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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소설「새벽의 방문자들」장류진

  • 2019.09.30
  • 조회 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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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여자 혼자 사는 오피스텔의 현관 벨이 울린다. 이 새벽에 택배가 올 리도 없는데,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고 한참을 문 앞에서 서성이다 간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며칠 후, 또 다른 남자가 새벽에 오피스텔 현관 벨을 누르고 또 한참을 서성인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은 여자가 사는 오피스텔 주소가 비밀스럽게 성매매가 이뤄지는 오피스텔로 착각되어서 일어난 일들이었다. 처음에 여자는 이 상황이 두렵기만 했다. 그러다 새벽에 초조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설렘이 뒤섞인 표정으로 복도를 서성이는 남자들의 얼굴을 비디오폰으로 지켜보면서 캡처를 하는데…  
 
페미니즘 테마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에 수록된 표제작 「새벽의 방문자들」은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IT업계 직장인의 웃픈 현실을 그린 소설로 SNS를 통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장류진 작가의 작품이다. 지금, 여기의 모습을 '하이퍼 리얼리즘'의 시선으로 포착하는 장류진 작가가 본 현실의 어떤 모습들에 대한 이야기.  
 
 
『새벽의 방문자들』은 페미니즘 테마소설집인데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처음 출판사로부터 제안 받은 것은 노동에 관한 테마소설집이었어요. 제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일과 관련된 것이다 보니 제안을 주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에 관한 소설을 이미 썼는데 새로운 것을 또 쓸 수 있을까, 그런 고민 때문에 주저했거든요. 그러니까 출판사에서, 다른 테마도 있다, 페미니즘 테마소설은 어떠냐고 하셨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구상하고 있던 소설이 떠올랐어요.  '페미니즘 소설'이라 생각하고 구상한 것은 아니지만 페미니즘 테마소설집에 들어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겠다고 했죠.. 
 
 
『새벽의 방문자들』은 2017년에 출간되었던 『현남 오빠에게』 후속작으로 기획된 두 번째 페미니즘 테마소설집인데요. 『새벽의 방문자들』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을 작가님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다 재미있게 읽었어요(웃음). 같은 테마를 받았는데 이렇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고, 각자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여자의 직업이 포털사이트 댓글관리인데요. 댓글관리를 AI나 알고리즘으로 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직접 읽고 처리하는 부분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무리 일이라고 하지만 하루 종일 음란한 단어나 욕설, 더러운 말들에 노출되어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폭력적이거든요
많은 웹페이지나 웹서비스 뒤에는 사람들이 한땀 한땀 일을 하고 있어요. 실제로 댓글 관리하는 분들이나 영상 검열하시는 분들이 우울감을 많이 호소하신다고 하고요
여자의 직업을 댓글 관리자로 한 것은, 소설이 성매매와 관련된 소재를 다뤘는데 성매매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실제로 모르는 사람도 많거든요. 그래서 소설 속 인물이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방법에 대해서 어쨌든 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생각해서 직업 설정을 그렇게 한 것이었어요.  
 
 
여자는 하루종일 성매매에 관한 게시물과 댓글들, 전단지와 광고지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주변 남자 동료들, 전 남자친구도 성매매에 대해서 가십거리로 떠벌리고요. 정확하게는 몰라도 어렴풋이 성매매에 대해서는 지식이 있겠네요. 그런데 주변에서 온통 성매매에 관한 말들이 떠들어도 여자는 새벽에 남자가 벨을 누르기 전까지는 자신과는 관계 없는 세계라고 생각해요.   
굳이 알고 싶지 않죠. 불쾌하니까요. 하지만 한번 알면 너무 끔찍할 정도로 온갖 종류의 성매매가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료 조사를 위해서 파면 팔수록 비인격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남자 선배가 성매매 관련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말했거든요. 제가 옆에서 듣고 있어도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인지 아니면 알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성매매 경험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요즘은 여자들도 얘기를 하거든요. 성매매하는 사람 싫다, 그런 사람은 좋아할 수가 없다, 그런 얘기를 드러내놓고 해야 해요. 그래야 예전에 제가 겪었던 남자 선배처럼, 창피할 줄 모르고 성매매 얘기를 떠벌리는 사람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새벽에 벨을 누르는 남자들에게 두려움을 느끼던 여자는 그 남자들을 비디오폰에 달린 모니터로 관찰하고 그들의 사진을 찍는데요. 그 순간 비록 사소해 보이지만 권력의 역전이 일어나거든요.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 찍는 자와 찍히는 자 사이의 권력이요
소설을 쓰고 나서는 당연히 문이나 렌즈, 카메라가 상징의 기능을 한다는 걸 알게 되지만, 사실 쓸 때까지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그냥, 밤에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서 현관문의 렌즈로 밖을 내다봤는데, 그 사람도 동시에 렌즈를 보고 있었던 일을 제가 겪어서 그걸 쓴 거거든요. 다 쓰고 퇴고를 하면서 알았어요. 내가 이 장면을 쓰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구나. 이제는 내가 너희를 지켜보고 평가할거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시선의 역전에서 오는 통쾌함이 있었어요. 보통 성매매 대상이 되는 여성들에 대한 묘사가 많은데, 여자는  성매매를 하러 오는 남자들을 관찰하고 묘사하고, 그들에 대해서 점수도 매기고요
그 장면을 쓰면서 처음에는 여자를 엄청 신나는 사람처럼 썼었어요.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그런데 그게 너무 사이코패스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더 평범한 사람이 할 만한 반응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자가 너무 신나 보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쳐서 썼죠
 
 
시선의 역전에서 오는 통쾌함이 있지만, 결국 새벽의 방문자들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여자가 이사 가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은 현실이더라고요
결말 부분은 굉장히 여러 번 바꾸었어요. 저도 결말에서 뭔가 진짜 통쾌한 사이다를 날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시원하게 끝맺을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제 소설이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 것 같아요. 여자가 자신의 오피스텔과 호수가 같은 B동 오피스텔을 찾아가서 그곳의 입주자를 만나는 장면을 쓰면서도 갈등을 많이 했어요. 그곳이 실제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일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주인공 여자와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누군가가 있을 가능성도 있거든요
소설 창작 강의에서라면 '이렇게 쓰면 안돼!'라고 하겠지만, 그리고 제가 '열린 결말'을 안 좋아하긴 하지만, 이 소설에서만큼은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지가 않았어요. 이렇게 생각할 수 있고, 또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었으면 했거든요
 
 
『새벽의 방문자들』은 작가님 작품 중에 ''의 형태로 독자와 만나는 첫 책인데요. 작가님의 작품들을 오롯이 읽을 수 있는 첫 단행본도 준비 중이시라고요
지금까지 발표한 단편들이 벌써 소설집 한 권의 분량으로 모여서 지금 단편집을 준비 중이에요. 빠르면 가을, 늦어도 올해 안에는 제 첫 단편집이 나올 것 같아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소설은 독자가 읽고 싶은 대로 읽는 거라고 생각해요. 책을 읽으며 분노를 하든 위안을 얻든, 각자의 방식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제공_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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