가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기억에 남은 건 말이 아니라 내 책을 읽는 사람들의 표정이었어요. 놀라는 표정, 탄성 지르는 표정이요.”
“오호, 현서는 책 읽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봤구나.”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그게 뭔데?”
“공기요.”
“공기?”
“네. 내 책을 읽는 사람과 나 사이의 팽팽한 공기요.”
독자의 표정을 살피고, 책 읽는 사람과 나 사이의 팽팽한 공기를 느끼다니.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정수리가 활짝 열리고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으로 그림책 수업 과정의 모든 울림과 떨림을 흡수하는구나.' 다시 한번 절절히 느꼈던 순간입니다.
 
 
혹시 가정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그림책 수업이 있다면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가정에서 부모님과 아이가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유튜브 채널 <현아티비>를 운영하고 있어요. 10분가량의 영상을 통해서 간단한 그림책 추천과 함께 수업 활동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많은 학부모님께서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신 그림책 수업 한 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바로 통그림책 감상 활동인데요, 그림책을 읽으면서 나와 마음이 통하는 한 장면에 오래 집중하면서 떠오른 생각이나 감정, 질문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여가면서 읽는 방법이에요. 같은 그림책을 읽어도 엄마가 통하는 장면과 아이가 통하는 장면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장면에 마음이 머물렀다고 해도 각자가 느낀 감정은 전혀 다를 수 있거든요. 통그림책 감상을 통해서 마음이 통한 그림책 한 장면에 엄마와 아이가 오래도록 함께 머무르며 대화해보시길 추천합니다. 한 장면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와중에 서로가 미처 몰랐던 속마음을 꺼내어 신선한 대화의 물꼬를 터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현재는 『그림책 한 권의 힘』에 담지 못한 원고들을 토대로 진로 교육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직업 위주의 키자니아식 진로 교육이 말해주지 않는 것, 직업이 정해지고 내 이름 앞에 직위나 수식어가 더 붙는다고 해도 끝나지 않는 삶의 본질적인 고민을 7개의 키워드로 짚어나가고 있어요. 그림책을 통한 자기 탐구와 자기표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림책 한 권의 힘』과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화가 홀 호건의 문장을 가슴에 품고서 쓰고 있는데요. 모쪼록 많은 어른과 아이들의 가슴으로 스며들며 흘러갈 수 있는 귀한 책으로 만나 뵙길 바랍니다.
 
 
| 기사 및 사진제공_카시오페아
 
 
 
그림책 <!HS>한<!HE> 권의 <!HS>힘<!HE> [가정/육아]  그림책 권의
이현아 | 카시오페아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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