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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고양이』백수진 “고양이는 위로하지 않아요. 고양이 자체가 위안이죠”

  •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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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자주 만나던 고양이가 있었다. 나무 타는 걸 좋아하고, 이상하게 사람을 잘 따르는 아는 고양이는 동네에서도 인기만점. 하지만 길고양이에게 겨울은 생존을 위협하는 가혹한 계절이다. 겨울이 다가오고, 동네 고양이가 걱정되던 예비집사는 결국 아는동네 고양이를 반려묘로 맞이할 결심을 하게 되는데
 
모든 게 처음이고 서툰 집사가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며 새롭게 깨닫게 된 것들에 대한 다정하고 솔직한 이야기,『아무래도, 고양이』 백수진 저자와의 인터뷰.
 
 
나무를 잘 모를 분들을 위해 짧게 소개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나무는 모두의 길냥이에서 누나만의 말썽쟁이로 ‘묘생역전’을 경험한 다섯 살 고양이입니다. 한국의 길고양이종인 ‘코리안 숏헤어’, 그 중에서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노란색 치즈 고양이예요. 무던하고 태평한 성격이 매력이랍니다.
좋아하는 건 자동배식기에서 밥 나오는 소리, 창밖에 가끔 찾아오는 까치 친구, 이불 속에 파묻혀 낮잠 자기. 초인종과 청소기 소리는 싫어해요. 오전 6시만 되면 칼같이 누나를 깨우고, 벌레를 잘 찾아요(잡진 못해요).
 
 
나무의 과거가 궁금해집니다. 한때 일산에서 꽤 유명한 길냥이, 동네에 소문이 자자한 개냥이(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였다고요. 그 시절 나무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을까요?
 
과장이 아니라 나무는 정말 핫했어요. 나무가 밥 먹으러 오는 장소에 죽치고 기다려봐서 잘 알아요. 초딩들은 그 근처에만 오면 나무 이름을 불러보다가 “지금은 나무가 없나 봐!” 하고 지나가요. 어린이들뿐 아니라 산책 나오신 할머님들도 “여기 고양이가 한 마리 있어., “나도 알아. 고양이가 좀 있어야 돼, 쥐도 잡고.” 이러면서 나무 이야기를 하셔요. 많은 주민에게, 그 공원은 곧 ‘나무가 있는 곳’이 된 거예요. 지날 때마다 혹시 마주칠까 기웃거리게 되는.
나무도 그 관심을 아는지,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은 낮 시간엔 자전거 도로에 발라당 누워 있곤 했어요. 수풀 사이에서 얼굴을 내놓고 낮잠을 자기도 하고요. 자기와 놀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이 다가와 말을 걸고 나뭇가지를 흔들어도 귀찮아하는 눈치는 아니었어요. 가만히 지켜보더라고요. 원래 길냥이들은 먼발치의 인기척도 귀신같이 알아채 숨고 도망가기 바쁜데. 이 녀석은 좀 많이 특이했어요.
 
 
처음 나무를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나무와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될 거라고 예상을 하셨나요? 또 ‘나무’라는 좀 특이한 이름을 짓게 된 사연도 짧게 소개해주세요.
 
첫 만남 땐 가볍게 ‘귀여워 미치겠다.’ 정도였어요. 근데 자꾸 마음이 갔어요. 저는 퇴근하면 온 에너지가 방전되어 누워만 있던 사람인데, 나무를 보러 몸을 일으켜 굳이 공원을 다녀오곤 했어요(당시에 3교대 근무를 해서 아침이나 이른 낮부터 집에 있을 때가 많았거든요). 내 눈에 띄지 않는 시간의 나무가 궁금하고, 더 나아가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한 지붕 아래 살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되는 상상은 계속했던 것 같아요.
‘나무’는 저를 만나기 전부터 나무가 가지고 있던 이름이에요. 공원의 나무를 캣타워처럼 오르내려서 붙여졌다고 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친구는 ‘어떤 고양이’가 아닌 ‘나무’였던 거죠. 저도 이 이름이 독특해서 좋았고, 정든 이름을 바꾸고 싶지 않아 계속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에 ‘어쩌다 집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던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출간하셨다고요. 어떤 계기로 연재를 시작하셨나요? 그리고 나무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따로 있더라고요. 그 계정도 어떻게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나무를 입양한 스토리를 다 알고 있던 중앙일보 선배가 강력하게 온라인 연재를 권했어요. 저는 그냥 밥 먹으면서 편하게 고양이 자랑을 한 건데, 그게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나 봐요. “이거 얘기 된다. ‘내가 무언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이런 표현도 좋은데?”라면서 아주 구체적으로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때가 한창 회사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확장하려던 시기여서 여러 가지가 맞물렸던 것 같아요. ‘애묘인을 겨냥한 정보성 에세이’를 표방하며 주간 고정 연재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에 포함된 초반 연재분은 보통의 에세이보단 약간 신문 기사 같은 느낌도 있을 거예요.
인스타그램 계정은 나무를 데려오고 며칠 만에 만들었어요. 개인 계정이 고양이 사진으로 가득할까 봐 분리한 것도 있고, 원래 나무를 알던 사람들이 편안하게 나무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실제로 당시 함께 돌봐주던 캣맘 분도 팔로우를 하고 있고, 그분이 ‘좋아요’를 눌러주시면 유독 반가워요.
 
 
고양이 집사가 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행복해졌어요. 제게 일어난 모든 변화를 아울러 표현하자면 그래요. ‘꿈을 이루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등 우리가 경험하기 전부터 알고 있는 영역의 행복이 많잖아요. 제게 ‘고양이가 주는 행복’은 알지 못했던 영역이었어요. 있는 줄 모르면 없이 사는 줄도 몰라요.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어도 상실감 없이 잘 살았겠지만, 이젠 이 행복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
 
 
책에는 나무와의 즐겁고 발랄한 이야기만 담기지 않았더라고요. 고양이를 향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 학대 등 슬픈 이야기들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은 집사의 삶을 선택, 나무의 위로로 큰 힘을 얻으셨던 듯합니다.
 
부정적인 시선이란 ‘젊은 여자가’ 그리고 ‘하필 고양이를’의 콜라보라고 볼 수 있죠. “결혼과 출산에 힘써야 할 시기에 음산하고 은혜도 모른다는 고양이를 왜 갖다 기르냐.” 다들 결혼 걱정만 하지, 집에 둔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일을 못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그게 더 위험한 건데 말이에요.
그런 시선을 받으면 저도 모르게 방어할 때도 있었어요. ‘고양이는 나쁘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장점을 늘어놓는 식으로요.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공격이 성립하지 않으니 방어할 필요도 없어요. 가족은 어떤 효용이 있어서 곁에 두는 게 아니잖아요.
노트북을 열고 일하는 동안 말없이 테이블 위에 앉아 고롱고롱(고양이가 기분 좋을 땐 몸속에서 엔진 소리가 나거든요)거릴 때.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굳이 거실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제가 TV를 끄고 나서야 침실로 따라 들어올 때. 강아지처럼 주인이 너무 좋다고 달려드는 법은 없지만, 이런 순간마다 새삼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껴요. 고양이는 나서서 위로를 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 자체로 위안이랍니다.
 
 
고양이가 주는 행복만큼 고양이가 주는 절망과 불안도 크셨다고요. 정확히 어떤 뜻인지 궁금합니다.
 
절망은 책임감에서 왔고, 불안은 행복에서 왔어요. 내 스스로 떠안은 책임이지만 어느 순간 한없이 무거워질 때가 있더라고요. 나의 최선이 나무에겐 최악인 경우가 있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병원 데려가기, 목욕시키기 같은 것들이요. 동물이니까 당연한 건데도 아주 가끔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이 워낙 크다 보니, 그 행복이 언제 끝날지 몰라 불안해질 때도 있어요. 내 실수로 나무를 잃어버리는 꿈을 꾸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깨기도 했고요. 그 정도로 잃기 싫은 행복이 있다는 것부터가 행운이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해요.
 
 
고양이를 키우지 않아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찹쌀떡, 솜방망이, 냥냥 펀치, 식빵 굽기’ 등의 용어는 익숙합니다. 그런데 책에 ‘고양이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네요. 정확히 어떤 뜻일까요?
 
영어의 ‘○○ person’이라는 표현에서 따왔어요. coffee person’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을 말하죠.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 ‘음료를 선택할 일이 있다면 커피를 고르는 사람’ 또는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쯤의 뉘앙스로요.
‘고양이를 사랑하고, 고양이의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때론 고양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줄인 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의 수명을 생각하면, 언젠가 곁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죠. 어떻게 그 슬픔을 감당해야 하나 고민할 때, 김이나 작사가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앞서 답변했듯이, 저는 종종 악몽을 꿀 정도로 이 불안에 취약했어요. 선배 집사인 김이나 씨에게 질문할 기회가 생겼을 때 ‘이 예정된 슬픔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물었어요. 돌아온 답변은 간단했어요. “내가 먼저 가는 것 보다는 나아요.”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제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병이라도 걸리면 나무는 영문도 모른 채 저를 하염없이 기다리겠죠. 버려졌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한 번도 안 해봤던 가정인데, 이쪽이 몇 배는 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어요.
내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다 가는 나무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 그게 우리 모두를 위한 해피엔딩일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의 길을 선택한 수많은 집사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부탁드려요.
 
누구든 작은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행복과 절망을 오가요. 그리고 그 감정들은 분명 우리를 자라게 하고 있어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고양이보다는 느리게 어른이 되잖아요. 그 널뛰는 감정을 통해 무럭무럭 자라서 고양이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따라잡아 보아요. 언제부턴가 우리가 고양이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우리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 기사 및 사진제공_비즈니스북스


 
아무래도  <!HS>고양이<!HE> [시/에세이]  아무래도 고양이
백수진 | 북라이프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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