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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가 우는 섬』송시우 “본격 미스터리의 클리셰에 도전해봤어요”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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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민담이 전해오는 남해의 외딴 섬 호죽도. 태풍전야, 대나무로 가득한 호죽도에 서로 알지 못하는 8명의 사람들이 오픈을 앞둔 연수원의 모니터원으로 초대받는다. 이튿날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살해된 시체가 발견되고, 태풍으로 고립된 연수원에서는 기이한 피리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나무가 우는 섬』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추리소설이라는 장르 안에 녹여내며  주목을 받고 있는 송시우 작가가 시도한 본격 미스터리다. 송시우 작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근무하며 소설을 쓰고 있고, 최근 방송 중인, 가상의 기구 '인권증진위원회'의 인권위 조사관들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 『달리는 조사관』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트릭과 수수께끼 풀이라는 장르 본연의 매력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본격 미스터리, 『대나무가 우는 섬』의 송시우 작가와 만났다.

 
작가님은 '한국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표주자'라는 수식어로 자주 소개되는데, 이번 소설 『대나무가 우는 섬』은 사회파 미스터리는 아니고 대놓고 추리를 즐기는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직전에 썼던 작품인 『검은 개가 온다』가 우울증을 소재로 한 무겁고 진지한 내용이었어요. 장편을 쓰다 보면 감정이 몰입될 수 밖에 없는데, 탈고를 하고 나니 그 영향으로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좀 오락성에 중점을 준 본격 미스터리를 써보자는 생각을 했죠. 전에도 항상 본격 미스터리를 써 봐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본격 미스터리를 원래 좋아하셨나요
대부분 처음 접하는 추리소설이 본격 미스터리잖아요. 셜록 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 같은 고전 미스터리도 좋아하고, 일본의 신본격 미스터리도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사회파 미스터리 성격의 글을 많이 썼지만 본격 미스터리도 좋아해서 계속 읽어왔죠
 
고립된 장소, 불가능한 살인사건, 서로 연결점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의 모임 같은, 본격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설정들이 가득한데요(웃음). 
클리셰가 많이 사용되는 건, 그만큼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설정이기 때문이거든요. 눈 덮인 산장, 태풍으로 고립된 섬, 이런 설정들은 아마 본격 미스터리가 쓰여지는 한 계속 되풀이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한 번 그 세계에 가세해서 클리셰에 도전을 해본 거죠
 
태풍으로 고립된 섬을 배경으로 한 건, 예능 프로그램 영향이었어요. 평소 예능 프로그램을 거의 안 보는데 어느 날 우연히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손호준 배우가 게스트로 온 방송을 봤어요. 원래 1 2일 일정으로 섬에 왔는데 날씨가 안 좋아져서 3 4일을 촬영하고 가는 장면이었어요. 그 상황이 굉장히 재밌기도 했지만, 내가 섬에 안 살아서 몰랐던 것이지 우리나라에서도 날씨가 안 좋으면 저렇게 며칠 동안 고립되는 것이 가능하구나 하면서 뭔가 탁 와 닿은 게 있었어요. 그게 이어져서 작품까지 온 것 같아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에 '고립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작가로서는 더 신경을 써야 했을 것 같은데요
소설 앞부분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대학생 임하랑이 섬에 간다고 하니까 기숙사 룸메이트가 곧 태풍도 오는데 섬에 고립되면 어떻게 하냐고 말리거든요. 그러니까 임하랑이 스마트폰을 짤랑짤랑 흔들면서, 섬 구석구석까지 전화와 인터넷이 빵빵 터지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해요
고전 미스터리에서는 섬이나 산장에 고립되면 통신상으로도 고립되지만, 현실에서는 몸은 고립될지라도 통신상으로는 다 연결이 되는 상태를 인정하고 설정을 해야 했죠
 
통신상으로 단절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면, 미스터리를 쓰는 입장에서는 그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다른 트릭이나 장치들을 고민해야 했을텐데요
며칠 후면 고립이 풀리고, 그러면 전문 수사 인력이 섬에 와서 과학수사를 하면 범인은 밝혀져요. 그렇기 때문에 왜 굳이 고립된 며칠 동안 살인을 저질러야 했는가, 이 문제를 설득력 있게 해결해야 했어요. 더 이야기를 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말씀을 못 드리지만(웃음) 범인의 동기, Why와 연결되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더 머리를 많이 써야했죠
 
보통 미스터리에서는 'Who done it (누가 죽였나)' 이나 'How done it (어떻게 죽였나)'가 중요하게 다뤄지거든요. 그런데 『대나무가 우는 섬』에서는 '누구' '어떻게' 뿐만 아니라 'Why done it (왜 죽였나)'라는 동기의 부분도 중요했어요
이 작품을 쓰기 전에, 전에 읽었던 본격 미스터리도 다시 읽고 안 읽어본 다른 많은 작품들도 읽어봤어요. 그런데 WHO HOW는 너무 훌륭한데 WHY, 동기가 빈약하면 결말이 허무해지더라고요. '고작 이런 이유로 사람을 죽인다고?' 하는 생각이 들면 아무리 WHO HOW가 훌륭해도 결말이 폭삭 주저앉아 버리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WHY, '라는 부분도 그 만큼 비중을 둬야겠다 생각을 했죠
 
 
소설의 첫 장에 나오는 '바늘 상자에 넣어둔 눈알' 민담은 어디서 모티브를 얻었나요? 실제로 이렇게 불길한 민담이 있는 건가요
실제 있는 민담이에요. 처음에는 마더구즈 같은 동요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제가 찾을 수 있는 선에서는 작품에 어울리는 것을 찾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럼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한국 민담집을 봤는데, '바늘 상자에 넣어둔 눈알'이라고, 제목부터 엽기적인 걸 발견했죠(웃음). 어쩌면 그 민담을 찾아내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출발해 전체 이야기와 맞춰진 것 같아요
동요나 민담을 활용하는 것은 본격 미스터리의 클리셰이기도 해요. 유명한 작품으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나 요코미조 세이시의 『악마의 공놀이 노래』 같은 것이 있죠. 그 작품들에서는 노래 가사에 맞춰서 사람이 죽었다면, 『대나무가 우는 섬』에서는 같은 민담이 호죽도에서만 다르게 변형되어 전해지는 이유가 핵심인 것이 차이고요
 
소설의 배경이 되는 남해의 섬 호죽도는 대나무로 가득한 섬인데요. 소설의 배경과 다양한 소품으로 변형되어 등장하는 대나무는 이 소설의 분위기 조성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실제 민담에서 대나무로 퉁소를 만들어 부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대나무는 사람을 죽을 수 있는 무기도 되고 낚싯대, 죽부인 등 일상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곳에 활용될 수 있는 쓰임이 많은 소재더라고요. 그래서 대나무에 집착을 좀 했죠(웃음). 대나무가 자라는 섬에서 대나무를 이용해서 사람을 죽이는 트릭을 만들어보자 생각해서 실제로 대나무가 어떻게 쓰였는지도 공부하고 민속학을 전공한 후배에게 대나무를 이용한 민속용품은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고 목록도 받아보고 했죠. 해보니까 대나무가 참 좋은 소재더라고요.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요(웃음). 
 
대나무가 가득한 섬에 새로 건축된 돔형 건물에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도 미스터리에서 중요한 배경이자 설정인데요
일단 트릭을 먼저 생각하고, 건물은 그 트릭을 현실화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 굉장히 여러 번 그려봤어요. 한 서른 번은 그려본 것 같아요. 제가 글을 쓸 때 주변 사람의 지식을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웃음) 건물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설정을 하고 건축학을 전공한 친구에게  검증을 받았어요. 그랬더니 제가 처음에 그렸던 경사로를 그대로 만들면 산을 올라가는 것만큼 가파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경사로 길이를 늘리고 경사도를 낮췄죠. 그런 식으로 건물을 그리다 보니까 일상적이지 않은 건물 구조를 갖게 된 것도 있어요
그리고 대나무가 자라는 시골 섬에 하얀 우주선 같은 건물이 있고, 거기에 꽃무늬 몸빼를 입은 할머니가 나타나서 매운탕을 끓여주니까, 재밌쟎아요(웃음). . 
 
탐정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물리학도고, 물리학적 지식과 이론을 통해 트릭을 설명하는데요. 작가님은 철학과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물리학적 트릭을 만드는 게 어렵진 않으셨나요(웃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물리학이나 수학적 지식은 사실 거의 중학생 수준이에요. 하지만 저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물리학을 공부할 일이 없다보니 다 잊어버려서 많이 힘들었어요(웃음). 일단 물리학도 탐정이 물리학적 이론을 사용해 트릭을 밝혀내는 걸로 하자고 설정은 해놓았지만 기본 지식이 있어야 트릭을 짜죠(웃음). 그래서 물리학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어요. 위치 에너지 계산법부터 중력, 화살이 날아가는 원리 기타 등등을요. 그리고 다 써놓고는 물리학 전공하는 사촌 동생에게 감수를 받았고요. 물리학 법칙이 등장하는 트릭이 어려워서 그냥 ',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서 읽으셨다는 독자분들도 계시던데, 제발 그래 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너무 철저하게 검증하지는 말아주시고, 그냥 즐기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탐정 역할을 하는 대학생 임하랑은 냉정하고 살짝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인물인데, 또 가장 허술하고 엉뚱한 인물인데요. 케이팝 커버댄스 유튜버를 꿈꾸는 물리학도라는 설정은 어디서 온 건가요
처음 초고에서 임하랑은 굉장히 건조한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출판사 피드백이, 20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느껴지지 않으니 좀 더 개성을 부여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돌려 말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바로바로 얘기하는 직설적인 성격을 부여했어요. 그리고 임하랑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천재적인 두뇌는 가진 걸로 묘사가 되다보니까 어느 한 구석은 허술해야 매력적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뭔가를 좋아하는데  굉장히 못하는 모습을 넣어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유튜브와 케이팝을 굉장히 좋아해서 커버댄스 유튜브 채널을 열지만 실상은 너무 이상한 춤을 추는 인물로 설정을 해봤죠(웃음). .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이야기의 힘'이라는 것에 대해서 새삼 생각하게 되는데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고, 실화 사건을 기반으로 하는 미스터리들도 많은데요. 작가님도 현실의 사건에서 많은 영감과 영향을 받으실텐데, 실화를 소설로 가져올 때 어떤 점에 신경을 많이 써야할까요
실화를 그대로 쓰지 않고 이야기로 극화해서 쓰는 것은, 재미를 더 높이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실화를 그대도 쓰는 것은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최근에 있었던 어떤 잔혹한 사건을 모티브로 쓰고 싶어서 그 사건의 재판 방청까지 했는데, 결국은 접었어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면 사건의 피해자가 있고, 글로 썼을 때 의도치 않게 상처를 받는 분들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현실을 그대로 쓰지는 않는 편이에요.
최근에 용의자가 특정되어서 화제가 된 화성연쇄살인사건도, 언론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소비되는 것 같아요. 범죄를 소재로 창작을 하는 창작자들이라면 이 부분은 늘 긴장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미스터리 장르가 아직은 국내 작가 작품보다 해외 작가 작품이 많은데, 그래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인이 등장하는, 한국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미스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은 한국 미스터리 장르의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많이 좋아지고 있죠. 체감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 같고요.
아무리 히가시노 게이고가 미스터리를 잘 쓴다고 해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인이 등장해 한국어로 쓰는 미스터리는 한국 작가가 더 잘 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외국 미스터리는 총기도 사용할 수 있고 배심원제도 있어서 더 화려한 걸 보여줄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걸 쓸 수 없잖아? 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만 쓸 수 있는 배경과 소재를 발견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데뷔작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연탄가스 중독이 흔했던 80년대 다세대 주택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이건 아마 다른 나라 작가는 쉽게 쓸 수 없을 이야기죠. 『달리는 조사관』도 한국 인권위가 가지는 특수성이 많이 반영되었고요
 
 
작가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달리는 조사관』이 방송 중인데, 원작자로서 소감이 궁금해요
신기해요. 제가 만든 이야기와 캐릭터가 제 눈 앞에서 드라마로 구현되어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요. 그리고 초반 에피소드들은 제가 쓴 원작에 굉장히 충실하게 대본으로 나와서 (웃음) 신기해하면서 잘 보고 있습니다
드라마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겠다기 보다는, 그냥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멜로가 들어가지 않은데다 인권을 소재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무겁고 편안하지만은 않은 소재인데, 그래도 재미있어요(웃음). 정의로운 드라마라는 평을 보면 뿌듯한데, 사회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니까 조금이나마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직장인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작품을 쓰고 발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텐데요.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비결 혹은 작가님의 시간 관리 방법이 있나요
상당히 괴롭죠(웃음). 그래도 제가 일하는 것하고 주말에 글 쓰는 것, 두 가지 외에는 딱히 더 좋아하는 것이 없고 별다른 관심사가 없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생활이 단순하니까 가능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데,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달리는 조사관』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기는 한데잘 안되고 있네요(웃음). 이번에 본격 미스터리로 쓴 『대나무가 우는 섬』의 반응이 다행히 나쁘지 않아서 본격을 하나 더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다음에는 무엇을 쓸까 탐구 중입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라고 쓴 소설이니까요. 그리고 영화 관계자분들이 이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웃음). 이제까지 제 작품들이 드라마 판권만 팔렸는데, 이번 작품은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거든요. 영화로 나오는 것도 보고 싶네요(웃음).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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