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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평생의 친구를 만들어주는 일『아홉살 독서수업』한미화

  • 2019.09.23
  • 조회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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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가 "책 읽어주세요!"라고 하면 좀 무서운 때도 있었다. 보통 한 번에 두 세 권 많을 때는 열 권도 넘는 책을, 대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목이 아파서 오늘은 그만 읽어줄께."라고 말하면 "한 번 만 더~! 한 번 만 더~!"하고 졸라대는 아이에게 이길 부모가 있을까. 결국 목이 쉬도록 책을 읽어주면서 투덜거리지만 마음 속으로는 좀 뿌듯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가 책을 좋아하니까 다행이야.'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책을 읽어달라고 부모를 괴롭히던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부터는 책하고 점점 멀어진다. 그럴수록 부모는 아이에게 '책 읽어라' 잔소리를 하게 되고, 어느새 아이는 책하고  어색한 사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아이가 책과 내외하지 않고 평생 친구가 되게 하고 싶다면, 초등 저학년 독서에 관심을 가져보자. 독서를 ''하는 방법보다는 책과 친해지게 하는 방법을 말하는 책『아홉 살 독서 수업』의 저자인  어린이책 평론가이자 북칼럼니스트 한미화와의 인터뷰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된다'고 하는데, 또 모두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하는 일도  책 읽는 일이라 집에서도 책만 읽는데, 아이는 책보다는 유튜브와 게임을 훨씬 더 좋아하거든요(웃음). 
 
다 그래요. 제 주변에 책 쓰는 분들도 있고 책 좋아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분들도 "아니, 어떻게 우리 아이가 책을 안 읽지?"라고 당황하시는 걸요. 물론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죠. 그런 아이들은 읽지 말라고 해도 몰래 숨어서 읽을 아이들이고(웃음) 대다수의 집에서는 너도나도 아이들의 독서에 빨간 불이 들어왔는데, 솔직히 왜 그런지 이해는 잘 안되고 혼란스러운 상황인 거죠
요즘 웬만한 부모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이가 어릴 때 그림책을 읽어주시거든요. 아이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아이가 책읽기를 좋아한다 생각했는데, 초등학교 입학하고 1~2학년이 되면 달라져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지금 부모들의 공통된 모습인 것 같아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서 모범적으로 보는 시선이 남아 있어요. 책 읽는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성적도 좋고 좋은 대학에 간다는 것을 전형처럼 생각해서, 아이가 책을 안 읽으면 더 걱정을 하시죠.  
 
 
저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책을 읽고 있으면 부모님이 좋아하긴 했지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진 않았거든요. 어떤 때는 공부 안 하고 책 읽는다고 뭐라고 하시기도 했으니까요(웃음). 부모 세대와 지금 아이들 세대 사이에, 책읽기를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진 걸까요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습관이나 가치들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것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달랐고, 백 년 전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불과 10여 전이잖아요? 지금 30~40대 부모들도 컬러 텔레비전을 보고 자란 나름 비주얼한 세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활자가 중심이었고, 게임기도 없었고, 약간 심심했어요. 시간이 남을 때 할 수 있는 일도 결국은 책읽기 같은 것이었고요.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친구네 집에 갔다가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빌려읽기도 하고 또래들끼리 책을 돌려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성장했죠.
그런데 지금은 환경이 너무 달라졌어요. 환경이 달라지고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 인간의 기본적인 감각도 변해요. 읽기, 보기, 이런 것들은 원래부터 인간이 타고나는 것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사실은 이것도 인간이 그 시대에 적응해서 발전하는 감각 같은 것이에요
지금 아이들은 텍스트를 읽지 않고 보는 시대로 접어들었어요.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책을 대하고 책을 읽고 있는 것이죠. 부모님들이 당황스러워 하는 것이 당연해요
 
 
부모들이 아이의 책읽기 때문에 당황하고 있어서인지 독서교육에 관한 책들이 은근히 많더라고요. 그런데 많은 책들이 독서를 공부나 성적향상, 혹은 두뇌계발 같은 목표를 이루는 수단으로 보는 것 같아요
 
독서교육이 공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도서관이나 학교, 둘 중 하나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요. 지금은 많아졌지만 집 근처에 도서관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 불과 십여 년 정도 밖에 안돼요. 도서관은 생긴 지 얼마 안되어서 독서교육의 주체로 발전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 학교는 학교대로 바쁜 일이 많아서 교육과정하고 연결된 체계적인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하지 못하고요. 이렇게 두 공공주체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독서교육이 사교육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독서교육을 위해서 논술학원에 가는 것이 우리 독서교육의 현주소죠.  
 
사교육에서 독서교육이 이루어지다 보니까 독서를 지나치게 공부와 연결시킨다거나 뭔가 확실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어요. 교육서비스라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하죠. 그래서 고전을 1년간 읽히면 아이 성적이 30점 오른다거나 서울대 간다거나 그런 얘기를 하는 거죠. 독서교육에 대한 효과를 가장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독서교육의 흐름이나 트렌드를 그렇게 사교육 쪽에서 끌고 가니까 부모님들도 책 읽는 것을 자꾸 공부와 연결시키는 거죠. 그리고 이 흐름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아이들이 되고요. 아이들은 영어도 해야 하고 수학도 해야 하고 또 다른 것도 해야 하는데 거기에 독서라는 과목 하나가 더 느는 셈이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이 독서를 좋아할 이유가 없죠. 어른도 집에 오면 소파와 한 몸이 되어서 누워있고 싶잖아요. 아이들도 학교며 학원에 갔다 와서 놀고 싶지 책을 읽고 싶겠어요? 그나마 학습만화는 약간 오락이 되고 바로 몰입할 수 있고 쉬우니까 손이 가지만, 그것마저도 읽지 말고 다른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아이로서는  기함하죠.   
 

 
책 제목이 『아홉 살 독서 수업』이고 7~9살 사이의 저학년 독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 시기에 아이의 독서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한 이유라면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내내 독서는 다 중요해요. 10대 때의 독서도 중요하고요. 다만 요즘 상황을 생각할 때 저학년 독서를 좀 더 강조하고 있는 거죠. 사실 아이가 3학년으로 넘어가면 부모님들이 학교 공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책에 대해서는 관심을 끊으세요. 그나마 저학년 때는 부모들이 아이의 독서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고요.
 
그리고 제가 몇 년간 그림책과 어린이책의 언저리에서 읽고 쓰고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는데, 아이가 성장할 때 10살이라는 시기가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거에요. 그 전까지 아이는  인형과 대화를 한다거나 공상의 세계에 빠지거나 아니면 아주 단순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거나 하는, 어린이의 독특한 세계를 그대로 간직한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10살 즈음이 되면 엄마로부터 독립해서 친구들의 세계로 가게 되고, 어른이 될 준비를 하거든요.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힐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뇌과학적으로도 10살 무렵에 시냅스 연결이 굉장히 활발해져서 아이들이 똑똑해지고 책 읽을 준비를 하기에 굉장히 최적화된다고 하고요. 그래서 이때 읽기를 재미있어하고 또 책 읽는 연습을 하면, 수월하게 고학년 독서로 넘어갈 수 있는 장점들이 있죠
 
 
초등 저학년 독서에서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부모들을 만나고 있는데,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독서를 요구하세요. 이제 막 한글을 뗀 아이들에게 말이죠. 아이가 책을 잘 안 읽어요, 라고 하셔서 어떤 책을 권해주셨는지 물어보면, 아이의 연령에 맞지 않는 고학년 동화라든가, 고전명작, 그런 교양으로 읽어두면 좋은 책들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 책을 아이가 흔쾌한 마음으로 즐겁게 읽기를 바라는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어떤 분은 아이가 지식책은 굉장히 잘 읽는데 동화책을 너무 안 읽어서 고민을 하시고 반대로 우리 아이는 3학년이 되었는데 동화책만 읽고 사회나 과학책은 안 읽어서 문제라고 하시는 분도 있어요. 아이마다 갖고 있는 장점과 특징은 분명히 있어요. 아이가 100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내 아이가 갖고 있는 70, 80은 잘 안 보이고 남의 아이가 가진 20, 30에 자꾸 눈이 가는 거죠. 그런 것보다는 아이가 가진 장점을 잘 보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거에요
 
 
동화책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초보 독자인 아이들에게는 이야기 구조, 비유와 상징을 이해하는 것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기본적으로 동화도 문학이거든요. 문학은 결국 상징이고 플롯이고 캐릭터인데 그런 이해가 한 번에 되지는 않죠
저학년 때의 문학수업은 수학문제나 영어문제 풀듯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구조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상징이나 메시지를 이해하는 훈련을 하는 거에요. 그래서 고학년이 되면 점점 수준 높은 책, 고학년 나이 또래에 맞는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사실 구조가 비슷해요. 사건이 일어나고 트릭을 하나하나 풀어가서 결국에는 범인을 찾는 이야기 구조니까요. 그런데도 추리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건, 이런 이야기 구조에 익숙해지면 책을 읽으면서 다음에 벌어질 일들을 기대하면서 예측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기대를 해야 더 재미도 생기거든요. 그런데 초기 독자인 저학년 때는 아직 이야기 구조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동화를 즐기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런 아이들에게는 동화를 충분히 들려주면서 아이가 이야기의 구조와 표현에 익숙해지도록 기다려줘야 하죠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 중에도 독서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고학년 동화 같은 것부터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문학을 읽은지 오래되었거나 요즘 문학이 나와 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고학년 동화나 청소년 소설부터 읽기 시작하는 것도 좋아요. 그런 책들은 성인들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거든요. 생각보다 재미있고 깊이도 있고요
 
제가 쓴 책 중에 『아이를 읽는다는 것』이라는 책이 있어요. 10대가 된 자녀를 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 어린이문학에 대한 책인데요. 그 책에서 제가 얘기한 게, 혹시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 10대가 된 어린이가 있다면 아이가 읽을 책을 부모가 같이 읽어 보시라는 거였어요. 아이에게만 읽으라고 하지 말고요. 그러면 우선 부모가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에 아이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고요(웃음), 또 부모와 아이 사이에 공통분모,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것이죠. 같이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요.
또 어린이책은 어쨌든 어린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아이의 속마음을 대신 만날 수도 있어요. 아이들이 10대 즈음이 되면 자기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읽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종종 어린이책을 함께 읽으면 즐거운 일들이 벌어져요, 하고 권하는데…. 잘 안 하시죠. 부모님들도 책을 같이 읽기 보다는 논술학원에 보내는 게 더 편하거든요(웃음). 
 
 
아이가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지만, 막상 아이의 독서에 관심을 갖고 같이 참여하는게 쉽지는 않죠(웃음).  
 
사실 저학년 독서의 목표는 큰 성과를 기대하는 게 아니에요. 책읽기를 부모와 유대관계를 만드는 즐거운 놀이, 레고나 게임처럼 그렇게 빠져드는 것 중의 하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 그걸로 충분해요
다만, 아이가 읽기를 배웠다고 서둘러서 아이 혼자 알아서 읽게 하지는 말아주세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너무 바빠서 그런데, 바쁘니까 아이의 독서교육을 제3자에게 맡기면 효율적이고 편리할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지 마시고,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10살 되기 전까지 계속 해주세요. 블로그나 SNS를 보면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아이들과 독후활동 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저도 보통 사람이라서 그렇게까지는 못해요(웃음). 하지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책으로 뭔가 하던 걸 조금만 더, 10살 되기 전까지만 해주시면, 그 정도의 관심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책을 놓아버리고 게임이나 유튜브로 완전히 달아나버리지 않아요
아이가 책과 맺은 인연의 끈을 놓지만 않으면, 아이의 읽기는 분명히 성장해요. 물론, 중간중간 말도 안 되는 책을 읽거나(웃음) 부모 성에 안 차는 일은 벌어질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읽기는 성장해요. , 아이의 독서에 대해서 방치하시거나 알아서 읽겠거니 하시지만 말아주세요. 아이의 독서에 그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부모 말고는 없잖아요
 
 
아이를 관찰하면 지금 어떤 책을 주면 좋을지 힌트를 얻기도 하더라고요. 전에 아이가 포켓몬스터에 한창 빠져있길래, '포켓몬들의 캐릭터 모티브를 신화들에서 가져왔다는데' 하면서 신화책을 슬쩍 건네줬더니 재미있게 읽더라고요
 
그게 효과적이라는 거죠. 아이를 조금만 관찰하면, 요즘 아이가 무엇에 빠져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아이가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하고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야구를 소재로 한 책이나 야구도감 같은 책을 주는 게 훨씬 좋아요. 몸으로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 두꺼운 동화책을 주고 읽으라고 하면 아이가 좋아할 수가 없죠.   
저처럼 출판과 관련해서 글을 쓰는 사람은 요리책부터 과학책까지 온갖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할 때가 많은데, 평소에 안 읽던 분야 책은 정말 읽기 어렵거든요. 아이도 마찬가지거든요. 아이가 관심 가지는 분야부터 한 권씩 책을 읽게 하고 그 독서의 반경을 조금씩 넓혀가면서 새로운 원을 그려가는 방법이 좋죠.   
 

 
부모님들이 또 고민하는 부분이,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하나'인데요
 
부모님들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에게 100% 재미있는 책을 골라줘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 거에요. 10권을 골라줬는데 그 중에 재미없는 책이 있어서 아이가 독서로부터 이탈하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이 재미없다는 것을 아는 것도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에게 스포츠를 권하는 이유는, 몸이 튼튼해지라는 것도 있지만 안전한 라이벌, 안전한 실패를 겪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스포츠거든요
부모님들도 아이의 책을 고르는 일에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또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르게도 해주세요. 책을 직접 골라보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훈련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거든요. 자기가 고른 어떤 책이 재미가 없으면, 아이는 그 경험을 통해서 '아 이 작가 책은 나하고 안 맞는구나' 혹은 '재미있어 보여서 샀는데 읽어보니까 재미가 없네. 다음에는 이런 책은 읽지 말아야지.' 그런 훈련을 쌓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걸 너무 겁내하지 마셨으면 해요
 
출판 동네에 오랫동안 있는 입장에서 좀 안타까운 것은, 도서관이 많이 생긴 이후부터 부모님들이 책을 잘 안 산다는 거예요(웃음). 책을 쉽게 빌려서 볼 수 있는 건 너무 좋은데, 책을 빌려서만 보거나, 서점에 가서도 어린이책은 페이지가 얼마 안 되니까 서점에서 다 보고 정작 사지 않는 경우도 많거든요.  
하지만 책을 빌려서 읽는 것과 사서 읽는 것은 사뭇 달라요. 자신의 것이 된다는 즐거움이 있고, 자기 돈으로 책을 사는 기쁨이 있거든요. 돈 주고 책을 샀는데 재미 없다고 아이가 안 읽으면 어떡하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필요한 책과 좋은 책을 고르는 훈련 과정에서는 당연히 많은 실패가 있을 거에요. 하지만 기꺼이 아이에게 책 사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더 안전한 방법을 원하신다면, 빌려서 본 책 중에서 아이가 재미있어 한 책이 있다면 그 책을 다시 사는 것도 좋아요. 아이들은 좋아하는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보기 때문에 이미 한 번 본 책을 사도 충분히 아깝지 않을 거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과 부모들이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하고 다른 경우도 있는데요. 아이들은 재미있는 책을 좋아한다면, 부모들은 어린이책을 통해서 아이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전달하고 싶어하거든요.
 
처음에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데 결국은 부모가 하고싶은 말을 돌려서 말하는 그런 책들이죠(웃음). 그것도 나쁘지 않아요. 책을 통해서 부모가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는 것이요. 직접 말하려면 쑥스럽고 민망한 말도 뭔가 밑자락을 깔고 하면 훨씬 말하기 쉬우니까요.  
물론 그러려면 부모가 책을 잘 알아야 하지만 세상에는 책이 너무 많죠(웃음). 그래서 『아홉 살 독서 수업』 뒷부분에서는 상황별 독서에 어울리는 책에 대한 소개와 정보를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이 책 『아홉 살 독서수업』이라는 한 권의 책을 읽는데서 끝나지 않고 이 책에서 소개한 다른 책들을 폭넓게 활용하는 것이 이 책을 200% 활용하는 방법일 거에요. 그렇게 이용하다 보면 책을 보는 눈 같은 것도 생기고 좋아하는 작가도 생기면서 아이하고 부모가 자연스럽게 책을 즐길 수 있을 거에요
 
 
아이들이 책을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자신에게 필요할 때 책을 찾아서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에게 처음 빠져서 읽은 책이 어떤 것이냐고 물어보면 대개는 추리소설, 무협지, 로맨스소설 그런 책들 이야기를 꺼내요. 이런 책을 읽은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책을 좋아하는 경우는 별로 없더라고요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나 보다는, 재미있게 읽은 책이 얼마나 쌓여있느냐가 더 중요해요. 부모님들도 초등학교 3학년 때쯤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안나 카레리나』일 리는 없잖아요. 제 경우는 지경사 명랑소설, 그런 걸 친구들하고 돌려봤단 말이죠(웃음). 그 기억들을 소환해보세요. 아이들에게도 그 경험을 만들어줘야 하고요.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고, 그 기억이 없으면 평생 독서로 나아가지 못해요
 
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를 평생토록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거에요. 지금 잠깐 독서왕이 되고 수능시험에서 국어성적이 좋게 나오고, 그런 것이 아니라요. 책의 자리에 다른 걸 가져다 놓을 수도 있죠. 평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그런 것처럼요. 저는 직업이 출판평론가고 어린이책 전문가니까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평생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기 때문에 막 살지는 않아요(웃음). 자신을 돌아볼 거울이 되고,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고, 그런 좋은 친구를 하나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독서는 중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에 그런 친구를 만들어준다면 정말 좋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요즘은 유튜브라는 너무 강력한 경쟁 상대 때문에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부모님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유튜브에 비한다면 학습만화는 뭐(웃음). 아이들에게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이들은 아직 무언가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영상만 계속 반복해서 보게 되면 그쪽만 강화되고 그쪽만 익숙해지게 돼요. 그러면 아이들이 더 고급한 책을 읽는 단계로 나아갈 수가 없죠
 
유튜브로도 필요한 정보나 재미를 충분히 얻을 수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을 보면 단어나 표현이 사실 몇 개 되지 않아요. 몇 백 개 정도의 단어만으로도 일상의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하지만 언어가 가진 힘은 의사소통의 도구 이상이에요. 더 고차원적인 생각, 자신에 대한 성찰, 남에 대한 배려나 공감, 이런 것들은 우리가 읽는 만큼, 그리고 쓰는 만큼 더 늘려갈 수 있어요. 잘 다듬은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 정제된 언어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다른 차원의 지성, 지력을 가진 사람이 된다는 걸 뜻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읽기는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때는 문장 하나 만으로도 치유 받는 느낌 가질 때가 있잖아요. 그게 다 언어가 가진 힘 때문이죠.. 
결국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이고, 그런 능력들은 다 이어지거든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읽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하죠(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인간이 문자를 발명해 사용하게 된지 6천 년 정도 되었는데요. 인간의 문명이 성숙하는 6천 년의 시간 동안 인간이 문자를 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해온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거에요. 책도 마찬가지에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책이 뭐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인간이 책이라는 도구를 버리지 않고 활용했다는 것은 책이 가진 분명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이 장점을 부모세대에서 끝낼 게 아니라 다음 세대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아홉 살 독서 수업 [가정/육아]  아홉 살 독서 수업
한미화 | 어크로스
2019.07.30
아이를 읽는다는 것 [가정/육아]  아이를 읽는다는 것
한미화 | 어크로스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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