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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결국 사람입니다”『유니콘을 키우는 프렌치 스타트업의 비밀』곽원철

  • 20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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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먼저 실리콘밸리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유럽, 특히 프랑스의 스타트업은 조금 생소한데요?
 
실리콘밸리는 당연히 전세계 스타트업의 중심지입니다. 세계 최고의 인재와 자본이 몰려들죠. 세계가 실리콘밸리의 성공 모델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누구도 실리콘밸리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적어도 당분간은요. 그렇지만 실리콘밸리가 우리 모델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스타트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중국은 어떤가요? 중관촌의 엄청난 스케일에 압도당하죠. 중국은 국가주도형 혁신경제 체제에 따라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예전에는 그렇게 경제발전을 했지만, 지금은 우리와 맞지 않습니다. 이들을 부러워한다면 우리가 정작 나아가야 할 방향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유럽의 선진국들은 경제 규모도 우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크고, 사회적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비슷한 한계와 고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유럽이라는 통합시장 내에서 성공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글로벌한 스케일업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과 이를 지원하는 대기업, 공공부문이 참고할 요소가 매우 많다고 봅니다.
미국의 혁신과 중국의 스케일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그들과는 다른, 좀 더 우리가 현실적으로 참고할만한 인사이트를 유럽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우버나 타다 서비스처럼 기존 시장과의 충돌이나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도 많습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굳이 '파괴적 혁신'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지 않더라도 새로운 무언가를 도입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기존 시스템과의 충돌을 야기합니다. 지금 파리는 세계적인 대도시답게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수년 전만 해도 우버를 비롯한 대안적 모빌리티 서비스가 시장에 진입할 때 극렬한 저항이 있었습니다.
혁명의 나라답게 시위 방식도 화끈했는데요, 택시기사들이 승차 공유에 참여한 차량을 불태우고 파괴하는 모습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었죠. 이런 장면을 본 사람들은 '프랑스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는 물 건너 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왠걸요.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반복 내지는 정반합의 변증법적인 발전 단계로 보는 유럽에서는 이런 저항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던 역사가 수백 년에 달합니다.
공교롭게도 프랑스에서 모빌리티 서비스의 르네상스를 불러온 계기는 25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진행된 2018년의 프랑스 철도대중교통 총파업이었어요. 이에 대한 내용은 이번에 출간한 『유니콘을 만드는 프렌치 스타트업의 비밀』에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책을 보면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매우 비슷한 환경인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환경을 볼 때 우리가 참고할 만한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스타트업의 기술 트렌드와 비즈니스 모델은 사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동기화(synchronize)되어 있습니다. 즉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지요. 또 국경을 뛰어 넘는 벤처 자본의 활약 또한 여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이나 서비스의 차이를 조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국과 프랑스의 창업자들의 면면을 보면 상당히 다른 면들이 보입니다. 그 지점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프랑스, 나아가 유럽이라는, 우리와는 다른 사회문화적 기반에서 어떤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창업자들이 어떤 경제문화사회적 배경에서 성장하고 유니콘으로 키워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번에 출간한 책의 주요 테마이고, 주목할 지점이라고 봅니다.
자본주의 발상지인 유럽에서는 혁신적인 기술, 역경에 굴하지 않는 창업가, 가치를 알아보는 금융 자본이라는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면서 위대한 기업을 키워낸 역사가 수백 년에 달합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럽 스타트업의 역사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아무나 시작할 수 있나요? 왠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굉장히 복잡한 기술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혁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뭔가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면 후발 주자를 따돌리는 진입 장벽을 세울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해요.
서비스 사용자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던 불편한 점을 찾아내고 개선해 서비스에 적용하거나, 왜곡된 시장 구조에서 발생하는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등의 일은 반드시 어렵고 복잡한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결국 문제를 해결하거나 불편을 해소하는 게 먼저고, 기술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기술도 중요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적으로 집중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천재 은행가 출신이지요. 이전 정부에서 38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경제부 장관에 취임할 당시부터 '혁명의 나라' 프랑스를 '스타트업 네이션'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각종 정책을 추진해 온 바 있습니다.
프랑스는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선진적인 사회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그만큼 경직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스타트업 육성이 유일한 길이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본인이 직접 스타트업 중심의 경제 체질로 바꾸기 위해 뛰고 있지요.
가장 잘 알려진 정책은 '라 프렌치 테크'라는 통합 브랜드 정책입니다. 종이로 접은 붉은 수탉 모양 로고로 대표되는 이 정책은 기존의 스타트업과 기술 클러스터들을 한데 묶는 강력한 브랜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데요. 2013년 출범 이후 많은 변천 과정을 거쳤지만, 일관되게 유지하는 철학은 "정부는 이끌지 않는다, 지원할 뿐이다"입니다.
 
정부의 역할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공기업의 역할입니다. 스타트업에 관한 책이지만 이 책에는 프랑스 국영철도공사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공기업 중의 공기업으로서 세계 최고의 철도 기술을 보유한 혁신의 아이콘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공공 노조의 맏형으로서 걸핏하면 파업에 돌입해 혁신의 걸림돌이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국영철도 공사는 향후 4년간 1 5천만 유로를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자체 연구개발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혁신동력을 수혈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외에 국영 보험공사가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뿐 아니라, 이들에게 전략적 시장 지원을 해 주는 등 프랑스의 공기업들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개방형 혁신과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을 위한 사회적 소임에도 적극적입니다.
 
공기업이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은 데이터 개방입니다. 국영철도는 프랑스인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앱 중 하나인 Oui.SNCF를 통해 수집한 방대한 양의 예약 데이터와 총연장 3 km에 달하는 철도망의 관리 데이터 등을 패키지화해 스타트업에 개방하고, '데이터톤 Datahon' 등의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일단 데이터의 양과 질이 중요한데요. 공기업이기 때문에 수집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스타트업에 제공함으로써 재무적 투자와 시장 개발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겁니다.
 
 
프랑스, 유럽의 스타트업 중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항상 논란의 핵에 있는 우버는 유럽 각지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데요. '유럽의 우버'라 불리는 블라블라카는 어떤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지, 그리고 도대체 왜 이런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지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는 모빌리티, 에너지지속가능성, AI블록체인핀테크, 공유경제O2O, 농업바이오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다루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시는 것만으로도 최근의 기술 트렌드와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큰 그림은 얻으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요즘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하나요?
 
프랑스 국영철도와 더불어 스타트업이 아니면서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업이 '슈퍼메이저' 혹은 '빅 오일'이라고 불리는 세계 6대 석유기업인 '토탈'입니다. 토탈이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 분야는 다름 아닌 모빌리티와 신재생에너지인데요.
현재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에너지 가치 사슬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이들 스타트업을 찍어 누르기는 커녕 오히려 호랑이를 키우고 있는 셈이죠. 토탈뿐 아니라 수십 조에서 수백 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전 세계의 초거대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 들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면서도 미래의 가치 사슬에 투자하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이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중소기업의 기술을 뺏고 하는 것은 옛날 얘기입니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겼다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속가능한 스타트업’이라는 말 자체가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 정신’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얼핏 크게 다르지 않은 기술력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을 함에도 불구하고, 스케일업에 성공해 유니콘의 반열에 오르는 극소수의 스타트업과 그렇지 못하고 사라지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결국 창업자의 불굴의 의지와 시장기술을 읽는 혜안, 필요할 때 적절히 자본을 끌어들이는 전략적 선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많은 벤처캐피탈 자본이 투자 결정의 제 1요소로 창업가를 꼽는 것 또한 이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은 결국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 책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기사 및 사진제공_라꽁떼 출판사
 
 
 
유니콘을 <!HS>만드는<!HE> 프렌치 스타트업의 비밀 [경제/경영]  유니콘을 만드는 프렌치 스타트업의 비밀
곽원철 | 라꽁떼(두리미디어)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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