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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기욤 뮈소

  • 2019.12.06
  • 조회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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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 파울스는 세 권의 소설로 일약 유명 작가가 된다. 하지만 서른 다섯, 한창의 나이에 느닷없이 절필을 선언하고 보몽 섬에 칩거하며 20년 가까이 글을  쓰지도, 인터뷰에 응하지도 않으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를 둘러싼 세간의 관심을 좀처럼 식지 않고 호기심만 증폭시킬 뿐이다. 그리고 섬에서 발견된 나무에 못 박혀 죽은 여성의 시체, 그리고 20년 전 발생한 의사 일가족 살인 사건은 운명 같은 우연으로 인해 서로 연관성이 있음이 드러나고, 은둔 작가 네이선 파울스, 네이선 파울스를 흠모하는 작가 지망생 라파엘, 그리고 보몽 섬에 나타난 기자 마틸드는 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얽히게 된다.  
 
기욤 뮈소의 신작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20년 가까운 시간을 넘나들며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놀랍게 연결시키며 그 과정에서 사랑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정도는 가히 페이지 터너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지 말이다.
새롭게 내놓는 작품들마다 항상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는 기욤 뮈소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독자들에 대한 기욤 뮈소의 넘치는 애정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마지막 질문까지 일독을 바란다.
 
 
매번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이려고 노력하시는데,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에서 특별히 신경 , 새로워지려고 노력한 요소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스릴러 소설입니다.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세계, 그들의 내면의 속에서 스릴이 최고조로 오르도록 했습니다. 방금 전에 내면세계라는 표현을 썼는데, 중에서도 특히 자유를 바라보는 방식이야말로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소설에서 등장인물들 각자는 스스로 주어진 어떤 현실 혹은 어떤 공간에 포로로 잡혀 있다고 느끼는 한편 삶이 가하는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습니다. 작가 지망생 라파엘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지지부진했던 삶에서 탈출할 있길 바랍니다. 라파엘에게는 숭배의 대상이었던 작가 네이선 파울스는, 스포일러가 수도 있어 여기서 이유를 밝히지는 못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섬에 가두고 은둔의 삶을 살아갑니다. 젊은 여기자 마틸드로 말하자면 불행한 가족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편 복수심의 포로가 되어 살아가고 있죠.
 
 
소설 속에서 굉장히 다채로운 사건들이 일어나고, 뒤섞입니다. 그럼에도 복잡하다는 느낌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질주하는 느낌과 쾌감이 있습니다. 그런 속도감과 페이지 넘기는 손길을 멈출 없는 몰입감을 위해 어떤 점에 집중하나요?
 
나는 소설을 항상 독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등장인물들을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내기 위해 애쓰기도 하죠. 소설은 이를테면 ‘내밀한 스릴러’입니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흠결 하나 없이 도덕적이지도, 그렇다고 전적으로 부도덕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등장인물들이 자신을 위기에 빠뜨리고 끊임없이 고통을 안기는 삶과 맞서 싸워나가는 모습을 그들과 함께 전율하면서, 그들이 한시바삐 탈출구를 찾아내 절망에서 벗어날 있기를 바라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갑자기 절필을 선언하고 고립적인 삶을 택한 작가는 대중들에게 관심과 호기심의 대상이 됩니다. 네이선 파울스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진 인물인가요?
 
네이선 파울스는 내가 여러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몇몇 작가들의 면모를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가령 J.D. 샐린저, 밀란 쿤데라, 엘레나 페란테, 필립 로스 등의 모습이 담겨 있죠. 샐린저의 경우 자기가 작품이 거둔 성공의 포로가 나머지 더는 (거의) 작품을 마음을 품을 없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공이 오히려 부담이 되어 은둔의 삶을 택했으니까요. 쿤데라를 비롯해 위에서 언급했던 작가들 대부분이 언론에 대해 몹시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동안 번도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요. 엘레나 페란테는 아예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쪽을 택했습니다. 문학교수이자 작가로 정점에 서있던 필립 로스는 갑자기 이상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해 독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죠. 네이선 파울스는 위에서 언급한 유명작가들로 이루어진 결정체입니다. 그는 서른다섯 살에 별안간 절필을 선언하고 문학계에서 은퇴합니다. 결정이 일종의 반전효과랄까, 그가 문학계에서 사라지려 할수록 그와 그의 칩거를 둘러싼 수상한 동기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죠.
 

 
소설 창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작가의 창작 의욕이 모두 소진되어 글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욤 뮈소 작가님은 어떤가요? 소설을 그만 쓰고 싶다거나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있나요?
 
나는 작가로 살아가기에 앞서 이미 다른 삶을 경험했습니다. 10 동안 고등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했으니까요. 가끔 소설 집필에 착수하기에 앞서 히말라야에서 맨발로 서있는 느낌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절대로 글을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느낌이 아주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곳곳에 소설쓰기에 대한 여러 가지 상반되고 모순되는 감정들이 뒤섞여 표현되어 있더군요. 소설을 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무의미하기도 하고요. 작가님은 소설 창작을 둘러싼 그런 모순된 감정들을 모두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글쓰기는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좋아하는 일입니다. 좋아하는 일에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투자할 있다는 엄청난 특권입니다. 물론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동전의 양면처럼 이면이 있기 마련인데, 글쓰기란 대단히 고독한 행위이고, 여러 동안 지속하다 보면 때로는 고독이 견딜 없는 고통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소설을 소비하는 환경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줄어들고, 진지한 글보다는 선정적인 가십거리에 관심이 쏠리기도 합니다. 분명 부정적인 변화죠. 하지만 그렇다고 소설의 그레구아르처럼 과거의 ‘진정한 문학’만이 가치 있다고 여기거나 라파엘이 들었던 글쓰기 수업에서처럼 ‘문체’가 목표가 되는 문학을 추구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 같아요. 환경과 독자가 변화하면서 소설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옳은 말씀입니다. 세상은 아주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긴 해도 문학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문학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없는 뭔가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속도가 절대적인 명령이 되어버린 시대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만큼은 독자 개개인이 온전히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의 주인이 있습니다. 어떤 소설을 읽을 , 독자들은 머릿속으로 자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오스터가 말했듯이 하나의 소설은 작가와 독자가 동등한 비중으로 참여하는 창조물이라고 있죠. 오스터는 거기에 더해 ‘두 명의 이방인이 내밀하게 만날 있는 세상 유일의 공간이 바로 소설’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굉장히 여러 가닥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있습니다. 20 일가족 살인사건과 유명 작가의 절필과 은둔, 사이의 관계를 추적하는 기자와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작가 지망생이 있고,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기욤 뮈소’ 작가가 직접 등장해 소설 전체를 다른 포장지로 감쌉니다. 이런 복합적인 구조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문학은 작가와 독자가 벌이는 게임입니다. 나는 소설을 하나의 게임처럼 기획했습니다.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기분전환을 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질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죠. 나는 마치 거울의 유희처럼 독자들을 일종의 문학적 퍼즐로 이끌고 싶었습니다. 전부터 줄곧 나를 사로잡고 있는 현실과 픽션 사이의 신비하면서 유동적인 경계를 맛볼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하와이에서 출발해 6 타이완 해안에서 발견된 카메라 이야기는 실화라고 하셨는데요. 사실 자체만으로는 ‘와, 신기하다.’하고 끝날 일이지만 이야기를 소설에 활용하면서 다른 의미를 갖게 같습니다.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을 소설에서 활용할 때는 어떤 면에 주목하나요? 태평양을 건넌 카메라 이야기는 작가님에게 어떤 점에서 인상적이었나요?
 
위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카메라 일화 역시 현실과 픽션의 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실례라고 있습니다. 카메라 일화는 하나의 출발점이 됩니다. 모든 현실이 잠재적으로 영감의 원천이자 픽션의 소재가 수는 있겠지만 소설에서는 현실이 실제 우리가 보았거나 경험했거나 배운 그대로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이상한 꿈을 때처럼 현실의 디테일이 변화된 형태로 이제 싹을 틔우려는 배아의 중요한 요소가 뿐이죠. 그렇게 때만이 현실의 디테일은 비로소 소설적이 되는 겁니다. 여전히 진짜지만 현실과는 다르죠. 요컨대 예술이란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이니까요.
 
 
전에는 소설의 배경이 뉴욕이나 파리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배경이 점점 확장되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점점 다양해지는 이유 그리고 소설에서 공간적 배경을 얼마나 비중 있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남프랑스 코트다쥐르 지방, 그러니까 니스와 사이에서 성장했습니다. 소설에서 나는 바로 소설인 『아가씨와 밤』을 집필하면서 즐겁게 몸담았던 지중해라는 분위기 속에서 조금 오래 머무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추억을 향해, 다양한 풍경과 감각을 향해 문을 열었습니다. 뉴욕이나 파리를 묘사하면서 년을 보내고 깎아지른 절벽과 해변에서 등장인물들을 움직이게 하는 일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나에게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상징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소설에 나오는 보몽 섬도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섬은 자체로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데, 때로는 영감을 주는 지상낙원 같은 , 때로는 명상과 내면의 평화를 구할 적합한 , 때로는 세상에서 단절된 유배의 , 그곳에 사는 사람 스스로 자신을 오도 가도 못하는 포로라고 느끼게 만드는 ,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빠져나올 없는 곳이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네이선 파울스가 행복과 삶의 의미를 되찾게 같아 저도 기뻤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쓰면서 작가님 기분은 어땠는지 궁금하던데요.
 
그런 말씀을 해주니 나도 기쁩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그런 기대를 했던 아니지만 역시 그의 밝은 앞날을 기대할 있게 되면서 마음이 놓였으니까요. 나보다 앞서 여러 사람이 그런 말을 했듯이 우리가 괴로워하는 언제나 사랑 때문이죠. 우리가 더는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믿을 때조차도 그렇습니다. 네이선 파울스는 사랑 때문에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집필하면서 나는 이제 그의 생에서 고통의 시간은 지나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여러 전부터 열성적으로 나를 지지해준 한국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나는 한국에서 소설이 출간될 때마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입니다. 독자들이 내가 이야기 하나하나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이런 저런 방법으로 알아보기도 합니다. 아울러 진심으로 서울을 다시 방문하게 되기를, 그래서 어쩌면 그곳을 소설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으로 삼을 있기를 기대합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사진 제공 및 번역_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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