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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 역자 이수인 에누마 대표 “리더십이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상태”

  • 2020.03.02
  • 조회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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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이란 무엇일까? 강력한 카리스마? 빠른 두뇌 회전? 노력해서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리더’가 되면 더 이상 고민 따위는 없는 걸까? 글쎄. ‘완벽한 리더의 5가지 조건’ 등등을 충족시킨다고 해서 완벽한 리더가 되었다 자부할 수 없고, 성공한 리더라고 앞으로도 승승장구하며 시련 따위는 없을 거라 자신할 수 없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오히려 수많은 위기와 갈등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수많은 시련에 품격있게 대처하며, 흔들리고 지칠 때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회복에 힘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과 더 가깝다.  
 
『리부트』는 일반적인 리더십 책들과는 결이 다른 책이다. 리더십 스킬을 가르치거나 완벽한 리더의 XX가지 법칙같은 것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CEO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당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말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자신의 바닥까지 들추며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나은 리더가 되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리부트』는 스타트업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리더십 코치 제리 콜로나의 책으로, 한국어 번역판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2017년 사회혁신기업가에게 주어지는 아쇼카 펠로에 선정되기도 한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Enuma)의 공동창업자 이수인 대표와 벤처 기부 펀드 C program 엄윤미 대표가 직접 번역을 했다. 제리 콜로나의 『리부트』 번역을 제안하고 또 직접 번역을 한 이수인 대표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수인 역자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전문 번역자가 아니신데 이 책, 『리부트』를 직접 번역하고 출간을 제안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에누마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이수인입니다. 『리부트』의 저자인 제리 콜로나와는 2013년에 처음 만났어요. 창업 초기, 제가 자신감을 잃고 좌절에 빠져있던 시기였죠. 그때 제리가 이끄는 리더십 부트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 경험이 저 자신과 회사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제리의 리더십 코칭 방식을 한국에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어요. 지난 몇 년간 틈틈이 한국의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제리의 리더십 코칭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 있어 하고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어 했지만, 제가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리의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좋은 친구이자 에누마의 투자자인) 엄윤미 C Program 대표님이 함께 번역을 맡자고 제안해주었고, 개인적으로도 약간 시간이 생겨서 직접 번역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저자인 제리 콜로나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릴게요.
 
제리 콜로나는 리더십 코칭 회사인리부트 CEO이자 리더십 전문 코치입니다. 이전에는 벤처투자자(VC)였어요. 기술 기업들에 대한 초기 투자로 명성을 얻었죠. 그러던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을 겪으며 그의 일과 삶이 한꺼번에 무너졌어요. 우울증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떠올리게 됐죠. 그 사건을 기점으로 일과 인생의 의미를 찾는 개인적인 여정을 시작하고는 리더십 전문 코치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경영진이 전문 코치를 구하는 문화가 잘 갖춰져 있고,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유명한 코치들도 있습니다. 제리는 VC였던 경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CEO들이 겪는 긴장관계를 잘 이해하고, 그러면서도 개인이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깨닫도록 돕는 코칭으로 ‘CEO 조련사(CEO's whisperer)’라고 불리지요.
 
 
한국에서는 가장 먼저 이 책을 읽어본 독자일텐데요. 책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이 책의 많은 내용은 리부트의 부트캠프에 참가했을 때 제리의 육성으로 들었던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는 것은 제가 지난 7년간 저 자신과 리더십에 대해서 배우고 생각하고 변화한 것에 대한 기억을 되돌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글을 한국의 독자들이 읽으면 어떨까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책으로 제리를 만날 독자들에게 제리의 메시지가 가닿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죠. 그래서 그의 진심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며 읽었습니다.
 
 
『리부트』는 지금까지 제가 읽어본 여러 CEO 대상 코칭이나 리더십 책들과는 결이 많이 달랐어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십계명이나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거든요. 이미 알고 있는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코칭을 받는 CEO들이나 책을 읽는 독자들의 바로 곁에서 말을 거는 것 같더라고요. 이 책이 일반적인 리더십 코칭 책과는 다르다면 어떤 점일까요?
 
 제가 참가했던 리더십 부트캠프에서는 직접 가르치는 일이 거의 벌어지지 않았어요. 제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일종의 발제를 하고, 그 뒤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내면의 목소리를 나누고, 코치의 도움을 받아 각자의 깨달음을 얻죠. 이 책은 그 형식을 그대로 옮긴 책이에요. 제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양한 리더들의 사례를 들려주고, 이야기를 정리를 한 다음, 독자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지요.
 
제리의 메시지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리더십과 완전히 다릅니다. 고정된 능력이 아니라 어떤마음가짐혹은상태에 가까워요. 그에게 리더십이란과거와 상처, 실패까지 모든 것을 끌어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상태입니다. (책의 막바지에 그는 CEO의 자리에서 내려온 사람과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한번 리더는 영원히 리더죠. 어쩔 도리가 없어요.’) 더 많은 돈을 번다고, 더 큰 조직을 이끈다고 더 나은 리더인 것도 아니에요. 더 나은 사람이 됨으로써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주제인데, 본인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해답을 가지고 있는 건 본인밖에 없지요.
 
그러니 이 책 안에는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없어요. 수많은 힌트들이 있지요. 이 책을 통해 리더십의 교훈을 얻고 싶다면, 각 장을 적극적으로 읽고, 각 장 말미에 나오는 질문들을 따라 스스로근본적인 자아 성찰을 해야 합니다. 그 점이내가 말한 대로 따르면 성공한다라는 식의 카리스마적 조언들과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리 콜로나
 
저자가 서문에 썼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좋은 사람이 좋은 리더가 되고, 리더십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요. '뛰어난' 사람이나 '강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지점이 다를 수 있으니, 저는 그냥 제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꼭 만들고 싶은 것이 생겨서 남편과 함께 미국에서 창업을 했어요. 그런데 사업 경험도 없고 영어도 못하다 보니 스스로 CEO로서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주눅 들게 되더라고요. 미국에서 명문 대학을 나오고 IT 회사의 연쇄 창업 경험이 있는멋져 보이는창업자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괴감에 시달렸지요. 부족한 점이 많고 뛰어나지 않아서 성공할 가능성이 적으니 애초에 회사를 시작하면 안 되는 게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곱씹고 있었죠.
 
제리는 그런 고민을 갖고 모인 리더들에게이게 나라면 이제 어떡할 것인가?’라고 묻습니다. 나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거기서 다시 출발하면 된다는 것이죠. 나는 이런 사람인데, 내가 리더인데,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그 모든 고통에 당당히 맞서고, 자신을 근본적으로 성찰함으로써 더 나은 어른이 되라고, 성장하라고 해요. 그렇게 바로 섰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안전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요.
저는 어느 순간엔가 저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걸 멈췄고, ‘나의 리더십 점수는 몇 점인가?’ 같은 평가에 대해서도 너무 많이 걱정하지 않아요. 그저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무엇보다도근본적인 자아 성찰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근본적인 자아 성찰을 하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사실 철저하게 근본적인 자아 성찰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는 이야기해보라면 말문이 막히게 돼요. 책에서는 근본적인 자아 성찰을 위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데, 이 질문들은 근본적인 자아 성찰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이에요. “어린 시절에 형성된, 돈을 대하는 태도가 현재의 일하는 방식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나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쳐 어디로 달려왔는가? 나는 왜 나 자신이 탈진하도록 내버려 두었는가? 내가 이끄는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나의 무의식적 성격 패턴은 무엇인가?”
 놀랍게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질문들이었어요. 팀원들, 투자자들, 심지어 공동창업자와도 해본 적 없는 이야기였죠. 그 질문들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일의 의사결정이나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내가 가진 무의식적인 패턴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건지 깨닫고 계속해서 놀라곤 해요.
 
근본적인 자아 성찰(radical self-inquiry)이라는 표현을 좀 가볍게 풀면,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라고 번역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질문을 자기에게 던지고 곰곰이 생각한 후에 답을 노트에 길게 써보는 거예요. 완전히 옳은 대답일 필요도 없고, 나중에 바뀌기도 해요. 그러니 너무 꾸미려고 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한번 자신에게 그 질문을 던져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책은 '성공'보다는 '회복' '성장'을 위한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리더에게 '회복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실에서는영원토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는 동화 같은 결말이 존재하기 어렵지요. 마찬가지로마침내 (그리고 영원히) 성공이라는 운명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팀이 어느 시점에 큰 계약을 따낼 수도 있고, 높은 가격으로 투자를 받을 수도 있고, 큰 상을 받기도 하고, 회사를 다른 회사에 비싼 가격에 넘길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인생은 그 순간에 끝나는 게 아니에요. 그 순간을 넘어가면 다시 위기가 오고, 다시 역량을 시험받는 순간이 오겠지요.
 
불교도인 제리 콜로나는, 인생은 괴로움의 연속임을 직시하라고 말합니다.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순간이 오고, 실패하는 순간이 오고, 가슴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죠. 그러므로 고통에 무너지지 않고, 그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 성장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남들로부터성공이라는 딱지를 부여받는 인생의 한 순간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길 없는 여정을 살아내고, 상처 입고, 계속해서 친절하고, 그 끝에 자신의 일이 모두 마무리되었음을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고 저는 이해했어요.
 
 
 책을 읽고 나니 '리더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돼요. '리더'를 타인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지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성장을 위한 도전과 시련의 여정으로 보면 다른 의미가 보이더라고요. 대표님도 창업자로서 많은 경험을 하셨잖아요. '리더'가 되었기에 얻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 저는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그럴 수 있는 데서 오는 기쁨이 있고, 내가 이렇게 생겨버린 사람인데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쳐야만 한다는 데서 오는 책임감과 고통이 있죠. 제리는 삶을 돌아보면서태어난 목적대로의 사람이 되었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거기까지 가려면 긴 여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가 제리를 만난 건, 그가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부서진’ CEO들을 한자리에 초대했기 때문이었어요. 모든 리더들이 지금 힘겨운 시간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에게 제리의 이야기가 와닿는 것도 아니겠지요. 어떤 리더는 성장의 발판을 찾을 때 자기 안을 탐색하는 어둡고 괴로운 길이 아니라, (이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조금 더 분명한 지침을 원하고 있을 지도 몰라요.
다만 여러분이 지금 다른 사람을 이끄는 직업의 무게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혹은 주변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는 걸 눈치채 버렸다면. 제리가 하는 이야기에 귀기울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읽어주시는 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리부트: <!HS>리<!HE>더를 위한 회복력 수업 [경제/경영]  리부트: 더를 위한 회복력 수업
제리 콜로나 | 어크로스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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